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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기차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땅 기차 여행 - 입체 지도로 보는 우리나라 지식곰곰 1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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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와아!' 소리가 절로 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을까... 이런 책은 기획도, 구성도, 그림 그리기도, 디자인도... 모두가 쉽지 않다. 지도책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래서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않고, 쉽게쉽게 다른 나라 책 번역해서 내는 분야가 바로 지도책, 지리책들이다. 이렇게 나와준 것만으로도 일단 너무너무 반갑고 고맙다.


예전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방방곡곡 여행도 많이 다니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지리와 지형에 둔감하다. 자기 힘으로 계획을 세우고 버스나 기차표를 사는 여행이 아니라, 자동차에 태워져 어디론가 슝~ 갔다오는 여행이다 보니 머릿속에 남는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기차로 갈 수 있는 우리나라 곳곳을 잘 소개하고, 전국의 지형과 특산물을 세심하게 챙겨 일러주는 이런 책이 있다면, 자기 손으로 표를 사지는 않더라도 어딘가 먼 곳을 갈 때 꼭 한 번쯤 보여주면서, 내가 사는 곳과 남들이 사는 곳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땅 기차 여행> 책을 감탄 속에 넘겨 보기는 했지만, 무언가 한마디 아쉬움을 표하고픈 대목이 있기는 있다. 우리나라 지식정보책에서 내가 항상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인데(내가 유난히 까칠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는 하다), '딱딱함' 혹은 '냉정한 지식정보'에 대한 공포증이다. 

출판사의 보도자료에도 "기호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일반 평면 지도와 달리 실제 우리 땅의 모습이 즉각적으로 다가온다"  "정보만 빼곡히 담긴 일반적 지도책과 달리 주인공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정보'로서 배워야 할 지식정보와 함께 '서정성'과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영 어정쩡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게다가 책장을 넘기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도, 정말로 '다른' 곳으로 간다는 느낌이 없는 것이다. 왜 이렇게 전국방방곡곡이 비슷비슷한 풍경인 걸까... 


일본에서 펴내는 '기차'를 테마로 한 그림책들을 보면, 그림은 정확하고 세밀하지만 그렇다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역 곳곳의 풍경도, 이 책처럼 뭔가 일률적으로 보이지 않고 마을마다 고유한 풍경과 색이 존재한다. 아, 이건 화가나 기획자의 탓이 아니라 도무지 '개성'이라고는 없는 한국의 지역성 탓일 수도... ㅜㅜ


정말 심혈을 기울인 좋은 책을 만났는데, 다른 리뷰어들이 워낙 도움 되는 얘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나는 '앞으로' 더 좋은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더 필요하겠구나... 하는 대목까지 한번 넘겨짚어 보았다. 언젠가는 빼곡한 정보들만으로도 충분히 다이나믹하고 아름다운 지식정보 그림책이 나오면 좋겠다. 이 책은 분명히 더 좋은 책의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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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2-2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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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달걀 하나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달걀 하나로 - 국민 재료 달걀의 무한변신 달걀 요리 67
손성희 지음 / 리스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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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식탁 위의 책들>이라는 책에 '계란 프라이'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 있다. <토지>에서 함안댁이 파국에 달걀 하나를 풀어넣는 장면... 우리 할머니 세대만 해도 달걀 하나를 얻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해야 했던가.. 이제는 비좁은 양계장에서 닭들이 쉴새 없이 알을 낳는 수고 덕분에, 달걀은 참으로 값싸고 대중적인 식재료가 되었다. 그 옛날처럼 달걀이 귀하다면... 이렇게 흔하게 먹는 수많은 빵과 과자는 존재하지도 못할 것이며, <내 식탁 위의 책들> 저자가 탄식했듯, 김치볶음밥에 화룡점정으로 얹어 먹는 달걀 프라이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아, 생각만 해도 참 멋없는 김치볶음밥 아닌가?) 

달걀은 음식의 주재로 써도 좋고, 살짝 포인트를 주기에도 좋고, 꼭 안 넣어도 되지만 맛과 멋을 살려주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식재료다. '달걀'이 들어간 요리만 모아놓은 책이라... 단순히 생각해도 딱히 어려운 음식도 없을 것 같고, 맛없거나 누군가의 기호에 안 맞는 음식도 없을 것 같다. <달걀 하나로>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평이하고 귀여운 요리책이다. 


