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with 포와로 님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제가 추리소설을 읽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케이블채널인 H채널에서 해준 제레미 브렛 주연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고 나서, '정말 재미있다'라고 생각한 다음에 서점으로 달려가 총 아홉 권으로 구성된 홈즈 전집을 하나둘씩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셜록 홈즈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를 보고 그에게 매료되어 홈즈가 나오는 장,단편 60여편을 한 달여 동안 정신없이 신나게 읽기 시작하고, 또 다른 추리소설들이 읽고 싶어서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나 아르센 뤼팽 전집을 읽었고, 만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에도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마약중독과도 같아서 계속 읽게되고, 또 계속 읽다보면 주머니 속이 궁해지고 신간은 속출하는데 자금이 없어서 진땀을 흘리고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개인적으로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추리소설 신간 구입을 보류(?) 중입니다. 한마디로 추리소설은 <마약>이랍니다.
지적 쾌감과 순발력, 판단력의 증가도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의 이유입니다. 추리소설은 여타의 소설들과는 다르게, 한 장 한 장, 심지어 단어나 제목 하나에까지 힌트나 복선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는 문장과 단어로써 독자를 속이는 '서술트릭'이라는 장치도 있고요, 인간의 여타 상식을 초월하는 트릭이나 복선 등을 계속 읽어나가면 머릿속이 차가워지거나 공허해지는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추리소설에 빠지면 우리나라에서 방영해주는 여타 멜로나 불륜, 사극 같은 것들을 어느정도 시시하고 따분해집니다. 그리고 소설 속의 탐정들을 따라하는 재미도 있고요. (거의 틀립니다만.) 또 추리소설들을 읽어나가면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신비롭고 매력적인 세계로 들어간 것만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가 '추리소설이 없으면 아내로서의 삶을 살아갈수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추리소설에 한 번 매혹된다면 추리소설 없는 삶이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1) <셜록 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제가 추리소설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시리즈입니다. 홈즈 탄생 100년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홈즈의 명성이나 그의 추리소설사적인 위치를 뛰어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추리소설의 근간과 골격이 그에게서 나왔고, 홈즈가 없는 추리소설의 세계란 속 빈 만두와 같다고 봅니다.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독자가 되시려 마음먹으셨다면 홈즈부터 치고들어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
2) <혼징 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자 <소년탐정 김전일>의 친애하는 할아버지이기도 한 '긴다이치 코스케'의 데뷔작입니다.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왜 이 작가와 작품 세계를 몰라줄까 하고 참 원망많이 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일본에서 6000만여권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포에게서 느낄 수 있는 섬뜩한 공포와 당대의 끈적끈적한 인습과 인간심리과 적절히 어우리지는 명작입니다.
3)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 <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제 닉네임기도 한 애거서 크리스티 최고의 탐정, 포와로가 나오는 최초의 사건과 마지막 사건이 실린 책들입니다. 긴다이치와 더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 바로 포와로이고, 최후의 작품 <커튼>에서 그가 죽었을 때 뉴욕 타임스에는 그를 기리는 부고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탐정 포와로의 탐정인생 60년을 시작하는 최초의 작품과, 최후의 작품인 이 두 작품도 빼놓을 수 없는 소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4) <백모 살인사건>, 리처드 헐 지음
도서추리소설(도서 : 도치서술의 약자로서, 범인이 먼저 공개되어 그 범행과정이 먼저 공개되는 형태 : 대표적인 예로 콜롬보가 있습니다.)의 3대 명작으로서, 정말 코믹한 추리소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최고의 명작입니다. 섬뜩한 복선 역시 마지막에 깔려있고요. 한 마디로 대박인 작품입니다.
