이번 네들란드 여행에서는 9박10일 동안 네 군데의 호텔에서 묵었다.

첫 호텔은 암스테르담이었는데, 번화가에서는 살짝 벗어나있긴 했지만 커넥팅 룸으로, 룸과 룸 사이가 연결되어 있던 터라 함께 있으면서 따로 있는 것도 가능했다. 엄마와 이모가 같이 주무시고 나는 따로 자는 것이 가능해 우리 모두 만족한 룸이었다. 연결된 문을 닫는다면 독립된 두 개의 룸이라 당연히 화장실도 두 개였다. 세 명이 사용하기에 충분히 좋은 호텔이었다.


두번째 호텔은 룩셈부르크에서 였다. 노보텔 이었는데 누구나 다 아는 호텔 이름이지만 객실 상태는 딱히 좋은 건 아니었다. 단 하룻밤을 자기 때문에 뭐가 어떻든 자자, 하였지만 객실 내 컵은 죄다 종이컵이었고 실내화도 없었다. 아, 실내화는 유럽 갈 때마다 느끼는건데 호텔이 준비해놓지를 않더라. 이번 여행에서도 네덜란드-룩셈부르크-벨기에-네덜란드 로 호텔을 옮기는 내내 그 어디에서도 실내화(슬리퍼)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룩셈부르크의 호텔 객실은 작았지만 누우면 하늘이 그대로 보여서 그래 이 전망이 값을 치르는구나 했다. 이번 여행에서 조식 포함한 숙박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빵의 종류가 많은 건 좋았지만 다른 음식들이 딱히 다들 속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아서-특히 엄마와 이모에게- 이모는 나에게 '호텔 조식은 신청 안해도 될 것 같아' 라고 말했다. 


세번째 호텔은 벨기에였다. 기차역에서 내려 십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호텔이고 또 호텔에서 십분 정도 걸으면 번화가이자 관광지가 나오는 터라 위치상으로 나쁘진 않았지만 큰 호텔 체인도 아니고 부띠끄 호텔 이었다. 나름 위치를 포함해 살펴보고 결정한건데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묵기에 매우 난처한 호텔이었다. 낡고 오래되기도 했지만 객실이 1층인거다. 게다가 네 명 자는 룸이라고 줬는데 연결되지 않은 룸 두 개. 물론 1층 복도에 객실은 우리만 딸랑 있어서 우리만의 공간이긴 했지만, 1층 객실은 내가 그동안 숱한 여행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것이었다. 1층이지만 실제 1층에서 계단을 다섯개 정도 올라오는 높이. 1층인데 인도랑 바로 연결되어 객실의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한 곳이었다. 게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소리도 다 들리고. 잘 때 커텐을 닫아 나를 못보게 할 수는 있지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엄마와 이모에게 미안했다. 나도 알고한 건 아니었지만 룸의 상태도 그렇고 매우 당황. 그러나 리셉션 직원은 그동안 갔던 그 어느 호텔보다 친절하더라. 이걸 이모에게 얘기했더니,


"그 사람들은 진짜 친절해야 해. 나 솔직히 그 호텔 무서웠어."


라고 한 이틀 정도 지난 뒤에 얘기하더라. 사실, 좀 무서운 곳이긴 했다.



네번째는 로테르담의 숙소. 와 여기는 처음 가보는 아파트형 숙소였다. 나는 에어비앤비로는 묵고 싶지 않아 여태 피해왔는데 여긴 레지던스이며 아파트형으로 리셉션이 있는 곳이다.  우리 로테르담의 아파트에서 한 번 자보자, 하고 예악하고 그간 호텔들과는 달리 25평쯤 되는 넓이에 잔뜩 기대를 했다. 벨기에의 그 낡고 허름하고 다소 무서운 숙소를 거쳐왔기 때문인지, 이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환호했다. 넓기도 넓었지만 통창으로 드러나는 도시 전망이 좋았다. 로테르담이란 도시 자체가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 같았는데, 이 룸도 그런 로테르담의 뻥 뚫리는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던 거다. 넓은 원룸으로 식기 세척기가 있고 식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은 충분히 길었다. 세면대는 두 개에 토일렛은 분리되어 있는데, 토일렛 분리된 호텔은 자주 경험해보긴 했지만, 여기는 토일렛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 안에 세면대도 있엇다. 볼 일 보고 손을 씻고 나오는 것도 가능했다. 여러가지로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모두 좋아했고 나는 꼭 여기에 다시와보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넓은 테이블에서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것도 좋았지만 노트북 올려놓고 글 쓰는 것도 진짜 좋았다. 여긴 반드시 혼자와서 다시 머물고 싶었다. 아니면 내가 생각한 어떤 특정한 인물과 같이 오는 쪽이 좋을 것 같았다. 여긴 나에게 혹은 나와 상대가 함께 머무르기에 아주 맞춤한, 이상적인 숙소였던 거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실제 경험했던 숙소에 대한 것이라면, 이제는 작품 속의 호텔에 대해 말하고 싶다. 사실, 작품 속의 호텔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굳이 서두에 내가 머물렀던 호텔들에 대한 얘기를 했다. 기능적인, 대중적인 호텔들이 있지만, 그러나 어떤 호텔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것을 우리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고 또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기도 할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박정대'의 <새들의 북호텔>이란 시를 읽고, 나는 내가 호텔 운영하기를 꿈꾸었던 것에 대해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건 굳이 링크 걸지 않을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이유경의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에 아마도 나와 있을 것이니, 궁금하시면 책을 사보세요.
















