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처음 갔던 건 15년 전쯤. 그땐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바보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온식구가 서귀포 일대를 돌아다녔다. 숙소는 제주시에 있어서 돌아가려면 (당연히) 한라산을 넘어야 했는데, 아아.. 서귀포의 날씨와 한라산 중산간의 날씨는 천국과 지옥의 간극만큼 컸다. 여기가 제주야 설악산이야 할 만큼 엄청난 눈과 비바람... 결국 우리는 산을 넘지 못하고 다시 서귀포로 내려가 바닷가를 빙빙 돌아 제주시로 귀환했다. 이것이 제주에 대한 나의 첫번째 기억. 

엉뚱하게도 제주 하면 하얀 눈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던 내게 제주를 새로이 보게 한 것은 한권의 그림책이었다. 권윤덕 선생님의 <시리동동 거미동동>.  

이 책을 냈을 무렵, 마침 제주와 서귀포에 '기적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제주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오시던 허순영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 책의 원화 전시회를 열기로 했는데, 권윤덕 선생님의 열정과 꼼꼼함이 더해져 그냥 그림만 갖다 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제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게 되었다. 신동일 선생님이 노래도 만들어주시고 애니메이션 회사 '오돌또기'와 함께 짧은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권윤덕 선생님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함께 서랍장을 만들어서 전면에는 그림을 붙이고, 서랍을 열면 그 그림과 관련된 사물들(제주의 돌, 해녀 사진, 물고기 사진 등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까마귀, 아이, 토끼를 손가락 인형으로도 제작했다.  

담당 편집자였던 나는 이 일들을 진행하면서 제주에 여러 번 왔다갔다했다. 그림책으로 보았던 풍경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가 입체영화처럼 자꾸자꾸 내 앞에 펼쳐졌다. 제주에서 전시를 도와주시던 분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도서관 개관을 함께 기뻐해주던 제주의 동화작가들은 나에게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고, 오름 꼭대기에서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따라비 오름... 오를 때마다 나는 울었다. 그냥, 모든 것이 다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그래서 제주에 놀러간다는 사람들에게 꼭!꼭! 오름에 올라가라고 얘기한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일 거라고. 체력이 되면 다랑쉬 오름을, 안 된다면 용눈이 오름을 추천한다.

  

 

 

 

 

 

 

이 책들을 쓴 작가 오경임 선생님도 제주 분이다. 따라비 오름에서 라면을 끓여 주고 한라산 소주를 따라 준... <교양 아줌마>에 실려 있는 <숨비 소리>라는 단편은 참으로 걸작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언젠가는 더 스케일 크고 더 가슴 저미는 작품을 꼭 쓰실 거라고 믿고 있다. <주희>는 글과 그림 모두가 제주의 색이 잘 전해지는 작품이다.

 

 

 

 

 

 

 

이 책들에 그림을 그린 화가 이승민 씨도 제주 사람이다. 일하면서 맺은 인연을 이용(!)해 나는 참 뻔뻔하게도 제주에 내려가면 이 집 신세를 지곤 한다. (콘도 회원권이 있기는 한데, 거기서 머문 기억이 이제 희미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바로 아래가 집인데, 노루가 내려와서 애써 키워놓은 밭작물이랑 어린 나뭇잎을 망쳐놓고 가곤 했다. 그런데 이젠...  

아니, 세계자연유산으로 정해졌으면 가만히 잘 놔둬야지 왜 거기다 자연유산센터라는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걸까?????? (물음표를 몇 개 해야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라나) 거대한 건물과 주차장이 이 집 바로 뒤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나마 마을 주민들이 열심히 싸워서 주차장 규모를 축소시켰다.) 지금은 포크레인이 공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사진은 승민 씨 부부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노루들은 어디로 숨어들었을까...  

 어, 그런데 원래 내가 쓰려던 글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글 쓰다가 지금 제목도 바꾸었다.)  

제주에 관한 (여행)책이 나오면 거의 다 읽어본다. '제주올레'가 생긴 뒤로 엄청 많은 책들이 나왔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다. 그 가운데서 내가 추천하고픈 책들에 대해 쓸 참이었는데, 개인적인 얘기들만 하고 말았네.   