5) <명탐정 코난 1~57>, 아오야마 쇼고 지음
추리소설이 아닌 추리만화입니다만, 여타 추리소설 못지 않은 트릭의 긴장감과 탄탄한 구성 및 인간관계과 수많은 복선과 음모 등은 이 만화를 여타의 추리소설 못지 않은 '추리만화의 금자탑'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추리소설에 단 한 권도 손을 대시지 않은 분이라도 만화방이나 티비 만화채널에서 익히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한 만화이자, 양과 질에서도 최고수준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애거서 크리스티 할머니도 하늘에서 이 만화를 보시며 즐거워하실지도 모릅니다. ^^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1)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지음
정말 무시무시한 공포 추리소설. 배경과 트릭, 하나둘씩 사라지는 등장인물과 괴기스런 인물들은 열대야를 잊게 해줄만 합니다. 마침 이 작품에 해변가에서 벌어지는 살인장면도 있으니 바닷가같은 곳에서 이 책을 읽으셔도 시원한 재미(?)가..??
2)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한 여름에 겨울에 벌어진 사건을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 걸작 중의 한 작품으로, 놀라운 범인 설정과 고립된 열차라는 기묘한 무대와 과거의 복수와 음모가 참으로 잘 어우러진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서 몇날 며칠을 목적지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느껴 보시고요.
3) <나일강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여름이라 그런지, 무대가 특히 시원시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을 또 한번 추천해봅니다. 밀실트릭의 대가인 존 딕슨 카도 추천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고, 피터 유스티노프(크리스마스때 방영해주는 영화 '쿼바디스'의 네로황제를 생각해 보세요.) 주연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티의 수작입니다. 무대가 시원해서 좋고, 여행물이라고 더 좋아요.
4)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국내에 번역된 최고의 일본 추리소설 중 하나입니다. 더운 여름에 쏜살같이 읽을 수 있고, 법이라는 권력이 가진 정체성에 대해 어느정도 성찰의 기회를 가져다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좀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결말의 반전도 대박.
5) <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일본식 공포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막상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단역(?)에 가까운 역할이라서 좀 아쉽지만, 더운 여름에 정신없이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걸작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공포소설 독자와 추리소설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긴다이치 시리즈 최고의 인기작.
Q.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셜록 홈즈보다 더 빨리 읽게 된 추리소설은 바로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추리소설이나 작가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소설을 오페라로 만들어 상영하여 벌어들인 돈이 1조원(?)이 넘는다는 소리에 놀라 읽게 되었지요. 1조원(?)의 무게만큼이나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첫 추리소설로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르센 뤼팽 전집의 번역자이신 성귀수님이 번역하신 것도 기억에 남네요.
Q. 재출간을 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추리소설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짧아 어떤 것이 절판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2년가량 출판되지 않는 '동서미스터리북스'와 시공사에서 옛날에 번역되었었던 엘러리 퀸의 작품들이나 렉스 스타우트의 <챔피언 시저의 죽음>, 그리고 헌책방에서 운 좋게 구입한 <완전범죄연구>라는 작품도 꼭 재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는 요코미조 세이시입니다. 이 작가는 일본 최고의 본격 추리소설작가입니다만, 국내에는 혼징살인사건, 팔묘촌, 옥문도 등 밖에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6000만권이 넘게 팔리고, 주인공인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주연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도 부지기수이고 작년에도 또 영화가 개봉(30여년전 요코미조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누가미가의 일족이라는 작품.)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분들도 없고 전집이 번역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까우니 그저 안구에 습기만 찰 뿐입니다. 그나마 올해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작품이 출간예정이니, 그것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자기 소개
서울 모 대학에 재학중인 평범한 남자 대학생. 추리소설외에도 역사나 문학, 범죄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은 삼국지의 <제갈량>, 그리고 추리소설작가분들. 좋아하는 배우는 <콜롬보>의 피터 포크 옹과 역시 일본의 콜롬보라 할 수 있는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타무라 마사카즈. 각종 드라마에도 관심이 너무 많고, 취미는 독서 & 잠 & 산책. 프로이트를 읽으려고 시도중이나 현재 보류중. 그리고 군대와 취업, 나라걱정에 몸둘바 모르는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