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일선물로 그린데이 내한공연 티켓을 주어서 어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갔다왔다. 아싸~

와... 이런 광경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첫 곡을 부를 때부터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막 일어서기 시작했고, 두번째 곡으로 Know your enemy를 부르자 주춤주춤하던 사람들도 다들 일어나고 앞으로 밀려오고... 쿵쿵쿵 덩실덩실 워워워 난리가 아니었다. 만명이 넘게 들어간다는 체조경기장이 무슨 홍대앞 클럽인 것마냥 무대 위의 밴드도, 관객들도 3시간 가까이 미친 듯이 놀았다. 세 살 아래 후배랑 같이 갔는데, 공연 끝나고 우리는 둘 다 허리가 아파서 에구구구... 

그린데이, 대단했다. 특히 노래하는 빌리 조, 어쩌면 3시간 내내 한치 흐트러짐도 없이 그렇게 에너제틱하게 노래하고, 관객들 무대로 끌어올려서 노래시키고 포옹하고...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 관객들 대단하긴 대단하다. 웬만한 히트곡들은 가사뿐 아니라 간주의 멜로디까지 다 떼창으로 따라 부르니 밴드 멤버들이 흥분하지 않겠는가. 빌리 조 입에서 "너네 소리가 미쿡보다 훨씬 크다, 훨씬 낫다"는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흥분한 빌리 조는 흐흐, 결국 엉덩이까지 깠다~ 우앙, 이런 구경을 다 하다니~) 

'American Idiot'을 공연 현장에서 쿵쿵 뛰면서 따라 부르는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 풀었다. 공연 끝나고 나오니 목소리가 맛이 가고, 지금까지 허리와 다리가 여전히 아프지만, 나도 어제는 롹키드였다오 ! 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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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1-1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저도 어제 거기 있었는데!!! 우연히라도 마주쳤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아흑 아쉽.

또치 2010-01-19 14:07   좋아요 0 | URL
그럼 그렇지...! 치니님이라면 오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좌석 쪽에 있었어요. 하지만 내내 일어서 있었지요 -_-

치니 2010-01-19 14:58   좋아요 0 | URL
좌석 쪽이신데도 허리가 아프셨다니, 스탠딩인 저는 ㅠㅠㅠㅠㅠㅠ 미뤄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아, 오늘 지금 제가 눈을 어떻게 뜨고 일을 하는 지 @@ 상태입니다.

2010-01-19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1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훌륭한 동샌분이 있으셨군요!

또치 2010-01-19 17:10   좋아요 0 | URL
네, 결과적으로 동생이 훌륭해졌습니다 ^^

참참참, 작년에 휘모리님 드리려고 했던 선물을 아직도 못 드렸어요.
새해맞이 기념 혹은 아프님 이사 기념 등등... 핑곗거리 만들어 한번 모여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0 13:52   좋아요 0 | URL
불러만 주시면 언제나 저는 갑니다 ㅎㅎㅎ

마늘빵 2010-01-1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는 뮤즈 갔다 왔는데 스탠딩에서 관객들이 일제히 뛰는 바람에, 지진나는 줄 알았슴다. 체조 경지장 바닥 꺼지는 줄 알구 불안불안. 그린데이라면 더 난리 났을 듯. -_- 바스킷케이스 이후로 별로 안 들어서...

또치 2010-01-19 22:15   좋아요 0 | URL
으아, 뮤즈 가신 것도 부럽...
올해는 왜 이렇게 훈훈한 밴드들이 많이 온대요 ㅠㅠ

2010-01-26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년 마지막 날이다. 

사실, 11월이 시작될 때부터 '2009년이여, 어서 가라!' 하고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 덕인지, 2009년의 마지막 두 달은 뭐 하는지도 모르게 후다닥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중을 위해 올 한해를 정리해 보자면...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보고 따라하는 '올해의 ~~' 시리즈)

올해의 나 : 방황하는 서른아홉. 

