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반드시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일 때문에 저기 먼 데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그러나 회사에 휴가를 길게 낼 수 없어 그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은 회사 일이 아니라 그렇다고 내 일이 아니라, 내가 아는 그 사람에 관련된 일이었다. 그게 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데 반드시 내가 해야 했다. 나만이 할 수 있었다. 내가 그 능력과 내가 그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훌쩍 그곳으로 급하게 갔지만 그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그는 큰 빌딩의 한 층에 살고 있었고 그곳에는 나의 상황과 나의 마음을 알아 나를 도와주고자 하는 친구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라디너였다.) 친구는 나를 맞아주고 내가 일을 해결하게 도와주었다. 나는 그곳에 있었던 만큼 그를 만나고 싶고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여기에 있음을, 여기에 와 있음을 그에게 알리는 것 뿐이었다. 우연인 척 내가 여기 있음을 그에게 알릴 수는 있었지만, 한순간 우리는 마주쳤지만 인사도 할 수 없었고 나는 얼른 두려운 마음에 돌아섰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그가 내일 캠핑을 가서 하루 자고 올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내일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건가. 내가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기에 다시 오게 될지도 알 수 없고 온다면 언제 올지도 알 수 없는데, 오늘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데 이렇게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건가. 나는 초조해졌다. 그와 나 사이에는 문이 있었다. 나는 문 밖에 있었고 그는 문 안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것은 나에게나 용기이지 상대에겐 실례일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문을 두드릴 수도 열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문을 열고 나온다면 우리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오늘을 이야기로 마무리 할 수도 있을 터였다. 나는 우연을 기대했다. 그와 내가 마주칠 우연. 그것만이 우리를 잠깐의 만남으로 혹은 대화로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우연에도 의지는 필요했다. 우리가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을 위해서는 문 안의 그가 문을 열고 나오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필요했다. 그 의지는 그러나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었으니까. 그의 의지까지 내가 어쩔 순 없는 것이었다. 어쩌지, 이 밤이 끝이다. 이 밤이 지나면 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주하지도 못한 채로 나는 잠에서 깼다.




깨고 나서 한참을 마음이 아팠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줘보지 왜 벌써 깼을까. 조극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르는데. 너무해. 언제 꿈을 깨버릴지 모르니 나는 진작에 용기를 냈어야 했던걸지도 모르겠다.  어떤 용기는 너무 늦다. 너무 늦으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다.


이 슬픔 꿈을 꾸며 뒤척이게 됐던 것은 최근에 읽은 <NORMAL PEOPLE>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난주 분량을 읽으면서 너무 아팠는데, 아마도 그래서 나는 이렇게나 슬픈 꿈을 꾸게 된 건 아닐까.

















대학에서 재회한 메리앤과 코넬은 다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니네 같이 자는 사이지? 물어도 부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메리앤도 코넬도 서로와 있을 때 자신이 가장 자신다워진다는 것도 안다. 우린 역할극을 할 필요가 없이 서로에게 편하게 녹아든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코넬이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코넬에게 근무 시간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 장사가 잘 안돼 언젠가 문을 닫을 것이라 짐작 했지만 이렇게 코넬의 근무 시간을 줄여버리면 버는 돈이 더 적어진다. 지금도 친구랑 사는 방값을 간신히 내는데 이를 어쩐담. 대부분의 날들을 메리앤의 집에 가서 시간을 보냈고 그 때 메리앤이 식사값도 댔고 맥주도 샀다. 영화티켓도 메리앤이 결제한다.

메리앤은 이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한 적도 없고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고, 그걸 코넬도 안다. 그리고 지금 방값을 더이상 낼 수 없어 메리앤에게 '나 다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너랑 좀 지내고 싶은데'하면 메리앤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러라고 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말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둘이 만나고 또 오래 함께 지내는 사이여도 좀 어렵다. 메리앤은 돈 걱정 없이 살아온 사람이고, 계층이 다르다고 코넬은 느끼는 터라, 그 말을 꺼내는 것은 큰 마음먹기가 필요하다.


나는 롯데리아에 앉아 미숫가루를 시켜 먹으면서 이 부분을 읽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나의 노동자모드가 장착되는 걸 느꼈다. 이상하다, 이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왜 어떤 사람은 일을 하는데도 방값을 낼 수 없을까. 왜 어떤 사람은 일을 하지 않는데도 맥줏값이며 밥값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을까. 돈을 쓰려면 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벌려면 노동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왜, 노동하는 코넬은 돈이 없고 노동하지 않는 메리앤은 돈이 있는걸까. 왜. 왜 노동하면서도 비참함을 느껴야 하지? 왜?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왜 세상은 이따위지? 


