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파이? 아니면 과자?
아트나인 영화관 & 자비에 돌란

 

 

 

 

 

 

 

 

 

 

 

 

 

 

§

감독에게만 페르소나 배우가 있는 게 아니다. 관객에게도 페르소나 배우가 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가 내게 그렇다는 걸 직감했다. 이쯤 되니 다른 관객들은 어떤 공감을 가지고 그를 보는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그 내밀한 감정과 삶을 숨기고 영화 속에 몰래 투사하고 있을 테니... 나는 수다스러우니까 이 기록을 남긴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담당한 정신과 의사 로렌스가 갑자기 행방불명된다. 그린 박사(브루스 그린우드)는 당시 함께 있었던 마이클에게 단서를 얻고자 서둘러 병원으로 온다. 덧붙여 집착과 히스테리 가득한 동거녀와 다운증후군 조카를 키우고 있는 을씨년스러운 가족의 굴레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라는 이유도 있다.

 

그린 박사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 마이클은 협조에 대해 조건을 건다.

 

 

1 내 진료기록을 절대 보지 말 것
2 간호사 피터슨을 배제시킬 것
3 그리고 내게 초콜릿 박스를 선물할 것
이 조건이 왜 중요했는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초콜릿이 영화 <제8요일>에 중요한 역할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 소재를 쓴 건 시작부터 영화 평점 50%를 깎아먹는다. <제8요일>이 오래전 영화라 지금의 관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어떤 변명이든 감독의 한계를 드러낸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서 대화만 가득한 영화인데도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자비에 돌란의 아우라가 집중이 분산되지 못하게 강력했기 때문이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울기 시작했다. 마이클이란 캐릭터에 공감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처음이자 유일하게 만났을 때 아버지가 쏴 죽인 코끼리를 본 것이 마이클의 평생 트라우마가 됐다. 누구도 그 상처를 들어주지 않았고 감싸주지도 못 했다. 홀로 죽은 코끼리처럼. 아버지는 아프리카 사냥꾼, 어머니는 듣는 자가 아니라 자기 노래에 빠져 있는 성악가. 부계사회에 적응할 수도 없고 모계사회의 보살핌도 받을 수 없는, 현재 지구는 그 상태다. 모두 외톨이며, 타인이 만든 규칙에 휩쓸려 사는 감옥이자 자신의 병을 감내해야 하는 정신병원의 삶이다.
누가 누굴 치료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무엇이 위안거리는 될 수 있겠지. 어머니의 노래를 자기 식으로 마이클이 간직했듯.

로렌스의 행방불명으로 자신의 규칙을 강요할 수 있게 된 단 하루. 마이클이 선택한 건 탈출이었다. 짐작하다시피 이 세계에서 탈출은 죽음뿐이다. 어딜 가든 타인의 규칙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유롭지 못하다. 로렌스의 행방을 묻기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서만 귀 기울이는 이 세계에서 미래는 종(種)으로서의 끝없는 적응을 요구할 뿐이다. 마이클의 상처로 가득한 삶은 이미 조현병으로 낙인찍힌 채 감금이라는 처벌만 주어졌잖은가. 마이클을 사랑한다면서 바라보기만 했던 로렌스보다 더 나은 사랑을 하는 사람은 이 지상에 얼마나 되는 걸까. 이리저리 회피하면서 자기 위치를 고심하는 그린 박사 처지 아닐까.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의 관계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복선이다. 이들은 오래전에 끔찍한 사건으로 자식을 잃고 그 상처 때문에 이혼했으나 이 사건으로 재회한다.
피터슨 간호사가 마이클을 끊임없이 제어하려 한 것은 지키지 못한 자신의 아이 때문이며, 그린 박사가 마이클을 그토록 살리려 애쓴 것도 그 트라우마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이클이 사망하자 그린 박사가 하염없이 울며 ˝용서해 달라˝ 말하는 최종적 도착지는 죽은 마이클도 죽은 자식도 아닌 살아있는 피터슨 간호사였다. 화해는 산 자끼리만 가능하다. 너무 늦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온 로렌스가 하는 말처럼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사랑하지 못한다. 무언가 깨달았을 때는 언제나 늦었고 많은 희생이 치뤄진 뒤다.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의 해피엔딩은 마이클의 희생을 통해서 가능했다. 희망을 꿈꾸는 자는 어떻게든 찾을 수 있겠지. 그런데 평생 상처뿐이었던 삶을 구하기란 왜 이리 힘들까. 상대에게 약을 먹고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는 속내 중에 스스로 빨리 이겨내라는 질책과 모종의 우월감은 없을까. 우리가 어떤 책임까지 감수하긴 힘드니까. 나 자신도 무리를 벗어날 수 없는 멸종 위기의 엘리펀트니까.