참 여러가지로 방황했다. 주요 내용은, 이대로 + 대도시에서 +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결론은, 더 용감해지고 + 가난해지고 + 조급해하지 말고 + 어쨌든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것. 아아... 그런데 '떠나기 준비'의 완전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살림살이 줄이기'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낸다. 이런...!  

올해의 별명 : 나는 25년째 '또치'로 불리고 있는데, 소설가 정유정 선생님이 나를 '시슬리 선생'이라 불러주고 계시다, 영광스럽게도. 이유인즉슨 "당신의 피부를 보아 하니 분명 시슬리 같은 고가 화장품을 쓰는 게야!" 하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시는데 ... 나는 몇년째 마몽드를 쓰다가 올 겨울에 한율로 바꾸어 보았다. 피부가 좋은 건, 잠을 많이 잔 탓일 거다. 괴로운 일 많았던 올 한해, 정말 잠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달랬다. 

올해의 관심사 : 재미난 공연 어디 없나? 

올해는 정말 미친 듯이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 주말에는 거의 홍대 앞에서 공연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들을 때가 그나마 세상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때였던 것 같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은 거의 매달 보았고, '좋아서 하는 밴드'를 앞으로 매우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올해의 드라마 : <선덕여왕>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지붕 뚫고 하이킥>. 더 말해 무엇하리. 

올해의 버라이어티 : 버라이어티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네. 드라마 두 개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올해의 책 : 업무상 책을 많이 보기는 봤는데, 여기 리뷰 쓴 책도 없고 확 기억나는 책도 없는 비극...!  

 

 

 

 

 2007년에 나왔으나 올해 읽었다. 아, 나도 더 방황해도 되는구나 하고 안도하게 해주었던 책. (이 무슨 엉뚱한 감상이냐.) 

 

올해의 음반 : 이건 따로 페이퍼를 써도 될 만큼이긴 하구나...  아이팟의 '자주 들은 25곡'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다.

  

 

 

 

 

 

 

 

 

 

올해의 전자제품 : 아이팟 클래식을 샀다. 값이 오르기 전에, 아마도 일산에 남아 있었을 마지막 아이팟 클래식 120G. 올 한해 정말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친구. 

올해의 패션 : 패션,과는 별 상관없지만... 유니클로 히트텍. 후끈후끈 넘 좋아요 >.< 

올해의 음식 : 유자머핀. 선물받은 엄청난 양의 유자청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머핀에 넣어봤는데, 다들 맛있어 했다. 앞으로 뭐 선물할 일 있으면 유자머핀을 많이 만들어주게 될 듯.

올해의 선물 :  네꼬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또치 인형을 사주었다. 받는 순간 '헉!' 하고 놀랄 정도로, 씽크로율 100 %. 

 

올해의 성취 :  그... 글쎄... 아, 생각났다! 3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기타. 일주일에 한시간씩 백화점 문화센터에 나가서 배우는데,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꾸준히 나가기는 했다. 성취랄 건 없다. 소리를 내는 원리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흐... 

올해의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나 혼자 별로 :  각종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올해의 남들은 그냥 그렇다는데 나 혼자 열광 :  EBS 다큐 <요리秘전>.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왜 인기가 없을까나.   

내년의 소원 : 평화. (이 안에는 참 많은 구체적인 소원이 담겨 있습니다만...)

내년의 여러분에게 : 지방선거 때 원하는 후보가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요~

여기까지 쓰다 보니,  

아, 그래도 올해 기쁘고 재미난 일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청 억울하고, 엄청 슬프고, 분노가 이글이글거리는 것 같았던 한 해였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냈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 기분이 좀 좋아진다. 정리하길 잘했네. 

