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with decca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재미있기 때문이죠. 추리소설은 인간의  두 가지 욕망(범죄와 지적 탐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장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죠. 요즘같이 책이 활발하게 출판되는 시기라면 뭐 고르는 족족 신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1)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지음
운 좋게도 시리즈 전작을(심지어 주석본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엄청나게 재생산됐으며 한 세기 전의 작품들이라 ‘굳이 읽지 않아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의 원형을 접하고 당대의 풍속을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비공식적이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번역 추리소설 중 최초의 밀리언셀러일 겁니다. 고립된 섬에서 한 명, 한 명 노래에 맞춰 죽어 나가는 플롯은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돼 수천 번 변주됐습니다. 네 명쯤 죽었던가? 섬 안의 투숙객들이 두려움에 떨며 밤에 각자 문을 잠그는 장면에 몹시 감동을 받았던... 어린 시절,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잊지 못할 추리소설입니다.

3) <십각관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 번 절판된 후 재출간됐습니다. 추리소설의 여러 쾌감 중 독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면 역시 ‘경이감’을 들 수 있겠죠. 이 작품은 제게 경이감을 안겨 준 최초의 작품입니다.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읽던 페이지가 사라진 듯한 놀라움. 추리소설 마니아 출신이었던 작가는 독자를 멋지게 농락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을 테마로 삼은 멋진 변주곡으로, 신본격의 시작이며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4)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역사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의 시조 격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추리소설(적어도 일본 추리소설)은 고리타분한 인습을 벗어 던지고 각 편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은 토론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분명하게 갈릴 요소를 가지고 있지요. 화려한 스타일에 현혹되고 머릿속에 공동을 만드는 한 방을 지닌 작품입니다.

5)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지음
절판된 시그마북스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구하기 다소 어려운 작품입니다. 다 읽고 “엘러리 퀸!”을 연호했던 즐거운 추억이 있는 작품입니다. 엘러리 퀸 3기에 해당하는 라이츠빌 시리즈 중 최고 아니 엘러리 퀸 전작 중에서도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거장의 힘을 보여 준 작품으로 모든 요소가 질서 있게 배열되는 마지막 부분은 추리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또 잘난 척 탐정 엘러리 퀸이 허물어지는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 5권은?

A.
1) <아웃>, 기리노 나쓰오 지음
심연을 들여다보는 어두운 여류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1998년 작품입니다. 동양인 최초로 MWA 후보(2004년)에 오르기도 했던 작품이죠. 네 명의 주부가 시체 처리를 하게 된다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책장을 넘길수록 잘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구성, 흡인력 있는 글 솜씨, 살아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 그리고 사회를 관조하는 힘까지. 매력적인 범죄소설의 모든 면을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2) <레이븐 블랙>, 앤 클리브스 지음
2006년 CWA 던컨 로리 대거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국 서북단의 작은 섬, 이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정된 용의자 그리고 숨겨진 관계가 드러나면서 떠오르는 범죄.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선명한 이미지는 잠시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할지도 모릅니다. 세계 제1차 대전을 전후한 영국 황금기의 전통이 어떤 식으로 현대에 변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3)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신본격 추리소설의 1세대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의 대표작입니다. 강렬한 장면 묘사와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범인, 추적자 그리고 범행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여인. 세 사람의 시선이 교차해서 서술되고 마지막에 이르면 독자는 서둘러 첫 장을 다시 읽어야만 하지요. 여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무조건 선택하시길. 단, 19세 미만 구독불가입니다.

