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월요일이다. 월요일은 무슨 날? 책탑 사진 올리는 날..
새 책이랑 중고책이랑 섞여 있는데, 이번에는 굿즈로 데스크 매트도 받았다.
굿즈 웬만하면 선택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대부분 그냥 쓰레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런데 굳이 데스크매트를 받은 까닭은, 내 방 책상 위에 데스크매트를 깔아두면 책상 정리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까는 과정에서 책상을 좀 정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책상이 좀 더 책상다워지지 않을까 .. 라는 생각. 그래서 받았는데, 문제는, 그러나 저 데스크매트는 저렇게 비닐포장된 채 그대로 책상 위에 얹어져있다는 거다. 다른 책들과 함께. 아아, 나여. 뒤메질 라이프..
나는 왜 내 책상에 있어서는 이토록이나 한없이 게으른가.
나는 요즘 게으름에 대해 생각한다. 살다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당연히 다양한 성격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의 내 책상은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지만, 그러나 공동이 쓰는 공간에 대해서라면 그렇지 않다. 정리되지 않은 건 정리하고 조금이라도 지저분하지 않게끔 언제나 신경써 청소도 하는거다. 왜냐하면 나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니까. 나 혼자 쓰는 물건들이 아니니까. 우리가 함께 쓰는 공간이라면 우리가 함께 깨끗하고 깔끔하게 쓰는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정리정돈을 못해도 누군가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그런 마인드로 대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사람들은 다 나와 같지 않고, 본인의 책상 위는 깔끔하지만 공동 공간에 있어서는 아무런 신경을 안쓰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그것을 게으름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기도 하고 하루를 계획적으로 잘 사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한 몸을 들여다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성실한 사람이냐 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 사람이 화장실의 두루마리 휴지를 다 써놓고 그대로 나간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일까? 나는 그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으름. 공동이 쓰는 공간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고, 다쓴 두루말이 휴지를 새로 꽂아놓지 않고 몸만 쏙 빠져나가는, 그런 게으름. 일단 나만 깔끔하면 되는 그런 게으름. 다음에 올 사람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그런 게으름. 나는 그런 게으름을 자주 목격하게 되고 그리고 나는 그런 게으름을 가진 사람이 싫다. 나는 그것을 게으름이라 생각하고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일들에 대해서 무신경함. 그것은 게으름이고 나는 그게 너무너무 싫다. 그거 별 거 아닌 일인데 뭐,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거 별거 아닌데 늘 다른 사람이 하게 만드는 거. 그게 진짜 너무나 싫다. 양말을 벗어서 뒤집어놓지 않고 세탁기에 던져버리는 그런 게으름, 밥을 먹고 나면 몸만 쏙 빠져나가는 그런 게으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굳이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아예 무관심한 그런 게으름. 요즘은 그런 게으름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한편 나는 점점 더 고독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싫은게 너무 많아져서.
아무튼 데스크매트 아직 포장도 풀지 않았다는 얘기다.
언제 풀지?
아마도 내 조카가 온다고 하면?
조카는 내 책상 지저분한 거 잔소리 하기 땜시롱, 온다고 하면 내가 부랴부랴 내 책상 치운다 ㅋㅋㅋㅋㅋ
데스크매트 깔린거 보면, 이모 이거 뭐야?! 하겠지.
지난주에는 나 없을 때 왔다 가면서 이모 책장 달라졌더라, 민음사 책장에 없던 책들 보이고 이모가 좋아하는 뱀파이어 시리즈 세로로 꽂혀 있었는데 가로로 꽂혀있어! 하길래, 응 이모가 책을 어떻게든 더 넣어볼려고 진열을 바꿔봤고, 데미안은 읽어볼라고 샀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카야.
자, 산 책들을 보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는 이주헤 작가의 단편집이다. 얼마전에 이주혜 작가의 단편 하나를 처음 읽고 장편을 읽어보고 싶어져 《자두》를 사서 읽었더랬다. 자두까지 읽어보고나니 이주혜의 글은 앞으로 관심있게 계속 읽어봐야지, 하게 되더라. 그런참에 신간이 나온 것. 글을 계속 읽어보고 싶은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그 책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터. 그렇게 슝- 이주혜 작가의 신간을 샀다.