모두들 한 해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 내년에는 그야말로 모두에게 평화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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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12-3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녀오셨잖아요! ^-^
저는 개인적으로 또치님과 더 가까워진 느낌의 한 해랄까. 그런 의미를 준 여행이었습니다? ^-^;;
덕분에 좋은 음악도 덩달아 많이 알게 되었어요, 내년에도 또 소개 많이 해주시길. :)

또치 2009-12-31 19:38   좋아요 0 | URL
맞다 !! 알라딘 마을에서 만난 좋은 분들도 올해의 성취 내지 수확이에요.
살면서 점점 더 멀어지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들어 만났는데 마음 기대게 되는 사람들이 있으니 세상 살아갈 만한 것 같아요.
치니님이 올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고마웠습니다. 새해 기쁘게 맞이하세요~

로자 2009-12-3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경만 하는 유령회원이 2009년의 마지막 날에(이런 구분이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용기내어 인사 드립니다.
몇 달전 우연히 또치님의 페이퍼를 봤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하여"리뷰를 보았고,
그래서 더 더듬어 가다가 권정생선생님 이야기까지 보게 되었어요.
이것이 제가 또치님을 즐겨찾는 서재로 등록하게 된 이유랍니다.
다사다난한 인터넷 세상이지만 잔잔하게 제 마음을 울리는
또치님 같은 분들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그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또치님도 내년에 평화가 함께하길 빌게요.
고맙습니다.


또치 2009-12-31 19:40   좋아요 0 | URL
*^.^* 로자님, 댓글 달아주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하아, 이거 왠지 부끄러운데용 ;;
우리 서로, 좋은 책 이야기, 음악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등등 열심히 나누며 2010년을 또 살아가 보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llaly 2010-01-0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학교수업시간에 덕만이랑 미실이 토론하는것 이블로그에서 보고들렸어요ㅋㅋ!
인디음악 좋아하시는거랑 ..뭐 이런저런 되게 저랑 비슷한게많은거같아요
앞으로 자주자주 들릴께요^^ㅋㅋ
근데 저 ㅠ블로그 메인에 네잎클로버 들고있는 사람은 누군가요?

또치 2010-01-11 14:54   좋아요 0 | URL
으아... 저도 제 서재에 잘 안 오다보니 이런 늦은 답글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문에 있는 저 양반은,
일본 배우 카세 료,입니당. 딱 봐도 기양 초식남...;;

네꼬 2010-01-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화'에 담긴 구체적 소원들 나는 알지롱. ㅎㅎㅎ (늦었지만) 한 해 고생 많았어요. 쓰기도 영 어색한 2010년, 씩씩하게 잘 살아 보아요. 꾸벅. (올해의 선물에 또치 인형 뽑혀서 넘 좋아효)

무해한모리군 2010-01-1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는 기타에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아~
 

어느 고마운 분( http://dogku.egloos.com/ ) 이 편집해서 올려놓으셨네요. 담담하게 부르는 <고등어>가 절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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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2-1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고기 먹고 싶어요. 꽃등심은 아니라도 삼겹살!! 꾸어먹고 싶어요- 아침부터 ^^;
저도 요즘 이 음반 들어요.

또치 2009-12-16 10:27   좋아요 0 | URL
글게요. 저도 추워서 그런지 기름기가 땡기네요. 삼겹살 좋죠!!

웽스북스 2009-12-1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봤는데 저 너무 실시간이라서 댓글 자제하고 있었어요~ㅋㅋㅋㅋㅋㅋ
고마워요 저 어제 결국....아....

세상에 고등어의 마음을 노래할 수 있는 남자라니
이남자 도대체 누굽니까 흑
 

 

작년까지만 해도 이게 뭔가... 개념을 못 잡고 어리둥절해서 미선이, 윤상, 토이 등등을 다 놓치고 말았던 GMF를 올해는 다녀왔습니다. 올림픽공원 곳곳에서 돗자리 펴놓고 맥주에 치킨 먹어가며, 샌드위치와 떡볶이 먹어가며 느긋하게 음악을 잘 즐기고 왔어요.  

무대 바로 앞의 스탠딩 존과 잔디밭의 피크닉 존, 이렇게 두 개의 관람구역을 나누어놓아서 마구 흥이 나면 스탠딩 존에서 쿵쿵 뛰면 되고, 아니면 들려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면 되는, 편안하고 좋은 음악축제였습니다.  

