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온 것이 얼마 만인가... 

(여러분, 안녕하심미까! 또치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 한라도서관 멀티미디어자료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만 18년을 꽉 채운 월급쟁이 생활을 때려치운 지 어언 1년,

제주로 이주한 지 이제 6개월.

알라딘에서 계속 책을 사기는 했고,

책을 꾸준히 읽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글자를 다 잊어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엇을 읽어도 별 감동이 없었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때도 너무 많았다.

(심지어는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만화책을 봐도... ;; )

내가 맛이 가도 단단히 갔구나,

그동안 글자에 너무 치여 살았었던 탓인가... 

글자로부터 좀 멀어져 살다 보면 나아질까나...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책과 작가를 만났다.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아, 내가 그동안 좋은 작가를 못 만났던 탓인 거야.

나는 글자를 잊어먹은 게 아니었어 ㅠㅠ 

진심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 네꼬씨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셨는데

나는 의심이 많아, 긴가민가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읽기를 정말 잘했다.

 

동화작가는 '꿈과 희망'의 전달자라고, 그래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라고, 동화작가라고 뭐 날마다 꿈과 희망에 가득차 있겠는가...

인간에게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인류가 진보할 것이라고, 어쨌거나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 믿지 못하면서 그냥 자기 눈앞에 보이는 것을 쓰면서 살아가는 작가들이 사실 흔하다.

작가들에게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현실주의 아동문학이 답답하고 또 답답하기만 했다.

많은 작가들이 동화 속 주인공 아이들을 밑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몰아넣고는

본인 스스로가 작품 속에서 길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작품들이 무책임하다고 느꼈다. 어설픈 어른들의 위안은 내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피 엔딩에 이르는 길을 전혀 모르고 있으면서도

너희에겐 슬픈 이야기도 필요해, 라고 하면서 무책임하게 슬픈 이야기를 써낼 뿐이라고, 

나는 줄곧 그렇게 의심해왔다. 

 

그러나 이 네덜란드 할아버지, 휘스 카우어 씨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아이들이, 인류가 어떻게 희망을 믿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할머니 이후로 이런 감동은 처음 받아서

내친 김에 다른 작품까지 찾아 보았다.

아... 이분 작품이 왜 여태 소개가 안 되었던 걸까.

사람들이 알아먹지를 못한다고 생각해서였나.

나는 요 며칠 <토마스의 노트>를 씹어먹을 듯한 자세로 보고 또 보고 있다.

아니, 나이 든 + 남성 작가가

이렇게나 진보적인데다 여성주의적으로 완벽한 작품을 쓰다니...! 털썩...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예수님은 

완전 쿨하고 시크한 남자 @.@  세상에나, 종교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야...!

 

진심으로 경의를 담아 리뷰를 쓰고 싶어졌다. 

내가 이런 마음이 들다니, 정말 다행이다.

뭔가 나 스스로 치유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휘스 카우어를 내게 알려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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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2-08-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스 카우어를 우리 조카 귀연이에게 선물할께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__________^

또치 2012-08-13 17:09   좋아요 0 | URL
아, 우리의 의젓한 귀연이...!
귀연이는 폴레케랑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너구리 2012-09-0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린 최근에 주디 블룸 책들 재미있게 읽었어. 이 책들도 보리 읽을 수 있을까? 울 동네 도서관에 이 작가 책들이 있는지 찾아보러 고고씽~
 



안녕하세요, 여러분 ! 

제주로 이사한 지 보름 된 또치입니다. 

저희 집에서 보이는 제주공항 앞 바다예요. 제주는 계속 날이 흐리네요. 그래도 여기 오니 저는 좋기만 합니다만... 얼른 해가 나면 좋겠어요 ^^


산더미같은 짐에 눌린 채 몇번의 멘탈 붕괴를 거쳐, 이제는 제법 살림살이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답니다. 같이 살게 된 식구들 가운데, 정리의 달인도 계시고 청소 끝판왕도 있어서, 늘어놓고 정리정돈할 줄 모르는 저의 나쁜 습성이 고쳐질 것 같습니다.