이건 비단 코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그걸 '금수저'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돈을 갖고 있다. 굳이 노동하지 않아도 매일 노동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더 좋은 것을 사고 더 맛있는 것을 먹는다. 어떤 사람들은 노동하지 않아도 게속 큰 돈이 들어오고 어떤 사람들은 노동해도 먹고 살기가 힘들다.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열심히 노동하는데 왜 비참해야 하지. 열심히 노동하는데 왜 아쉬운소리 해야 하고, 열심히 노동하는데 왜 빈부격차를 느껴야 하지? 왜?



자, 코넬은 어렵지만, 메리앤에게 얘기한다. 코넬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나는 룸메의 집에서 나와야 하고 렌트비를 벌 때까지 너랑 좀 있고 싶은데, 였다. 그러면 다음 수순은 당연히 메리앤의 '그렇게 해' 였다. 


Hey, listen. By the way. It looks like I won't be able to pay rent up here this summer. Marianne looked up from her coffee and said flatly: What?

Yeah, he said. I'm going to have to move out of Niall's place.

When? said Marianne.

Pretty soon. Next week maybe. -p.123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있잖아, 나 이번 여름에는 렌트비를 댈 수가 없어. 나의얼의 집을 나와야 해. 다음주에는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 라고 코넬이 말한다. 그러나 그 다음의 상황은 코넬의 짐작대로 되질 않는다.


Her face hardened, without displaying any particular emotion. Oh, she said. You'll be going home, then. -p.123


메리앤은 코넬의 말에 '우리집에서 있어'라고 하질 않고 '오, 그러면 너는 너네 (엄마가 있는)집으로 가겠네' 라고 하는거다. 이에 코넬은 당황한다. 이게 아닌데. 그런데 거기다 대고 이제와 자신의 뜻을 밝힐 수가 없다. 코넬은 숨이 막히는 걸 느끼면서 '응 그렇겠지' 한다. 메리앤은 자신이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보면서 '너 그러면 9월에 돌아와야겠네' 하고 코넬은 그렇다고, 학교는 계속 다닐거라고 말한다. 



So you'll only be gone three months.

Yeah.

There was a long pause.

I don't know., he said. I guess you'll want to see other people, then, will you? -p.124



너 3개월 동안 없네, 하는 메리앤의 말과 이어지는 잠깐 동안의 침묵. 그리고 코넬은 자신이 옆에 없을 그 3개월의 시간동안 메리앤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을 한다. 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을 수도 있겠지? 


Finally, in a voice that struck him as truly cold, Marianne said: Sure. -p.124



그래서 둘은 헤어진다. 둘다 헤어질 생각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는데 한순간에 헤어지게 된다. 둘다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다는 것도 알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너같은 사람은 없어' 라고 하면서도 헤어지게 된다. 코넬은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울고 싶어한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진행되었지? 너무 울고 싶다. 이게 아닌데. 그런데 너무 늦었어. 아니, 언제 늦어버린거지? 왜 늦었지? 울고 싶다. 그리고, 나도 울고 싶다. 이 짧은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이, 흐름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마음과 다른 말들을 하게 되는 그들이 너무 아파서.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만약'은 부질없다지만, 만약 코넬이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면, 만약 코넬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돈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도 된다. 굳이 힘들게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사실 나 렌트비가 없어, 라고 말을 꺼내는 일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그런데 상대가 '그러면 너 집에 가겠네?' 라고 해버리는데에야 더 어떻게 대응한단 말인가. 


메리앤으로서도 당황했다. 메리앤이라고 이 모든 일들이 쉽고 좋았던 게 아니다. 만약 메리앤이 들은 말이 '나 렌트비가 없어서 나와야 돼' 가 아니라, '나 렌트비가 없어서 머물 곳이 필요한데 너랑 같이 있어도 될까?' 였다면 메리앤은 거침없이 고민없이 그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메리앤이 들은 말은 렌트비가 없어서 집을 나와야 한다는 거였고, 메리앤으로서는 그 말에서 '나랑 있고 싶어한다'는 걸 캐치할 수가 없다. 왜? 메리앤으로서는 이미, 코넬이 자신을 부정했던 시간들을 갖고 있다. 자신을 만나면서도 자신을 만난다는 걸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코넬을 알고, 자신을 만나면서도 졸업파티에는 다른 여자를 데려갔던 코넬을 안다. 메리앤은 코넬을 좋아하지만 코넬이 자기가 좋아하는 크기만큼 자기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나랑 있자' 라고 하는 데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감히 거기까지 생각할 수도 없다. 코넬이 나랑 머물고 싶어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메리앤으로서는 할 수가 없다. 그들에겐 그들을 감추고자 했던 코넬이라는 과거가 있다. 