그렇다. 나는 호텔의 운영자가 되기를 꿈꾸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막연한 꿈이기는 했으나 또한 구체적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엇다. 그런데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몰랐고 그러나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 만큼은 간절해, 어느날은 일단 무작정 그 나라로 가겠다 라는 마음을 품기도 했고 어떤 날은 호텔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기도 했다. 작은 호텔을 운영하고 그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노라면, 어느 순간에는 거기에 그가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있었던 거다. 그것은 내 상상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 몇몇은 내 사정을 알고 한국말도 알아야 했다. 그래서 한국말을 하는 손님 혹은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손님이 오면 나에게 언질을 줄 수 있는 그런 직원이어야 했다. 결국 그 사람이 내게 당도하고 나와 몇 마디 말을 섞고 안부를 건네고, 어차피 이곳은 호텔이는 상대는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고 기어코 떠난다해도, 나는 그 시간, 상대가 머물렀던 시간을 행복으로 기억할 터였다. 게다가 내가 이곳에서 호텔을 하고 있다는 걸 상대가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라는 생각도 했다. 상대는, 언제는 원하는 때에 여기에 다시 들를 수도 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알았으니. 


내게는 그런 낭만적인 공상, 망상, 상상이 있었다. 물론, 틈틈이 내가 말을 타고 광야를 가로 지르며 상대를 찾아 다니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긴 비행시간동안 책을 읽겠다고 챙기긴 했지만, 여행전 오랜 기간을 내내 야근했던 터라 심하게 피곤했다.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기내 상영 영화를 보자, 하고 살펴 보았다가, 나는 존재도 몰랐던 영화 <쉬 이즈 러브>를 보기로 했다.



패트리샤는 업무차 출장을 갔는데, 회사에서는 원래 예약하기로 한 큰 호텔이 자리가 없다 해 작은 부띠끄 호텔을 예약해뒀다고 했다. 하는수없이 패트리샤는 인적이 드문 곳의 작은 부띠끄 호텔로 향하고 체크인을 했다. 잠깐 쉬고나서야 그녀는 자기가 머문 호텔이 십년전 자기와 헤어진 전남편이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운영하는 호텔이란 것을 알게 된다. 오랜만에 전남편 이드리스와 인사를 하고 그리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저녁을 먹기 위해서 그녀가 호텔을 나가려면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줘야 했다. 이드리스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일이 참 공교롭게 되었네, 나의 전아내가 체크인을 했어, 하고 미리 얘기해둔 터다. 그러니까 패트리샤가 여기 머문 건 예정된 일도 아니고 계획된 일도 아니며 전남편과 미리 짜고한 일도 아니다. 사실 그동안 그들은 서로 만남도 어떤 연락도 없었단 말이다. 


내가 저녁 먹으러 갈건데 택시를 좀 불러주겠어요?


라는 패트리샤의 요구는 호텔 숙박객의 당연한 요구였으며, 마찬가지로 호텔 주인은 마땅히 네 그럴게요 해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드리스의 현재 여자친구 루이스는 괜찮다면 우리랑 같이 저녁식사를 해요, 라고 패트리샤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그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이다 보니 아침 식사도 같이하고,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드리스와 패트리샤는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우리가 과거에 어떤 시간을 보냇었는지 그 때 미처 하지 못했던 사과를 하고 지금도 여전히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고 최근의 아픔에 대한 얘기도 하면서 서로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이에 루이스는 그들을 목격하고 오히려 호텔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십년간 보지 않았고 서로의 안부를 묻지도 않았던 사이인데, 십년후에 보면서 너 왜 아버지 돌아가실 때 연락 안했어 내가 네 아버지 좋아했던 거 알잖아, 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는, 헤어진 사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헤어졌지만 오래전에 깊은 사이였던 것은 무엇인가 라는게 더 정확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패트리샤와 이드리스는 서로 즐기는 것이 같았고 정확하게 위로할 줄도 알았다. 이드리스는 현재의 에인 루이스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지만, 패트리샤를 오랜만에 만나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웃고 웃고 울다가 웃고. 이 분위기가 루이스에게 전해지지 않을 리 없다. 패트리샤와 이드리스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울면서 서로 섹스를 했다거나 불륜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그들이 과거의 사랑을 다시 불러냈음을,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이 떠나야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텐데 이곳이 호텔인이상, 주인이 떠날 수는 없고, 체크아웃 될 날짜가 되면 체크아웃을 해야, 손님이 떠나야 비로소 그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다. 현재 애인에게 못할 짓이잖아. 현재 애인 루이스에겐 이 무슨 날벼락이야. 십년전에 헤어진 여자라며, 나를 사랑한다며. 그런데 왜 당신들 특별해보여? 왜 내가 이 호텔의 주인인데 나로 하여금 이 호텔을 나가고 싶게 만들지? 나는 심정적으로 패트리샤였지만 감정적으로 루이스가 되어 분노했다. 그러다가 다시 패트리샤가 되어서 왜 내가 지금 이 사람 만나서 과거를 얘기한다는데, 우리는 분명히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 다시 서로를 잘 알고 있는데 왜, 뭐, 왜 이렇게 되었다가, 그러나 나도 애인이 있는데 내가 여기를 떠나야지 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명백한 진리이고 진실이다. 그래서 위로가 된다. 시간은 흘렀고 패트리샤는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며칠 안되는 시간 머무르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과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을 맞닥뜨렸다. 안녕, 나는 이제 갑니다. 그렇게 인사하고 그녀는 차를 타고 떠난다. 


내가 기존에 호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 그러니까 '호텔 주인이 된다면' 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는, 나는 언제나 호텔 주인이었고, 그러므로 늘 거기에 있었다. 호텔을 운영하면서. 상대가 어느날 우연히 내게 왔고, 시간이 흘러 체크아웃을 하거 떠났어도, 상대는 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그러나 상대가 원한다면, 상대는 언제든 원하는 때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나에게.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당신이 알잖아. 그러니 당신이 다시 오면 되는 거야. 그런데,


정말 그런가?