<제8요일>에서는 초콜릿만 먹고 끝나지 않았다. 옥상에서 떨어져 확실히 끝을 냈고, <엘리펀트 송>에서는 치밀하게 머리를 써야 했다.
미련하고 멍청한 나는 지금 흐린 하늘을 보고 있을 뿐이다. 때마침 비도 온다. 듣는다.




ㅡAgalma
 

 


덧)

영화를 현실에 너무 대입해 해석했다고 웃어도 되고 내 의견에 공감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 내실있는 자유를 꿈꿀 수 있기를.


 

 

 


[불편한 음악으로 불리기도 하는 ECM 레이블 창립자 만프레드 아이허와 이은수 인터뷰 - '듣기'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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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6-1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봤어요.아직 못봤는데..기대가 엄청되는,,지극한 동감을 전해요..
이 세계가 정신병동과 다름없고 멸종위기의 얼마 안남은 희귀인류일지..
모르겠어요..우리 모두는 각자 독특하니..말이죠.^^

AgalmA 2015-06-14 00:20   좋아요 0 | URL
귀하죠. 다 귀한데....

스윗듀 2015-06-2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보고왔는데 agalma님 해석은 이러하군요! 전 그저 자비에돌란 헤....침 질질 정도 연출하지말고 그냥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AgalmA 2015-06-28 02:08   좋아요 0 | URL
ㅎㅎ 자비에 돌란 연기면 연기, 연출이면 연출...감독하면서 주연 계속 하는 거 찬성합니다~ 자신이 각본, 감독한다면 캐릭터를 제일 잘 아니까 중요 배역을 자신이 소화해내고 싶기도 할 거예요. 그의 작품의 주인공들이 참 소화해내기 쉽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하고.

스윗듀 2015-06-28 02:08   좋아요 0 | URL
ㅎㅎ말나온김에 자비에돌란 영화 중에 뭐 제일 좋아하세요? 마구 공유하고싶다능 _

AgalmA 2015-06-28 02:13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제가 그의 영화를 많이 못 봤어요^,ㅜ
<탐 엣더 팜>, <아이 킬드 마이 마더>, <하트비트> 볼 게 많더라고요...
lovelydew님은 뭐 인가요?

스윗듀 2015-06-28 02:16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다보진 못했는데 지금까지 중에서는 <하트비트>에요! o.s.t로 쓰인 bang bang이란 노래가 있는데 영화 보고나서 일주일 정도는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ㅋㅋㅋ

AgalmA 2015-06-28 02:19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하트비트> 돌란 패션 스타일링이 제일 제 취향이긴 하더군요. 오호호~~
오, ost가? 찾아서 들어봐야겠군욧!

스윗듀 2015-06-28 02:24   좋아요 1 | URL
악!!!!! 저도 그 스타일링 완전 좋아요😍 이런 멋진 게이같으니!

AgalmA 2015-06-28 02:26   좋아요 1 | URL
역시👓...😉

스윗듀 2015-06-28 02:28   좋아요 0 | URL
ㅎㅎ참고로 bang bang은 버전이 아주 많은데 영화삽입곡은 dalida가 부른 bang bang이에요

AgalmA 2015-06-28 02:34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 게이 영화는 왜 그렇게 신파로 내달리는지...현실 반영이라 해도 표현이나 연출에 있어 자비에 돌란에게 배울 게 많다고 생각됩니다ㅎ;)
네, dalida-bang bang~ 고마워요👌
 
그게 …… 그리고

 

 

 

 

 

 

 

 

 

 

 

 

 

 

 

그게 아니고

 

 

 

 

 

 

 

corona

개기일식() 때 태양의 광구()가 달에 가려지면서 그 둘레에 백색으로 빛나는 부분을 코로나라 한다. [두산백과]

 

 

 

 

 

 

 

눈이 오네

 

 

 

 

 

 

 

 

 

봄이 오듯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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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cm를 들으면 연애시를 쓰고 싶어진다. 밤새도록 가능할 것 같다. 실제 그러기도 했다. 이런, 미친.

