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서재에 뜸한 인간이었지만, 그간 참 적조했네요...  

사실은 책을 잘 못 읽고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좋게 잘되었는데, 결행하기까지 심란하고 힘들고 괴롭고... 그런 나날이 두어 달은 넘게 계속되었거든요. 제가 어딜 다녀왔냐면, 음, 저 위에 있는 책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홋카이도에 다녀왔는데요, 왜 다녀왔냐면요,  

신혼여행 갔다왔어요. 

저의 동거녀 네꼬씨도 시집 가고, 저도 시집 가고... 이렇게 우리는 저희 어머니 바람대로 각자 짝을 찾아 "좋게 헤어졌"습니다 ^^  

제 혼인식은 아주 조촐하게 했어요. 작은 레스토랑 하나를 빌려서, 식구들과 친구들 모두 합해 40명 정도 모여서, 세 시간 넘게 함께 저녁을 먹고 축하 인사를 듣고 노래를 듣고 또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요.  저는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고, 좋아하는 살구색 원피스를 입고 신부임을 표시하기 위해 머리에 꽃 장식만 좀 했습니다. 제가 바라던, 부모님과 어른들을 위한 식이 아니라 온전히 저희를 위한 혼인식...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부모님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일일이 말씀도 못 드리고 초대도 못 드린 많은 분들께는 죄송하고요... 

신혼여행은 원래 저희 커플이 좋아하는 제주도로 가려고 했는데, 아아, 날씨가 너무 덥고 성수기라서 비용도 많이 들어 포기. 어디 시원한 곳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래, 홋카이도!! 요새는 일본 쪽으로 가는 비행기가 엄청 싸게 나온 것이 많아서, 예년의 반값 정도로 아주 싸게 잘 다녀왔답니다. 게다가 신랑은 해산물과 유제품을 엄청 좋아하고, 구황작물인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도 엄청 잘 먹습니다. 그렇다면 홋카이도는 그에게 파라다이스인 거죠! 저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하니까 저희에게 딱 맞는 여행지였습니다.  

9년 전, 혼슈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홋카이도까지 혼자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14시간 동안 배를 타고 교토 쪽으로 내려오면서, 아,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불끈! 이런 결심을 했던 곳인데, 짝꿍을 만나 함께 여행가게 되다니 왠지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한 일은,  

_ 삿포로 중앙도매시장 구경가기 (싱싱한 해산물 덮밥과 초밥을 먹기 위해서)

  _ 삿포로맥주박물관 구경. 삿포로 개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꽤 괜찮은 박물관이었습니다. 게다가 생맥주가 엄청 맛있어요! (원래는 맥주 맛 보러 간 거였는데, 전시 내용이 엄청 충실해서 감동받았습니다.)

 _ 라벤더가 한창인 후라노, 메밀꽃과 감자꽃이 한창인 비에이로 놀러가기. 꽃을 원없이 봤습니다. 비에이는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이탈리아 남부나 프랑스 남부의 분위기가 났어요. 이런 데 갈 때마다 부러운 것은, 어쩌면 이렇게 닭백숙 오리고기 가든 하나 없고 모텔도 하나 없냐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무 데나 찍어도 멋있어요...    

"여기는 그냥 온통 감자밭 메밀밭 밀밭뿐이네... 어쩌면 '가든' 하나 없이 이렇게 고요할까..?" 

"여기 농부님들은 농사 짓는 게 더 좋은 거겠지. 농사만 지어도 잘 살 수 있다는 소리고. 우리나라 농부님들은 농사 짓는 게 싫고 돈도 안 되고... 그러니까 가든도 만들고 외지인들에게 땅 팔아서 모텔도 들어서고... " 

신혼부부는 비에이의 하얀 감자꽃 앞에서 이런 씁쓸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_ 눈이 워낙 많이 오는 동네라서, 눈이 오면 길이 다 묻히니까 길 끝에 화살표로 '여기가 도로의 끝지점이다' 하고 표시를 합니다. 중앙선 있는 자리도 표시해놓고요. 