4) <필립 말로 시리즈>, 레이몬드 챈들러, 북하우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역사적 전개에 호기심이 생기고, 하드보일드라는 서브 장르를 만나게 됩니다. 뭐 잡다한 설명은 그만두고 하드보일드는 하나의 스타일입니다. 그것도 폼 나는 멋진 스타일이지요.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 6권은 이 스타일의 완성을 보여 줍니다. ‘고전 필독’이라는 흔한 말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시리즈입니다. 필립 말로를 만나면 추리소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5)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현대문학
3권 분량의 <모방범>은 사실 원고지 6000매, 문고본 5권 정도의 분량입니다. 서점에 가서 살펴보면 어마어마한 분량이라 기가 질리시겠지만 막상 손에 쥐면 술술 읽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라고 할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역작으로, 그녀 특유의 범죄,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글을 맛보면 과연 미야베 미유키,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운 좋게도 시조격인 작품이 첫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아동판이기는 했지만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탐정>이었죠. 후에 국일미디어에서 출간됐습니다.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도로시 세이어스, 마저리 루이스 엘링엄, 나이오 마시로 이어지는 황금기 고전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또 엘러리 퀸과 존 딕슨 카 등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으면 좋겠습니다.

# 자기 소개

중학교 시절부터 추리소설을 읽어 온 이래, 사람이 죽지 않는 책은 잘 읽지 못하는 황폐한 인간으로, 1999년부터 나우누리 추리문학동호회 시삽을 5년간 역임했다. 이후 지나친 독재로 시삽에서 축출된 후 howmystery.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독자로서 기획한 도서로는 <셜록 홈스 걸작선> <브라운 신부 시리즈> <레이몬드 챈들러 전집> 등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추리소설 관련 글을 기고했다. 현재는 시공사에서 장르 쪽 소설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에 번역된 ‘고전’을 채워넣으려고 고심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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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jedai2000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강군: 야, 내가 어저께 기묘한 일을 겪었어.
공군: 뭔데?
강군: 점심 때 일어나보니까 엄마도 없고, 집에 아무도 없다라구. 배고파서 컵라면이라도 사다 먹으려고 나갔는데, 1층 현관 앞에 웬 아줌마가 서 있더라구. 그 아줌마가 막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절거리는 거야,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말야.
공군: 그래서?
강군: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엄마가 저녁에도 안 들어와. 라면은 질려서 저녁에는 빵을 먹자 싶어 또 나갔지. 그런데 다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아줌마가 계속 서서 점심 때랑 똑같이 그러고 있는 거야. 너무 궁금하잖아. 그래서 물어봤지, 왜 그러시느냐구?
공군: 뭔데? 왜 그러는 거였는데? 빨리 말해봐!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의 노예인 법, 궁금한 것은 참고 지나칠 수 없습니다. 쉬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지성과 논리, 추리력을 이용해 마침내 해답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의 원초적인 즐거움이야말로, 궁금한 것은 반드시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의 본질적인 마음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제가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이유는, 궁금증이 풀리는 짜릿한 쾌감이 좋아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네요. 같은 질문으로 50편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윌리엄 아이리시같이 누구나 읽어봤을 고전은 빼고 비교적 최신작으로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작품들만 몇 개 언급합니다.

1) <가라 아이야 가라>, 데니스 루헤인 지음
보스턴의 사립탐정 콤비이자 애인 사이인 켄지와 제나로는 한 여자아이의 유괴 사건에 말려듭니다. 얼기설기 얽히고설킨 미로를 통과하고 마침내 진실에 닿게 된 켄지와 제나로는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느 것이 아이에게 더 행복한 일일까를. 미스터리 소설이 유치하고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인 유괴에 대한 본능적인 적개심을 바탕으로 마음을 송두리째 부숴버릴 가슴 아픈 도덕극을 만들어냈습니다. 책장을 다 덮어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정서적 충격에 사로잡히게 되는 작품입니다.

2)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부상을 당해 휴직하고 있던 혼마 형사에게 처조카가 찾아옵니다.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처조카의 부탁을 받고 조사에 착수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떠한 신분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건에 깊이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그녀의 애절한 비밀... 단언컨대 이 작품은 90년대 일본 소설의 최고봉 중 한 편입니다. 단서를 모아 실종된 여자를 찾는 미스터리적 재미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사업과 카드 빛에 매몰된 사람들을 통해 현대의 자본주의가 낳은 비극을 날카로운 눈으로 뒤쫓는 사회파적인 시선도 간직한 걸작입니다.