그전에도 '달걀 하나'만을 다루는 요리책이 없지는 않았다. 2011년에도 101가지 달걀 요리를 다루고 있는 요리책이 나온 적이 있고, 지금은 절판이지만 서울문화사의 에쎈 요리 무크 시리즈 가운데도 달걀 요리만 다루는 얇은 책이 있었다. 물론, 요리도 유행이 있고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니까 같은 소재를 가지고 또다른 책이 나오는 것이야 나쁘지 않다. <달걀 하나로>에는 계란말이나 스크램블, 달걀찜 같은 흔한 요리에서부터 에그 베네딕트, 일 플로탕트, 에그노그 같은 독특한 음식들도 소개되어 좋았다. 흔한 카레 요리에도 달걀을 체에 내려 넣어보고, 피자 반죽 대신 달걀 프라이를 하고 그 위에 피자 토핑을 얹어 떠먹는 피자를 만들어 먹는달지 하는 요리도 재미있었고...


반찬 없을 때 가장 만만하게 떠올리는 달걀인 만큼, 요리에 색다른 포인트를 주고 싶다거나 달걀을 좀더 재미나고 색다른 방식으로 요리하는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과 비교할 만한 < 홈 카페 101 : vol. Egg >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달걀이 '들어가는 데' 의의를 둔 어려운 베이킹 분야 요리들도 많았는데, <달걀 하나로>는 쉽고 평이해서 늘 두고 보기 좋은 요리책인 것 같다.


13쪽에 보면 '초록마을'이라는 달걀 브랜드 소개가 있는데, 마지막 문장을 보건대 '이건 보도자료 아닌가' 싶었다. 초록마을 달걀은 요리 재료 사진에도 계속 등장...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요리책이니까, 이런 협찬 내지 광고는 받아도 문제가 있을 건 없지만... 이렇게 맨 앞에 위치해 있어야 할까. 그리고 '광고'는 '광고'라고 표시해주면 안될까.  이 부분을 저자가 쓴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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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2-23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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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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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젊은 부부가 살았어요.

부부가 사는 마을은 예로부터 물 맑고 인심이 좋았다는 얘기가, 구청 홍보 자료에만 있었죠. 마을 개천은 공장 폐수로 오염이 되었고, 인심은 개천 물만큼이나 더러웠어요."


첫 문단을 읽고 나서, 이 작품이 '아름다운' 동화는 아니겠구나, 하는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랬다. 결혼하고 난 뒤로는 서로의 장점을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살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부부,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어렵사리 태어난 아이 '일수'. 

일수는 "수재 되어 돈 잘 벌고 돈방석에 앉혀다오." "자장 자장 일등 수재" 라는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자라며 아무 꿈을 갖지 못하고, '배고파"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엄마가 밥을 떠먹여주었기 때문에 아무런 욕망이 없는 무색무취한 정확히 중간인 보통 아이로 자란다. 

아... 이런 아이들을 정말 수도 없이 키워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아이가 그저 '보통'이면 '특출난 데가 없어서' 불안해하고, 무언가 남들과 다른 데가 있으면  그것대로 또 불안해하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른 채, 그저 남들이 대세로 만든 어떤 세태에 휩쓸려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왜 보통인 아이에게 보통 이상이기를 강요하고, 특별하고 독특한 아이에게는 개성을 누르고 보통으로 살라고 강요한단 말인가... 답답할 뿐이다.


일수, 일수의 부모님, 일수의 선생님...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정확히 21세기 초반의 한국 사회를 '평균적으로' 반영하는 인물들 같다. 모두들 너무나 전형적이라서 우습다가, 어이없다가, 답답하다가... 했다.


이미 오래전에 꿈을 잃어버렸던 일수의 아버지는 또 어떤가. 일찍 세상을 떠난 일수 아버지의 무기력한 삶이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남는다. 어른이 된 일수를 그나마 일으켜 세워 어디론가 떠날 수 있게 했던 건 반면교사로서의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여보, 내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한테 제일 고마운 게 뭔지 알아?"

"나한테 별 기대를 하지 않은 거. 그래서 내가 대단해지지 않아도 죄지은 느낌 없이 살 수 있는 거."

"일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 대단해지지 않았을 때, 엄마에게 죄지은 느낌으로 계속 살게 될지도 몰라."

"어머니가 별 기대를 하지 않으니, 당신이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거 아냐! 난 우리 일수를 당신처럼 키우지 않을 거야!"


아, 아버지가 이때 어머니랑 더 열심히 싸워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중에 어른 일수가 "아버지가 남긴 거 뭐 없어요?" 하고 물었을 때 어머니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말은 '일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라.'였다. 그래, 이게 가훈이 되면 안될 게 뭐란 말인가.