 

_ 느릿느릿 달리는 노롯코 열차를 타고, 사방이 온통 초록인 구시로 습원에 구경 갑니다. 우포늪의 몇배쯤이나 될까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헉 소리 나오게 멋있습니다. 습지의 강에서는 사람들이 카누를 타면서 구경하고 있더군요...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은 엄써요 ;; )  

그리고 삿포로 시내 서점에서는 엄청난 양의 요리책과 잡지들 앞에서 입맛을 다시고 왔습니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식량기지,라고 불린대요. 정말이지 곳곳에서 싱싱한 채소와 유제품들(우유가 진짜 맛있습니다. 그러니 버터도 맛있고 치즈도 맛있고 푸딩도 맛있고 생크림빵도 맛있고...)을 만날 수 있고, 홋카이도의 음식점들은 이런 현지 재료들을 쓴다는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가장 번화한 삿포로 역 앞에 있는 큰 빌딩에는 홋카이도 내의 농특산품과 가공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큰 가게도 있고요. 농사 짓는 사람이 대접받는 곳,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곳입니다. 이렇게 저는 잘 다녀왔습니다! 앞으로는 정신 차리고 책도 잘 읽고 글도 잘 써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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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7-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_<
먼저, 결혼 축하합니다!!
그리고 또 결혼 축합니다!!
다시한번 결혼 축하합니다!! ^-^


또치 2011-07-29 21:53   좋아요 0 | URL
레와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마노아 2011-07-2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완전 멋져요! 오롯이 두 사람이 주인공인 멋진 결혼식과 농사 짓는 사람이 대접받는 곳에서의 신혼여행이라니요! 또치님 축하합니다. 그리고 정말 부럽습니다. 훌륭해요! 근사해요! 두 분 내내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반가워요! ♡

또치 2011-07-29 21:5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반갑~~ 고맙습니다!
저 혼인식하느라고 속눈썹 연장술 받았는데, 눈화장에 관심 있는 마노아님이 생각났어요, 히힛. (지금은 절반쯤 떨어졌답니다 ㅋ )

마노아 2011-07-30 10:43   좋아요 0 | URL
저 지난 주에 속눈썹 증모술 받았는데 그게 같은 거죠? 저도 절반쯤 떨어졌어요.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7-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그리고 완전 부러워요 ♡.♡ 저희도 신혼여행 홋카이도에 갔었어야 했다며 엄청 후회 중~

또치 2011-07-29 21:5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감사!!
홋카이도 가면 휘모리님이랑 오이지군이랑 눈이 땡그래질 거 같아요, 맛있는 맥주와 음식들 앞에서!
이스타항공이 삿포로 취항해서 비행기삯 굉장히 싸졌어요! 가세요, 가세요~~~!! ^^

울보 2011-07-2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데 글을 읽으면서 참 부럽다,,그리고 참 멋지게 사시는 분이구나 싶네요,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한 이야기 앞으로 자주 들려주세요 왠지 많이 행복해질것 같네요,,,

또치 2011-07-29 21:56   좋아요 0 | URL
아아, 울보님... 고맙습니다. (눈물이 많으신 분인가봐요, 저도 그런데...)
씩씩하게 멋있게 현명하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마늘빵 2011-07-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축하해요. 막 알라딘에서 만났던 분들이 하나둘 결혼을...ㅠ 멋지군요! 이 비 피해를 겪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또치 2011-07-29 21:59   좋아요 0 | URL
아프님 오랜만입니다아~~ ^__^
삿포로에서 뉴스 보다가 완전 깜짝 놀랐는데, 와보니 서울시장은 '오세이돈'이 되어 있고 막...;;
그나저나 구두 홀딱 젖어서 어떡해요 ;; 신문지 뭉쳐서 안에 잘 넣어놓고 말려보아요... 흑...

무스탕 2011-07-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축하드립니다~
어디에선가 결혼하신다는 글은 읽은듯 싶은데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네요.
멋진 결혼식을 올리신거 와방 부럽습니다. ㅎㅎㅎ

또치 2011-07-29 22:0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고맙습니다~~
좀 재미난 결혼식을 해보고 싶었는데, 신랑 신부가 몸개그도 하고, 축사해 준 친구가 "신랑의 장점은 소화기관이 튼튼하다는 것이다"라는 둥 웃기는 칭찬을 해줘서 하객들이 아주 즐거워했습니다요 ^^

네꼬 2011-07-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거 알죠?)

또치 2011-07-29 22:01   좋아요 0 | URL
히힛, 고마웡~~

2011-07-29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11-08-0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뚜아아아아아아악!!!!!!!!!!!!!!!!!!!!!!

나도 몰래 결혼해버린 얄미운 타조님하!!!!!!!!!!!몰라요 미워요 나 버리고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앙
이제 지구상에 멋진 여자가 정말 몇 남지 않았군요 다 날아가버렸어
고양이도 가고 타조도 가고 오즈마돼지도 가고...
다 갔군뇨!!!!!!!!