이사온 지는 보름이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놀랍게도 손님이 여럿 왔다가셨어요.

동화작가 친구 부부가 하룻밤 자고 갔고, 서울서 놀러왔던 후배가 잠깐 들러 차를 마시고 갔고, 제주에 사는 친구 부부가 또 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알라딘 친구가 한분 와서 머물고 계시네요 흐흐.

저희 집은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연동 시내에 있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냥 내킬 때 휙 내려오셔도 좋을 거예요 ^^


그나저나,

책장을 정리하면서 이것저것 처분하고 있는데, 겹치는 책들도 있고, 안 볼 것 같은 책도 있고 하네요. 그 가운데 혹시 만화책 필요하신 분 있을까 해서 여기 여쭤봅니다. 팔기도 좀 그렇고, 필요하신 분 있음 드리려고요.



<서양골동양과자점> 1~4 있습니다.

완전 새책이랍니다.











 <개구리 하사 케로로> 1~10까지 있습니다.













가능하면 두 종류 다 받아보시기 원하는 분께 드릴게요. 필요하신 분은 덧글 달아주셔요. 그냥 갖고 싶다...가 아니라, 받을 만한 사연(?)이나 필요가 있는 분 우선해서 드리겠습니다. 


어제는 2층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만화책, DVD 등을 정리해 넣었습니다. 계단에 앉아 책 읽기 좋을 것 같아요. 우리집의 자랑거리가 될 듯한 지점이랄까요 ^^


맞은편으로도  만화책, 시집, DVD 를 수납할 수 있는 책장을 놓았습니다. 



책장에 들어가기 좋아하는 우리집 고양이 은복이입니다 ^^

제주로 이사오면서 식구가 되었어요. 책장 아래칸, 저 자리를 엄청 좋아합니다. 곧 글을 익히게 될 것 같아요 호호호. 


제주 소식은 차차 올리겠습니다. 정신 좀 더 차리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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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0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놀러도 가고 싶고 책도 받고 싶네요
제주도 근사해요
더구나 놀러오는 분들을 다 환영하는 알라디너라니 넘 근사합니다

또치 2012-03-07 16:3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반갑습니다~
저도 제주에 사는 친구들한테 빌붙어서 잘 놀러다녔거든요.
마음 쉬어가기 좋은 동네라서, 저희 집도 누구든 환대하려고 합니다 ^^

Arch 2012-03-0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로 이사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제주도 이사는 축하할 일 같아요.
놀러가고 싶은 알라디너들이 많을 것 같아요^^

또치 2012-03-07 16:32   좋아요 0 | URL
Arch 님~ 고맙습니다!
3년 넘게 꿈꾸던 걸 확 실행에 옮겼어요.
저도 지금 참 좋네요. 근데 오늘은 강정마을에 갔다왔는데.. 결국 구럼비 바위 근처를 발파해버려서.. 속 상해요...

2012-03-06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7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7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2-03-0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가고 싶은데. ㅜ_ㅜ 마음은 막 제주도에 있어요.
창 밖의 풍경이 넘 멋져요~

또치 2012-03-07 16:34   좋아요 0 | URL
호시탐탐 올 기회를 노리세욥!
웬디님 친구께선 온 지 하루 만에 완전 현지인처럼 놀고 있으시다능~ ㅋㅋ

무스탕 2012-03-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에 안기셨군요. 제주는 운도 좋지요 ^^
은복이도 이쁘고 계단참의 책꽂이도 이쁘고 하다못해 흐린 제주 하늘도 이쁘네요.
가장 먼저 봄을 맞으실 또치님이 부러워요!

또치 2012-03-07 16:3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강정에 가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리 지르다가 왔어요.
길가에 매화는 활짝 피었고, 유채꽃도 한창이더라구요.
제주가 정말로 평화로운 섬이 되면 좋겠는데...!