유은실의 세태풍자(?)동화 <일수의 탄생>은 지금 사회를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그대로 반영하고 풍자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한 대목 한 대목들이 다 가슴을 콕콕 찔렀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았던 일수도, 그저 정해진 목표만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던 일석이도, 결국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조그만 문방구에 틀어박혀 한평생을 살다 갔던 일수 아버지의 삶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일수와 일석이가 왜 어른이 다 되어서 몇 년이고 헤매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자기 아이들에게 너무 기대가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무언가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미래에 기대가 클수록,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도...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라는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 뭔가 할 말이 많은데, 제대로 익어 나오지를 않아서 리뷰가 엉망이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좀더 많이 생각을 삭였어야 하는데... 느낀 바를 다 표현하지 못한 이 리뷰가 부끄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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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맛이 그립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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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유적으로 쓰는 거야 할 수 없는데, 요리에서 '손맛'이라는 말을 쓰면,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모호해지면서 객관화하기 힘들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 손맛'이라는 것 또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지고지순의 가치도 아니고... 

가령 이 책 14쪽에 보면 '당원 또는 뉴슈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김치를 담글 때 설탕을 넣는 것보다 당원이나 감미료의 일종인 일명 '뉴슈가'를 넣으면 김칫국물이 깔끔한 단맛을 내어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엄마 손맛을 재현하면, 이것은 훌륭한 음식이 되는 건가?

음... 물론 뭐 뉴슈가를 삽으로 퍼넣으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마흔도 안되었을 젊은 요리연구가의 책에 '엄마 김치의 비법'이라며 뉴슈가를 언급하다니... 당황스러웠다.

뉴슈가는 사카린나트륨과 포도당으로 만드는 인공감미료다. 사카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일개 독자인 내가 뭐라고 판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소주에 들어가던 사카린이 유해성 논란 때문에 스테비오사이드라는 물질로 바뀌어야 했다는 이야기만은 해두고 싶다.

뉴슈가를 넣으면 왜 김칫국물이 깔끔한 단맛을 낼까? 그거야 뉴슈가는 '인공' 감미료라서 그냥 '단맛'만 낼 뿐, 설탕처럼 다른 물질들과 섞여 발효를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오래도록 아삭하고 처음 냈던 맛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요리연구가가 이 원리를 모르고 있을까? 맛만 있으면 다 좋은 건가?  나는 14쪽을 보는 순간 이 책에 대한 신뢰 수준을 낮추게 되었다.

( 그리고 소소한 의문 한가지... '엄마'는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햄버그 스테이크도 쇠고기로만 만드셨다는데, 113쪽에 보면 '엄마의 초대요리 18번'으로 '오향장육'이 소개되어 있음. 18번이라면 한두 번 한 게 아니라는 소리일 텐데, 알레르기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요리를 하기는 하셨단 건가? )


이 책에서 말하는 '엄마 손맛' 레시피란 저자 김상영씨가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80년대 대도시(울산)의 환경을 재현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게다가 '엄마 손맛'을 구현하려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야 한다. 시간이 많아야 하는 메뉴들이 오늘날에도 '엄마의 요리'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 손맛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오늘날에 꼭 재현해야 할 맛인가? 80년대에 쓰던 많은 것들이 다 좋은 것이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좀 삐딱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체험상, 나는 '엄마 손맛'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몇 가지 있다. 멸치볶음을 할 때 머리와 내장을 발라내지 않은 채 통멸치를 그냥 쓰는 것이 우리 엄마 손맛이고, 과일을 갈아서 양념을 만들 때 베보자기에 거르지 않고 그냥 과육째 풀어서 나중에 국물이 지저분하고 텁텁해지는 게 우리 엄마의 물김치, 갈비양념 되시겠다 ;;

나는 이게 싫어서, 멸치볶음이나 나박김치, 갈비나 불고기 등은 그냥 내 취향대로 깔끔 떨며 해먹는다. 


어쨌거나 <엄마 손맛이 그립다>에 나오는 음식들은 전형적인 '집밥' 메뉴들이다., 1장과 2장의 음식들은 다른 요리책에는 너무 당연하거나 시시해서 나오지 않을 법한 메뉴들(김구이, 달걀찜, 시금치나물, 콩나물...)까지 망라가 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추억 돋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좀더 복잡한 메뉴들로 넘어가면 갈수록, 아, 이 책에서 얘기하는 엄마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요리연구가'의 엄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 이미 미니오븐을 사놓고 슈크림빵을 만들어 학교에 들려보내던 엄마라니... 보통 엄마는 아니시지.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고 자란 딸이 요리연구가가 된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14쪽의 '뉴슈가'에 대한 충격이 좀 있었고,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은 전반적으로 다 소박하고 좋아 보인다. 기본적인 집밥 메뉴 구성에 참조하기 좋은 책. 그러나 이 엄마는 요리연구가의 엄마이지 내 엄마는 아니니까, 따라하다가 '이 맛이 아닌데' 하면서 괜히 울컥하지는 말자구요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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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2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꿀꿀페파 2014-01-2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 갑니다~