(뒤늦게야 소식을 알고 너무 놀래서 횡설수설)
아..축하해요 또치님. 너무너무나 근사하다!!! 저도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그건 용감한 부부만이 할 수 있는 것이죠. 동화책에서나 보던 결혼식이었겠다. 제가 거기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ㅠㅠ

축하해요 또치님. 이렇게 우린 알라딘 새댁 시스터즈가 되었어요. 누가누가 더 밥 잘 하나(이건 내가 또치님한테 지겠고...) 누가 누가 책 더 많이 읽고 사나(이것도 네꼬님한테 지겠고...) 누가누가 토실토실 살이 오르나 내기하고 살아요. 그렇게 우리 행복하게 재미지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감자처럼 캐면서 살아요. 아아, 나의 또치님, 이 아름다운 여인, 결혼을 축하해요. 축하하고 또 축하해요! 다음 생엔 저랑도 결혼해줘요!!!

2011-08-05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11-08-1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선남선녀....
 

 

 

 

 

       

 

  

  요즘 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하염없이 읽고 또 읽는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알 수 없어지기만 할 때, 이런 생각을 하며 기운없어하는 건,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탓이라는 걸 이 무서운 할머니가 작품마다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영화 <정복자 펠레>에서 보았던 스웨덴 사람들의 혹독한 가난, 고된 이주노동의 현장을 기억한다. <그리운 순난앵>에 등장하는 아이와 어른들은 모두 그런 무시무시한 가난 속에 산다. 표제작 <그리운 순난앵>의 어린 남매는 심지어 부모조차 죽고 없다. 농부의 헛간에서 우유를 짜고 청소를 하며, 청어를 절였던 소금물에 감자를 찍어 먹는 것 외에는 먹는 것도 없다. 

남매는 겨울 동안 잠깐 열리는 학교에 다니는 순간만큼은 행복할 줄 알았지만, 거기서도 가난뱅이의 잿빛 티를 벗어 버리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다. 식어 버린 감자 몇 개를 구석에서 먹는 남매에게 팬케이크를 싸온 부잣집 아들은 “이런 음식 구경도 못해 봤을걸?” 하고 놀리고, 농부는 우유를 짜는 시간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르렁댄다. “앞으로 우리한테 재미있는 일이 단 한순간도 없을 것 같아” 울먹이다가 “이럴 거면 봄까지 살아 있을 이유가 없어”(<남쪽의 초원의 순난앵>에서는 더 세게 “차라리 봄이 오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번역되어 있다.) 하고 여동생이 말했을 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예닐곱 살밖에 안 되었을 여자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직설을 이 또래 아이들은 오히려 후련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린드그렌의 답이 바로 순난앵,이다. 학교를 마치고 나서 빨간 새를 따라 돌벽으로 난 문을 열고 들어간 곳, 남매가 어릴 적 살던 마을과 같은 이름이지만 보드라운 모래와 푹신푹신한 잔디가 있고 나무배를 깎아서 띄우며 놀 수 있는 곳, 팬케이크에 크림을 얹어주는 어머니가 있는 곳. 하지만 오빠는 우유 짜는 시간까지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순난앵을 나오곤 한다. 팬케이크를 잔뜩 먹었지만, 밖으로 나오면 허기가 몰려온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잿빛이 된다. 하지만 정말 두려운 것은 순난앵에 다시는 갈 수 없게 되는 일이다. 겨울이 다 지나고 학교가 더 이상 열리지 않으면, 남매는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다. 학교가 열리는 마지막 날 그들은 결심한다. 순난앵에 영원히 머물러 있기로. 
 
