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with kimji 님
Q. 안녕하세요. kimji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A. 안녕하세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더위도 꺾이고, 선선한 바람 부니 영락없이 가을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저도, 우리집 꼬마도요^^ 아이엄마,로 사는 일상이 고만고만하듯이 저도 고만고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해서,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해주셔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너무 뻔한 핑계 같지만 아이엄마가 된 이후로 독서량이 욕심을 따라가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주변엔 언제나 읽을 책들을 숨겨두고 짬짬히 읽기도 하고요.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알라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덕분에 오래된 리뷰를 꺼내봤습니다. 2003년 9월 21일에 올린 첫번째 리뷰로 알라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새삼스러워요. 제가 알라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처음 리뷰를 올렸던 그때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리뷰를 쓸 수 있었고, 리뷰 하단에 추천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yes와 no를 선택해서 체크할 수도 있었죠. 글자 수 제한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일, 자체가 알라딘이 처음이었어요. 알라딘 외의 온라인서점을 가본적도 없었고요. 그냥 첫걸음에 단박 물건을 사는 손님, 이 되었던거죠. 첫 결제를 하는데 무척 떨리던 기억도 생생하구요. 아무튼,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왔고, 책정보를 찾다보니 리뷰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아, 이런 공간이 있구나!'를 깨닫고, '그럼 나도?'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더불어 그때 당시 스터디 모임에서 읽은 책들의 간략한 평가를 남겨야 했어요. 알라딘 리뷰가 그 정리 공간으로 적격이었고요. 굳이 커리큘럼이 아니어도 내가 읽는 것들에 대한 기록,은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이었고, 그것을 종이와 펜, 이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웹페이지로 자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알라딘과의 조우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Q. kimji님께서 특별히 리뷰 쓰기를 즐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예를 들어준 이유 모두 두루뭉술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알라딘에 리뷰를 쓸 때는 알라딘이 놓치는 책정보를 대신 남겨놓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어요. '이 얘기도 하면 더 좋을텐데, 이건 너무 작은 부분이어서 공식적인 소개가 안 되었나보다. 그럼 내가 써 놔야지' 하는 마음 말이죠. 그러다가 개인적인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나, 그 책에 대한 덧붙일 정보는 페이퍼가 그 역할을 대신 해줄수 있어서 리뷰쓰기가 좀 부담스러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내 식대로 읽은 이 책의 내 식대로의 감상'이 되고 있고요.
제가 주로 읽는 책이 문학서이다보니 리뷰도 대부분 소설입니다. 게다 한국소설에 많이 치중되어 있고. 제 관심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소외받는 한국소설에 대한 애정도 얼마간은 담겨 있어요. 알라딘에서 소설에 관한 리뷰어하면 kimji,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리뷰를 쓰는 것을 즐기는 이유, 라 할 수 있다면 '읽기'와 '쓰기'가 일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읽기를 좋아해도 쓰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힘겨워 하면, 쓰는 것을 잘 해도 읽질 못하면 쓸 수 없는 게 리뷰니까. 저는 그저 보편적인 사람이에요. 대다수가 읽는 만큼 읽고, 대다수가 쓸 수 있는 만큼 쓰니까요. 따지면 특별할 것도 없다,라는 말같지만 적어도 독서와 독후 활동을 제대로 취미 활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겠죠.
Q. 처음 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A. 계기, 라기 보다는 성향 같아요. 아버지가 문자중독처럼 늘 책이나 읽을 거리를 가까이에 두고 계신 분이었고, 읽지 않으면 쓰고 계시던 분이었거든요. 하다못해 광고전단지를 읽거나, 딸아이 연습장에 같이 낙서를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런 아버지의 기질이 제게도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어릴 때 유난히 책을 좋아하거나, 책에 파뭍혀 있거나 하는 아이도 아니었어요. 그건 조금 더 커서 변질되는데, 그러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소설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이 말이 뭐가 어렵다고;; ) 문학지망생이었어요. 소설을 쓰고 싶어했고. 해서 소설만 들입다 읽게 되었습니다. 참 간단하지요? ^^