라인업이 발표되기 전에 I Love GMF 사전예매를 실시했는데, 그때 2일권을 7만원에 예매했어요. 결과적으로 잘한 거 같습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걍 예매할라고 합니다. (1회 때 이승환, 2회 때 윤상과 토이, 올 3회엔 이적... 이 나왔으니까 내년에 김동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이 양반 콘서트는 30분 만에 매진되곤 해서 엄두를 못 냈거든요.)  

토요일날 11시반쯤에 집을 나섰는데, 올림픽공원에 도착하니 1시 10분쯤 되었고, 예매확인하고 2일권 팔찌 교환하고 하니까 2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뭐 이렇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 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저인지라 별로 화는 나지 않았는데, 성격 급한 우리나라 관객들은 십중팔구가 하루 종일 투덜대더군요.  

저는 진행에서 좀 화가 났던 건, 쓰레기 만들지 말자고 그렇게 얘기했으면서 웬 먹을 것 파는 가게를 그렇게 많이 입점시켰나 하는 거였어요. 홍대 앞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기린아, 바삭 같은 집들도 나와서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값도 비싸게 받을뿐더러 정성도 안 들어가 대실망이었습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싸가지고 가서 별 돈은 안 썼지만, 이런 실상을 파악하고 나자 일요일 날은 절대 군것질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떡볶이 + 샌드위치 3종을 짊어지고 갔습니다.  

토요일날 저의 동선은 Alice in Neverland, Pudditorium, 오지은, 세렝게티, 전제덕, Sweet Sorrow, The Cribs, 흐른, 불독맨션(한 10분 들었나...?), My Aunt Mary ;; 헉헉...  

나를 실망시킨 밴드나 연주는 단 하나도 없었으며, 세렝게티의 파워, The Cribs의 미친 듯한 에너지(세상에, 쉬지도 않고 70분을 그냥 내처 달리다니...), 명불허전 My Aunt Mary 였습니다 !! (중간에 루시드 폴이 깜짝 손님으로 나와서 한 곡 부르고 갔어요. 아, 루시드 폴 노래 이제 참 잘하는 거 같아요... 감동했습니다.)  

일요일은 길이 안 막혀서 1시 출발 2시 도착.  

킹스턴 루디스카부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날은 세 군데의 무대를 바람처럼 질주하며 다녔지만, 이날은 메인 무대인 Mint Breeze 에 집중하기로 해서 돗자리 펴놓고 그냥 눌러 앉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혼자 낮잠 자고 있는 친구를 떼어놓고 막 다른 무대도 갔다왔어요.  

이날의 동선은  

킹스턴 루디스카, 짙은, 굴소년단(나만 혼자 다른 스테이지로 이동), 장기하와 얼굴들, 노 리플라이, 막시밀리언 해커, 메이트(나만 혼자 이동), 휘성, 보드카 레인, 이적, 페퍼톤스.  

이날 깜짝 놀란 것은 메이트 !! 보컬도 연주도 정말 수준급. 엔터테이닝 능력과 센스도 최고. 마이클 잭슨 커버곡을 비롯해서 김태우의 최신곡 <사랑 비>까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커버했는데, 이게 어찌나 멋진지 사람들이 웅성웅성... 곳곳에서 팬이 되었다는 탄성이 들렸습니다.  

장기하는 여전히 무심한 듯 재미있고, <별일없이 산다> 부를 때는 혼자 추임새(?)로 "아, 씨발" 한번 내뱉어주시고 ^^;;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노 리플라이 들으러 Loving Forest Garden 쪽으로 이동하다가, '짙은' 성용욱 윤형로 두 사람을 만나 싸인도 받았습니다. 윤형로씨는 이제 막 제대한 뒤라 머리도 짧고 매우 수줍어하고 그러더만요.  