순난앵으로 들어가는 문을 조용히 닫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나는 읽고 또 읽곤 한다. 어른이 된 나는 이 장면을 아이들의 죽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어 운다. (게다가 동생은 바로 앞 장면에서 “오늘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아.” 하는 말까지 하니까.) 천국으로 가는 아이들의 여정을 이렇게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그려낸 린드그렌 할머니는 참 독하시다, 어떻게 툭하면 이렇게 애들을 죽이면서 끝내냐...(이 작품집의 <에카의 융케르 닐슨>이란 동화도 그렇고, 아예 죽으면서 시작하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도 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은 스물몇 살의 나는 충격에 휩싸여 정신을 못 차렸음), 얘들아 이 세상이 다가 아니란다, 이런 얘기를 어쩜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게다가 아름답게 하시는 거냐고요, 이 지독한 비관주의자 할머니 같으니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작품 속에서의 삶/죽음이 (어른들이 느끼는 만큼) 돌이킬 수 없이 분리되어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저, 어린 남매는 다른 곳으로 간 것일 뿐. 린드그렌 할머니는 이렇게 얘기한 것이다. 지금 발디디고 있는 곳에서 행복하지 않더라도, 너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있으니, 얘들아 살아라, 순난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견뎌라, 너희만의 순난앵을 꼭 찾아내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권정생의 동화, 그리고 미야자끼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히는 것이 무슨 힘이 되기는 할까요 하는 질문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힘든 날, 나보다 몇백 배, 몇천 배는 더 비관주의자였을 이 (득도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남기신 지혜의 말들을 읽고 꺼내 보곤 한다. (<모노노케 히메>의 일본 포스터에는 "살아라" 라는 글귀가 강렬하게 씌어 있다. 갑자기 이 말이 어찌나 사무치던지... 이 말을 화두처럼 마음에 새기고 있다, 요즘엔.) 그래도 네가 뭔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결국 고맙게 받아든다. 나도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어린이날, 또치 씨의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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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5-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추천!

또치 2011-05-05 15:42   좋아요 0 | URL
해피 어린이날, 치니님! ^^

마노아 2011-05-0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어린이 날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또치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서늘한 감동과 섬뜩한 현실감이라니, 목구멍이 불로 지진듯 화끈화끈해요.

또치 2011-05-05 15:43   좋아요 0 | URL
우앙... 저를 다 생각해주시고!!
놀러가기 좋은 어린이날이네요. 오늘 하루는 행복하게 꽃구경했음 좋겠어요!

웽스북스 2011-05-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멋져요 멋져!!!

읽는데 나도 같이 짠허네 그냥 ㅜㅜ

또치 2011-05-05 15:44   좋아요 0 | URL
웬디님 만나 아이스크림 얻어먹고 매실액 줘야 하는데!
예쁜 새옷 입고 나가는 날 연락할게요 흐흐흐.

2011-05-06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05-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글이 참....또치님 글 읽고 자꾸 커피만 축냅니다 ㅜ.ㅜ

레와 2011-05-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엉엉...ㅠ_ㅠ
 

 

90년대를 거치며 '하나음악'이라는 이름은 나의 눈과 귀와 입에, 뇌리에 남았다. 조동익 장필순에서부터 조규찬 고찬용 이규호 유희열...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시절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회사들도 사라지고, 나도 '하나음악'이라는 이름을 점점 잊고 말았다.  

느닷없이 이 이름을 호출하게 된 것은 윤영배 덕분이다. 이렇게 홀연히 나타다다니.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장필순 6집의 독특한 노래들을 만든 사람이다. 네덜란드로 유학을 갔다가 그만두고 돌아와 제주에서 채집생활을 한다나 어쩐다나, 그러다가 지금은 양평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는다나 어쩐다나... 겨우 5곡이 담긴 EP를 내놓았는데(그나마 알라딘에서는 팔지도 않는다...) 아, 요즘 이 노래들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달관한 듯한 무념 무욕의 목소리...  

지난주에는 공연도 있어서 다녀왔다. 베이스 김정렬(새바람이 오는 그늘,에 있었다), 기타 고찬용(그렇다, 낯선 사람들의 그 고찬용이다), 키보드 이규호(.... 살아 있었구랴;;), 게스트는 이한철이었다. 아아, 갑자기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들도 늙고 나도 늙었지. 하나옴니버스 시절의 노래들을 들려줄 때는 시간이 거꾸로 갔나 싶었지만, 공연하면서도 내내 강정마을 바닷가에 시멘트가 부어지는 걸 걱정하던 윤영배를 보고 있자니, 아 우리는 이런 잔인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 새삼 환기가 되었다... 슬펐지만, 그가 왠지 21세기의 정태춘 같기도 해서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2011년 우리에게는 이런 아티스트가 있구나, 참 고마웠던 공연. 