결국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들은 어긋난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그만큼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것 같아. 따지고보면 그들은 이제야 비로소 같이 자는 사이냐, 만나는 사이냐에 '그렇다'를 할 뿐, '우리는 연인이다' 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네 연인이지?' 라는 물음에는 '아니야' 라고 말하니까. 오픈 릴레이션십? 하아- 그건 결국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게 만든다. 어디서 쿨한 척이야 쿨한 척은. 세상에 쿨한건 없다니까? 쿨한 척 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만약 코넬이 메리앤의 사랑을 확신했다면 그리고 메리앤이 코넬의 사랑을 확신했다면 이들은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이들이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한마디를 더 할 수가 있었다.


나 갈 곳 없는데 너랑 있게 해줄래? 였다면 메리앤은 응, 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코넬에겐 좀 더 자신감과 확신이 필요했다.

나 갈곳 없는데, 라는 말을 들은 메리앤이 코넬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걱정하지 말고 나랑 있어' 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랑 있자는 제안이 그에게 부담이 될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고, 나랑 있는 걸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서 거절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었을 테니까. 그들이 진작부터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고, 코넬은 아이처럼 울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이제 그들은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한것이다. 맙소사.

게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라니. 만약 코넬이 3개월간 기다려줘, 라고 했다면 메리앤은 응 이라고 했을 거다. 메리앤으로서도 다른 사람 만나고싶지? 라는 말을 들은게 얼마나 아팠을까. 물론이지, 라고 답을 하는 그 마음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그런 말을 들을거라고 메리앤도 생각하지 못햇을 것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잘못했고 그런데 서로를 탓한다.


메리앤은 헤어지고난 후 결국 '내가 맥주며 밥이며 다 사줬는데 날 차버리네' 라고 생각하고

코넬은 헤어지고난 후 결국 '다른 사람 만나고 싶어서 나랑 헤어지길 기다렸네' 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이렇게나 어긋날 일인가. 그런데 이 어긋남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보면, 거기엔 빈부의 격차가 있는 거다. 이 사랑이 헤어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게 아주 크지만, 그러나 애당초 서로에 대한 확신을 확인할 필요가 뭐가 있느냔 말이다. 같은 정도의 경제적 상황이었다면 확인하고 점검하는 순간 조차 필요가 없었을텐데. 사귀는 동안엔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헤어지고 나면 너무나 명백한 헤어지는 이유가 된다. 코넬은 렌트비를 댈 수 없었고 결국 그 일은 '너 다른 사람 만나고 싶겠네?' 라는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아 너무 아프다. 진짜 너무 아프다. 나는 너무 아팠다. 코넬이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울고 싶다고 했을 때,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됐지? 라고 절망할 때 같이 절망했다. 게다가 롯데리아의 미숫가루라떼는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이 없었다. 정말 맛없었다. 여러분 먹지마요, 비추비추. 



사랑이 너무 어렵다. 사랑은 너무 어렵다. 사랑은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더 어렵다. 우리의 모든 상황이 비슷했다면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을텐데. 한쪽은 돈이 너무 없고 한쪽은 돈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든 삐끗한 결말을 맺고야 만다.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 사이가 나빠지면 바로 그 문제가 된다. 내가 돈 다 썼는데 날 버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그렇지만 사귀는 동안 너무 좋았잖아. 일 끝내면 내 집으로 와서 나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섹스도 하고 서로를 품에 안고 잠드는 시간들이 좋았잖아. 그러면 그냥 응 맞아 우리 사귀어, 우리가 연인이야, 라고 했으면 좋았잖아. 그랬으면 우린 연인이야 라는 서로에 대한 소속감이 있었을 것이고, 나는 저 사람의 연인이고 저 사람은 나의 연인이다 는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고 이 빵꾸똥꾸들아.


코넬은 왜 일을 해도 돈이 없을까. 왜. 세상은 뭘까.

그리고 이 철없는 젊은이들이여. 너네 연인이야? 라는 물음에는 왜 계속해서 아니라고만 해? 심지어 코넬은 엄마가 너네 헤어졌니? 라는 물음에 우리 사귄적 없다 라고 해버린다니까. 도대체 뭐하는 시추에이션이니, 너네... 그런 한편, 그러나 우리가 사귀는 것을 메리앤의 집에선 허락하지 않을거야, 우리에겐 계급 차이가 있으니까, 라고 코넬은 생각한다. 너가 부자이고 내가 가난한 것, 이것은 사랑이라고 해도 극복하기 힘든 문제이다 나는 우린 계층이 다르다고 생각할만큼 부자 남자를 만난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어마어마한 부자, 그러니까 그레이 같은 부자를 만난다면 어떤 마음일까? 계속 일할 것이다. 사랑이란 건 어느 순간 돌변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얘들아, 부자 연인 만나도 일을 놓지마.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갈 길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해!!