3)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한 명예로운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바로 그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탐정의 이름은 음마 라모츠웨. 남편의 폭력에 눈물짓기도 하고, 단 5일간 엄마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던 라모츠웨는 아픈 과거를 묻고 늘 새로운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대지를 밟으며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의뢰인들이 가져오는 소소한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하는 재미와 더불어 눈부신 아프리카의 풍경들, 시원한 바람과 한 잔의 차가 가져오는 여유, 항상 곁에 있어주는 좋은 친구들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예감, 이 모든 것이 행복한 독서를 보장합니다.

4) <독약 한 방울>, 샬롯 암스트롱 지음
연구 외에는 세상일에 도무지 관심이 없어 장가도 안 갔던 교수가 스무 살 넘게 차이지는 여자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껴 결혼합니다. 하지만 심한 나이차와 자신의 매력에 자신이 없는 교수는 내가 아내에게 못할 짓을 한 거 아닌가라는 번민을 하게 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합니다. 교수는 올리브유 병에 담아둔 독약을 들고 버스에 탔다가 그것을 잃어버리고 이제 대모험이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주워서 먹어버리면 큰일이지 않은가. 교수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는 선뜻 ‘독약 회수행’에 참여하게 되고, 애먼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사람 사이의 선의와 온기를 깨닫고 자신의 절망을 걷어치우게 됩니다. 너무도 흐뭇하고 따뜻한 작품!

5)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기리노 나쓰오 지음
남편의 친구 이시야마와 불륜에 빠진 카스미.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과 함께 이시야마의 별장으로 가족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도 애욕을 참지 못해, 각각의 배우자와 자식들의 눈을 피해 관계를 갖는 두 사람. 카스미는 생각합니다. 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가족을 모두 잃어도 좋아, 아이를 잃어도 좋아. 하늘의 단죄였을까, 다음날 아침 카스미의 딸 유카는 정말 사라져버립니다. 카스미는 미친 사람처럼 후회하고 절망하고 슬퍼합니다. 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태세인 그녀는 전직 형사 우츠미와 함께 조사를 벌이지만 아이의 흔적은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카스미가 바라보던 바닷가 풍경처럼 쓸쓸함과 황량함이 내내 작품을 지배하는 문학성 짙은 미스터리 소설.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 5권은?

A.
1) <도시 탐험가들>. 데이비드 모렐 지음
빈 건물을 탐험하며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하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시 탐험가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역사학 교수 로버트와 그의 제자들. 기자 프랭크 발렌저는 잡지에 쓸 기사 취재를 위해 그들의 모험에 동참하는데, 이번 목적지는 오래 전에 문을 닫은 패러곤 호텔입니다. 어렵게 호텔에 잠입하자 수십 년간 폐쇄된 장소에서 근친교배를 해 돌연변이를 일으킨 쥐와 고양이가 그들을 반깁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존재는 아직 만나지 못했으니, 각종 특수무기와 영리한 두뇌를 가지고 호텔에 숨어 사는 사이코. 액션과 서스펜스, 공포가 잘 버무려진 일급의 스릴러로 무더운 여름밤에 보면 딱 좋을 듯.

2) <시티즌 빈스>, 제스 월터 지음 
마피아와 손잡고 카드 사기를 벌이던 마티 하겐은 일이 꼬이고 꼬여 결국 마피아를 배신하는 증언을 하게 됩니다. 그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빈스 캠든이라는 새 이름을 받고 시골 마을에 숨어 살아야 합니다. 이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마피아의 암살자 레이가 마을에 나타나고 빈스는 살기 위해 주특기인 잔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립니다. 한편 당시는 레이건과 카터가 붙은 선거전이 한창이고 빈스는 쫓기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선거에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전과자 마티는 선거권이 없지만 새로 태어난 빈스는 선거권이 있으므로. 이 선거를 계기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빈스의 분투가 눈물겹습니다. 곧 대선이 다가오는데 선거를 이렇게 크고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대권후보들은 항상 명심하고 올바른 정치하시길.