 

 

그런가 하면 '야광토끼'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귀여운 음악도 잘 듣고 있다. 한없이 기분이 붕붕, 맑은 하늘 속으로 나를 띄워주는 듯한 느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노래는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나는 당신만의 작은 아기 토끼씨이고만 싶었는데 나는 아마 북극에 사는 북극곰쯤 되나봐요'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 난 그냥 아닌 거지' 내가 20대라면 이런 가사 슬퍼하며 들었을 법한데, 지금은 그냥 귀엽고 이쁘게만 들린다. 그래, 나는 모든 걸 다 겪어낸 어른이 되었구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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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4-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또치님

또치 2011-04-26 18:20   좋아요 0 | URL
네~ 휘모리님!! (덥석 손을 잡습니다)

치니 2011-04-2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ㅠㅠㅠ 윤영배, 알라딘도 안 팔고 교보도 안 팔고. 우씨.
하나뮤직, 그동안 은둔하더니 슬슬 기지개 켜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

야광토끼는 지난 번에 젊은 처자가 좋다고 카페에서 들려줄 땐 그냥 그랬는데, 또치 님이 좋대니까 나도 막 괜히 좋아요. ㅎ

또치 2011-04-26 19:0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향뮤직에서 샀어요ㅠㅠ 공연장 가서도 하나 더 사고.

야광토끼는, 뭐랄까, 기운 없을 때 먹는 막대사탕이나 초코바 같아서 좋아요 ㅋ

마노아 2011-04-2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반가워요. 와락! 고기 많이 먹어요. 더 많이 먹고 튼튼해져요!!

또치 2011-04-27 09:1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고맙습니다!
수술하고 났더니 장 기능이 엄청 좋아졌어요. 이런 뜻밖의 수확이 ^^
쌀과 고기 소비량이 엄청 늘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또치가 될 테야요!

kimji 2011-04-2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정렬, 고찬용, 이한철! 이름 만으로도 완전 후덜덜입니다. 하나옴니버스^^ 저도 하나음반 LP가 꽤 있을텐데 말입니다. '새바람이 오는 그늘' 아, 그 앨범 듣고 싶어지네요.

아무튼, 또치님 반가워요. 와락!

또치 2011-04-27 09:21   좋아요 0 | URL
우앙, kimji님~~
흑, 저도 LP는 있는데 이제 턴테이블이 없어요 ;;
언제 좋은 사람들 같이 만나 회현동 지하상가 LP 가게에서 노닥거리며 옛날 노래들 틀어달라고 해서 듣고 놀았으면 좋겠다아...

굿바이 2011-04-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윤영배,고찬용,김정렬,이한철!!!!! 하나뮤직!!!!! 이름만 적어도 막 신나요~~~~ :)
야광토끼는 처음 듣는 가수이지만, 하나뮤직과 같이 놓여있으니 찬찬히 들어보겠습니다.

또치 2011-04-28 12:02   좋아요 0 | URL
음음, 야광토끼 씨는 붕붕거리는 신스팝이라 취향에 맞으실지..;;
그래도 기분전환용으로는 꽤 좋았어요 ^^

아, 6월에 그들이 또 공연한다니 또 가고 싶어져요~!

좋아요 2016-04-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곡좋네요~ 저도 힘들때 인생노래 하나 추천드려요~


김토봉 - 수놓아지길 들어보세요 삶에 위로가 됩니다.^^



 

지난 목요일날 입원했다가 오늘 퇴원했습니다. 

지난 겨울 동안 이상하게 아프다... 싶었는데 봄이 되어도 나아지질 않아서 병원에 가 상담 받았는데, 의사가 약물 치료를 해도 된다고는 하지만 아, 그냥 얼른 수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전격 수술 결정하고, 황급히 입원하고, 결과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이제 이렇게 살아나 글도 쓰네요. 

복강경 수술로만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진행하다 보니까 상황이 나름 심각해서 개복까지 하게 됐어요. 마취에서 풀려나 보니 식구들이 막 울먹울먹하고 있고... 배에는 꿰맨 자국이... 

암튼 

여러분, 병원은 오래 있을 데가 못 됩니다. 자주자주 가서 검진 받고 의사랑 친해지세요.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보험 참 좋네요. 개악하기만 해봐 그냥!! 

아 얼른 나아서 봄나들이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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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3-1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어디가 어떻게 아팠던 거에요. 힝. 저는 수술한번 안하고도 그렇게 아팠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수술했으면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래도 수술 빨리 하시고 다 나으셨으니 다행이에요!!!! 제가 몸보신시켜드릴게요. 한번 만나요!!!!!!

그나저나 저도 입원했을 때 우리나라 의료보험 혜택 제대로 봤어요. 개악하기만 해봐 그냥!!