움직이는 건, 호텔은 운영하는 나여서는 안되는가?


패트리샤는 체크아웃을 한다. 이드리스는 호텔의 주인이다. 그러나 움직이는 건 이드리스였다.



<쉬 이즈 러브>가 호텔을 운영하는 전남편에게 의도치 않았으나 찾아갔던 여자의 이야기라면,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 [BREAKFAST IN BED] 에서 여주인공 '슬론'은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슬론이 운영하는 호텔도 작은 부띠그 호텔로 큰 저택 하나에 객실 몇 개만 두고 슬론 혼자 운영하고 있다. 객실 청소를 하는 것도 슬론이고 손님들에게 아침과 저녁을 내어주는 것도 슬론이다. 그 모든 청소와 요리가 모두 슬론 혼자만의 몫이며, 그동안 그런 식으로 운영이 되어 왔다. 문제 없었다. 이런 슬론에게도 나름의 철칙이 있었는데, 가족 손님 커플 손님 그리고 여자 혼자 온 손님은 받지만 남자 혼자 오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호텔 운영자 슬론이 싱글 여성이며 그 저택에 함께 머무르는 만큼, 괜한 말이 날까 저어됐던 탓이다.


















나는 성인 로맨스 장르에서 산드라 브라운을 가장 좋아했다. 산드라 브라운의 작품을 거의 대부분 읽었고 어떤 책들은 여러차례 읽었다. 산드라 브라운의 영어 책 breakfast in bed 도 번역본으로 숱하게 본 책이었다. 국내 제목은 [침대에서 아침을] 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번에 네덜란드 여행을 갈 때 이 책의 영어책을 가지고 갔다. 나는 영어책을 혼자 완독할만한 능력도 끈기도 없지만, 이번 여행에 꼭 영어책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단어를 이미 찾아두고 읽었던 적이 있는 샐리 루니의 책을 가져갈까 했으나, 아니, 이번 기회에 안읽은 거 읽어 보자 하고 산드라 브라운의 이 책을 골랐다. 번역본과 함께 두어야만 영어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번역본 이미 여러 차례 읽어두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챙겼던 거다.


유럽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알겠지만, 이동하는 교통수단 안에서 유럽 사람들은 책을 진짜 많이 읽는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들고 읽고 있다. 이번에도 기차 안에서 나는 종이책을 꺼내 들고 읽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어느날 숙소에서 이걸 얘기하니 이모도 맞장구쳐주었다. 그래, 정말 책 많이 읽더라, 하고. 한국의 지하철이나 기차안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리고 기차 안에서도 이 책의 영어책만큼은 계속 챙겼고, 다른 사람들이 읽는 걸 보고 좋아쒀~ 하고는 나도 읽기로 했다.



이 책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세상에, 그동안 읽었던 어떤 영어책보다 모르는 단어가 수천배로 나와서 속으로 쌍욕을 수만번 내뱉었지만, 그러나 내가 산드라 브라운을 그동안 아주 많이 읽었고 또한 이 책의 번역서도 여러차례 읽은 터라, 단어 아는게 고작 한두개 뿐인 페이지라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맥락, 맥락이 중요하다. 이쯤에서 그들은 긴장하고, 얼레리여, 야한 장면 펼쳐진다, 같은 것들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은 거다. 이번에 이 영어책을 읽는데에는 단어도 찾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단어 찾다가 내가 구십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짜 모르는 단어 수십만개..


자, 어쨌든 나는 번역서를 읽어 이미 내용을 알고 있던 바, 적어보자면,


슬론은 명문대를 나와 지금은 혼자서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저택을 호텔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슬론의 풀네임은 슬론 페어차일드 이고 이 호텔의 이름은 페어차일드 하우스. 예약이 들어오면 그 손님들을 위해 방을 내어주고 치워주고 식사를 마련해준다. 그런 그녀의 숙소에 어느 날,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카터'가 혼자 묵기 위해 찾아온다. 그녀의 그간 운영 철칙에 의해서라면 그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으나, 그러나 그는 그녀의 친한 친구의 약혼자이다. 그녀의 대학 시절 단짝 친구인 엘리자베스(사실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난다. 내가 지금 소주 한 병에 와인 반 병 마셔서 좀 취했는데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이 안나서 책을 펼쳐 뒤졌는데 글자가 눈에 안들어오니까 걍 엘리자베스로 일단 쓰고 넘어가자)의 약혼자인 것. 엘리자베스는 결혼했다가 사고사로 남편을 잃었는데, 남편의 친한 친구엿던 카터가 자신의 베프에 대한 책임감으로 엘리자베스와 그 아이들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슬론은 이 결혼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사랑이 아니라 어떤 책임감으로 이루어져도 되는 것인가 싶지만, 살짝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때 엘리자베스가 너무 딥빡을 쳐서 '너가 뭘 알아!' 해가지고 걍 입다물고 있었더랬다. 아무튼 그 카터가 지금 여기 슬론의 호텔에 한달 일정으로 머물기 위해 온 것이었다. 엘리자베스와 결혼을 앞두고 작품 하나 쓰던 걸 마무리 해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자꾸 엘리자베스와 아이들이 말을 걸어서 집중이 안되는 거다. 당신이 집중하기 위해서는 슬론의 호텔이 딱이에요, 거기서 아무 방해 없이 작품에 몰두해요! 해서 카터를 슬론의 호텔로 보낸 것이고, 슬론은 친구의 약혼자이니 그를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그러나 신의 장난은 짓궂었다.