3)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 신지는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들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부부를 조사하게 됩니다. 부부가 사는 검은 집을 방문한 순간, 신지는 심장이 얼어붙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을만큼 압도적인 공포와 음산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다른 사람들 같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아 끔찍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라는 정신병리현상을 거의 최초로 소개한 선구자적인 작품입니다. 최근 영화화되어 많은 화제를 부르고 있는데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할 듯.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혼자 엘리베이터도 못 탔을 정도니 여름에 보면 무더위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4)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여성만 골라 잔인하게 난자하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사건의 관련자 3명의 시점을 오가며 충격적인 결말로 매조지하는 이 작품은 최강의 반전과 엽기적인 살인 행각의 가감없는 묘사가 시선을 잡아끕니다. 하지만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처절한 살육 장면을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사실 이 작품은 현대 일본 사회와 가정이 한 사람의 정상적이고 온전한 성인 남성을 길러내기 힘든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주제의식을 그것과 호응하는 훌륭한 반전을 통해 공감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보았지만 주제를 이렇게 잘 살려주는 트릭, 트릭을 이렇게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딱딱한 작품은 아니며 반전의 '깜짝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입니다.

5)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종신검시관' 구라이시는 L현경 수사과에서 매우 특이한 존재입니다. 경찰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보직 변경을 피할 수 없지만 그만은 예외인데, 경찰 생활의 시작부터 끝까지 검시관으로만 활약해 명예로운 종신검시관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워낙 검시 능력이 뛰어나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그동안 맡은 사건을 퍼펙트하게 처리해낸 게 종신검시관이 된 가장 큰 이유지만, 거칠고 퉁명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세심하고 은근하게 부하 직원들을 돌봐주는 특유의 인간적인 면모가 선후배 경관들의 존경을 사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구라이시의 날카로운 추리력과 카리스마, 은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된 뛰어난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여름이 아니라 사계절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초등학교 때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로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까지 나아갔지만 중학교 이후 입시난에 미스터리 소설을 거의 읽지 못했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백수 생활을 하면서 뭐 재미난 거 없나, 고르다 다시 잡은 게 존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제게는 미스터리 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랍니다.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역시 너무 많습니다. 일본 쪽에서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 다카무라 가오루의 <레이디 조커>, 가사이 기요시, 심포 유이치, 노리츠키 린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이 보고 싶고, 미국 쪽에선 제임스 엘로이의 ‘LA 4부작’,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 영국에선 도로시 세이어즈, 조세핀 테이, 마저리 앨링햄, 에드먼드 크리스핀 등이 보고 싶습니다.

# 자기 소개

출판사 편집자. 어려서부터 책 없으면 죽고 못 살다 뜻하지 않은 백수생활로 시간이 엄청 많아져 우연히 읽게 된 미스터리 소설에 인생이 바뀌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느낀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 독후감을 많이 썼는데, 그걸 좋게 봐준 분에 의해 출판사 편집자로 스카우트되었다.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됐지만, 일을 잘 못하는 바람에 자주 깨져 역시 독자가 가장 행복한 법이야, 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외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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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탐험가랑 살육은 물만두님이랑 두분이 짜신겁니까? =3=3=3

물만두 2007-07-10 21:38   좋아요 0 | URL
안짰다니까요. 다만 통하였을뿐입니다=3=3=3

jedai2000 2007-07-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짠 건 아닌데, 역시 재미있는 작품은 누가 봐도 비슷한 건가 봅니다 ㅋㅋ

걷는구름 2007-07-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둘 다 여름휴가철에 읽기 딱인책들이죠. 제다이님 반갑습니다~

jedai2000 2007-07-1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걷는구름님..여기서도 뵙게 되네요 ^^ 올 여름 휴가철에 걷는구름님은 어떤 책을 보실지 궁금하네요
 

- Interview with katarina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재미있으니까. 쉬고 싶은 주말에 집에서, 여행지에서 쉽게 꺼내들고 몰입하기도 좋습니다. 추리 소설이라고 통칭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 하위 장르가 있어서, 단순히 누가 죽어서 범인을 찾는다, 식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을 꼽는다면.