《단정한 실패》는 요가에세이. 사실 요가 에세이 그동안 몇 권 읽었고 그래서 이제 딱히 관심이 사라졌는데, 이 책을 먼저 읽고 있는 동생이 요가 가기 전에 갈등하는 장면에서 내 생각이 났다는 거다. 어디어디, 요가 가기 전에 나같은 사람이 또 있어? 하고 샀다. 하이파이브!!
《공부의 위로》는 요즘의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게 공부라서 샀다. 공부, 너무 좋지 않은가? 아니 공부 좋은거 진짜 어릴 때 알았으면 내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는데.. 왜이렇게 늦게 알아가지고. 왜 어릴 때는 공부가 다 잔소리 같고, 고삼때조차도 '공부한다고 내 잠을 덜 자는 일은 하지 않겠어!' 이러면서 밤 한 번 새워본 적도 없다. 하아- 나는.. 맨날 뭐 그렇게 혼자 잘나가지고 ㅠㅠ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는 얼마전 티비를 통해 히틀러가 아이 공장을 만들었다는 걸 보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히틀러의 악행이야 말해 뭐하나 싶지만, 유대인 학살뿐만 아니라 우수한 백인 아이를 더 만들어 내려고 했다는게, 그런 아이들로만 국가를 만들고 싶어했다는 게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악으로 느껴지는거다. 나는 여기에도 게으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어떤 마음을 가질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 게으름. 그래서 게으름은 무지를 불러오고 악으로 이어진다는 거다. 게으름, 그러니까 오늘 아침 내가 늦게 일어나는 그런 게으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해 불편이나 고통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게으름, 그것이 진짜 너무너무 싫다. 게으름과 무지와 악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톨락의 아내》는 그냥 샀다.
《교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기 위한 도서로 준비해두었는데, 이렇게 준비는 잘만 해두고 읽지는 않아서 참 큰일이네..
《리슐리외 호텔 살인》은 언젠가부터 장바구니와 보관함을 왔다갔다 했는데 중고로 등록됐길래 샀다.
《인종 토크》는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읽어볼 인종에 대한 책이라 샀다.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몸으로 감각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공부가 나의 화두인만큼 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페미니즘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페미니즘의 경우, 나는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보는 눈을 완전히 다르게 해주는, 그러면서 공부하는 사람 자체를 더 단단히 만들어주고 더 깊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하는데,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고 그 공부가 깊어지게 되면서 그 사람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은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보다 사유가 훨씬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확신이고, 그리고 그런식으로 사유가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게 가능한 또 하나의 지점은 바로 인종에 대해 공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간혹 흑인의 입장에서 특히나 흑인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걸 듣노라면 거기에는 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사고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으로 살아온 입장에서 보는 세상, 그들의 통찰은 다른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기에 충분하고, 나는 그래서 그들의 말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이 책의 저자가 흑인 여성이더라.
《돌보는 사람들》은, 내가 돌보는 사람의 입장이 될것이기에 읽어보고 싶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돌봄 노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기혼 여성은 자녀를 돌봄으로써 돌봄노동을 실천하지만, 나의 경우는 비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느껴왔었다. 얼마전까지는. 그러나 형제들중 유일한 비혼으로써 늙어가는 부모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게 내게 있더라. 어느 순간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거였지만,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내가 부양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늙어가시고 그럴수록 몸도 쇠약해지시고 세상에 적응하는 것으로부터도 점점 멀어지신다. 그게 내가 키오스크와 영어 간판, 영어 메뉴판에 분노하는 이유다. 어떤 사람들을 자립할 수 없게 한다. 혼자 지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게 만들고 제약을 만든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니면 하지 못하고 가지 못하는 곳이 점점 더 많이 생기고, 그래서 나는 가급적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작은 즐거움을 많이 드리자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에는 좀 지치기도 한다. 아니, 좀 자주. 가끔 도망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얼마전에는 한 친구가 자신의 어머님이 수술을 하시게 됨을 알려왔는데, 나의 아버지도 다음달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 다른 친구들을 만났는데 역시나 부모님이 수술하셔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왔다. 이런 것이다. 돌봄노동은 앞으로 나에게 닥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는 제목이 너무 뻔해서 안사려고 했다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서재에서 보고 오 괜찮은데? 하고 읽고 싶어져 샀는데, 막상 책 실물을 보니 너무 읽기 싫게 생겨서 좀 고민이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도 왜 내 보관함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튼 중고 등록됐길래 샀다. 왜있니, 너는?