Q. 우선은 kimji님께서 수상하신 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수상하신 기분을 여쭙겠습니다.
A. 제가 쓴 리뷰가 좀 길었어요. 제가 봐도 좀 지루했어요. 해서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리뷰대회 도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큰 상을 받게 될 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죠. 그때 임신중이었으니까 제일 먼저 부른 배를 쓰다듬었던 것 같아요^^ 좋은 일이니까 기뻤어요. 신났구요^^ 제일 먼저 신랑에게 전화를 걸고, 친정 엄마한테 전화걸고, 그랬던 것 같아요^^
Q. 이상한 궁금증일지도 모르지만, 상으로 받으신 적립금은 어떻게 사용하셨는지요.
A. 상금이 무려 백만원,이었습니다. 백만원. 그 큰돈을 상금으로 받아도 되는지, 그런 걱정도 들고. 많은 리뷰대회 참가자분들에게도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임신중이어서, 아, 이 아이에게 선물을 주시는구나, 뭐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더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만^^
적립금은 모두 책 샀어요^^ 가족들, 지인들에게 선물하고(다음 해 제가 축하턱을 낼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적립금 덕을 좀 보았습니다) 남은 금액 모두 제 책을 샀습니다. 알라딘 지인들과 나눌 수 있는 이벤트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신혼살림에 욕심껏 제 책을 사볼 수 없던 터였고, 출산 예정 중이어서 아이에게 줄 선물 등을 생각하다보니 많이 나누지 못했어요.
나의계정에 적립금 1,000,000원이 써 있는 걸 보고서 새삼 깜짝 놀라 캡쳐까지 해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을 수 있었고, 아이에게도 좋은 책을 많이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적립금을 쓸 수 있는 일년 동안 무척 행복했고요^^
Q. kimji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서평이란?
A. 제가 쓰는 리뷰들은 대체로 별이 4개, 혹은 5개 만점입니다. 예전, 딱 한 번 제외하고는 늘 그래왔어요. 제 기준으로 별 3개 이하면 아예 리뷰를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편입니다. 나쁜 책(나쁜 책,이라는 의미가 참 모호하지만) 혹은 기대를 접을 책, 혹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은 별로더라,를 알리는 것도 서평을 쓰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좋은 것, 그래서 같이 읽으면 좋은 것,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욱 그러고 싶고요. 제가 쓰는 서평으로써 좋은 서평이란, 서평을 읽는 사람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서 내 감정을 제법 솔직하게 적은 서평, 인간의 삶과 맞닿은 성찰이 담긴 서평, 내용이 명확한 서평, 등이 해당됩니다.
다른 방향에서 본, 일반적인 '좋은 서평'이란, 작가와의 대화를 용이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내는 글, 이라고 생각해요. 좋으면 무엇이 좋은지, 나쁘면 무엇이 나쁜지 명확하게 집어주는 서평이 좋은 서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독서, 란 개인적인 행위여서 같은 책이어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껴지기 나름이니까, 자신의 느낌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기본일테구요. 더 나아가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 나에게도 어떤 울림으로 전달될 때, 그래서 그 책에(그 책을 쓴 작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 울림을 조금 더 깊게 공유하기 위해 그 책을 읽게 되는 적극적인 행위를 유발하는 것도 좋은 서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은, 그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서평은 못 되어도 서평이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의미를 다하는 서평도 나름의 존재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평이란 독후의 감을 적는 일이니까 말이죠. 독후의 감,이 어떤 이에게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거나, 내 존재의미를 떠올리게 하거나, 타인을, 인생을, 삶을 반추하게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서평으로써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Q. '좋은 서평이 좋은 책을 살린다'는 매 대회 때마다 내걸어온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이 말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세요?
A. (단호하고, 강하게) 네!
예전, 어느 관계자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좋은 인터넷 서점이란 어느 도서관보다 더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하더군요. 그때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저는 이 나라의 출판, 유통 과정, 온/오프라인 서점의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상업적인 장치, 혹은 그런 영업 정책에 관해서도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저 캐치프레이즈, 의 힘을 맹신합니다. 말 그대로, 어떤 목적 없이 순수 의미로써 말이죠.
좋은 서평 중에 하나는 그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고, 같이 읽은 후 함께 공유하고 싶고, 그래서 더 큰 울림을 가지고 싶다 라는 마음을 (긍정적인 의미로) 부추깁니다. '좋다'라는 개념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복잡해지겠지만, 좋은 책을 알리는 일은 출판사의 영업이나 할인율, 마일리지, 웹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의 문제, 이벤트 여부와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것이 좋은 서평, 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여겨지고요. 좋은 서평을 쓰는 일이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대회가 그런 순기능을 많이 발휘하는 일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기도 하고요.