카터가 너무 매력적인 부분. 세상 매력적인 부분. 게다가 카터에게 슬론도 세상 매력적인 여성.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거나 하는 그런 여성이 아니라, 자기 혼자 그냥 졸 매력 터지는 여성. 아니, 이렇게 매력 있는 여자에게 왜 애인이 없지? 궁금하다.. 그러면서 끌린다. 그 뒤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가 작품 속에서 여자가 이런 상황이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모르겠는데 한 번 해줄 수 있느냐며 갑자기 그녀를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서는 어떤 기분이야 이런거 물어보고 그걸 소설로 쓰고 그 과정에서 둘의 육체적 파장 엄청나게 퍼져나오고 서로 상대에게 육체적으로 겁나 끌리고 그래서 자꾸  둘만 있고 싶고 둘만 있게 되면 자꾸 막 만지고 쓰담쓰담 하고 싶고 자꾸 쪽쪽 빨고 싶고 그런데 우리 이러면 안돼 이래가지고 서로 안만나려고 하다가 다시 만나서 으윽 그럴 순 없어 난 너 너무 끌려 이래가지고 다시 막 이케저케 요케저케 막 그렇게 되어가지고 저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서는 안될짓까지 이러면 안되지만 이것은 트루 럽, 인생의 럽, 이렇게 되고, 그 과정에서 카터는 그간 베스트셀러 숱하게 내면서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러브씬을 완성하는 작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것은 언제나 어려웠는데 이번엔 잘된 것 같아. 


카터는 자신이 쓴 작품을 출판하기 전의 원고 상태로는 약혼자에게도 보여준 적 없지만 슬론에겐 읽어봐 이러면서 주고, 어때? 물어보니까 슬론이 어어머, 이건 우리의 이야기네? 막 이러고 ㅋㅋㅋㅋ 유치하기가 진짜 이를 데 없는 작품이다. 아무튼 그래서 둘이 격렬한 섹스를 주고받은 다음날 아침, 엄청난 비로 숙소 예약 다 취소되어서 그 호텔에 슬론과 카터 둘만 며칠 머무르게 되어가지고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이 섹스 저 섹스 막 한단 말이야? 하루는 아침을 카터가 준비해가지고 와서 -그래서 breakfast in bed 인듯- 먹으라고 주니까 슬론은 호텔 주인으로 항상 아침을 준비하다가 이 상황에서 감동이 눈물콧물 흐르는데, 카터가 주방은 치우지 못했다고 하는 거다. 아놔 ㅋㅋㅋ 그전에 슬론은 그의 바디를 보면서 모든 근육이 제자리를 잡고 있고 쓸모없는 게 없다고 감탄한 적 있었는데, 주방에서 계란과 베이컨 좀 굽고 주방을 치우지도 못하는 근육이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나요? ㅋㅋ 졸라 사랑에 빠진 여성은 지좋을대로 판단하는구나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엌 안치우고 아침 차려줬다고 생색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데 말이야.


게다가 섹스에 창의력 넘쳐나는 카터가 이 방 저 방에서 이 섹스 저 섹스 하자고 하니까 슬론은 아니 그 침대 시트 빨아야 하는 거 다 나잖아, 하면서도 그 창의력에 감탄에서 이 섹스 저 섹스 떠딜 닙다이.. 이케 되어버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왜 서로 좋은 섹스하고 쾌감 느끼고 빨래는 다 니가 하냐 이렇게 되었지만 여기서 아니야 나 겁나 만족 새티스.. 뭐더라. 만족이 영어로 뭐지?쓰려다가 지금 취한 나의 뇌가 기억을 거부한다. 새티스팩션? 아무튼지간에 그런 섹스를 막 하다가, 나중에 서점에서 유명한 독서 리뷰 칼럼니스트를 만나는데, 그 칼럼니스트가 슬론의 가슴을 보면서 카터에게 너 러브씬 형편 없었는데 이제 제대로 쓸 수 있겠네 같은 미친 개소리 해가지고 ㅋㅋㅋ 카터 빡쳐서 그 남자 때릴라고 하고 ㅋㅋ 아니 다들 너무 머저리 같다. 나 산드라 브라운 좋아합니다. 아니 그런데 이거 왜이렇게 이번에 읽는데 화딱지가 나지요? 아무튼 그 상황을 겪고 우리의 슬론은, 근데 세상이 보면 나느 불륜 상대지, 너의 정부지. 니가 결혼하는 거 나 아니잖아. 너랑 함께 사는 거 나 아니잖아. 니가 나 사랑한다고 해도 나는 너의 정부일 뿐이지. 당장 내 호텔에서 나가줘, 이러는 거다. 격렬 섹스 수십번 했으니 뭐 그것으로 된것인가. 살면서 그런 섹스 없었는데 경험해봤으니 이제 너 가라고 해도 아쉬울 거 없지 않나, 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끝날까요?  아니다.


다 아직 안읽었지만 나는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나는지 안다.


슬론은 호텔의 주인이고 그러므로 그녀는 호텔에 있다. 이때에 문을 두드리는 건 <쉬 이즈 러브> 의 이드리스처럼 호텔 주인이 아니라, 호텔 손님이다. 



나는 당신과 나의 관계를 놓고 보자면 호텔의 손님이기 보다는 호텔의 주인이고 싶다. 호텔의 주인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고 싶다.

그러나 당신과 나의 관계를 떠나서 보자면 호텔의 손님이고 싶다.



퇴사를 하면 퇴직금을 받아서 몰타로 어학 연수를 가고 싶다. 베트남에서 한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로테르담에서 2주 살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작은 부띠끄 호텔을 운영하고 싶다. 리셉션에 늘 머무르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나타나고 싶다. 일하는 직원으로부터 오늘 딱 그런 사람이 체크인 한 것 같아요 라는 속삭임을 듣고 싶다. 그 뒤로 리셉션에 나타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고 싶다.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양질의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 와인 가지고 그 룸으로 올라가고 싶다. 다음날 늦은 아침에, 태양이 뜨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그 방의 침실에서 눈뜨고 싶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쪽팔리겠지? 체크아웃하는 날이면 웃으면서 잘 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손님들을 맞이하고 룸 청소를 점검하고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싶다. 