《이중 구속》은 어떤 트윗을 보고 검색해보게 되었는데 아니 절판인거다. 절판이라니.. 사고싶네? ㅋㅋㅋ 그런데 중고가 있길래 샀다. 이상한 사람의 마음, 아니 나의 마음...
《비밀의 계절 1,2》는 지난주에 만난 친구가 추천해주길래 샀다. 내가 남동생이 맨날 스릴러만 읽는데 어쩌다 《스토너》읽고 좋아했다고 말했더니 그러면 이 책을 읽어보라 하라는거다. 오, 그래? 그래서 친구 앞에서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이것도 중고가 있는거예요. 잽싸게 샀죠.
《홉스 리바이어던》은 정희진 샘 책을 보고 사게된건데,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60선 앞으로 차곡차곡 모으는게 내 목표다. 이딴 목표, 갖지마!!
어휴, 다음부터는 책 조금만 사야겠다. 많이 사니까 글을 많이 써야 돼서 너무 힘드네. 헉헉.
아, 그리고 얘들아 이것 봐봐. ㅋㅋㅋ 내가 아이큐 검사 돈 내고 봐야돼서 결과 안보고 있다고 했잖아? 그랬더니, 메일이 또 온거다. 야, 너 머리 좋다니까!! 꼭 봐!! 이러면서.
'정말 높습니다!' 라고 하니, 너무 보고싶고 궁금하잖아? 그러나 이것은 이 업체의 상to the술! 나는 넘어가지 않아! 그래서 결과보기를 안했단 말이야?
그런데 다음날 이런 메일이 왔다.
뭐라고? 50프로 할인된 가격으로 결과를 보라고? 정말 금액이 절반으로 두동강 나있었다.
19,990 원이었던 것이 9,995원이 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참으로 어이가 없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너 머리 좋다로 꼬시는데 내가 안넘어가는거지. 그러니까 안되겠다, 가격 인하해줄게 봐봐, 이러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이 결과 봤냐고? ㅋㅋ 안봤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천원대로 내려가면, 그 때 내가 생각해보자. 나 안봐도 잘 살아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거 이렇게 가격 깎아주는데 정가 내고 본 사람들이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빡칠까..... 껄껄.
그리고 아홉번째 원서를 완독했다, 나란 사람..
《The Cost of Living》이 이번에 완독한 아홉번째 도서. 그리고 완독한 아홉권은 이런 책들.
아, 페이퍼 그만 멈춰야 되는데, 하나만 더..
트윗을 통해 이영지 가 크리스토퍼를 게스트로 초대해 인터뷰한 걸 보게 됐다. 평소 이영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이영지의 유튭도 본 적이 없는데, 아니, 크리스토퍼라고?! 그렇게 나는 크리스토퍼를 보기 위해 그 영상을 재생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가 내 생각보다 더 괜찮은 남자인 것 같아서 좋았다. 그냥 잘생기고 잘생긴 가수인줄로만 알았지, 오직 나약한 남자만이 강한 여자를 견딜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남자인 줄은 몰랐지. 물론 어떻게든 강한 '남자'를 찾으라고 하는 것은 이성애..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어쨌든 크리스토퍼가 내 생각보다 괜찮은 남자로 보여 흐뭇했는데, 무엇보다 놀란건,
이영지의 영어 실력 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영지 영어를 너무 잘하는거다.
내가 알기론 해외 유학파도 아니고 살다온 사람도 아니고 교포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그러니까 영어가 뭐랄까, 되게 자연스러운 영어이고 브로큰 잉글리시 인것 같기도 하고, 가끔 단어가 생각안나서 고민하기도 하지만, 진짜 너무 잘하는거다. 막하는 것 같은데 너무 잘해! 오죽하면 크리스토퍼가 귀에 꼽고 있던 동시통역 이어폰을 빼면서, 너의 영어가 너무 퍼펙트해서 이걸 빼도 되겠어, 하더라. 크-
이영지 자신의 영어로 게스트와 대화하고 웃고 농담하고.. 대박이었다. 그 때부터 내게 목표가 생겼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영지만큼만 하자!! 그 길은 멀고 험할 것이나...
영어를 잘하고 싶어졌다. 이영지 너무 멋져! >.<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