그러나 공연장에서 그들의 드립과 퍼포먼스는 깬다ㅎㅎ;
그들의 곡은 사람 맘을 참 잘 대변해준다.
˝죽겠네˝, ˝Healing˝ 등등~

북다이제스터 2015-06-0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멕시코 맥주 브랜드인 줄 알았네요. ㅎㅎ

AgalmA 2015-06-08 21:28   좋아요 1 | URL
ㅎㅎ 그래서 코로나 뜻을 같이 병기ㅎ
코로나 비싸서 저는 카프리에 레몬을 잘라 넣어 마시는 이상한 호사를 부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모히토가 유행이더군요~
집에 민트 잎을 기르고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6-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던 모히토.. ㅎㅎ 티비에서 깻잎으로 대용한다는 것 봤는데... 그건 좀 약간 아닌듯... ㅎㅎ

AgalmA 2015-06-08 22:02   좋아요 0 | URL
깻잎이라니! 카프리에 레몬은 원본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퓨전이고 가난이고 간에 깻잎 향은 본질을 다 망쳐요. 그건 정말 아닙니다2
깻잎은 간장이나 된장에게 인도해야 합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

세상을 고통과 비교로 보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길이 없어. 그것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순간도 내 속에 있지. 뭐든 내 속에 다 있어. 와하하, 나 부자다! 이 부자 바보야, 그걸 누가 몰라? 근데 왜 안 해. 힘들어. 아냐, 잘 생각해 봐. 어렸을 때 몰두하던 놀이를. 이젠 그게 잘 안 돼. 음.....그렇담 노력이 필요하단 소리군?

균형을 맞추는 노력, 그게 힘들지 않아야 해. 노력을 재미로 바꾸기. 아니, 노력이 재미인 줄 모르면서 빠지고, 재미가 노력인 줄 모르고 사는 상태. 난 그림 그릴 때 그 상태가 가장 완벽했던 것 같아. 지금은 무슨 책이든 분석해서 보고 잡다한 낙서에 뭐가 정말 많아. 일까지 하면 넉다운;; 안다고 해도 잘 안 되는 이 많은 상태(아이스 커피 한 잔 마시고~캬~~)

자꾸 잊는데, 목소리에 힘주지 말 것. 그거 좋아하는 사람 없어. 좋아한다고? 상대의 노력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내가 우선 그걸 싫어하잖아? 그러면서 글쓸 땐 왜 힘줘? (입운동 살짝~~아, 에, 이, 오, 우~~)
실체 없이 가장 가볍고 짧게 도착하는 말이 너를 쓰러뜨리리라.
사랑해.
죽었어.
끝났어.



어제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집 보고 또 힘주려고 한 거 있지? 어휴)))
책 읽다가 닭살 돋고 눈물날 뻔 했어.
그렇게 오랜 시간 그의 사진을 봐 왔고, 북새통에 줄을 따라가며 전시를 봤음에도, 난 그를 전혀 몰랐단 생각이 들더군. 매일 내가 바보인 것을 깨닫는다. 나 안경 두 개 써야 될까봐. 그걸로 될까. 변명은 무엇으로도 가능하다. 깨닫기 전까지는.

장 클레르가 ˝카이로스(kairos)˝를 가져와 브레송을 얘기한 게 맘에 들었어. 제우스의 가장 어린 아들 이름이자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기회˝라고 부르는 오래된 단어.
브레송에게 붙은 ˝결정적 순간˝에 대해, 가장 오래된 기원부터 천천히 이끌어오는 침착성과 현명함, 이런 평론 좋더라.

˝한 장의 사진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한편으로는 어떤 사실의 의미작용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설명하는, 시각적으로 통찰된 형태의 엄격한 조직이, 동시 발생적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ㅡ앙리 카르티에-브레송

힘준 글은 눈에 잘 안 들어 오는데, 브레송은 사진은 가볍고 날카롭게 만들 줄 알았지만 문학수업을 했어도 언어에선 그도 어쩔 수 없었나봐ㅎ; 장 클레르의 말처럼 브레송은 카이로스에서 끊임없이 로고스를 이끌어내려 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초현실주의가 추구하는 우연성과도 결별한 거고.
브레송이 사진에서 그랬듯 언어에 날개를 찾아주기. 날개를 단 카이로스여.
그렇다고 내가 언어를 가볍게 써야 된다고 말하는 거 아닌 건 알지? (찡긋~)

여하간 그가 어릴 때 그림에 심취했고 초현실주의에 빠졌다가 노년에 데생으로 돌아간 걸 이해하겠다면, 나 너무 오만한 걸까?