자, 이들 관계의 종료는 누가 말한걸까. 이 관계의 끝은 누가낸걸까?

코넬로서는 이 관계의 종료를 메리앤이 선언한 셈이다.

메리앤으로서는 이 관계의 종료를 코넬이 선언한 셈이다.

'우리 그만 만나자' 라는 말을 한 사람이 상대를 찬 게 아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면, 종료의 말은 내가 했을지언정 종료 자체는 상대가 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 상황도 그 말도 모든게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코넬로서는 이 관계의 종료를 메리앤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메리앤이 원한건 이 관계의 끝이 아니었다. 메리앤으로서도 이 관계의 종료를 코넬이 했다고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러나 누구보다 메리앤과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 코넬이다.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더 오해를 자주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오해는 결국 우리를 아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만든건 상대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신이 행한 우리의 오해이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의 후속편 <일곱 번째 파도> 생각도 났다. 에미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에미의 행복을 위한게 무엇인지 레오는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에미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 이 점을 레오는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을 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 자신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유감이고 불행이에요. 기회를 놓쳤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p.242)








메리앤과 코넬은 상대에게 가장 좋은 길을 생각한다면서 결국 상대에게 가장 좋은 길을 내던지고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그들 자신이 가장 좋은 길이다.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 점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그러나 그들은 아직 젊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빨리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고작 대학생이잖아. 아직 대학생이잖아. 나를 봐, 나는 여전히 기회를 놓치잖아.



나 역시 어떤 오해로 상대의 손을 놓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아마 상대 역시 어떤 오해로 나와의 관게를 종료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에미는 자신에게 좋은 길을 알았다. 나 역시 나에게 좋은 길을 알았다. 에미의 상대도 그걸 몰랐고 나의 상대도 그걸 몰랐다. 유감이고 불행이다.



샐리 루니를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러고보면 샐리 루니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빈부 격차를 표현했다. 이미 모든 걸 다 갖춘 삼십대의 남성과 아버지가 용돈주는 걸 까먹으면 밥값도 없는 대학생 여주인공. 어쩌면 샐리 루니가 천착하는 것은, 이 사회의 빈부격차로 인해 어긋나는 관계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빈부격차이지만, 그 빈부격차로 인해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결국 관계의 종료를 선언하는 일. 종료를 바란 적 없으나 종료가 되었던 일.



메리앤과 코넬이 너무 슬프다. 바보들, 이 바보들아!!!




토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났다. 코로나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 지적인 대화가 늘 그리웠던 터, 친구1은 자리에 앉자마자 한나 아렌트 얘기를 꺼냈고, 친구2는 헤어지는 순간에 양자 역학 얘기를 했다. 저기, 친구들아, 내가 지적인 대화를 원했지만 이렇게까지 지적인 걸 원한 건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잔나비 최정훈을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 어려서... 좀 거시기하지만 소울메이트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이 노래 들어보니 이 가수는 아마도 시집을 종종 읽는가보다 싶다. 감성은 나랑 결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좋은 소울메이트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소울메이트 필요하면 (비밀)댓글 달아주세요. 저는 진짜로 엄청나게 좋은 훌륭한 소울메이트가 된답니다? ㅋㅋㅋㅋㅋ 세상 천지 다 뒤져봐라, 나같은 소울메이트가 있나. 없다. 

물론,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어야만 우리 사이에 소울메이트가 가능하다.


비도 멎었고 낙지볶음이나 포장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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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대가 아닌 고독으로만 성취할 수 있는 강인한 우정(혹은 이상주의)에 대하여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6-07 10:26 
    자리에 앉자마자 왜 한나 아렌트에 빠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각자의 치임 포인트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이데거 쓰레기!를 도합 열 번 씩은 외치고… 벤야민 이야기를 하다 갑작스럽게 도나 해러웨이로 대화의 주제가 이어지면서 우리 앞에 구워지고 있는 것이 삼겹살이라는 사실에 잠시 아이러니를 느끼다가… 또… 에 … 그러니까 도나의 심오함은 너무도 심오해서 <육식의 성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입장과는 핀트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고
  2. 마음이 너무 아프다 ㅜㅜ
    from 마지막 키스 2022-06-07 22:26 
    코넬은 렌트비가 없어서 집에서 나와야했고 메리앤이 기꺼이 함께 있자 할 줄 알았지만 메리앤은 '너 그럼 고향으로 가겠네?' 라고 말을 했더랬다. (먼댓글 연결된 어제 페이퍼 참고) 나는 그들 사이의 빈부의 격차가 야속했고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해 떠나는 상대를 두고 보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그런 한편, 코넬은 코넬대로 자신에게 돈이 없다는 걸 말하는 게 싫었겠지만, 메리앤은 자신과의 관계를 감추고 싶어했던 코넬이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나
 
