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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제주 사계리에 '레이지박스'라는 독채 민박이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30대의 젊은 부부가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창고 3동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제주 시골집을 구입한 뒤 뼈대는 그대로 두고 깔끔하게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의 일. 이 집은 여행객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도시를 탈출하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당시만 해도 제주 농가주택은 4, 5천만 원 정도면 구압할 수 있었는데, 레이지박스 이후로 농가주택을 찾는 외지인들이 어찌나 많아졌는지, 지금은 농가주택이 씨도 말랐을뿐더러 간혹 나온다고 해도 8, 9천만원 선에서 거래가 된다고 들었다. (2013년부터 레이지박스는 하루에 한 팀에게만 빌려주는 독채 민박으로 전환했다.) 

2008년부터 제주 이주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나에게도 '레이지박스'의 기획과 감각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제주 내려가면 나도 게스트하우스를 할까' 6개월 정도는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파주과 일산과 서울에서 최신의 트렌드로 무장한 건물들 속에 살면서, 가끔 레이지박스 블로그에 들어가 오래된 시골집의 낮은 지붕, 자전거가 서 있는 잔디밭, 창고를 개조해 만든 작은 카페에 햇살이 내리쬐는 사진만 구경해도 참 기분 좋아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참 직설적이어서 끌리는 제목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천5백만원으로 시골집 사서 5천만원 들여 멋지게 고쳤습니다"이지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부 '땅따먹기'. 2부 '고칠 준비', 3부 '헐고 짓기'까지는 집과 땅을 고르고 완성하기까지의 이야기로, 전체총 224p 가운데 85p를 차지한다. (이야기하는 항목은 많은데, 생각보다 분량은 적었다.) 그리고 4부는 '집구경'이다. 책의 2/3 가까운 분량이 화보집 수준의 집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북유럽 풍이 유행한다고 혹은 또 어디 풍이 유행이라고 해서 그걸 무작정 따라하거나 한 가지 컨셉으로 꾸민 집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집을 마련한 것이 좋았다. 세월이 담기지 않고는 도저히 완성되지 못하는 규방공예 작품들이라든가,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수건이며 덮개며... 직장인 혹은 어머니나 아내 오미숙이 아니라, 취향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오미숙을 보여줄 수 있는 소품들. 나도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로 이주해서 집 짓는 과정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양이 적기는 했지만, 꼭 챙기고 알아두어야 할 알찬 정보들이 가득해서 꽤 만족스러웠다. 

왜 시골로 가려 하는가? 완전히 귀농할 것인가 아니면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는 것인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봐야 할 요소들은 무엇이 있나? 헌집의 뼈대를 어디까지 살리고 어디까지 손을 볼 것인가? 인테리어 컨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  

이 많은 것들을 혼자 힘으로 해낸 저자를 따라서 열심히 고민을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돈을 써서 이런 전문가를 찾아내고 맡기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일 것이다. 아니면 자기 시간을 엄청 투자하든가... 


가끔 '무작정' 시골로, 제주로 내려왔다는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운이 좋으면 모든 것들이 술술 풀리기도 하겠지만, 준비 없이 내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시간이든 돈이든 무엇으로든 때워야 하는 ... 

나는 제주에 내려오기까지 생각하는 시간이 4년 정도 되었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뜻밖에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깨닫곤 한다. 이것이 고통스러운 배움이 아니라 '공부'의 한 단계여서 즐겁기도 하다.


<2천만원으로 집 한 채 샀습니다>는 충청 내륙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 집을 짓고 정착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어느 곳을 가려고 결심한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고, 무슨무슨 풍이 아니라 날마다의 삶이 담긴 인테리어와 소품을 구경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좋은 눈요기가 되었고, 세상은 점점 팍팍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재미나게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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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또치 2013-12-22 13:1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