마노아 2012-03-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제주에 둥지를 트셨군요. 아름다운 결심이에요. 그곳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워할지 충분히 상상이 가요. ^^

또치 2012-03-07 16:3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조만간 놀러오시는 겁니다아~!
맛있는 걸로 하루에 다섯끼씩 먹여드릴 수 있음!

울보 2012-03-0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주에 또 놀러가고 싶어요,
류가 좋아하는 케로로. 내가 좋아하는 만화,
ㅎㅎㅎ
올봄은 님이 제일먼저 봄소식을 전해주시겠네요,
제주의 이쁜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또치 2012-03-07 16:36   좋아요 0 | URL
울보님 반갑습니다!
제주 소식 자주 전할게요 ^^

숲노래 2012-03-0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집을 사셨나요? 2층집이라니!
놀랍고 대단하네요.

날마다 바다와 하늘과 한라산 바라보고 느끼면서
좋은 바람과 햇살 마음껏 누리는
착한 삶 일구셔요~

제주시라면,
이도1동 1260-26번지에 있는 헌책방 <책밭서점>에도
자주 들러 보셔요.

제주에 하나 있는 헌책방이라기보다
아주 아름다운 헌책방이랍니다.

사장님이 밭일을 하시느라 낮에 여니까
미리 전화를 해 보시고(064) 752-5126 찾아가셔요.
제 이름(최종규)을 들며 소개받고 왔다고 하면
좋아하시리라 믿어요.

알라딘서재에 쓴 소개글이 둘 있으니
짬 나실 때에 한번 읽어 보시고,
간판 사진과 골목 사진 잘 헤아리신 다음
골목에서 길 헤매지 말고 곧장 잘 찾아 보셔요.

제주시청으로 치면 대각선 건너편 골목 안쪽이고,
초등학교 울타리 옆이고, 성당 못 미친 안쪽이랍니다~

(ㄱ) http://blog.aladin.co.kr/hbooks/4288023

(ㄴ) http://blog.aladin.co.kr/hbooks/4605890

또치 2012-03-07 20:36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2층집을 샀......을 리가 없죠 ^^;;
년세 주고 여럿이서 함께 모여 산답니다.

책밭서점은 검색하다가 된장님 글 보여서 기억해두고 있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만큼 책이 징글징글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그냥, 

읽는 것도, 만드는 것도, 일면식 없는 작가들과 출판사들까지도

겨우 이거밖에 안되는 건가 하면서 싫어하고 미워했다.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었다.

책을 손에 들기보다는, 식재료를 손에 들고 먹을 것을 만드는 일이 더 좋았다.

그게 훨씬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힘이 들면 음식을 만드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딸릴 때는

외국의 요리잡지 사이트에 들어가서 딴 생각을 실컷 했다.

마당에서 기른 채소를 뽑는 상상,

퍼덕이는 물고기를 내 손으로 낚는 상상을 했다.

생전 안 하던 게임을 시작했다. 

스머프 마을에서 농사 짓는 게임이다.


내년에는

책을 좀 다른 눈으로, 좀 편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 오랜 애증의 대상을

제대로 다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읽은 몇 안되는 책들은

여기 알라딘 친구들이 추천하고 좋아해준 것들이었다.

영양제를 섭취하듯, 조금씩 찬찬히 잘 먹었다.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따뜻하고 씩씩한

알라딘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2012년 새해 복 엄청나게 많이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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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12-3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이 정녕 게임입니까?
혹시 저 게임에도 논공행상 뭐 이런 것들이 있나요? 갑자기 마구 궁금해 졌어요 ^--^

그나저나 또치님의 딴 생각들이 정말 탐납니다. 실은 저도 살짝 하고 있는 생각들이구요.
무조건 복 많이 받으세요!!!!!!