또치 2014-01-22 23:19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애 많이 써주세요 ^^

여름날 2014-08-0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가 시원하니 좋네요~
 
[높은 곳으로 달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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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나이가 들고부터 '전쟁'이나 '재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게 된다. 한국전쟁이 배경인 대하소설이나 스페인 내전이 소재인 수많은 소설들을 처음으로 읽었던 어린 시절 혹은 청년 시절에는 실감이 없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살이 떨리도록 처절하고 무섭게 느껴지곤 한다. 한국전쟁 당시 예닐곱살에 불과했을 나의 부모님이 그 와중에 어버이를 잃고 친척들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면, 이제서야 내 부모님의 정치성향이나 생존본능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곤 하는 것이다. 

지금 사는 터전이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면,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과연 그걸 감당해낼 수 있을까... 정말이지 상상이 안 된다. 물건이나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게 된다면 나는 과연 앞으로의 생을 제정신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지난 여름 거센 태풍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 때도,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평화'에 대해 묵상할 때도,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쓰나미 피해와 함께 원전사고까지 발생했다. 나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해도, 원전사고로 인한 간접적 영향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남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연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 겸허히 살아야 하며,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겸손하게 되새긴다.


그림책 <높은 곳으로 달려!>는 2011년 바로 그날, 쓰나미의 한복판에 있었던 일본 가마이시의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4년부터 이미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중학생들이 초등학생을 도우며 피난을 했다. 지진과 쓰나미를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한 덕택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한 중학생이 생각해낸 '안부 쪽지' 덕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도 서로 만날 수 있었다고. 



시작은 평화로운 바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크면 어부가 되고 싶은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할아버지는 말한다. 쓰나미가 오면 뒤돌아보지 말고 달리라고, 각자 온 힘을 다해 도망치라고,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키는 거라고.


그리고 그날...

아이들은 중학생 언니 오빠의 손을 잡고, 신발이 벗겨진 친구에게 자기 신을 벗어주기도 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달린다. 위로, 위로 가야 한다.

시커먼 물이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았을 때, 집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때, 주인공은 처음으로 생각한다.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누군가가 확 등을 민다. 그래, 여기 있으면 안돼. 위로, 산꼭대기로 달려야 해!



4쪽에 걸친 펼침면으로, 서로서로 손을 잡고 달리는 아이들이 보인다. 강아지를 챙기는 사람, 수레를 끄는 사람, 우는 아이를 안고 또 업고 달리는 사람... 나도 이 인파에 휩쓸려 있는 듯 눈물이 났다. 

이런 장면을 구상하고 하나하나 사람들을 그려나갔을 화가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장면을 그리며 화가 또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쁜 생각만 떠오를 것 같"아, 아이들은 일부러 웃긴 TV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유난히 별이 밝은 밤이 흘러갔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모두 함께 지새웠던, 절대로 잊지 못할 밤도...


지금, 아이들은 시내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많은,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라고밖에는 이야기하지 못할 사연들을 그저 가슴에 안은 채로...



마지막 장면은 다시 그 바다. 할아버지는 말한다. 

"집도 배도 쓸려 가서 정말 목숨밖에 남지 않았구나."

하지만 노인은 바다를 원망하지 않는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라면서...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분명 할아버지도 끔찍한 태평양전쟁을 겪었을 것이고, 95년의 한신대지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노인이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진심을 담은 최선의 지혜일 것이다. 


그림책을 통해 새삼 '살아 있다'는 것의 숭고함을 느낀다. 게다가 아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닥치든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도망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그 어느 곳을 흔들어 공격할지 모를 일이다. 인간이 자연을 이기고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겸허히 살아야 할 텐데...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많은 은혜를 입기만 하고, 자연에게 다시 베풀 줄은 모르는 것 아닐까. 고귀한 생존의 기록인 <높은 곳으로 달려!>를 보면서, 이것을 '남의 나라 일'로 스쳐지나가듯 보지 말고, 누군가 나 대신 몸으로 교훈을 얻어준 것임을 깊이 마음에 새겨놓기로 한다. 


칠석날 아이들이 소원을 적어 걸었던 것들을 읽어본다.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친구가 엄마를 찾으면 좋겠어요."

"어서 어른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이제 큰 지진과 쓰나미가 오지 않기를!"

새해, 나도 이 소원들을 조용히 함께 기원하려고 한다. 

덧붙여, 인간이 좀더 겸손해져서 자연이 더이상 큰 벌을 내리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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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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