하지만 느껴지는 걸.
초점이 흐려지는 걸 따질 새도 없이 잡아챈 긴박한 상황.
브레송이 바라보는 시선과 동등하게 피사체의 시선이 만나는 찰나.
그림을 그릴 때처럼 자신을 사로잡는 구도를 정확히 포착한 장면.
다음 사건이 곧 이어질 거 같은 화면의 시간성.
무엇이 지나간 듯한데도 여전히 거기 무언가 있는 것 같은 기다림.
끝없는 행진과 기다림이 거기 있어.

앙리 마티스가 새를 붙잡고 있는 모습 좀 봐ㅎㅎ;
카메라를, 연필을, 키보드를 저울과 식칼처럼 들고 있지만, 사실 그것이 오기 전까지 우린 내내 백치야. 내가 그것을 잡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오는 거지. 그것을 만날 때 나도 무엇이 되는 거고. 그것이 돈이든 영감이든 선택은 자유.
순간에 대한 기다림은 자발적이며 금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쉽게 감정에 휩싸이지. 고통, 무력감. 시체더미처럼 보이는 세계. 세상이 날 버리고 내가 세상을 죽이는 게임. 부정적이 되든 긍정적이 되든 세계가 나고 나도 세계인 거지.

난 브레송 사진을 데생이라고 말하지 않겠어. 그건 크로키였어. 가장 단 시간 안에 포착하는 스케치.
그림의 기초로 크로키를 말하지. 가볍게 생각하지만 이게 가장 힘들어. 덧칠할 시간도 없어. 한 번이면 끝나! 성공 아니면 실패!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려 봐.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날 기다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어! 나는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TV 화면에서, 날아가는 새들에게서 그것을 잡아보려 애썼지만 숱하게 실패했지. 그런데 브레송은 사진으로 성공한 거야! 순간적 집중이 곧 완성인 크로키를.

가만히 있는 것들을 그리는 데생은 느린 시간, 내가 가두는 시간이야. 그래서 사냥의 시기를 거친 후 그가 노년에 데생으로 돌아간 걸 거야.
크로키는 사냥의 시간이지. 그 사라짐 때문에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빠르고 강한가. 역설적이지 않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데도 느껴지는 견고함, 영원불멸의 느낌!


엉망진창, 말을 크로키처럼 하려니 힘들다. 작법 선생님들은 엄청 구박하겠지ㅎ 언어를 묵혀라!

이건 나중에 또 고칠께.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이따 또 봐/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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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6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6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친구, 파이? 아니면 과자?

 

§ 아트나인

메가박스 아트나인 영화관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지금은 사라진 대학로 동숭 아트시네마 분위기와 비슷하더군요.

작고 아담하지만 창밖을 볼 수 있는 스크린 공간이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창쪽 가림막이 올라갈 때 12층에서 보는 저녁 노을이란!

뻥 뚫린 스카이라운지 휴식 공간도 무척 맘에 드는데

요즘 같은 날 영화 관람 앞·뒤 시간에 책읽기에도 좋은 공간입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아지트 같아요 >_<)ㅇ

아래층에는 메가박스가 따로 있으니 예술영화와 흥행영화를 골라볼 수도 있죠.

서울 지하철 2/7호선 이수역 7번 출구 바로 앞이라 편하긴 한데, 근처 사는 사람이 아니면 갈아타야 하는 불편하고 애매한 위치.

그러나 도착하면 시네마 천국~

 

 

 

 

 

 

 

 

 

 

§ 아트나인 엘리펀트 송이벤트 & 자비에 돌란  

알라딘 실버 이상 회원이면 매달 4천원 맥스무비 영화 할인권을 주잖습니까?

못 써먹고 넘어가는 분도 계실텐데 이 영화는 어떨까요.