그럼 본격적인 책 얘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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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27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아침에 제주도 여행 다녀온 직장 동료의 사진을 봤는데 여기서 다시 제주를 만나요.^^

또치 2010-08-27 11:59   좋아요 0 | URL
어젯밤에 마저 다 써버리려고 했는데, 기운이 딸려서 못하겠더라구요 ;;
괜히 기대감만 부풀리는 거 아닌가 몰라요 ㅜㅜ

딴 얘긴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가시나요? 전 티켓 일찌감치 샀답니다 호호호 ^^

마노아 2010-08-27 12:49   좋아요 0 | URL
가려고 하는데 아직 티켓은 못 구했어요. 언니가 조카 데리고 가라고 해서 고민이 되고 있어요. 조카는 이제 9살...ㅎㅎㅎ

치니 2010-08-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편 기대! 제주에서 살아볼까 고민 중인데, 또치님의 고견을 듣고 싶어집니다.

2010-08-27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궁화 2010-12-30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주의 책을 찾다 우연히 만난 곳,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음 글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이 시대와 친하지 못함이겠지요. 마음에 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또치 2010-12-30 14:3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다음 글은 http://blog.aladin.co.kr/dotch/4148076 <-- 여기에 썼어요.
최근에 또 한권 괜찮은 책을 발견해서 올해가 가기전에 리뷰를 쓰려고 합니다.

 

더위서 축 늘어져 있느라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는데, 이제 좀 더위가 가시려는지 살 만하네요. 안 그래도 책도 안 읽고 게으른데, 좋은 핑계였죠 뭐. 다들 잘 지내시는지... 

올 여름엔 25년 가까이 사랑해 오던 펫샵보이즈 오빠들을 지산밸리에서 봤으니 아, 이제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다... 고 생각했으나 이 간사한 인간의 마음에는 어느새 또다른 소망이 하나 더 자라고 있다.

이제 아케이드 파이어가 오면 안되나! 몇년 전,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실황 공연을 본 뒤 홀딱 반해버렸는데, '이런 밴드도 올 수 있을까' 싶었던 매시브 어택도 와서 공연을 했으니 아케이드 파이어 같은 웅장한 밴드가 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곧 신보가 나온다고 한다. 기대중이다. 맛보기로 살짝 들어본 곡의 전주 부분이 너무나도 시원하다.

 

 

 

 

 

 

근데 사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 대해선, 벨 앤 세바스찬과 뱀파이어 위크엔드 등에서 받은 감동이 크기는 하지만 별로 뒷맛이 좋지가 않다. 올해부터 엠넷이 진행을 맡은 때문인지 너무 상업적이고, 너무 불친절하고, 게다가 꺼먼 옷을 입은 경호원 '강한 친구들'은 너무 고압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주인이 아닌 잔치, 그저 돈 내고 들어온 구경꾼일 뿐인 축제엔 큰 추억이 남을 수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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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8-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시브어택은 예상 외로 호응이 너무 좋아서 단독공연 추진하지 않을까 기대가 되어요.
벨앤세바스찬도 그렇구, 뱀파이어위크엔드는 뭐 따놓은 당상일 듯, 근데 전 개인적으로 엄지는 매시브어택에게만! :)

너무 상업적이라는 느낌 들었어요, 저도. 글구 이전 지산밸리 안 본 저로선 자격이 되나 모르겠지만 관객 중에서도 음악 자체보다는 그저 페스티벌 느낌만 즐기러 온 분들이 너무 많아서 산만하지 않았나...그런 생각도 잠시 했구요.

하지만 역시 '그래도 반가운 친구도 만나고!' 좋았지욤.

또치 2010-08-17 09:55   좋아요 0 | URL
아, 치니님...
알라딘에도 자주 안 들어와서 하린군 소식도 이제야 봤어요 ㅠㅠ
아아아아아아 (미래의) 롹스타가 요기잉네!!
저도 아들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안될까요...