A.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어른용 추리소설로는 처음 읽은 책. 빽빽한 세로줄쓰기에 한자가 수두룩빽빽한 책이었는데, 열심히 코를 박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난 같던 설정에서 시작해 인간의 본성까지 염두에 둔 범죄수법이 더없이 흥미진진했어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오마주를 바치는 작품들도 대부분 재밌는 걸 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판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2)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지 지음
아주 오랜 시간동안 비행기를 타야 했던 어느 여름날, <가짜 경감 듀> 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스터리와 코미디와 로맨스가 얽혀있는데 더없이 가볍고 즐겁게 읽힙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쓰여진 일종의 스핀오프 소설인 셈인데, 원래 사건의 드라마틱함이 피터 러브지의 글솜씨에 더해져 심심할 때마다 꺼내 읽는 단골 책이 되었답니다.


3)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 지음
퍼즐을 푸는 기분으로 알리바이 트릭에 코를 박고 도전하면 즐겁기 그지없는 책. 딕슨 카는 신비로운 분위기(라고 쓰고 기괴한 분위기라고 읽는다)의 이야기도 잘 쓰는데, <황제의 코담뱃갑>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깔끔하고 기발한 데가 있는 책입니다.



4) <위철리 여자>, 로스 맥도널드 지음
하드보일드로 분류되는 소설들을 거의 좋아하지만, 그 중 <위철리 여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우아한 문장이나 대실 해미트의 냉철함과 달리, <위철리 여자>의 로스 맥도널드는 끈적거리며 머릿속에 들러붙어버립니다. 이 책에 이어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를 읽었던 때의 증폭효과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어요.


5)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교고쿠 나츠히코는 요괴 전문가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부메의 여름>을 위시한 교고쿠도 시리즈는 정통 추리소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책입니다. 산달을 넘겨 계속 배가 부른 상태로 출산하지 못하는 산모와 임신 즈음에 행방이 묘연해진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음양사와 소설가, 이상한 탐정... 기이한 설정들이 폭발하며 사건이 해결되는 마지막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 5권은?

A.
1)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하얀거탑> 드라마의 한국판과 일본판을 모두 본 뒤, 더 볼 게 없나 허전해하던 마음을 달래준 책. 의료계의 내부사정과 업계 특유의 분위기가 미스터리와 결합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비전문가가 읽기에 무리없이 풀어낸 가이도 다케루의 글솜씨도 훌륭합니다.


2)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케타케 나나미 지음
연속살인사건, 밀실살인사건이 너무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열 두 편의 소소한 단편들 뒤에 이어지는 극 중 단편작가의 편지까지 읽고 나면 일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싹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3) <이름없는 독>, 미야베 미유키 지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와 <모방범>도 멋진 책들이지만, <누군가>와 <이름없는 독>으로 이어지는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의 매력 또한 지나치기 아쉽습니다. 스기무라 사부로가 너무 모범적이고 반듯하게 살아가는 인간형이라, 소설을 읽다 보면 탐정 역인 그에게 피해의식(?)을 느끼는 일도 발생하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사회를 바라보는 눈 만큼은 변함없이 날카롭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4) <마술사가 너무 많다>, 랜달 개릿 지음
추리와 SF라는 이종교배의 결과물. 귀족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첫 번째 책이자 단편집인 <셰르부르의 저주>를 먼저 읽으면 더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따라가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마술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건 자체도 해결 방식도 신비로운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건 해결의 논리적인 부분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5) <잘린머리 사이클>, 니시오 이신 지음
추리소설 팬이 라이트노벨로 입문하기 좋은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 살인사건>에서 이어지는 외딴섬 연속살인 미스터리가 흥미롭습니다. 만화 <데스노트>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니시오 이신이 쓴 <데스노트> 외전 <로스앤젤레스BB연속살인사건>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분명하게 기억하는 첫 추리소설은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 어린이용으로 편집되어 노란 표지에 내지 그림까지 요란하게 들어간 책이었습니다. 이국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다카무라 카오루와 오사와 아리마사, 도로시 세이어스. (다행히 이들 작가들의 책은 조만간 한국에서 출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자기 소개