이제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이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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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3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닛 저도 베트남에서 온갖 호텔을 섭렵하고 왔는데 이런 글은 왜 다락방님만 쓸 수 있는 것입니까? 호텔을 경영하고 싶다는 꿈을 안가진 저 자신을 지금 매우 치고 있습니다.
부디 퇴사한 다락방님이 작은 호텔을 운영하시기를..... 그럼 저는 어느 날 그 호텔에 묵다가 그 사람과 스테이크를 써는 다락방님 옆에서 ‘음 저 커플 분위기 있다‘이러면서 저도 스테이크를 썰고 싶사옵니다.

다락방 2023-08-14 08:27   좋아요 1 | URL
아니 저 이거 지금 읽어보는데 왜이렇게 길어요? ㅋㅋ 제가 어제 취중에 써가지고 ㅋㅋ 말이 많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잘 써보고 싶었는데 역시 취중엔 글을 읽지 않는게 나은것처럼 쓰지도 않는게 나은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09:21   좋아요 1 | URL
취중에 ㅋㅋㅋㅋㅋ 어쩐지
내려도 내려도 글이 멈추지 않아서 엥? 오늘 엄청 긴데? 했더니 ㅋㅋㅋ 술빨고 쓴 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9:51   좋아요 0 | URL
술 마시고 글을 쓰는 일은 지양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10: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내가 다락방 만나러 갈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10:44   좋아요 0 | URL
잠자냥 주사: 다락방한테 만나자고 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4 12:23   좋아요 0 | URL
그 사람 주사 참 귀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14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섹스 저 섹스 떠딜 닙다이...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저기서 저 구절이 생각날 수 있죠 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제가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8-14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4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4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8-1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샘 클라플린 주연의 <러브, 로지>에서도 맨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호텔 운영합니다. 꿈을 이뤘죠. 남주가 찾아옵니다.

˝... 음, 방이 필요해서... ˝
˝... 짐은? ˝
˝없어. 두고 왔어˝
˝그럼, 네 아내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호텔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이야기와 페이퍼가 가능하군요. 로테르담 숙소 진짜 근사하고요. 또 가고 싶다는 다락방님 소원이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저도 호텔에서 기다리고 싶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ㅋㅋㅋㅋㅋ 저는 룸청소와 아침 준비 때문에 호텔에 남는 사람 보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을 찾아왔다 떠나간 사람을 맡는게 나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할께요.

위의 산드라브라운 책 검색해보니 페이퍼백으로 나오는데 락방님 사진(네델란드 5)에는 그것보다 커보여서요. 진짜 가로 10.7센티인가요? @@

다락방 2023-08-14 16:06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러브, 로지> 까지 얘기할까 하다가, 최근본 것 두개만 해도 페이퍼가 징그럽게 길어져서 그만 ㅋㅋㅋㅋㅋ 아, 러브 로지 다시 보고 싶은데, 그것도 나름 중간 가슴 아픈 장면들이 있어가지고 못보겠네요. 러브, 로지에서 호텔 엄청 예쁘잖아요!! 아 다시 보고싶은데 가슴 아픈 시간들 통과하긴 싫다 … 호텔 찾아왔다 떠나간 님은 꽃향기만 남기고 가셨습니까? 돌아오세요. ㅎㅎ

단발머리 님, 가로가 유감스럽게도 10.7 센치 맞습니다. 제 가방에 지금 3주째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얼른 꺼내어 재봤더니 가로 10.7센치 세로 17센치 입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다 읽어야지 펼쳤다가 모르는 단어 수천개에 스트레스 받아서 또 닫아서 좀처럼 완독을 못하고 있네요? 하하하하하하하.(웃고있지만 눈물이 난다 …)

감은빛 2023-08-1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덜란드를 다녀오셨군요.
직접 묵었던 호텔 이야기와 여러 작품 속 호텔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내다니!
재미있네요. 호텔에 묵어 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제게 호텔은 비싸고 효능은 좋지 않은 곳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요.

다락방 2023-08-14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호텔 너무 좋아해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청소가 싹 되어 있는 것도 너무 좋고요. 호텔에선 무엇보다 조급한 마음 같은 것들이 좀 덜어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내 노동이 아니라 남의 노동으로 깨끗한고 낯선 곳에서 잠든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 신나요. 후훗. 그래서 저는 친구랑 가끔 서울에서 호캉스를 하기도 한답니다. 그냥 호텔에서 만나서 낮잠도 자고 티비도 보고 그래요.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는거죠. 그게 참 쉼이 되거든요.

사실 가능하다면 큰 체인 호텔을 운영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나 불가할 것 같으니 작은 부띠끄 호텔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뭐, 정말 하진 않을테지만 상상이지요. 훗.

달자 2023-08-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텔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자체가 주는 그만의 특별한 느낌이 있죠... ! 진정한 일탈이랄까 ! 다락방님 이번 글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3-08-17 09:03   좋아요 1 | URL
호텔 너무 좋지요? ㅋㅋ 저는 호텔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중에는 분명 호텔도 있습니다. 호텔 왜이렇게 좋지요. 호텔 들어가서 텔레비젼 켜고 호텔소개 화면 나오는 순간부터 그냥 막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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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품절


맥주 안주로 좋긴 하지만 나는 맥주를 잘 안마시고 너무 찝찌름하다. 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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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1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니….?