노 리플라이, 언니네 이발관, 이장혁... 으로 이어지는 Loving Forest Garden 무대는 10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데, 아침부터 이미 꽉 차 있어서 대기 줄이 엄청났습니다. 밖에서 소리만 듣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지요... (내년에는 뭔가 조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날의 헤드라이너인 이적은 개인적으로 별 관심 없었는데, 무대 구성력이나 관객과의 호흡, 이 사람들이 뭘 원하겠구나 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영리한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UFO > 를 부를 때부터 피크닉 존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냥 다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끝날 때까지 다 방방 뛰더군요. 저도 패닉 시절의 노래를 부를 때는 같이 간 친구랑 같이 막춤을 추며 신나게 굴렀습니다. 무슨 노래할 때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미미시스터즈도 갑자기 무대에 난입(?)해서 춤을 추더군요. 근데, 화면을 보니까 이 과묵한 언니들이 이적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어요. 역시 이적의 힘인가...!!  

이적 공연 끝나자마자 바로 페퍼톤스 공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분들이 왜 헤드라이너인가 약간 갸우뚱했는데... 와, 팬들이 떼창하는 거 보고 좀 놀랐습니다. 항상 B급 가수(죄송...)가 객원보컬을 하는 특성상 라이브 공연의 노래는 안습이었지만, 이장원의 유머 센스와 기타 연주에 감동하고, 무엇보다 신나게 즐기는 사람들 덕분에 나도 더 좋아졌습니다. 떼창 덕에 모든 걸 다 잊었어요.  

이 페스티벌의 특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흡연구역이 참 우아하고 예뻤다는 것.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항상 구석에 가장 안 좋은 자리에 쭈그러져 있게 마련인데, 여기서는 야외 까페같이 간지 나는 곳이 흡연구역이더라니까요. 전기난로도 피워주고 있어서 나는 불을 쬐러 갔었는데, 거기 있다 보니까 celebrity 들이 막 왔다갔다하는 겁니다 ;; 이지형, My Aunt Mary의 한진영(으로 추정되는 인물), 치즈 스테레오(공연은 안하지만 구경 나온 듯) 등을 만났고, 일요일날은...!! 와인을 사러 온 미미시스터즈까지 알현.  

정말 오랜만에 잘 놀았는데, 아마도 토요일 밤에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5년에 한번씩은 이런 일이 생기는데, 돈 좀 두둑하게 넣어놓고 재미나게 놀고 나면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이죠. 에이 뭐, 잃어버릴 때도 됐지. 잊자. 그래서 오늘 아침엔 반차 내고 경찰서와 은행과 도서관 등을 순회하며 면허증과 각종 통장, 카드 재발급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이제 전 냉정을 되찾았어요.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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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2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보내셨어요. 메이트 노래 정말 잘하죠? 내년에 이승환 다시 나오면 저도 또 갈 거예요.ㅎㅎㅎ
아, 그런데 지갑은 안습이네요. 그래도 냉정을 되찾으셨다니 역시 멋지십니다. 저도 불끈!

또치 2009-10-27 12:56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반갑습니다!! 진짜로 우리 내년에 만날 수 있음 좋겠어요 >.<
지갑은... GMF 게시판에 보니까 분실물로 접수되었다고 신고 들어왔네요.
휴, 찾을 수 있겠어요. 넘 다행이에요.

치니 2009-10-2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서울전자음악단은 왜 안 보셨어요 ~ 히잉.
전 못가고 아들내미는 25일에 옆에 미스터빅 공연 보고나서 표 안사고 몰래 들어가 마침 공연 중이던 이적만 보고 나왔다 하대요. ㅋ 이적 완전 잘한다고 칭찬하던데, 말씀대로 영리한 뮤지션이라 청소년 마음까지 홀라당 접수했어요. :)

또치 2009-10-27 12:59   좋아요 0 | URL
서울전자음악단은 올해 공연을 두번 본 적 있어서 이번에는 눈물을 머금고...ㅠㅠ
아드님은 역시 멋지군요. 이거, 밤엔 몰래 들어가려고 맘만 먹으면 입장할 수 있겠는걸? 했는데 역시... 흐흐.

