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을 자꾸 잃어버려서 이번엔 인터넷으로 다량 구입했다. 모든 가방에 빠짐없이 달고, 몇 개 가지고 다니다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도 있으니까.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 님, 정혜신 선생님 인터뷰를 들으며, 작은 실천으로 누군가 달고 있는 노란 리본이 유가족에겐 생명줄이었다는 얘기는 짐작을 확인해 주었다. 나부터도 출퇴근 길에 노란 리본을 보면 위안이 됐다. 세상이 덜 추악해 보였다.

노란 리본을 사려고 검색하다 기부와 수익 문제로 논란이 있는 걸 보며 가장 적(敵)은 자본 아닌가 싶었다. 생존자 김성묵 님이 그날 팽목항에서 경험한 앰뷸런스 일화를 말하며 ‘이 사람들은 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 돈 때문에 여기 왔구나‘ 싶어 앰뷸런스 타기 싫었다고 말한 증언처럼. 세월호 유가족 보상 문제, 세월호 인양 비용에 대한 각종 루머와 공격도 마찬가지 테두리. 노란 리본 인터넷 판매 경우만 해도 사재기 재판매 문제 때문에 개인에게 10개 이상 팔지 않고 있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길게 생각하지 않는 세태, 노골적인 욕망을 보면 마음이 날로 어두워진다.
어떤 참여도 발언도 해선 안 된다는 더러운 조건을 내건 정부의 보상 서류에 모든 걸 잊고 싶은 마음에 서명했을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복잡한 심경도 생각해 보았다. 고통을 이겨내기도 힘들 텐데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기를. 잘못을 바로잡을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와야 한다.
모든 친구를 잃었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말하던 김성묵 님 얘기가 계속 맴돈다. 마음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들어줄 상담소를 찾아 여기저기 다녀야 했던 어려움과 비참함도 무척 이해됐다.

노란 리본이 박힌 운동화도 살까 생각도 했고, 좀더 이쁘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 텐데 안타깝다가.... 이게 쇼핑인지 기부인지 맘이 무거워져 화면을 닫고 그림을 그렸다.

 

 

 

Colin Vallon Trio - Tsunami (쓰나미:지진 등에 의한 엄청난 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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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4-13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다큐네요 . 긴장감 살리는데 좋은 듯한!!^^( 이럼서 아..쓰나미 ~! 한박자 늦은 이해~)
자본이 적 ㅡ 무척 공감!!
선의의 취지가 목적도 목표도 잃는 것을 이따금 보면서 아..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일들에 고개를 젖게되버려요 . ㅎㅎㅎ 말로 표현 못될 웃음만 혼자 여운남기고 가요! 굿밤 되시길!^^

AgalmA 2017-04-13 04:34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일부러 제목도 붙여 놓은 것^^;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앨범 다른 곡들도 다 좋아요. 역시 ECM!
정혜신 선생님이 세월호 자원봉사로 오신 분들이 상처를 많이 입고 떠났다는 얘길 하셨죠. 무리가 생기면 반드시 반목이 생기는데 좋은 목적과 취지를 가지고 모였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더 크게 다가와서 그렇다고 하셨죠. 우리도 목격했다시피 자원봉사로 구조하러 가신 잠수사 분들께 정부, 해경, 언론, 사람들의 태도는 어땠습니까... 둘 이상만 모여도 너무너무 어려운 세상...
그장소님과 한밤의 대화는 늘 즐겁죠. 그장소님도 굿밤되시길/

[그장소] 2017-04-14 21:02   좋아요 1 | URL
아 ㅡ의도와 다르게 가버리는 선의 .
인간이란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게 하죠 .
흙이나 돌이나 먼지가 되면 차라리 좋겠어 ..랄까 .
믿을 수 없게 선한 사람을 보고도 이젠 100% 그 선을 믿지 않는 걸 스스로 깨달아요 . 자세히 보면 , 어딘가는 도금 뒤틀린 데가 있을거야 랄지 .. 마치 그러길 바라기라도 한냥 .
ㅎㅎㅎ
저도 Agalma님과 한밤 대화 좋아요 . ^^

북다이제스터 2017-04-13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란 팔찌도 좋을 거 같아요....

AgalmA 2017-04-13 23:17   좋아요 2 | URL
길게 썼던 댓글이 지워졌네요... 다시 안 적겠습니다.

[그장소] 2017-04-14 21:02   좋아요 1 | URL
ㅋㅋㅋ별거 아닌데 이게 웃기네요 . 다시 안적겠습니다 ㅡ라니.. ㅋㅎ

2017-04-13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4-13 23:41   좋아요 2 | URL
네. 죽을 때까지 짊어질 트라우마일 겁니다. 희미해졌다 싶다가도 일시에 기억이 들이닥칠 거고 아무도 모를 고통 속에서 괴로울 겁니다. 삶 내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고요.

한국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정신적인 핵폭탄이 터진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죄악이죠. IMF 이후 한국인들이 많이 달라졌듯이 이 일도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6.25 트라우마와 빨갱이, 전쟁 공포를 겪는 세대가 아직도 있듯이. 새정치의 발판이란 건 낙관적인 전망이고 당면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을 겁니다. 위축감, 자기 보호심리, 타인에 대한 불신....우리 모두에게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해요...

겨울호랑이 2017-04-14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난 것을 보게 되었는데, 다친 사람 옆에 두고 렉카들이 부서진 차를 서로 견인하려고 다투는 것을 보면서 참 씁쓸했습니다..

AgalmA 2017-04-16 00:13   좋아요 1 | URL
경찰에 도움을 청해 본 사람들은 다들 겪어 봤을텐데, 귀찮아 하죠...내 일처럼 생각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건 알지만....인간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