다락방 2023-08-13 22:35   좋아요 1 | URL
나 이제 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1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룽지가 왜 짜지?
누룽지는 누룽지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ㅋㅋ

다락방 2023-08-13 22:35   좋아요 1 | URL
김치볶음밥을 눌려가지고 짜요 ㅋㅋㅋ 이거 눌은밥으로는 못해먹을 누룽지, 술안주 누룽지 입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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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품절


여태 알라딘 간식들 중 가장 맛있고 만족도 크다. 다만, 봉지의 절반도 안되는 양 때문에 별 하나 뺀다. 진짜 맛있어서 너무 순식간에 다 먹어버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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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먹고싶다요. 그런데 왜 내가 먹고싶은건 품절이지?

다락방 2023-08-13 22:36   좋아요 1 | URL
이거 봉지 텅텅 비었어요. 아 정신없이 먹었네요. 강추입니다, 바람돌이 님!! ㅋㅋㅋㅋㅋ
 

정오에 식탁에서 에드워드는 여러 차례 연달아 빈정대며 묻는다. 그렇게 살짝 이 빠진 접시가 그의 앞에놓일 필요가 있는지. 세 번째 같은 질문에 에밀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접시를 잡아채서는 정원의 돌 위로 냅다 던져 산산조각이 나게 한다. 물질이든 영혼이든 한 치의 결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아버지,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또 한 번은 외양간 앞. 에드워드가 땀에 흠뻑 젖어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말을 피가 나도록 채찍으로 내리친다. 그 가혹한 형리를 향해 에밀리는 머리가 산발이 되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고, 깜짝 놀란 아버지는 채찍을 떨어뜨리고 물러선다. 성녀들의 분노는 악마의 분노보다 더 끔찍하다. - P27

"진리가 나의 고장이다. 그런데 여동생은 너무도 자주 회한의 고장에 산다." 에밀리는 이렇게 말하며, 비니가 겪는 고질적인 두통을 암시한다.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도 잘 보듬는 여동생이건만, 화염처럼 타오르던 장미꽃들 사이에서 도둑맞은 입맞춤에 대한 기억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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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에 대하여 쓴 잠자냥 님의 글을 읽고 나도 살짝 말을 보태보기로 한다.


내 경우엔 얼마전 필립 로스에 대한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에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필립 로스의 글에 감탄하는 쪽이다. 필립 로스가 좋으냐 고 물어보면 확신을 가지고 네! 라고 할 순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뛰어난 작품 《휴먼 스테인》을 읽고 감탄과 동시에 원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전이나 후에 읽었던 그의 작품들, 《울분》, 《에브리맨》, 《죽어가는 짐승》, 《포트노이의 불평》을 읽을 때만 해도 필립 로스에 대한 별 감정이 없었으나, 휴먼 스테인은 달랐다. 그 작품은 굉장히 뛰어나고 인간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모순적인지 궤뚫고 있는데, 동시에 작품을 통해 그가 얼마나 페미니스트를 우습게 보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에서 이렇게 뛰어난 문장들로, 이렇게나 글을 잘 쓰면서, 그러면서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그려놓다니. 그가 그 책에서 그려놓은 페미니스트는 이 세상이 페미니스트에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전형적인 바로 그 인물이다.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기 많은 남자 교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절망하는 여자. 그 작품을 읽을 때 나의 내적 갈등이 폭발했더랬다. 너무 잘 썼는데 그런데 왜 페미니스트를 … 그때만 해도 나는 그를 싫어한다, 그의 작품을 안읽는다 쪽으로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왜때문에, 《네메시스》를 읽었는가!!


물론 사람마다 글을 읽는 기준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니, 필립 로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네메시스에 대해 좋게 평하지 않을 수 있다. 인상적이지 않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안다. 나도 그 작품이 '내가' 읽었기 때문에 엄청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네메시스는, 나를 들켜버린 책이었다. 책에서 그가 보여주는 주인공의 성별은 남자였지만, 책 전체에서 남성적인 분위기가 넘쳐나지만, 그런데 그 남성이 나였다. 나는 그 남성이 남성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보편적 인간, 그러니까 '강한 신념을 가진' 보편적 인간으로 읽힌 거다. 즉, 나로 읽혔다는 거다. 아주 강한 신념을 가진, 그리고 신념대로 살려고 하는 바로 나.


필립 로스에게 감탄한 건, 그런데 그 '신념대로 살려고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선한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약자의 편에 서려고 하는' 이 흠잡을 데 없는 꼿꼿한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신념은, 그러니까 그것이 좋고 긍정적이고 선이라 해도 결코 선한 결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인간사를 그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옳은 신념 지키다가 똥되어버렸달까.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그걸 다 읽은 후에 내가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어쩌면 타협이 옳은 것이 아닌가


이런 고민을 숱하게 하게 된것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은 책이라고 믿는다. 책장을 덮고 나서 잊혀지는 그런 책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 쉬바 인생 뭐야, 인간 뭐야, 사는거 왜 이래, 어떻게 살아야 돼 막 이런 후폭풍을 가져오는 책이 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네메시스는 내게 정말 너무 좋은 책이었고, 그래서 필립 로스를 미워할 수가 없다. 야속하긴 하지만. 아니, 친페미니스트 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타인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가. 나 자신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내가 내 마음대로 됐으면 나는 슈퍼모델 … (먼 산)


















나 역시 어떤 책을 잘 읽고 좋아했다고 해서 그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호감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작가는 여럿인데, 그렇다고 그들과 만나고 싶다거나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싶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다만, 계속 써주었으면 하는 작가가 또 있지. 그게 누구냐면, 바로바로, 



리 차일드!!