2010-08-17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7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엔 시원한 노래가 최고.
  '무한도전'이 올해는 가요제 앨범 안 내나 했더니, 네꼬씨에 따르면 2년에 한번씩이랍니다. 음, 그러면 올 여름은 좀 심심하네... 했는데
아아, 유세윤과 뮤지의 UV가 앨범을 냈습니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냈을 때만 해도, 하하 닥터피쉬의 유세윤이  진짜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귀엽네~ 뭐 이런 생각만 했는데 <집행유애> 앨범을 듣고 나니까 '오오, 이런 영리하고 귀여운 상업성이라니! 꺄악 >.< '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타이틀곡은 <집행유애>인데, 저는 두번째 트랙 999(feat. 소피아)가 더 좋아요. '~구'로 끝나는 라임을 기가 막히게(!) 맞춘 데다가, 듀스 + 솔리드 + REF + DJ DOC + 666(한 시대를 풍미했던 테크노댄스곡 Amokk~~~) 의 모든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ㅋㅋ 이것이 바로 오마쥬...? ^^ )
약간 어눌한 발음의 소피아는 누굴까 했더니, 모로코인 교환학생이라네요 ^^ (참 사람도 잘도 찾는다)



가사 일부예요 ^^

너를 만난 건 종로구 처음엔 관심 없었구  너도 관심 없었구 무책임한 친구
하지만 우린 결국 사랑에 빠지구 학교도 빠지구 넌 나의 여자 친구

난 너를 지켜줬구 넌 나를 지켜줬구 비싼 건 다 사줬구 하지만 너는 안 사줬구
그래도 이해했구 욕하지도 않구 때리지도 않구 그렇게 사랑했구

하지만 너는 자꾸 연락이 안돼갖구 날 화나게 만들구 난 뒤를 밟게 됐구
네 집에도 가보구 학교도 가보구 친구 얘길 듣구 나이트에서 발견 했구

넌 나를 못 알아보구 계속 춤을 췄구 웃기지도 않구 웨이터는 널 끌고갔구
난 다시 따라갔구 넌 방에 들어갔구 난 그 방문을 열구 넌 나를 보고 도망갔구
 
오빠 오빠 잘못했습니다 아! 됐구 됐구 됐구!
오빠 나빠 소주 사 주세요 아! 됐구 됐구 됐구!

Narr.
거거 서, 거기 서! - 어머! 나 어떡해
야 잡어, 야 쌍코피야 잡어. 어서! - 오빠, 미안해 나중에 전화할게
막내야 잡아, 잡아!!

-->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웃기지만, 말미의 나레이션 부분은 완전히 REF의 '찬란한 사랑' 삘이에요 ㅋㅋ 몇마디 듣고 나서 빵 터져 버렸 ...;;

뭐, 한국 가요의 대세(응?)인 R&B 풍도 좋지만(에이, 좋긴 뭐가 좋아), 전 소몰이 창법 비슷하게 노래하는 걸 들으면 영 더워져서 말이지요.
올 여름엔 누가 뭐래도 유세윤의 UV 입니다!!

7분 남짓하니 좀 길지만, 시간 있으심 이 영상도 한번 보세요. 홈쇼핑에 나와 음반 홍보했는데, 정말이지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걸까!! 눈물 흘리는 유상무상무와 전화상담원 장동민 보고 저는 따라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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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7-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지금 들어보지는 못하는데, 가사 보고 완전 뿜어가지고 별찜해놨어요. ㅎㅎ
유세윤 정말 웃겨요. 저 쿨하지 못해 미안해도 웃겼는데 그 앨범에 실린 곡 몇개 더 들어봤는데 다 웃겨요, 죄다. 너는 이스트팩 나는 장스포츠~ 막 이러는데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7-1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 한테 컴터 스피커 얻어왔는데 이거 들을려고 지금 설치들어갑니다 ㅎㅎㅎ

또치 2010-07-16 09:10   좋아요 0 | URL
회사 업무 시간은 피해서 들으세요 ^^

웽스북스 2010-07-1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계속 따라부르고 있는 1인. 오~빠아~나아빠아~ 써주사주세요오~ 아 됐구됐구됐구
이거 계속 따라하면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또치 2010-07-16 09:10   좋아요 0 | URL
난 따라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출근길에서도 계속 뇌리에 맴돌아서... @.@

다락방 2010-07-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너는 자꾸 연락이 안돼갖구 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겨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홈쇼핑 대박 ㅎㅎ

또치 2010-07-16 09:11   좋아요 0 | URL
그쵸, 대!박!
다락님 오늘은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치니 2010-07-1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한발 늦었네! 어젯밤에 아이폰으로 이거 유투브 찾아보느라 힘들었구만, 오늘에서야 또치님 페이퍼를 봤네욤. 이거 봤음 편하게 볼 거인데! ㅋㅋㅋ 암튼 유세윤, 물건입니다.