곧 개봉될 엘리펀트 송이벤트가 메가박스 아트나인에 있어서 겸사겸사 소개합니다.

http://www.megabox.co.kr/?menuId=movie

메가박스 어플이나 홈페이지에서 6.9()까지 조기 예매 시 경품으로 [자비에 돌란 마스터 카드+스페셜 포스터+오리지널 포스터]를 준다고 합니다. 자비에 돌란을 좋아하고, 근처에 사시며, 이왕 보실 영화라면 이 이벤트를 권합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아도 장소 자체가 휴식을 주는 공간이라 저를 그리 원망하지는 않을 듯;;;

엘리펀트 송》이 아니라도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등 다른 좋은 영화를 보실 수도 있으니까 상영 날짜를 살펴보시길~

 

 

 

감독이자 배우인 자비에 돌란의 섬세한 감수성과 연기를 눈여겨보셨다면, 이번 엘리펀트 송에서 정신병 환자 배역은 제격이라 생각할 겁니다~ 자비에 돌란은 어쩐지 제 3의 제임스 딘, 2의 리버 피닉스를 잇는 것 같기도 하죠? 제가 강조하고픈 건 생김보다는, 사춘기+ 예술가 + 분열증이 섞인 듯한 그 개성입니다.

 

 

   

 

 

 

 

 

 

(스틸 사진은 엘리펀트 송》이 아닌 다른 영화)

 

 

 

엘리펀트 송자비에 돌란의 연기는 잭 니콜슨의 정신병 연기(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와는 어떻게 다른 시대성과 캐릭터를 보여줄지 제겐 특별히 흥미롭습니다.

 

 

 

ㅡAgalma

 

 

 

 

 

 

 


댓글(20) 먼댓글(1) 좋아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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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리펀트송(*스포주의,불쾌주의) ㅡ 정말 들을 준비가 되어 있나
    from 공 음 미 문 2015-06-11 20:26 
    §감독에게만 페르소나 배우가 있는 게 아니다. 관객에게도 페르소나 배우가 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가 내게 그렇다는 걸 직감했다. 이쯤 되니 다른 관객들은 어떤 공감을 가지고 그를 보는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그 내밀한 감정과 삶들은 모두 숨기고 이렇게 영화관에서 몰래 투사하고 있는 걸 테니... 나는 수다스러우니까 이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담당한 정신과 의사 로렌스가 갑자기
 
 
달걀부인 2015-06-04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에 한국에 가면 꼭 가볼래요. 좋은 공간소개 감사드려요.

AgalmA 2015-06-04 18:29   좋아요 0 | URL
가족과 같이 가기도 좋아요. 흥행영화 파는 아래 메가박스 가고, 예술영화 파는 아트나인에서 보고 나중에 여기 라운지에서 보자! 하면 되니까ㅎㅎ 근처에 이마트 있어서 장 보고 집으로 지하철ㅋ;;

2015-06-04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4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5-06-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땐가 동숭아트시네마 다녔는데 그 때 생각이 문득. 거기서 여왕마고를 봤는데.. 하지만...가족들과는 노~ 요런데는 혼자서...자유롭게..취향맞추는것도 힘들어요.

AgalmA 2015-06-04 17:39   좋아요 0 | URL
ㅎㅎ... 동숭아트시네마 폐관될 때 많이 아쉬웠죠. 인상적인 영화 여기서 많이 봤었는데... <트레인스포팅>을 조조로 보고 나올 때 세상이 정말 너무 이상하게 보였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요즘 영화관은 무슨 병원대기실 같잖아요. 책 볼 수 있는 공간도, 분위기도 없는...그런데 이곳은 그게 참 좋았어요 :)

21세기컴맹 2015-06-0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문과 댓글들 모두 즐겁게 참여했어요.
생활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감사할 일이 오래 지속됐음 합니다

AgalmA 2015-06-04 18:16   좋아요 0 | URL
다들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분위기에 참 엉뚱한 글이기도 하겠죠^^; 제가 참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지만...무엇보다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게 어떨까 했습니다...