나는 잭 리처가 너무 좋다. 잭 리처가 소설적 재미가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잭 리처가 불의를 보면 이를 악물도 뛰어드는 사람이라서 좋고, 어린아이 괴롭히는 사람에겐 바로 응징하는 사람이어서도 좋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데, 그 힘을 약자를 괴롭히는데 쓰는 게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데 쓰는 사람이라서 좋다. 잭 리처는 소설 속에서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별로 없는데, 그러니까 그가 역마살이 있어가지고 (응?) 책마다 다른 지역을 가고, 그렇게 가끔 섹스도 하지만, 아니 다 큰 어른이 뭐 이 사람하고 섹스할 수도 있고 저 사람하고 섹스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내가 잭 리처가 왜 좋냐면, 책을 읽다가 '으, 이 여자랑도 섹스하면 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너 좀 싫어질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면, 놀랍게도 그 여성과는 섹스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잭 리처의 윤리 감각이면서 동시에 리 차일드의 윤리 감각 이라고 생각한다. 그 감각을 가진 작가라면, 책을 더 써도 된다고, 계속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고 싶은 작가는 한나 아렌트 이다.

오래전부터 한나 아렌트가 말한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라는 구절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내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내가 삶을 살면서 점점 깨닫게 되는게 있었으니, 멍청하고 게으른 건 악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생각하지 않고 멍청한 것, 그리고 게으른 건,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멍청한 건 악이다, 무지는 죄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한나 아렌트의 구절이 훅 온거다. 아,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게 그것이겠구나!! 물론 한나 아렌트를 그 자체로 존경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스승을 능가해버린, 청출어람의 본보기인 한나 아렌트라는 존재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지 않았어도 이미 많은 여성들에게 롤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스스로 잘난 점이. 스스로 똑똑하고 스스로 잘나고 스스로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것만으로 한나 아렌트를 좋아했는데,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유하지 않는 것은 악이라는 말을 하다니! 내가 한나 아렌트의 책을 모으는 것은 바로 그 이유다. 그러니까,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다보면 결국 내가 가진 생각들과 놀랍도록 일치하지 않을까, 한나 아렌트가 하는 말을 내가 모르는 바가 없지 않을까 싶어진 거다. 물론 어려운 단어, 어려운 문장은 어렵겠지만, 한나 아렌트의 주장들을 내가 이해하는 순간 나는 한나 아렌트와 결합(?) 하지 않을까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를 이번 생에서 파보고 싶다.


















그럼 이제 퇴근 준비 해야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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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1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그 남성이 나였다에서 그만 지난번 말씀하신 가슴 달린 아재 다락방 이미미가 떠올라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재 다락방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3-08-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말 보탠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1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살짝 보탤라고 로스 얘기만 하려다가 리 차일드 튀어나오고 한나 아렌트 튀어나오고. 난리났네 난리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3-08-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립 로스 좋아하는데요^^ 필립 로스는 전부인에 대한 악감정이 소설 속 여성을 보는 시선에 종종 투영되곤 하는거 같습니다(제 추측)그래서 필립 로스 글은 불쾌한 면도 있지만...저는 로스옹이 막 화를 내면서 시원하게 싸지르는 글 스타일이 좋아서ㅋㅋㅋ계속 읽게된거 같아요 앗 근데 저 거의 모든 번역된 작품을 읽었는데 딱 네메시스만 안 읽었네요! 헐~

잠자냥 2023-08-11 17:48   좋아요 1 | URL
헐~ 남자 다락방을 어서 만나보세요.

망고 2023-08-11 17:51   좋아요 0 | URL
ㅋㅋㅋ넵 남자 다락방 저도 얼른 만나고 싶습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4 08:15   좋아요 0 | URL
저는 필립 로스가 정말 잘 쓴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야속합니다. 못쓰면서 여성혐오적 시선을 가졌다면 으레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잘쓰면서 그러니까. 후아-
아무튼 저는 필립 로스 안읽은게 아직 여러권 있고 그래서 마저 다 천천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훗.
망고 님은 남자 다락방을 만날 시간이군요!

물감 2023-08-11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께 <네메시스>를 소개했던 과거의 저를 칭찬합니다. 우후훗!

다락방 2023-08-14 08:15   좋아요 0 | URL
네메시스는 진짜 압권이에요. 너무 좋아요. 필립 로스의 소설 중에 가장 잘 썼느냐 물으면 저는 그보다는 휴먼스테인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네메시스 입니다. 신념을 가진 남자주인공 설정도 좋지만, 맨 마지막엔 진짜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 떠오르는, 압도적인 장면이었어요. 흑흑 ㅠㅠ

blanca 2023-08-11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로스가 여성차별주의자라고 느끼는 게 서구에서도 그런가 봐요. 여성 기자가 여성 혐오주의냐고 물어보는 인터뷰도 있어요. ㅋㅋ 필립로스가 그 질문에 화를 엄청 냈다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자기 변호를 하지도 않아요. 그것도 인상적이었어요. 필립로스 정말 잘 쓰죠. 저도 <네메시스>는 정말 끝장면에서 전율이...여튼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작품 자체도 대단하다, 그런데 여성관이나 실제 그 사생활 관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로 저도 결론은 내렸어요. 제 결론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요. ^^;;;좋은 이야기에 대한 다락방님 의견이 인상적이고 공감 갑니다.

덧붙여서 저는 여성을 제대로 차별적 시선 없이 그린 남자 소설가로..윌리엄 트레버를 떠올려요. 그런데 이 분은 사생활도 일치하더라고요. 이게 참 신기해요.

다락방 2023-08-14 08:18   좋아요 0 | URL
저도 일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너는 왜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하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페미니스트 싫어하는 거에 대해 당당하더라고요? 뭐랄까, 나중에 젊은 여성하고 연애하고 그랬던 거 보면 페미니스트와는 정말 멀 수밖에 없는 삶을 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위에 물감님 댓글에도 답했지만, 네메시스는 끝장면에서 소름이 … 정말 압도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크- 천재인가 싶었다니깐요. 앞으로 천천히 필립 로스 작품을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후훗.