또치 2010-07-16 10:28   좋아요 0 | URL
아마도 여러 가수들한테서 곡 하나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어쩜 이리 잘 알고 있을까나요! ^^

2010-07-21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사는 신도시에는 온갖 대형마트들이 다 있는데, '마트를 끊겠다'는 결심을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1, 2년새 자연스럽게 마트에 발걸음을 잘 안하게 되었다. 공산품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사고, 식재료는 집앞 채소가게와 정육점, 5일장과 상설시장이 공존하는 일산시장 등지에서 해결한다. 집 근처 하나로마트는 그래도 자주 가는 편인데, 주로 유제품과 모두부를 사러 간다. (한포대에 300원밖에 안 한다는 중국산 콩가루가 아니라 국산 콩으로 만드는 정말 맛있는 두부가 그 안에 있다)  빵은 잘 먹지 않아서 살일이 별로 없는데, 필요하면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동네 빵집을 이용한다.  

왜냐,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정말 맛이 없기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에서 하나로마트는 좀 예외. 평균 이상은 한다.)

철따라 나오는 과일 먹기를 즐기는 나는 단골 과일가게가 두 군데 있다. 가까워서 만만하게 다니는 곳은 성당 앞에 있는 '일번지청과'이고, 좀 비싸도 정말 맛있는 과일을 먹고 싶으면 라페스타 앞의 '무지개청과'에 간다.  

일번지청과는 그야말로 '단골'이 되어서, 어디 과일바구니 선물을 해야 하거나 부모님 댁에 뭘 좀 사가야 할 때는 품목도 정하지 않고 그냥 주인 아저씨께 "제일 맛있는 거 주세요!" 하면 실패가 없었다. 냉해 때문에 과일 먹을 걱정이 태산 같았던 봄을 보내고 나서도, 일번지 청과에서 맛있다고 하는 건 다 달콤하니 좋았다. 좀 싸게 많이 먹고 싶으면 또 그런 종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  

'무지개청과'는 좀 비싼 집이다. 마트 > 일번지청과 > 무지개청과 순이다. 마트보다는 20%쯤, 일번지청과보다는 10%쯤 비싼데, 먹어보면 그 이유를 안다.

그 무지개청과에 오디가 들어왔다. 앵두는 이제 들어갔고, 오디와 산딸기가 나오는 철인데, 정말로 반짝, 한순간만 나오는 과일들이라, 있을 때 먹어야 한다. 까맣게 잘 익은 뽕나무 열매 오디는 정말 달고 맛있다. 얼른 먹지 않으면 뭉크러지니까 보자마자 흡입해야 한다!!  

그리고 산딸기란 녀석, 보면 볼수록 참 고혹적으로 생겼다. 보면 바로 입에 넣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얘들을 요구르트에 넣어먹는 게 정말 좋다. 잘 익은 오디를 달지 않은 요구르트에 넣어서 먹는 맛이란!! (내가 좋아하는 건 덴마크 요구르트 플레인~) 

조한혜정 선생님이 '마을'과 '단골'이 답이라고 하셨을 때, '그러게요. 하지만...'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 채소가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걸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조그만 과일가게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좀 비싸지만 맛있는 동네빵집이 오래도록 건재한 걸 보면서(나는 이 동네에 11년째 살고 있다) 그래도 세상이 아주 나빠지진 않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치사한 상술로 사람들을 유혹해도, 좋은 거 맛있는 거는 일차원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장사에 꼼수를 부려서는 오래 가지 못하는 법. (대형마트는 꼼수 빼면 뭐가 남나 몰라...)

5천원 주고 산 오디 한 팩을 거의 다 먹었다. 입술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기분이 좋다. 바야흐로 오디의 계절이다. 더 즐겨야겠다. 