영화, 출판담당 기자와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한때 추리소설이 너무 안 나온다고 생각해 슬퍼해 마지않았으나 이젠 나오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행복의 비명을 지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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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old hand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문학적 소양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서 추리 소설은 내게 온전히 '재미'를 위한 존재입니다. 물론 추리 소설이라고 해서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묵직한 여운을 남기지 말란 법은 없고, 독서 후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게는 별책 부록같은 덤이지요. 장르 문학의 일차적 목적은 역시 재미가 아닐까요. 드라마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거의 보지 않는 제게는 추리 소설이 그 자리(시간과 재미 모두)를 대체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을 꼽는다면.

A. 
1) <모르그가의 살인>을 위시한 애드거 앨런 포의 추리 단편들
열번을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와 동일한 느낌을 주는 작품. 어른이 되서 읽어도, 어린 시절 읽었을 때의 두근두근함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추리 문학 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문학 작품들을 통털어도 단연 걸작으로 손에 꼽을 만한 작품. 그것이 내게는 바로 포의 소설들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불우했던 천재가 후대에 남겨준 진귀한 선물입니다.

2) <그리스 관의 비밀>, 엘러리 퀸 지음
홈즈와 크리스티에 탐닉했던 초중고등학교 시절 이래 손에 쥐어지거나 눈에 띄일때나 읽던 미스터리의 세계로 나를 다시 인도한 작품. 추리소설의 본령은 '본격 미스터리'라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구식 독자인 저는 후기의 원숙한 퀸보다 초창기의 재기발랄한 퀸을 더 좋아합니다. 퍼즐 미스터리가 추구하는 극한의 맛을 선사해 준 국명 시리즈의 걸작.
 
3) <위철리 여자>, 로스 맥도널드 지음
초창기 챈들러의 영향 아래 묶여 있었던 것만 같았던 로스 맥도널드는 그가 왜 '삼위일체' 중 하나인지를 이 작품을 통해서 증명합니다. 원숙해진 작가의 솜씨는 등장 인물들의 개성을 살아 숨쉬게 하고, 한 가정의 비극과 그 비극을 치유하기 위한 치유자로서의 아처의 활약을 담담하게 묘사합니다. 맥도널드표 하드보일드 소설의 최대 미덕은 미스터리 적인 재미 또한 아주 뛰어나다는 점이 아닐까요.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작가의 능력은 독자에게 행복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4) <망량의 상자>,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논리와 이성, 기괴함과 호러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대표작. 교고쿠도의 끊임없는 장광설과 계속해서 바뀌는 시점 속에 얽히고 설킨 사건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작품의 얼개도 훌륭하며, 결말 부분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놀라운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인과의 틀에 갇힌 인간군상들이 보여주는 지옥도를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 괴작.
 
5)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지음
챈들러와 말로에게 큰 애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이별>이 각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위대한 작가가 창조한 영웅의 마지막 뒷모습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그 이후에 발표된 작품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로의 영웅적인 퇴장을 바라는 저는 이 작품에서의 말로를 마지막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고독했던 영웅의 마지막 모습으로 말이지요.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 5권은?

A.
1)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멀게만 느껴지는 낯설고 이국적인 남아프리카. 결코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사립탐정 음마 라모츠웨의 삶과 보츠와나의 평온한 일상이 어우러집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서 불어오는 따사로운 산들바람이 느껴질 것입니다. 휴양지나 휴가지에서의 독서로는 최적의 작품.
 

2) <아웃>, 기리노 나쓰오 지음
건조한 인생과 비루한 생활에 눌려 있던 네 명의 여인들이 벌이는 현실 탈출. 그러나 그들의 일탈은 우리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것들과는 달리, 결코 유쾌하거나 통쾌하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어둡고, 건조하며 강렬한 작품. 다크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거침없는 필력과 묘사는 읽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합니다.

