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오늘은 더 그랬다. 그래도 받아야 했다. 모든 것이 귀찮다고 솔직히 말하자 M은 10일 뒤쯤 전화할까 비꼬며 답했다. 차라리 전화를 받지 말 걸. M과 나는 상심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접촉하겠지. 마음의 위안을 우물처럼 찾는 가족이라는 관계. 아이에겐 부모의 관심과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보다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챙겨야 하나?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결과적으로 나의 이득을 위해서? 윤리는 깊이 들여다보면 가증스럽다.

가라타니 고진은 씨족 사회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의 저의에 대해서 말한 바 있다.

"포틀래치는 답례할 수 없는 증여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포틀래치(potlatch)란 미국 북서해안 지역의 인디언들이 각종 의식이나 행사를 치를 때 여는 잔치를 의미한다. 이때 잔치의 주관자는 손님들에게 모피나 동판, 통나무배 등의 재물을 선물로 나누어주고, 이 선물을 받은 이들은 답례를 하는 풍습(두산백과)

 

우리는 서로에게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선물로 답례해 상대에게 예속되지 않는 독립성을 가지려 든다. 의식적일 수도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과도한 ˝좋아요˝에는 그런 우위의 의미가 탑재해 있다. 타인 간에서는 ‘증여‘인 이것은 가족 간에는 ‘상속‘으로 바뀌고 곧바로 예속과 불화의 씨앗이 된다. 물론 돈이 많을 때 얘기다. 없는 사람끼리는 마음을 챙겨주지 않는다고 각투하고...

좋은 삶이라... 나은 삶이라....인간이라면 이라...
인간은 질서를 포기할 수 없다. 세상과의 조화, 사람 간의 조화. 생존을 위한 조화.

이러한 삶의 고리가 끔찍하다.

또 전화가 울렸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어서 끊어지길 바랐다. 줄 수 없어 받을 수 없었다.

오늘 라디오에서 들은 시




내어주기


빈손이 없다.
사랑을 받으려고 해도 빈손이 없어 받지 못했다.
한 손엔 미움,
한 손엔 슬픔,
받을 손이 없었다.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받지 못했다.

언제나 가시에 찔리고 있었다.
온 손이 가시에 찔려 불붙은 듯 뜨거울 때
사랑을 주려고 해도 손이 아파 주지 못했다.
가시를 오래 쥐고 있어 칼이 되었고
미움을 오래 들고 있어 돌이 되었다.
칼과 돌을 내려놓지 못해서
사랑도 받을 손이 없었다.

내어버려라,
나무가 가을을 우수수 내려놓듯
네 칼을 네 돌을 내어버려라.

내어주어라,
십자가에서 온몸의 피를 다 쏟아내셨듯
네 안의 다스한 심장의 한 방울까지 다 내어주어라.

하얀 김 펄펄 나는 빠알간 심장에서
칸나 꽃이 움트고, 글라디올러스, 다알리아, 히야신스, 아네모네......
또 무슨 그런 빠알간 꽃 이름들아,
도끼날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스러지기 전에 다 내어주어라


#김승희《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알지만 뭘 알고 뭘 더 알 수 있을까.
지금도 꽃은 피고 지고 내 것이라 말할 수 없어 누구나 누린다. 다행이다.





Teen Daze - Cycle


 

 

I Am Dive - Summer Camp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4-15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4-16 00:00   좋아요 1 | URL
안다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나 선입견 일 때가 많다는 게 곤란함 같습니다. 적정한 건 더 어렵고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