독서괭 2023-08-1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스에서 시작해서 리차일드 칭찬하다가 한나 아렌트로 마무리.. 이 광범위한 독서!! .. 아니 한나 아렌트는 이제부터 파시는 건가요? ㅎㅎ
다락방님은 책 안 사겠다는 말 빼고는 언행일치 되는 분 같습니다ㅋㅋ

잠자냥 2023-08-11 22:41   좋아요 1 | URL
응? 정신 차려! 한나 아렌트로 마무리임 ㅋㅋㅋㅋㅋㅋㅋ 내 글하고 헷갈렸나 봄 ㅋㅋ

독서괭 2023-08-12 01:11   좋아요 0 | URL
헉 뭐지 제 손꾸락 ㅠㅠㅠ 죄성합니다;;

다락방 2023-08-14 08: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독서괭 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저를 푹 찌르네요. 책 안사겠다는 말 빼고는 언행일치 된다는. 언행일치 안되는 거 하나 더 있습니다, 독서괭 님.

다이어트 …………………………………orz

책읽는나무 2023-08-1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읽긴 읽어야 할 작가이긴 합니다.
전 <휴먼 스테인> 1권만 읽었었는데 (완독했었는지도 잘 기억나질 않네요)...확 잡아끄는 느낌은 받긴 했었는데 아마도 성적 묘사 부분에서 좀 싫었나? 암튼 진전시키지 못했다가 <에브리맨>이었나? 한 권이 얇아서 얼른 사서 읽었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아, 이래서 필립 로스라고 하는구나! 생각은 들었지만 역시나 성적 묘사부분이 너무 징그럽고 맘에 안 들어 거기서 멈췄네요. ㅋㅋㅋ
전 책을 읽어 보고 작가가 넘 징그럽고 싫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가가 필립 로스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아닌가? 또 있었던가?ㅋㅋ
근데 단발 님과 다락방 님의 묘한 반전 매력을 늘 말씀 하시니....^^

다락방 2023-08-14 08:30   좋아요 1 | URL
오, 너무 징그럽고 싫다는 느낌을 받으셨군요! 그 느낌이 책나무님에겐 정확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작품 혹은 어떤 상황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처음 느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책나무 님은 굳이 필립 로스를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는 징그러운 작가일 겁니다.

저는 인간의 깊은 내면-부조리함, 불완전함, 모순-에 대해 너무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해요. 욕하고 싶지만 마냥 욕할 순 없는 그런 작가요. 후…

바람돌이 2023-08-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로스는 딱 2권 읽었는데 그게 <휴먼 스테인>과 <네메시스>라죠. 근데 진짜 아는 만큼 보이는건지 저는 휴먼 스테인 읽으면서 필립 로스의 여성혐오 이런거 잘 모르고 지나갔던거 같아요. 이 책 진짜 대단하다면서 감탄에 묻혀버린 듯.... 그에 비해 오히려 저는 네메시스를 좀 평범하다 하며 읽었는데 역시 어떤 책의 감상은 그 때 나의 상황이나 앎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나 봅니다. ^^

저에게 다락방님의 필립 로스 같은 애증의 작가는 김훈작가예요. 저는 그분이 말하는게 너무 너무 싫은데 진짜 글을 너무 잘 써 아 미치겠다 이러면서 보는 작가. ㅎㅎ

리 차일드 계속 시리즈 써줘야 한다는데 강력하게 한표 아니 천표 던집니다.
근데 저는 더 좋아하는 시리즈가 <링컨 라이>인데 이 작가의 여성관 또한 굉장히 멋지거든요. 뒤로 갈수록 더 멋져진답니다. 그래서 늘 기다리는데 신작이 나온지 어언 몇년인지...... 한국에 번역이 안돼요. ㅠ.ㅠ

다락방 2023-08-14 08:33   좋아요 2 | URL
네메시스는 마지막 장면이 진짜 끝내주거든요. 현재의 주인공의 모습과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주인공의 모습을 겹쳐버리는 장면인데 진짜 너무 감탄이 나와요. 와 대단하다 싶고요. 물론 저는 신념을 가진 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말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 때 나의 상황이나 앎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맞죠. 제 경우엔 링컨 라임 시리즈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본 컬렉터>에서 여주가 티셔츠 벗고 브라만 입고 같이 자는 장면에서 영 별로였거든요. 편하게 자려면 브라를 벗고 티셔츠를 입고 잘텐데 티셔츠 벗고 브라만 입고 자다니. 이거야말로 남자 작가의 환상 아닌가 싶어서요. 그 장면에서 에이… 했었어요. 그래도 다음 시리즈 읽어보려고 몇 권 더 준비해두었답니다. 후훗.

김훈 작가에 대한 애증은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시는데 저는 김훈 작가의 책 몇 권 읽었지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해서 말이죠. 그래서 저는 김훈을 마음 놓고 싫어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게 너무 싫은데 글도 안좋아서 말이지요? 내적 갈등 없이 싫어할 수 있어요. 아하하하하.

은오 2023-08-1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어아ㅏㅏㅏ아ㅏㅏ 넘 궁금하잖아요!!!!!!!!! 단발님과 다락방님이 감탄하는 작가라니!!! 네메시스.. 접수.... 다락방님이 읽으셔서 좋았던거라고 하셨지만 전 다락방님이 궁금하기때문에..

다락방 2023-08-14 08:34   좋아요 0 | URL
뭐랄까요,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그런데 그렇게 옳은 방향으로만 가지마, 라고 잔소리하고 싶어지는 캐릭터가 네메시스 안에 있습니다. 흑흑 ㅠㅠ 접니다. ㅠㅠ 게다가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도적이에요. 크-

야클 2023-08-1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잭 리처가 좋은 또 하나의 신선한 시각! ㅎㅎ

다락방 2023-08-14 08:35   좋아요 1 | URL
야클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