무해한모리군 2009-10-27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너무 좋은 시간이었겠어요.
매년 하는 건가봐요!
내년을 기약해 봐야겠다 ㅎ

또치 2009-10-28 18:37   좋아요 0 | URL
그래요! 간식거리 노나먹어요~~ ^^
(왜 휘모리님 하면 먹을 게 생각나는 걸까효?? 흐~)
 

9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로테르담에 머물면서 네덜란드의 남서부를 싸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암스테르담에는 딱 하루 갔어요. 나무와 숲을 실컷 보고 오자, 이번에는 '도시'를 보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이 컸던 탓인가봐요. 그 예쁜 암스테르담의 집들이 이번에 막 지겹더라구요... 

도자기로 유명한 작고 예쁜 도시 델프트, 네덜란드 의회가 있고 각종 국제기구가 많은 탓인지 길거리에 유난히 바쁘고 똑똑해 보이는 훈남이 많던 도시 덴 하그(헤이그), 오래된 대학이 있는 도시 우트레흐트, 그리고 가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보람있었던 호흐 펠뤼베(Hoge Veluwe)의 국립공원과 그 안에 자리잡은 우아하고 한적한 크뢸러-뮐러 뮤지엄(Kroller-Muller Museum), 돌고래와 왈러스, 바다표범 등등의 친구들을 실컷 보고 온 하더빅(Haderwijk)의 Dolfinarium ...    

정말로 들판과 소와 말과 양과 나무와 숲을 실컷 보았고, 기차도 골고루 참 많이도 타보았고, 산이 없으니 사방에서 미친듯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도 잘 탔고, 맛있는 치즈도 많이 먹었습니다. (근데 대도시를 다니지 않다 보니, 맛있는 음식 파는 식당은 정말 없었어요. 아니, 식당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은 집에서, 점심은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저녁은 다시 또 집에서 해먹었답니다...)   

또한 이번 여행의 성과 중 하나는, 네덜란드 말을 째끔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네덜란드 단어들을 몇 개 익혔다는 것! (작은 도시들만 다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서바이벌 네덜란드어를 익혀야 했어요. 그래도 돌아보니 참 좋네요 ^^) 



호흐 펠뤼베 국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또치씨. 가도 가도 사람이 보이질 않아 좀 무섭기도 했어요. 

 
크뢸러-뮐러 뮤지엄의 반 고흐 컬렉션을 독차지하고 앉아 있는 또치씨. 여기 정말 컬렉션도 좋고 사람도 없이 한적해서 좋았어요. 그래서 기차 타고, 버스도 두 번이나 갈아타며 먼길을 두 번이나 찾아갔답니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도 갔구요. 이번이 벌써 세번째. 아아, 그래도 항상 눈물이 고이게 하는...


헤이그에서는 마우리쯔휘스(Mauritshuis) 뮤지엄에서 진주 귀고리 소녀도 만났어요. 근데 진주귀고리 소녀도 예쁘긴 했지만, 루벤스가 그린 <양초를 든 노인과 소년> 그림에선 정말 광채가 우러나서 깜짝 놀랐어요.

 

헤이그에선 에셔 선생님의 신비한 세계도 실컷 만났답니다.  

히, 그리고 



서쪽 해안가에 하더빅이라는 소도시가 있는데, 거기 Dolfinarium 이라는 데가 있어요. 여기서 본 갖가지 동물 쇼가 정말 좋았습니다. 동물을 학대(!)하고 훈련시키는 쇼가 아니라, 얘들이 인간이랑 얼마나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쇼라서 보는 마음이 참 편했어요. 여기선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진에 구멍 뚫어놓은 데다가 얼굴 대고 찍는 거 되게 좋아해요. (저희 집에 오시면 제가 장금이도 되어 있고, 말괄량이 삐삐도 되어 있는 사진들이 있어요.) 헤헤, 이것두 참 잘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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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10-0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나 1등. ㅋㅋㅋ
너무 부러워요. 부러워요. 부럽잖아요. 흙. 사진도 예쁘고, 그 속의 또치님도 예쁘고.