 
singri 2022-06-06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잔나비 최고

다락방 2022-06-06 13:21   좋아요 1 | URL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하아-

미미 2022-06-06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또 출연한건가요?(기대ㅎㅎ)
어떻게 꿈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한거죠? 다락방님
책에서도 느꼈지만 소설가적
재능이 있으시다고 생각해요!
속독하게 만드는 흡입력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재능.
저는 꿈이 제법 스펙타클한 편인데 기억이 잘 안나요😭

다락방 2022-06-06 13:22   좋아요 4 | URL
네, 맞습니다, 미미님! 미미님 왜 자꾸 제 꿈에 나오시는거죠? ㅋㅋㅋ 저 이거 쓰면서 ‘미미님은 아마 본인 얘긴줄 아실 것이다‘ 했어요 ㅋㅋㅋㅋ 이상한 촉이랄까 ㅋㅋㅋㅋㅋ 꿈에서 저를 도와주셨어요! 감사한 분 ㅠㅠ
저는 소설가가 오래 되고 싶었으나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잘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소설가가 되는 꿈에는 세이 굿바이를 합니다.. 흑흑. 그렇지만 말씀 감사해요!!

공쟝쟝 2022-06-06 14: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이 절망하다가 미숫가루 라떼 맛없어서 더 절망스러운 거 너무 알 것 같다... 근데 태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나비씨... 당신...... ㅋㅋㅋㅋㅋ 다락방의 소울메이트가 되시려면 나이 마흔 넘어서도 죽을 때까지 매일 일기를 쓰셔야해요. 거기에 전완근 등근육 있어야하는데... 쟈긴 목소리가 좋으니까 일단 근육 잠시 빼놓고 뇌근육부터.. 단련.... 헝.. 근데 혹시 같은 업계 너드커넥션 서영주랑 친해요? 난 그분이 좋은 데..혹시 소울 메이트 되면 나 다락방 친구니까 나 서영주 소개시켜줘. 난 소울메이트는 필요없고 고막 남친... .
코넬, 매리엔.. 이 미련한 애들아......... 근데............. 니들은 나이라도 어리지....... 왜 우린... 나이 먹고도 비슷한 짓(자기 기준대로 상대방을 생각해버리는 일)을 반복하니.. 에미와 레오처럼 ㅋㅋㅋ 사랑 어렵다. 계급 어렵다. 역지사지 어렵다. 노동 어렵다. 그리고.. <말과 사물>.. 어렵다............

다락방 2022-06-06 14:42   좋아요 5 | URL
잔나비 최정훈이래요. 아놔 ㅋㅋㅋ 좋아한다면서 이름도 제대로 모르다니, 나야말로 빵꾸똥꾸다 증맬루! ㅋㅋ 페이퍼도 최정훈으로 수정했어요. 그런데 최정훈이 이름이 더 낫다 ㅋㅋㅋ 뭐래 ㅋㅋㅋㅋ 근데 목소리 좋더라고요. 오늘 시장 가는 길에 노래 몇 곡 들었는데 목소리가 좋았어요. 노래 부르는 목소리. 저는 노래 부르는 목소리 권인하 스러운 건 너무 싫어가지고 ㅋㅋㅋ 근데 잔나비 노래 목소리 좋더라고요. 아오 ㅋㅋㅋㅋ 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다 ㅋㅋㅋㅋㅋㅋㅋ 서영주는 또 누구람? 있어봐, 내가 최정훈 하고 소울메이트 되면 우리 쟝쟝이한테 서영주 좀 소개시켜주자, 할게요. 딱 기다리고 있어봐요.

사랑 어려워. 코넬 메리앤 아직 넘나 젊어. 젊고 빈부의 격차가 있으니 사랑이 얼마나 더 어렵겠어요. 나이 들어도 어려운데 ㅠㅠ 사랑도 어렵고 노동도 어렵고 공부도 어렵고 인생이 어렵다... 에휴.........