수이 2015-06-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까 말까 평상시에 놀던 서울 아지트가 아닌 곳이어서 낯설어요_

AgalmA 2015-06-04 18:59   좋아요 0 | URL
낯설어서 더 좋을걸요ㅎ? 예전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 가 보셨어요? 그 버전의 럭셔리분위기ㅎ 맥주와 와인과 스파게티를 먹는 카페가 붙어있을 거라곤 상상못했어요ㅋ; 영화보기도 바쁜데 잉;;;

수이 2015-06-04 19:00   좋아요 1 | URL
그곳은 제 아지트였지요~ 훗_ 서울 가면 가볼게요. 꼬옥_

AgalmA 2015-06-04 19:03   좋아요 0 | URL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가 이전되어서 그것도 참 아쉬운 일이었어요. 그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안국, 서울 시내 노을이 참 멋졌는데...

북다이제스터 2015-06-0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광화문 씨네큐브 앞 미로스페이스에 가끔 가요. 안 가보셨으면 추천...^^

AgalmA 2015-06-05 01:49   좋아요 0 | URL
미로 스페이스는 딱 한 번 가봤어요. 이상하게 그곳과 연결이 잘 안돼요;;
부르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늘 많네요ㅎ;

맥거핀 2015-06-0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트나인이 다른 건 몰라도 음향이나 화면 같은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저는 이수쪽은 잘 안가게 되기는 합니다만..). 자비에 돌란은 벌써 칸영화제 심사위원도 하고...이 인간, 천잰가...

AgalmA 2015-06-05 21:56   좋아요 0 | URL
소규모인데 비해 시설도 좋고, 집 가까이 예술영화관이 없어서 늘 멀리 가는 게 힘들었는데 선택지가 생겨 좋아요^^
네, 저도 그 소식 들었어요. 연출력에 연기력에 저는 천재 인정!

 
[수입] Winter Sleep (윈터 슬립)(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Adopt Films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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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개그에 대한 우리 불쾌감은, 인간이 공감과 재미에 더 치중한 심리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서겠죠. 유행어를 따라하는 심리는 뭐 겠습니까. 진화와도 연관되어 있겠죠. 끊임없이 배제하고 좋은 걸 찾아내려는 욕망. 공감 되면 환호하지만 안 되면 야유하거나 무시합니다. 서로 잘 지내보자는 것 같지만 이리저리 눈치 보고 재고 따지고, 생활 전반과 여기 서재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일이죠. 그 행동을 단순히 좋다/나쁘다로 이야기할 수 없으며, 바람직한 행동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을 따지는 우리 또한 별다르지 않으니까요.

 

 

(여기까지는 에스카님 서재글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2>에서 '무명 개그맨'과 연관해서 생각해봤고, 아래는 영화<원터슬립>에서 배우와 인간, 심리에 대해서...)

 

 

 


Schubert's Piano Sonata No 20 in A Major


 

윈터슬립》에는 이국적인 터키 카파도키아의 겨울 풍경 속에 호텔 오셀로’가 있습니다. 하필 오셀로라니. 셰익스피어 《오셀로》를 이 영화는 어떻게 비켜갈까요. 호텔 오셀로의 주인이자 전직 배우이며 지방신문 기고가 아이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니할’, 이혼하고 그들과 살고 있는 아이딘의 여동생 네즐라’, 그들에게 집세를 못 내고 있는 세입자 함디형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주요화두가 있습니다. “인 줄 알아도 받아들이면 더 좋지 않을까.” 또 오셀로를 떠올리게 됩니다. 악인 이아고에게 철저히 속아 넘어가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의 비극을. 우리는 善과 惡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까. 속는 줄도 모르고 받아들이면 과연 좋아지게 만들까요. 비폭력 평화주의처럼 말하지만 정작 좋을 때까지만 받아들이는 건 아닙니까.

영화 속 인물들은 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만, 상황이 닥치면 자신이 밝힌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억지스럽고, 부조리하며, 이기적인. , 제겐 그게 다 이기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겉으로는 도덕과 양심, , 인간애, 종교성 등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처한 개별 사건 속에서 우리 행동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a: 악을 받아들여 상대가 양심 속에서 깨우치게 만들자고 말한 당사자면서 네즐라는 자신이 아끼는 컵을 자꾸 깨뜨리는 가정부에게 벌로 월급을 깎을지 말지 고민합니다.

 

a2: 네즐라는 자신을 학대한 남편에게 ˝용서해 달라˝ 말해서 남편이 반성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고심합니다. 얼마나 기만적이고 합리화한 어리석음입니까. 니할에게 그렇게 지적받자마자 네즐라는 아이딘과 니할을 싸잡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무수한 불만의 씨앗은 미세한 자극에도 쉽게 터집니다. 감정의 부비트랩.