2011-03-16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3-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수술까지 하시다니, 그것도 개복이라니...ㅜ.ㅜ
엉엉 또치님 엄청 아프셨겠어요. 고생 많으셨네요.
어여 영양가 있는 것 많이 드시고 빨리빨리 회복하셔요.
가족들도 많이 놀라겠어요. 어휴, 어쩜 좋아...

또치 2011-03-16 12: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ㅠㅠ
저도 배를 째면 이렇게나 아픈 건지 처음 알았네요.
엄마네 집에 와 있는데, 도가니탕 해주셔서 잘 먹고 있어요.
저도 얼른 나아서 막 놀고 싶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3-1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술을 받긴 했지만 또치님 수술에 비하면 껌이군요..암요 건강이 최고죠..

또치 2011-03-16 12:10   좋아요 0 | URL
네, 메피님, 고맙습니다!
나중에 더 험한 꼴 당하지 말라고 몸이 미리 경보해준 거라 생각하고 고마워하려고요. 메피님도 훨씬 더 백만 배 건강해지셔요, 얍!!!

2011-03-16 0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6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3-1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다들 아프시고 그러십니까! 대체 왜들 그러십니까!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젠 아프지 마세요, 또치님.

또치 2011-03-16 12:59   좋아요 0 | URL
(진지한 목소리) 저는 이명박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깨어나 보니 뉴스에서 일본 지진 소식이 나와서 깜놀했는데
곧이어 UAE 유전이 어쩌고 하면서 그 양반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순간 몸에서 오한이 나고 두통이 더 심해지고 열 재보니 38도 넘고... 죽 먹고 있었는데 숟가락을 놀릴 수도 없어서 내려놓았어요. 엄마가 놀라시더니 TV를 꺼주고 눕혀주셨어요.
흑, 아무리 그가 있더라도 나는 아프지 말았어야 했는데!!
억울하지만 힘내서 얼른 낫도록 하겠어요. 고마워요 다락님.

레와 2011-03-16 13: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놈 때문에 지난 주말 아팠습니다. (진지)

2011-03-16 1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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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1-03-17 09:44   좋아요 0 | URL
흑흑 고맙습니다...
저는 지금 도가니탕을 열심히 먹고 있어요~~

레와 2011-03-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윗에서도 안보이시길래 소식 궁금했어요. 이제 괜찮은거죠?!!

개복수술이라니.. 아휴...

또치 2011-03-17 09:42   좋아요 0 | URL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좀 고생하고 있긴 합니다 ^^;;
그래도 하루하루가 나아지고 있어요.
꽃피는 봄이 오면 놀러 나가야죠!!

Arch 2011-03-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괜찮으세요? 나아지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의료보험은 이대로 쭉 놔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치 2011-03-17 09:44   좋아요 0 | URL
아치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얼른 나아서 좀 읽을 만한 글을 올려드려야 할 텐데요...! 영차!

아약후 2011-04-1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 오랜만에 블로그를 들렀는데;;
쾌차 하시구욤;;
혹시나 역삼동쪽 들르시면
연락 주세용 근처에 겁나 맛나는 카페와 맛집이 있'읍'니다.
 

 

 사무실에 앉아 일할 때나, 잡스런 생각 없이 혼자 차 한잔 하고 싶을 때의 배경음악으로 보싸노바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리지날(?) 브라질 음악도 좋지만 리사 오노, 올리비아, 나오미 & 고로... 등등 일본 아티스트들이 부르는 노래들도 이상하게 정겨워서 일할 때 틀어놓곤 하는데, 최근에는 '보싸다방'이라는 팀을 발견했다.

트위터 친구를 통해 제주에서 공연한 동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우연찮게 지난 10월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음반도 들어보고! 

지금 같은 계절에 듣기 좋은,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 같은 노래들이다. 음반을 들어보면 상당히 성숙한 목소리 같은데, 공연에서 보면 그와는 약간 다르게 굉장히 귀여웠다. 곧 브라질로 음악 공부도 더 하고 녹음도 하러 갈 예정이라는 귀여운 아가씨.

 <음악이 들려오네>도 좋지만, 나는 <그때>라는 노래가 가장 좋다. 한국말이 보싸노바 리듬에 착착 잘 감긴다고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특별한 기교 없이도 리듬이랑 가사가 참 잘 어울린다.  

듣기와는 달리 이렇게 노래를 부르기가 참 쉽지가 않다는데, 그래도 몇 소절씩 조곤조곤 따라 부르게 되는, 쓸쓸하지만 따스한 늦가을 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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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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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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