공쟝쟝 2022-06-06 14:40   좋아요 3 | URL
아 못살아 진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잔나비야 미안하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근데 이름 어차피 못외울거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영주...!!! 너도 (이 댓글 달려고) 검색해서 알았어 ㅋㅋ 곧 까먹을 이름임 ㅋㅋㅋㅋ 아마 내일은 기억 못할거야.. 미안하다..증멜루...ㅋㅋㅋ
내가 라가슈, 뒤메질, 이폴리트, 캉길렘 이런 사람들 이름은 외워도 (누구냐고요? 푸코의 스승들입니다) ..... 가수 이름은 절대 못 외우지... 노래를 100번 들었어도...... 가수가 누군지를 몰라 나는... 하아.... 미쳐버릴 정도로 고급진 뇌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6 17:51   좋아요 2 | URL
잔나비.. 가방 속에 언제나 시집 넣고 다니는 청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넣고 다니는 쪽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잔나비야, 잘 살자. 흠흠.

공쟝쟝 2022-06-07 10:15   좋아요 1 | URL
그래 잔나비.. 되도 않는 시인 되겠다고 깝치다가 박읍읍 같은 관종 되지 말고 응?! 조심해!!! 가사 잘쓰니까 그거 계속써~ 누나도 오늘은 니 음원으로 스밍간다.

다락방 2022-06-08 08:07   좋아요 2 | URL
앗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인데요. 글 쓴다고 깝치지 마라, 그게 인생 똥칠하는 지름길이다... 하는 거요. ㅋㅋㅋㅋㅋ

2022-06-06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6-06 13:02   좋아요 1 | URL
으앗 감사합니다! 지금 최정훈 으로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mini74 2022-06-06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헤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격차ㅠㅠ자격지심에 무시하는 것 같아서 차마 말을 못해서 자존심에. ㅠㅠ 왠지 사랑마저 돈이 있다면 쉬워질거 같아 씁쓸하지만 또 돈이 넘쳐나도 헤어지고 울고 죽고 하니 … 사랑에 딱 알맞은, 이별에 돈은 상관없을 수 있는 재산정도는 얼마일까요 . 전 예전 모대학대나무숲 게시판에 너무나 가난했던 여자애가 자신과 헤어진 남친에게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다고 밥값 영화비 다 내주고 네덕에 회도 먹어보고 뷔페도 가보고 했다고. 좋은 선물 하나 못해줘 미안하다는 글 보고 넘 슬펐던 기억이 다락방님 글 읽으니 떠오르네요 붙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는 마음엔 더 잘해줄 수 없음을 , 짐이 될거란 맘도 있겠지요. 잔나비 노래 좋지요 *^^*

다락방 2022-06-06 17:10   좋아요 3 | URL
맞아요. 자격지심이라는 걸 갖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죠. 그들 사이에 커다란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자신의 약점들을 극복하고 함께 앞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건 정말이지 너무나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가난은 사람을 참 못나게 만들어요. 남들 다 경험한 것을 나는 경험해보지 못하게 하니까요. 렌트비가 없어서 사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그리고 갈 곳이 없는(물론 엄마 집이 있지만) 젊은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속상해요. 너와 나의 마음만 굳게 챙기기도 어려운데 상황까지 방해를 하다니 ㅠㅠ

잔나비 노래 너무 좋네요. 사실 노래가 너무 좋다기 보다는 잔나비가 더 좋지만요. 그러니까 잔나비보다는 최정훈... 럽..

단발머리 2022-06-06 17: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난이 솔직하게 못하는 하는, 연인에게조차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전 코넬과 마리앤을 원망하고 싶네요. 더 깊은 관계, 더 나은 관계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다는 건데. 내가 좀 못나 보이더라도, 말할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요. 막 무릎꿇고 50장짜리 편지 쓰고 집앞에서 기다리고 그런 거 아니어도, 물어볼 수는 있을텐데. 내 맘에 꼭 맞는 사람 만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특히, 섹스에서는 더욱) 안타까움이 뭐 절절히 사무칩니다.
롯데리아에서 미숫가루 안 먹을게요. 글고 잔나비는 사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6 17:17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 단발머리 님. 그들에게 더 큰 확신이 있었다면 빈부의 격차를 끌어 안고 앞으로 함께 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코넬은 충분히 자신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니 둘이 함께 더 깊이 이야기하고 한걸음만 더 내디뎠어도 그들은 함께 했을 것인데, 그들은 상대를 사랑하지만 상대의 사랑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빈부의 격차는 그들의 발목을 잡아버리게 된거죠.
단발머리 님 댓글 읽고나니 정말 그러네요. 섹스가 잘 맞는 사람은 마흔 넘어서도 찾기 힘든건데 뭐 이십대 초반에 찾아버렸으니... 그후에 메리앤은 연애에서 역할극을 하려고 하잖아요. 자신을 시험해보려고 하고. 그냥 자기 그 상태 온전하게 있어도 되는 상대를 놓쳐버린게 그러나 또 완전히 놓고 싶진 않아서 어정쩡하게 유지하는게 안타깝고 또 안타까워요. 휴..

