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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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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유적으로 쓰는 거야 할 수 없는데, 요리에서 '손맛'이라는 말을 쓰면,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모호해지면서 객관화하기 힘들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 손맛'이라는 것 또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지고지순의 가치도 아니고... 

가령 이 책 14쪽에 보면 '당원 또는 뉴슈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김치를 담글 때 설탕을 넣는 것보다 당원이나 감미료의 일종인 일명 '뉴슈가'를 넣으면 김칫국물이 깔끔한 단맛을 내어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엄마 손맛을 재현하면, 이것은 훌륭한 음식이 되는 건가?

음... 물론 뭐 뉴슈가를 삽으로 퍼넣으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마흔도 안되었을 젊은 요리연구가의 책에 '엄마 김치의 비법'이라며 뉴슈가를 언급하다니... 당황스러웠다.

뉴슈가는 사카린나트륨과 포도당으로 만드는 인공감미료다. 사카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일개 독자인 내가 뭐라고 판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소주에 들어가던 사카린이 유해성 논란 때문에 스테비오사이드라는 물질로 바뀌어야 했다는 이야기만은 해두고 싶다.

뉴슈가를 넣으면 왜 김칫국물이 깔끔한 단맛을 낼까? 그거야 뉴슈가는 '인공' 감미료라서 그냥 '단맛'만 낼 뿐, 설탕처럼 다른 물질들과 섞여 발효를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오래도록 아삭하고 처음 냈던 맛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요리연구가가 이 원리를 모르고 있을까? 맛만 있으면 다 좋은 건가?  나는 14쪽을 보는 순간 이 책에 대한 신뢰 수준을 낮추게 되었다.

( 그리고 소소한 의문 한가지... '엄마'는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햄버그 스테이크도 쇠고기로만 만드셨다는데, 113쪽에 보면 '엄마의 초대요리 18번'으로 '오향장육'이 소개되어 있음. 18번이라면 한두 번 한 게 아니라는 소리일 텐데, 알레르기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요리를 하기는 하셨단 건가? )


이 책에서 말하는 '엄마 손맛' 레시피란 저자 김상영씨가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80년대 대도시(울산)의 환경을 재현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게다가 '엄마 손맛'을 구현하려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야 한다. 시간이 많아야 하는 메뉴들이 오늘날에도 '엄마의 요리'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 손맛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오늘날에 꼭 재현해야 할 맛인가? 80년대에 쓰던 많은 것들이 다 좋은 것이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좀 삐딱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체험상, 나는 '엄마 손맛'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몇 가지 있다. 멸치볶음을 할 때 머리와 내장을 발라내지 않은 채 통멸치를 그냥 쓰는 것이 우리 엄마 손맛이고, 과일을 갈아서 양념을 만들 때 베보자기에 거르지 않고 그냥 과육째 풀어서 나중에 국물이 지저분하고 텁텁해지는 게 우리 엄마의 물김치, 갈비양념 되시겠다 ;;

나는 이게 싫어서, 멸치볶음이나 나박김치, 갈비나 불고기 등은 그냥 내 취향대로 깔끔 떨며 해먹는다. 


어쨌거나 <엄마 손맛이 그립다>에 나오는 음식들은 전형적인 '집밥' 메뉴들이다., 1장과 2장의 음식들은 다른 요리책에는 너무 당연하거나 시시해서 나오지 않을 법한 메뉴들(김구이, 달걀찜, 시금치나물, 콩나물...)까지 망라가 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추억 돋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좀더 복잡한 메뉴들로 넘어가면 갈수록, 아, 이 책에서 얘기하는 엄마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요리연구가'의 엄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 이미 미니오븐을 사놓고 슈크림빵을 만들어 학교에 들려보내던 엄마라니... 보통 엄마는 아니시지.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고 자란 딸이 요리연구가가 된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14쪽의 '뉴슈가'에 대한 충격이 좀 있었고,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은 전반적으로 다 소박하고 좋아 보인다. 기본적인 집밥 메뉴 구성에 참조하기 좋은 책. 그러나 이 엄마는 요리연구가의 엄마이지 내 엄마는 아니니까, 따라하다가 '이 맛이 아닌데' 하면서 괜히 울컥하지는 말자구요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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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2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꿀꿀페파 2014-01-2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잘보고 갑니다~

또치 2014-01-22 23:19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애 많이 써주세요 ^^

여름날 2014-08-0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가 시원하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