  우리 동네에 무슨 빵집이 맛있나 찾아 보려면 이 책을 참조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도 물론 이 책에 나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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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디!
저희 동네(시골)에서는 오돌개라고 했습니다.
지난 주에 시골에 가서 실컷 따먹고 어린시절이 그리워서 입술주변을 오돌개로 새까맣게 칠한 후 아이들에게 그때의 추억을 들려주었답니다.
저 산딸기도 참 먹음직 스럽네요. 한움큼 따서 입에 넣고 씹는 맛이 제법이었지요.
아웅 입안 가득 군침돌아요. ^*^

또치 2010-06-25 09:18   좋아요 0 | URL
실컷 따먹고 또 군침이 도시다니 흐흐 ^^
저도 주말에 이모랑 외삼촌네 동네 내려가(충남 홍성) 오디나 한가득 딸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마노아 2010-06-2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를 먹어본 적이 있는 건지, 오디가 어떤 맛인지 떠오르질 않아요. 과일 가게로 달려가야겠어요.(>_<)

또치 2010-06-25 21:05   좋아요 0 | URL
네, 마노아님~~ 사라지기 전에 얼른 가세요!!! ^^

레와 2010-06-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퇴근하고 장에가서 아삭고추를 2천원치 샀는데, 한봉지를 줬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

또치 2010-06-25 21: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기랑 생선은 없어도 별로 조바심이 안 나는데 제철채소가 없으면 뭔가 불안해요. 게다가 한봉지만 있으면 부자가 된 것 같죠 ^^
고추는 비타민C도 엄청 많다죠! 많이 드시고 예뻐지세요!!!

치니 2010-06-2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맛을 떠나서도 마트를 못 가겠어요. 들어가면 공황 상태에 빠지기 일쑤, 사람이 너무 많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무례해요, 모든 것이. -_ㅠ

또치 2010-06-25 21:09   좋아요 0 | URL
아아 무례하다는 말에 백배 공감. 그래서 저도 마트에 가야 한다면 아침 일찍, 혹은 문닫기 전 시간을 이용해요 ;;
 

나는 운동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음, 별로,라고 쓰고 나니까 이것도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네. 그렇다, 나는 운동하는 걸 매우 싫어한다. 그래도 걷기랑 등산하기는 좋아하는 편이라서, 평지를 4킬로미터쯤 걷는다든가(일산 호수공원 한바퀴 돌기), 적당히 볕 좋으면서도 선선한 날 북한산 대남문 코스(왕복 5시간쯤) 갔다오는 건 즐기는 편인데, 작정하고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한 운동은 정말 하기 싫어한다. 피트니스 클럽은 등록할 생각도 안 한다. 거기 들어서면, 벌 서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으흑, 그런데...
내가 이번주에 읽기로 한 책은 바로 이것이다. <근육 운동 가이드>. (어휴 표지 정말 무섭다... 그래도 할 수 없어, 읽어야 해.)
왜냐면,
무릎에 연골연화증 비슷한 증세가 왔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무릎이 시큰시큰거리고, 특히나 지난주에 양평에 출장 가느라 두어 시간을 운전을 했는데, 그리 긴 시간도 아니건만 무릎이 말도 못하게 시린 것이 아닌가. 이건 사태가 심각하다 싶어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인터넷의 바다에서 클릭질도 해보고... 했더니, 연골연화증 증세인 듯하다. (관절염...까지는 아닌 것 같다 ㅠㅠ )
약을 먹나? 주사를 맞나? 노노노, 근육을 키우는 것말고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아아,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살고 봐야지.
나는 살이 찐 편은 아닌데, 체지방과 근육량을 따져 보면 비율이 꽤 심각하다. 그러니 사실 굉장히 살 찌기 쉬운 체질인 거다. 근육이 이렇게 없는 상태로 계속 살기 고집하면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살 떨리게 다가온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근육의 정체(!)를 샅샅이 파악하는 것이 이번주의 미션이며,
일주일에 세번 정도 하던 108배를 날마다 할 것이며 (내가 그동안 108배를 한 것은 잠을 푹 잘 자기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컸는데 사실 108배는 여기저기에 운동효과가 꽤 좋다고 한다. 내가 하는 데는 20분쯤 걸리는데 땀이 꽤 난다),
더불어 누워서 자전거 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 집 앞 공원을 30분씩 걸을 것이다. 날마다.
사무실에서도 다리를 쭉 뻗고 일하려고 어린이용 스툴도 주문했다.