단발머리 님 덕에 최정훈 이름을 외울 수 있게 되었어요. (이 팁을 알려준 쟝님께 감사) 너무 오랜만에 젊은 남자사람에 대한 호감이 생겼네요. 어떤건지............잊고 살았는데요..............가슴 속에 사랑이 자라납니다. 무럭무럭..

새파랑 2022-06-06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곱번째 파도 읽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아직 못 읽었네요 ㅋ 잔나비 저 노래 좋던데 다시 가사를 보니까 정말 감수성이 엄청나네요~!!

다락방 2022-06-06 17:22   좋아요 3 | URL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니 그대 쓰윽 훑고 가래요. 아니 무슨 감성이에요 이게 대체... 시집 읽는 청년일 것 같습니다.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써내는 청년 같아요. 그 감성은 제 감성과는 좀 많이 다르지만... 뭐 그래도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blanca 2022-06-06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 <노멀피플> 저도 정말 좋았어요. 작품이 편차가 좀 있긴 하더라고요. 잔나비 와 저도 팬인데...그 유튜브에 인마이백 보셨어요? 알라딘 서재 데리고 와야 할 것 같던데요. ㅋㅋ

다락방 2022-06-06 17:47   좋아요 3 | URL
제가 노멀피플 읽은게 블랑카 님 리뷰 덕이었어요. 블랑카 님 리뷰 읽고 너무 좋아서 책 읽었는데 전 그 당시엔 딱히 좋지 않았거든요. 근데 이번에 원서로 읽으면서 보니 그 때 블랑카님 리뷰 생각나면서, 아 블랑카 님은 이걸 보셨던거구나! 했어요. 새삼 블랑카 님이 얼마나 책을 잘 읽는 분이신가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블랑카 님은 진짜 짱이에요!!

그나저나, 인마이백.. 이 뭐죠?( 라고 쓰고나서 검색하고 보고 왔습니다)

in my bag 말씀하신 거군요! 아니, 시집을 읽는 청년일거라 짐작은 했는데 시집을 세 권씩 넣고 다니고 언제나 넣고 다니는 그런 청년이었네요. 게다가 노트까지. 아... 알라딘 서재 이미 하고 있는거 아닌가 몰라요. 정훈씨, 알라딘에 와요. 여기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잔뜪이에요. 안그래도 엊그제 친구들 만나서 제가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 꺼내 보여주며 여기다 메모한다고 그랬는데, 잔나비 저랑 같은 류의 사람이네요. 껄껄.
아, 시집 가지고 다니는 잔나비 너무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07 10:13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그거 유튜브 보고 왔어요 (이 대화에 낑기고 싶어서) 참고로 잔나비 팬 아니고 다락방 팬입... 그 잔나비가 들고 있던 노트 다락방님 노트랑 크기랑 필기 형태가 비슷하던 데!! (제가 증인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6-08 08:07   좋아요 2 | URL
잔나비가 단어 적는다는 패드 나도 있다 ㅋㅋ 집에서 그거 펴두고 메모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나는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다니지. 핸드폰 덜 볼라고 수첩 작은거 넣고 다닌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냥 쓰는 청년이라는 게 너무 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2-06-06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책을 읽고 계셨군요! 멋져요!
지낼 곳이 없어서 나와야만 하는 상황을 저도 겪어봤어요. 정말 다행히도 당시 제 여자친구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말해주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고시원으로 들어갔을텐데.

이 글 읽으니 갑자기 옛날 생각 나네요. ㅎㅎ

다락방 2022-06-07 08:32   좋아요 0 | URL
헤어짐의 원인은 반드시 빈부의 격차는 아니지만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책 속의 주인공들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들도 함께할 수 있었을텐데요. 감은빛 님의 여자친구처럼 나랑 함께 살자, 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혹은 너랑 함께 있어도 될까? 할수도 있었을텐데요. 안타까워요.

번역서 옆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원서를 온전히 읽을 실력은 아니라서요. 후후

독서괭 2022-06-06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심각하게 읽다가 미숫가루라떼 너무너무 맛없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개그가🤣🤣🤣 잠깐 마음 가다듬고 다시 읽을게요..