아. 그런데 저 자전거, 좀 독특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 꼭 장금또치 보고싶어요 ㅎㅎㅎ

또치 2009-10-04 20:5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반갑~

국립공원 안에 자전거들이 주차장(?)에 쭉 놓여 있었어요. 아무 데서나 하나 집어 타고 아무 데나 도로 갖다 놓으면 되더라구요. 아이들도 많이 오다 보니 저렇게 뒤쪽에 유아용 안장이 장착되어 있는 게 많았어요.

장금또치 ^^ 흐흐 그건 제가 생각해도 정말 명작 사진이랍니다 ~

2009-10-04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09-10-05 08:43   좋아요 0 | URL
앗, 나 초식동물 아니에요 ^^
풀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기도 잘 먹는답니당~

다락방 2009-10-04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또치님. 읽다가 네덜란드 말을 째끔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네덜란드 단어들을 몇 개 익혔다는 것, 에 마음이 확- 끌려요. 오와 멋져요 근사해요! 네덜란드 말을 째끔 읽을 줄 안다니, 아 디게 멋지잖아요! >.<

돌고래랑 또치님 사진이 정말 예뻐요. 그런데 가장 근사한건 자전거 타고 가는 여인의 뒷모습 사진이어요. 아, 멋지다!!

또치 2009-10-04 20:5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아아, 반가워요!! 칭찬 고맙습니다~~~
네덜란드 말 잊어먹기 전에 좀더 배워볼라구 해요. 비록 천만 명밖에 안 쓰는 언어지만, 말이란 건 정말 배우면 배울수록 좋은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0-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마지막 사진 너무 귀여우세요 ㅎ
아 저도 막 저 사진 속의 숲을 거닐고 싶어요.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이긴 한데, 금새 다시 돌아가시고 싶으시겠어요 ㅎ

또치 2009-10-05 08:39   좋아요 0 | URL
귀..귀엽 ;; 휘모리님 고마워요 (와락!)

안 그래도 내년에 튤립 필 때 또 가고 싶다... 막 공상의 나래를 펴는 중이에요 ㅠㅠ

마노아 2009-10-0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멋져요! 잘 다녀오셨군요! 가기 전에 빌었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또치님이 멋진 여행을 마치고 오셨으니 좋아요~ ^^

또치 2009-10-05 08:40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반겨주셔서 고마워요.

그러게요... 어쩌면 이렇게 세상에 아~~~무 일도 없는 거죠?!
뭐, 계속 소원을 말하다 보면 이루어지는 날도 오겠죠! 불끈.

마늘빵 2009-10-0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좋구나아! ^^ 네덜란드. 부럽다요. 저 뒤에 진주 귀고리 소녀까지.

돌아오시니 추석연휴가 끝났군요. 그냥 평범한 주말이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겠지만.

또치 2009-10-06 09:12   좋아요 0 | URL
며칠 지나니 좋았던 기억들도 다 휘발되어버린 듯해요. 어쩜 일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이렇게 빨리 잊혀질까나 ;; 억울해 ㅠㅠ

치니 2009-10-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오, 염장질 싱크로율 200%!
^-^ 잘 다녀오셨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까지 올려주시는 친절한 또치씨.

그나저나 네덜란드 벌써 세번째 가신 분에게, 고흐 박물관 막 추천하고 제가 좀 웃겼군요. 헤.

또치 2009-10-06 09:12   좋아요 0 | URL
헤~ 치니님이 말 안했어도 또 갔을 거예요. 네덜란드 가는데 어찌 고흐를 안 보고 오겠어요!

2009-10-07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09-10-07 15:05   좋아요 0 | URL
오옹? 울 회사에 아는 분이라도 있으셈?

2009-10-08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