 

3) <저주받은 피>,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북구의 나라 아이슬란드. 한 남자의 시신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와 함께 발견됩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아이슬란드 식 살인'입니다. 잊혀졌던 과거를 하나씩 밝혀내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가는 에를렌두르. 인간이기에 느껴야 하는 고독과 절망, 상처와 치유에 대한 진지한 묵시록. 세월속에 묻혀져 있던 진실과 마주할 때 독자들은 전율할 것입니다. 후속작 <무덤의 침묵> 역시 필독.
 
4)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로망은 어디인가?" 정통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지는 않지만, 미스터리적 요소를 즐겨 차용하는 이사카 고타로의 경쾌 발랄한 활극. 각기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는 네명으로 이루어진 갱단은 유쾌한 은행강도들입니다. 소설은 네명의 갱들의 시선을 번갈아 따라가는데,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놀랄만한 반전은 없지만, 잘 짜여진 복선과 경쾌한 대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잘 버무러진 유쾌한 작품입니다.
 
5) <종신 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사라진 이틀>, <클라이머즈 하이>로 국내에 소개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연작 단편집. 독특한 카리스마의 검시관 구라이시 요시오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국내에 소개된 전작들에 비해 본격 추리적인 요소가 풍부히 들어 있으면서도  작가의 장기이기도 한 경찰 내부의 박력있는 묘사와 함께 따스한 인간미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역시 셜록 홈즈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경이었던 것 같고, 당시 계림 출판사에서 나오던 단편 단행본과 계몽사 소년 소녀 세계 문학전집에 들어있던 세계 추리 걸작 선집 중 어느게 먼저였는지는 알쏭 달쏭 합니다. 가장 먼저 읽었던 홈즈의 단편 단행본은 <그림자 없는 괴도>(원제 : 금테 코안경)였습니다. 최초로 읽은 장편 추리 소설은 역시 계몽사 전집에 들어 있던 코넌 도일의 <네개의 서명>이었습니다. <도난당한 편지>, <얼룩 끈>, <푸른 십자가>등이 같이 수록되어 있었지요.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현대 일본 미스터리가 트렌드의 주류로 등장한 이후 영미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많이 수그러 들었습니다. 가끔 나오더라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조차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좀 안타까운데요. 영영 출판 기회가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황금기 시절의 미번역 걸작들이 재출간, 혹은 새롭게 소개 되길 바랍니다. 제가 소개를 바라는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울리치의 <새벽의 데드라인>,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Black 시리즈>.
딕슨 카의 <유다의 창>,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사건>, <흑사장 살인사건>
그리고,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펠 바르, 마이 슈발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 자기 소개

중년을 바라보는 평범한 IT 노동자. 타고난 한량 기질로 인해 결코 직업과 밀접한 취미 활동은 하지 않는다. 추리 소설을 읽는 것도 전공이나 직업에 대한 본능적인 반동이 아닐지.

셜록 홈즈의 세례를 받은 유년 시절 이래 오랜 기간 추리소설 독자였지만, 본격적인 탐독을 시작한 것은 30대 이후이다. 앨러리 퀸, 딕슨 카 같은 고전 본격 작가부터 로스 맥도널드, 더실 해미트 같은 하드 보일드 작가, 제임스 앨로이, 로렌스 블록 같은 현대 작가, 교고쿠 나츠히코, 기리노 나쓰오 같은 현대 일본의 작가까지 특별한 취향 없이 전반적으로 즐기는 편. 추리 소설 이외에 만화와 스포츠 시청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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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1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주받은 피,아웃은 물만두님이랑 겹쳐요.
신기해요.^^

oldhand 2007-07-11 09:05   좋아요 0 | URL
아, 서재 마실을 게을리 하다보니, 이제서야 봤습니다. 좋은 작품에 대한 애호가들의 마음이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겹치는게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겠죠. ^^

oldhand 2007-07-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어보니 재출간 희망도서 중 딕슨 카의 <흑사장 살인사건>인데 <흑사관 살인사건>이라 했군요. 읽으시는 분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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