또치 2011-12-30 16:04   좋아요 0 | URL
귀여운 게임이죠!
음, 근데요 저기는 공산주의 사회(!)라서 각자 맡은 일을 하고 마을 공동재산을 쌓으면서 레벨업을 하는 시스템이랄까요... 밤에도 계속 농사짓느라 여념이 없는 농부 스머프들을 보면 좀 안쓰럽기도 하고요 ^^

굿바이님을 알게 돼서 참 좋았어요. 행복한 상상 많이 하면서 정말로 그렇게 살아봐요, 우리!

마노아 2011-12-3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릇파릇 스머프에게서 에너지가 느껴져요. 모쪼록 2012년에는 보다 건강하게 지내셔요. 새해 복 담뿍 받으시고요.^^

또치 2011-12-30 16:0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페이퍼 읽으면서 진짜 많이 웃었어요 ^^ 한해 동안 고마웠습니다.
새해에 더 예뻐지시고 두루두루 더 멋진 여인이 되시길!!

무스탕 2011-12-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 캐릭터는 이쁜데 게임 내용은 인내와 집중을 요할것 같아요 ^^;
내년엔 몸도 마음도 천하장사급으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넘치도록 받으세요~

또치 2011-12-30 16:0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고맙습니다! 힘 펄펄 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고, 올 한해 알라딘 식구들한테서 힘을 얻었던 것처럼 좋은 기운 나눠주는 사람이 될게요~ 한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웽스북스 2011-12-3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앞에 놓인 새로운 나날들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1인! :)
새해에는 그 애증의 대상도 다시 러블리해질만큼, 또치님 앞의 모든 것이 풍성하고 충만하고 또 다정하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용! :)
 

세상에는 내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으로 힘든 일도 많지만

가끔은 누가 계획해주기라도 한 것처럼 신기하게 벌어지는 일들도 있어요. 

저는 알라딘에서 그런 신기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내가 내 서재에 글을 잘 쓰지 않아도, 

알라딘에서 만난 인연들은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희한한 믿음 같은 게 있어요.


이 책을 번역하신 분과의 인연도 그래요. 참 신기해요.

한때의 동거녀... 그리고 지금은 각자 '좋게 헤어진' ^^ 네꼬씨의 서재를 통해 이 책의 번역자가 되실 분을 처음 만났고 (아, 네꼬씨나 저나  다 여자입니다~ ㅋㅋ  오랜만에 '동거녀'라고 쓰니 어색하네요 흐흐)

어찌 어찌 하다 보니 참 많은 꿈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가 무작정 좋기도 하지만,

저는 꿈이 같은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요.

꿈만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꿈꾸는 것, 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용기가 있고, 서로가 그 꿈을 버리지 않도록 항상 다독여주는 친구.

그래요. 저희는 같은 꿈을 향해 성큼 앞으로 나가고 있답니다. 

(아, 사업을 같이 한다든가 하는 거창한 꿈은 아니에요. 그저 행복하게 잘 놀자는 꿈이지요 ㅋㅋㅋ )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우연히 해외도서전용 출간 예정 목록을 하염없이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줄거리가 눈에 확 띄었어요.

에이전시에 이 책 나오면 꼭 견본을 보내달라고 얘기해두었고, 거의 6개월 뒤에 책을 받았습니다. 

일단 제가 먼저 휘리릭 1/2쯤 읽고,

아, 이건 이 양반이 검토하고 가능하면 번역까지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이분을 떠올렸지요. 기타 좀 치는 멋진 아들을 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분.

그래서 우리는 알라딘 친구에서 일하는 '동료'로까지로 발전했지 뭐예요.


작업은 즐거웠습니다.

우리 둘 다 이 책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회사에서는 이분의 검토 보고서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런데 ...

여름 한철 번역을 마친 원고가 저한테 들어왔을 때, 저는 한창 아픈 때였지요...

그래도 이 일은 끝까지 하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이 일은 외주 프리랜서로 처리하기로 했지요.