Q. 이런 서평은 대단하다, 이 사람의 서평은 참 좋다. 하는 식으로 선호하시는 스타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 분들께 소개하고픈 서재나 서재인, 특별히 감동적이었던 서평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A. 어떤 서평이 좋은가, 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말했으니까 제가 좋아하는 서재인을 소개하는 걸로.
: 플레져님. 플레져님 역시 한국문학에 집중된 서평이 많은 서재입니다. 리뷰들도 모두 주옥같구요. 특히나 감각적인 언어구사로 서평만 읽어도 만족감이 드는 서평을 많이 쓰는 분입니다.
: 오즈마님. 관심 스팩트럼이 다양해서 흥미로운 리뷰들이 잔뜩 있는 서재입니다. 예를 들어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의 리뷰 '스누피, 당신의 건필을 빌어' 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리뷰 '고마워 역시 박민규야' 같은 리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고, <소진의 기억>의 리뷰인 '그리움이 힘이 된다'같은 울림 강한 리뷰도 큰 감동을.
: 2회 수상자인 드팀전님의 리뷰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 어린이분야 책에도 정성들여 세세히 리뷰를 작성하는 '책읽는 나무'님 서재도 아이엄마들에게는 필독 서재가 될 듯 합니다.
: 이상하게 제게는 '아, 이 책 꼭 사서 봐야지!'라고 자극하는 서평을 쓰시는 '로드무비'님 서재도 훌륭합니다^^
: 요즘에는 좀 뜸하신듯 한, 독특한 색채를 가진 'endo'님의 서재도 저는 좋아라 했습니다.
Q. 최근 읽은 책 중에 널리 읽혀도 좋을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최근, 권여선 소설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고 너무 좋아서 열심히 리뷰를 썼습니다. 이 가을에 읽기 힘든 소설이지만, 이 가을에 읽기 참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뷰 쓰려고 벼르고 있는 편혜영의 소설 <사육장 쪽으로>도 좋더군요. 일상의 폭력과 공포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어요. ('널리'라는 표현 때문에 참 힘드네요^^;;) 방향을 조금 바꿔, 백지혜 글.그림인 <꽃이 핀다>가 어른이 봐도 가슴 짠하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었다고 기억이 되네요.
Q. '인생의 책'이란 것이 있다면 한 편(혹은 몇 편이든) 꼽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내가 읽어 온 모든 책, 이라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답변인가 싶어도 그처럼 적절한 표현도 없는 듯 싶습니다. 영화나 음악이 계절이나 기분, 처한 상황, 낮과 밤 등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고 나름의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책도 제게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얘기는 머리에 쩍-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이 감동을 주는 책을 아직 못 만났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내 인생을 뒤흔들거나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했던 책이 과연 있었나 싶은 회의에 빠지게도 하니까 말이죠. 그래도, 꼽아야 한다면 주저없이 오정희의 <불의 강>,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조경란의 <불란서 안경원>, 윤대녕의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천운영의 <바늘>, 김인숙, 김연수의 소설들, 장정일의 희곡집 <긴여행>, 이윤택의 희곡집들,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최승자의 시집들을 읽으면서 문학지망생의 꿈을 키웠으니 내 인생의 책들이 바로 이 책들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 이 있다면
A. 최근, 서평단모집을 통해 생산된 리뷰, 에 관한 생각을 해보곤 했습니다. 리뷰의 수,와 책의 질적인 부분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뷰의 질적인 내용보다 리뷰의 갯수가 조금 더 쉽게 그 책에 관한 인상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없지는 않습니다. 서평단리뷰, 일 경우에는 이 리뷰가 서평단 리뷰, 라고 밝힐 수 있는 체크기능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다른 사이트에서 이런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평단이 되어서 쓴 리뷰, 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리뷰를 받아들이는 독자에게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도록 도와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좋은 리뷰를 쓰는 것도, 좋은 리뷰라고 판단하는 것은 분명 독자와 이용자의 몫입니다. 그 판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라딘에서 안내해주셨음 하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 3회째인 리뷰대회, 가 성황리에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도, 알라딘도, 그리고 그 책의 저자에게도,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모두 윈윈인 그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응원의 박수를 보낼게요.
- 인터뷰 덕분에 제 개인적인 정리의 시간도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늘 건강한 알라딘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늘 건강한 알라딘, 그 안의 건강한 편집팀이 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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