아아... 한여름에 운동이라니... 이런 비극이 있나.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이 정도면 운동이 되겠지?' 했었는데... 흑흑,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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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동하려고 다리근육 키워주는 운동화도 샀어요. 또치님. 또 찌찌뽕.
저도 댓글 달아놨으니 꼭 운동하겠습니다.

또치 2010-06-21 12:42   좋아요 0 | URL
어, 웬디양님. 리복 운동화 샀어요? 나도 살까 고민중.
일단 이번주에 열심히 운동하는지 어쩌는지 봐서 하나 살까봐요.
(꼭 운동한다매!!!)

웽스북스 2010-06-21 13:07   좋아요 0 | URL
네네. 리복 운동화. 배달오면 신고 일주일에 세번 30분 이상 운동하는 게 목표 ㅋㅋㅋㅋ

마늘빵 2010-06-21 15:22   좋아요 0 | URL
어어 나도 운동화 사야 하는데 머 사야 하나 그러고 있어요. 운동화는 백만년만에 사는 거라... 잘 모른다눈. 리복 좋아요?

또치 2010-06-21 15:47   좋아요 0 | URL
아프님 / 리복 이지톤,이라는 운동화가 좋다고들 하네요.
근데 이건 제 맘에 드는 색깔(보라색)을 사기가 힘들어서
프로스펙스 W 시리즈를 살까 생각중이에요. 며칠 더 고민해보구요 헤헤^^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걷기로 결심을 한지 삼일만에 자꾸 비가 와서요 ㅎㅎㅎ

근육운동을 해야 된다는데 그건 어찌해야 되는지 몰라서..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

또치 2010-06-21 13:5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고민 끝에 '근육'님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저런 학구적인 책을 읽기로 했다는...
전 이제 꼼짝없이 나잇살이 쪄요. 휘모리님은 젊으니까 괜찮아~~
(글고 왠지 근육도 많을 거 같아!!)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4:05   좋아요 0 | URL
배가 자구 나와서요 ㅠ.ㅠ
(요즘 원피스 입고 나가면 자꾸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요.
얼마전에 마트 아가씨가 막걸리 시식하려는데 '마시셔도 되요?'하지 뭐예욧!)
다리엔 근육이 많아욧!
굵다고 남들은 놀리지만 뭐 전 좋아요.. 더 굵어지지만 않는다면 ㅋㄷㅋㄷ

마노아 2010-06-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이 아파서 토요일에 정형외과 가서 사진 찍었어요. 갑자기 무리해서 그렇대요.ㅜ.ㅜ
지금도 무릎이 아파요..ㅜ.ㅜ

또치 2010-06-21 15:07   좋아요 0 | URL
앗, 동병상련 ㅠㅠ
우리 같이 도가니탕이라도 한그릇 먹어야 할까봐요.

2010-06-21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6-2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굉장히 건강한 무릎을 가지고 있는데 무릎이 안좋냐는 물음을 들었어요. 이건 뭐임 -_-
저는 제가 안좋은건 머리밖에 안좋다고 답했지요. 그러자 그 친구는 '성격도....'라고 했어요. 이런 ㅠㅠ 돌았나봐요. 어떻게 감히 나한테 ㅠㅠ

저도 해야되요, 운동. 다이어트 해야 되요.
그런데 기분이 나쁘면 음, 살빠진 기분이 자꾸 들어서....그러니까 탕수육을 먹고 스팸을 구워먹고 순대국을 먹으면서도 제가 살빠진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물론 몸무게를 재진 못하겠어요. 무서워서요 --

그런데 살빠진 기분이라구요! 흑흑 ㅠㅠ (저 뭔가 술주정 하는것 같나요? 대낮인데 -0- )

또치 2010-06-21 15:09   좋아요 0 | URL
난 요새 살빠진 기분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흑...

다락님, 기분 나쁠 때 너무 에너지 많이 쓰지 말아요. 그건 진짜로 살이 빠져서 그럴 거예요. 에너지를 막 쓰니까 탕수육에 스팸이 땡기죠. 건강한 몸을 위해서라도 기분 좋~게 살아요!!

2010-06-22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6-2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근, 식스팩, 짐승남 저도 해보고 싶지만
당장 이넘의 뱃살도 주체할 수 없음에 또 좌절하고 마네요.ㅠㅠ
현상유지라도 해야쥥!!!
아뵤오~~!

2010-06-2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