여름 가을은 정상적인 회사원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 만큼 힘들긴 했지만, 막상 그만두고 나니 스스로 놀랄 만큼 좋아지고 있었어요. 회사에서는 교정을 볼 때 너무 심한 두통에 머리로 열이 죄다 쏠리는 증상이 와서 오후가 되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는데, 집에서 내가 일하고 싶은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드러눕고 싶을 땐 누워 버리고... 하니까 오히려 능률이 오르더라구요. (뭐, 처방된 약을 먹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요 ^^ ) 어떤 날은 새벽 3시까지, 하루 노동시간으로 하면 거의 10시간, 그중 5시간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일했는데도 두통이 오지 않았어요. (어깨는 아팠지만...)


아무튼, 저는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교정을 보면서 어떤 대목(할아버지 밴드가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귓가에 음악이 들려오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유튜브에서 기타 제작 과정 비디오를 찾아보면서 기타의 구조를 상세히 배우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고, (아, 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이 책의 주인공이 반할 만해요...) 

추천사를 받느라고 기타리스트 신윤철씨와 오랜 시간 통화하면서 무척 행복했고,

무엇보다 

그래도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팠을 땐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책 제목은 원제와 똑같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을 멋지게 지어보려고 정말 번역자와 함께 머리를 쥐어 짰는데...

원저작자가 제목을 '기타 보이'라고 심플하게 지은 이유가 다 있구나... 하고 

털썩... 무릎을 꿇은 셈이지요 ^^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알라딘 친구에게 보람찬 선물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책이 예쁘게 잘 나와서 정말 기뻐요.

2012년에는 알라딘 친구와 함께 

새로운 공간에서 더 멋진 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부러워할 만한 소식들을 전해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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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2-1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출판사에서 일하시나 봅니다.
조심스레 그 2012 알라딘 인연들에 제가 낄 수 있을지
발을 슬쩍... ㅎㅎ

그나저나 프로필 사진 정말 멋진 걸요? 꽃미남이에요 ㅋㅋ

또치 2011-12-19 21:29   좋아요 0 | URL
소이진 님, 반갑습니다!!

지금은 출판사 소속은 아니지만 어쨌건 책 만드는 일은 하고 있어요 ^^

프로필 사진은... 일본 배우 카세 료,입니당~ 남잔데... 이뻐~ ㅋ

웽스북스 2011-12-1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잉 멋쟁이들. 좋아합니다. 뿌잉뿌잉~

또치 2011-12-20 10:12   좋아요 0 | URL
히힛, 뿌잉뿌잉~~ ^^ (이거 참 만능 의성어 + 의태어일세!)

마노아 2011-12-1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멋진 인연에 박수!!! 어느 분인지 알 것 같아요. 두 분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날려요. 추카추카!!!!

또치 2011-12-20 10:1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은 맞출 줄 알았음~!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1-12-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러시군요 많이 아프셨다니 이젠 좀 어떠세요?
힘들때 회사를 그만두면 서서히 좋아지는 거 저도 여러번 경험했답니다
몸 관리 잘 하셔야지요
내년엔 씩씩하게요 화이팅

또치 2011-12-20 10:1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반가워요!
이제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밥도 잘 먹고요!
더 씩씩하게 잘 놀겠습니닷!

굿바이 2011-12-20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후~왠지 제가 알고 있는 그분이 번역을 했으면 책이 반짝반짝 빛날 것 같아요. 책 찾아서 꼭 읽어보겠습니다 :)

또치 2011-12-20 10:14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반갑~!
흐, 역시 짐작을 하시는군요 ^^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늘빵 2011-12-2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분이 누군지 알것같아요! 확실해요! ^^ 예쁜 책이군요.

또치 2011-12-20 10:15   좋아요 0 | URL
확실! ㅋㅋ 역시~
아프님을 알게 된 것도 새삼 고마워져요~

레와 2011-12-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 축하합니다! ^^

또치 2011-12-20 10:15   좋아요 0 | URL
환한 웃음과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왠지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레와님~ 와락!