 

b: 니할은 자신의 자선은 올바르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딘의 자선은 허울뿐인 치기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아이딘의 기부금을 자기의 자선인 양 포장하며 건네다가 모욕을 당합니다. 그녀의 자선은 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좌절된 삶을 이끌어줄 목표였기에 그토록 중요했던 거죠. 

 

c: 투숙객1이 지나가는 말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에 아이딘은 대가를 치르며 실행에 옮깁니다. 아름다운 흰 야생마를 사옵니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아들이듯이. 나중에 말을 풀어주지만 그의 위안 때문이지 말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뒤 사냥에서 토끼를 쏴 죽였으니까요. 우리의 본능적인 사냥심리는 제거할 수 없이 막강합니다.

 

c2: 투숙객1이 세계를 떠돌며 에세이를 쓴다고 하자, 자기도 작가라며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 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아이딘은 거짓말 합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그는 언급했던 책을 쓰기 시작합니다.

황신혜밴드였나, 언니네이발관였나. 방송에서 밴드 한다고 말했는데 거짓말을 할 순 없어서 밴드하게 됐다고 하던 에피소드 생각나네요.

 

d: 독실한 무슬림인 함디는 악을 참을 수 없어 악으로 되돌려줬고 감옥에 갔죠. 출소 후 상황이 잘 풀리지 않자 자신의 가난과 잘못과 불운을 세상에 대한 분노로 모두 치환합니다. 그의 마지막 자존감이기도 하겠죠. 우리는 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e: 영화 속 모든 인물은, 타인의 위선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지적받으면 참지 못합니다. 아이는 맞거나 조용히 지켜볼 뿐입니다.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들. 인간의 수만큼 죽음만큼 많을 겁니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각자 자기의 논점에 따라 이리저리 인용하듯이(영화 속 이 장면도 아주 멋지죠) 우리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오래전 오마 샤리프가 이곳에 촬영차 왔을 때 아이딘에게 전했다는 말 ˝배우의 연기는 정직함에 있다˝를 아이딘은 명예롭게 얘기하지만 그 말은 100%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직함을 연기하면서도 누군가 정직하다고 말해주길, 인정해주길 바랍니다. ˝당신은 정말 작가입니다 시인입니다 배우입니다˝라고 말이죠. 그 어떤 인정도 거부하는 용기 속에서조차 우리는 진짜 정직한지 살펴야 할 겁니다. 우리의 선의와 겸손은 자기기만일지도 모르니까요.

 

엔딩에서 아이딘은 지금껏 부정하고 있었던 사실인 자신이 부(富)보다 '니할'을 의지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닫게 되지만, 니할에게는 솔직히 털어놓지 못합니다. 아마 인간인 우리는 - 연기 뒤에 숨어서, 글 뒤에서 말하는 - 그게 최선 아닐까, 감독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지도요. 오셀로는 아내에게도 자신에게도 정직할 수도 제대로 연기할 수도 없었으므로 몰락한 거겠죠. 惡 때문이 아니라.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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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5-06-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아이러니~~
아 수요일 오전인데 잠이 너무 오는군요!

AgalmA 2015-06-03 13:10   좋아요 0 | URL
이리저리 얽혀있으니 복잡의 대 파노라마라고나 할까요...
잠...동물들 보면 제일 좋아보이는 부분이기도 해요. 자고 싶으면 아무데서나 자고. 물론 인간과 적을 경계해야 하는 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지만ㅎ;

풀무 2015-09-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휴가 때 케이블 VOD로 보았습니다. 아갈마님의 생생한 글을 읽고나니 이 영화에 대해서 무슨 컬럼 기고하듯이 딱딱하게 죽은 기록을 리뷰랍시고 쓴 제 글이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AgalmA 2015-09-19 14:15   좋아요 0 | URL
맞다! 서쪽섬님 <윈터슬립> 리뷰 깜빡하고 잊고 있었네요. 가서 읽어봐야겠어요.
부끄러우시다뇨! 서쪽섬님 리뷰 보며 저는 너무 주관적인 해석에 치우쳐 쓰는 게 아닐까 싶은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