다락방 2022-06-07 08:32   좋아요 0 | URL
롯데리아 미숫가루 너무 맛없어요. 아 너무 짜증나요. 절반 이상 남겼네요. 삼겹살 먹으러 가기 전에 살짝 배고파서 먹은건데 살짝 배고픈 채로 먹어도 맛없는 미숫가루... 히융 ㅠㅠ

독서괭 2022-06-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는 영상이 안 보여서 잔나비의 무슨 노래일까, 역시 ‘주저하는 연인들‘일까 했는데 맞네요 ㅎㅎ 저는 ‘가을밤에 든 생각‘을 우연히 듣고 넘 좋아서 몇곡 들어봤던 가수예요.
둘이 헤어지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운데 이해도 되네요. 저런 식으로 서로의 진정을 모르고 어긋나는 일들이 참 많죠.. 이렇게 샐리 루니에 대한 다락방님 평가는 달라지나요?^^

다락방 2022-06-08 08:04   좋아요 1 | URL
제가 이 페이퍼를 올릴 당시에는 저 노래밖에 알지 못했는데요, 그 뒤로 다른 노래들을 들어보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잔나비의 노래는 <사랑하긴 했었나요> 입니다. 아 이 노래 너무 좋아서 완전 반복청취 했어요. 세상에, 쉼보르스카 시집을 들고 다니는 청년이래요. 맙소사. 이런 청년이 있답니다, 독서괭님? 시집을 들고 다닐 것 같은 청년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쉼보르스카 라니. 크- 치인다 진짜. 크-

독서괭 님, 샐리 루니에 대해 평가가 달라질 뿐더러 샐리 루니를 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빈부의 격차에 대한 것도 그렇고, 제가 ‘확신 없음‘이라고 했던 것도 그 안에 다른 것들이 더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신간 나왔다는데 그것도 읽어봐야겠어요. 휴..

persona 2022-06-07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리앤은 소외당한 경험이 있으니 저럴 수 있다 싶어졌는데요. 그래도 이 커플 너무 의지가 없네요? 너무 흘러가는대로인데요? ㅠㅠ
그건 그렇고 코넬은 좀 다리몽댕이 감인데요? 일단 저라면 오 집에 가게? 라고 물었을 때 올타쿠나, 내가 염치가 모기 똥만큼도 없는 거 아는데, 니 신세 좀 져도 될까? 의 부탁으로 시작해서, 베란다도 좋아, 구걸을 하다가, 니가 날 구해주지 않는다면! 난 길바닥에서 죽을지도 몰라,라는 협박이라도 다시 했을 거 같아요.
근데 이 사람들은 서로가 전혀 쪽팔림을 감수하지 않으려하고, 너무 플로우에 상황을 맡겨버리네요? 그게 정말 슬프네요.
물론 경제적 격차에 지쳐서 그런 말이 안나오는 걸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코넬에게 좀 미안해지네요. ;; 근데 사랑하는데. 으아.
거기다 여친에게 3개월이면 다른 사람에게 반할 수도 있는 긴 시간인데 나 안 잡아? 가 아니고, 3개월이면 딴놈 만날 수도 있겠네? 그럴 거지?, 이 말을 왜 상황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암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너의 의지를 묻는 표현으로 물어버리면 어떡해요. will you라니! 바람의 의지를 확인하려는 듯한 저 태도. 아 증말.
저런 말까지 하는데 매리엔 입장에서도 내 집에 있어란 말 안나올 거 같은데요. Sure 옆에 왠지 새꺄,가 붙어야 할 거 같은;;
참 슬프네요. 그러고보니 급발진 죄송합니다.

다락방 2022-06-08 08:06   좋아요 2 | URL
페르소나 님. 맞아요. 소외당한 경험이 메리앤에게 있습니다. 게다가 무시받고 학대 받았던 경험도 있고요. 이 페이퍼를 쓸 때만 해도 그래서 그렇겠지, 하면서도 ‘그래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용기를 내!‘ 했었는데, 어제 학대에 대한 부분 읽고 나니, 여기서 더 어떻게 한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단 말인가.. 하게 되어서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느냐가 그 사람을 완전히 결정짓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고정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받는 존재라는 자각을 못하게 하거나 뒤로 늦추게 하는 것만큼은 틀림 없는 것 같아요. 어휴, 어제 밤에 조금 읽다가 너무 힘들었네요. ㅠㅠ

페르소나 님, 급발진 할만합니다. 저는 어제 너무 휘청거렸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