2011-12-2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1-12-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지다! :)

또치 2011-12-20 22: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으쓱으쓱~

paviana 2011-12-2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다들 아실거 같다고 하시는데 전 모르겠어요. 궁금해 죽겠네요.ㅎㅎ

많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하시고,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동거녀였던 분께도 꼭 안부전해주세요.^^

또치 2011-12-20 22:09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 축하 인사 감사드려요~
아마 누구인지 곧 아시게 될지도 몰라요 ^^
건강 잘 챙기시고 씩씩하게 새해 맞으시길!

2011-12-20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0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1-12-2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저두 막막 축하드리고 싶은데 누구신지 감이 안 잡혀서 2% 부족한 축하를 드리는 느낌이에요 ^^;
건강 잘 살피시고요, 예쁜 새 해 맞이하세요~ :D

2011-12-20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2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전, 18년 동안의 오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만 18년 동안 회사를 2번 옮겼고, 한 달도 빼놓지 않고 월급을 받으며 살았답니다. 아, 내가 생각해도 이건 대단한데? 싶었어요. 그동안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평탄하게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계속 몸이 아팠는데,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라서 잘 쉬고 약 잘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아휴, 집에 있으니 하루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원. 오늘 오후엔 햇볕 좋은 길을 걸어서 채소가게로 생강 사러 가는데, 아, 이제 이런 한낮의 햇살이 다 내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괜시리 가슴이 벅찼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지만 말을 뱉기 전에 내 속에서 잘 삭여야 하는 일들이 더 많고... 어쨌든 좀 멋진 어른으로 살아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  많이 노력해야죠.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새는.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마침 제가 막 좋아하고 있던 책에 대해 '전문가 추천 서평'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지 뭐예요 >.< 아싸~ 이거 신나는데!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란 책입니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1_bestkids_11  

신나는 일이 더 많아지겠죠?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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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 서평이란 이렇게 쓰는 거구나 ~ 서평을 읽으니 이 사랑스럽고 유용한 책을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과 함께 사는 모든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졌어요. :)

또치 2011-11-07 10:39   좋아요 0 | URL
마침 저한테 필요했던 책이라서 그런지 단숨에 서평을 썼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히히히~

마노아 2011-11-0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존경스러운 여정을 보냈군요. 한낮의 햇살을 모두 제것이라 느끼며 걷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 역시 벅찬 느낌이에요. 요새 고양이 캐릭터가 자꾸 좋아지고 있는데 이 책도 관심을 갖고 봐야겠어요. 전문가 또치님, 완전 멋있습니다!!

또치 2011-11-07 10:41   좋아요 0 | URL
회사 다닐 동안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정리하고 보니 세월이 그렇게 됐더라구요^^ 늙었단 생각도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 뷰티 쪽에 관심을 좀 갖고 살려구요 으흐흐.

lecteur 2011-11-07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얼마 전에 8년 7개월의 직장생활을 잠시 멈췄네요. 날씨가 좋을 때 잘 쉬었다 싶어요 ^ㅅ^

또치 2011-11-07 10:4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잘하셨어요 잘하셨어요! 뭐든 그만두거나 헤어지는 건 다 좋은 거예요 그쵸?
근데 가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히잉.

마늘빵 2011-11-0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축하드려요! ^^ 18년 동안 매달 빼먹지 않고 벌이를 했다는 건 대단한 거에요! 정말로!

또치 2011-11-07 10: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나한테 상장이라도 하나 만들어 줄까봐요~

이매지 2011-11-0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 또치님! 부럽습니닷! :)

또치 2011-11-07 20:33   좋아요 0 | URL
헤헷, 전문가..라지만 현실은 백수 ㅋㅋㅋㅋ

비로그인 2011-11-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 책 소개글을 쓰신 분이 또치님이셨군요 ^^;;
지나가다 들렸는데... 대단한 전문가 한 분을 알게 되었네요 ㅎㅎ
이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시고 꽉 찬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물론 저두 노력해야겠지요!

또치 2011-11-07 20: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저...전 그냥 이제 한마리 백수일뿐...
정신차리고 글 좀 잘 써보려고 합니다 ^^ 칭찬 감사드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