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정확히는 오늘 새벽) 100분 토론에 18대 국회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이 나왔더랬다. 이 의원님이 사리에 맞게 말씀 잘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간간이 웃길 때가 있다. 좀 얄밉게 하기도 한다, 사람을. 어제는 시민논객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데 어제 이 의원 말씀이 좀 탁탁치 않는 게 있어 몇 자 떠들어야겠다.

우선, 홍준표 의원은 현 이명박 정부의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것이 고의에 의한 실수였는지는 차근히 따져봐야 할 것이지만, 홍 의원의 논지는 "10년간 붕괴된 한미동맹을 다시금 공고히 하려다보니"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조공 협상을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그런 일종이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한미동맹이 이렇고 저렇고 간에, 방점을 '실수'에 찍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정부 차원에서 '재협상'에 가까운 추가 협상 비슷한 편지를 주고 받아서 그 실수를 완벽히 보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깔린 뉘앙스는 '자꾸 정부가 실수했다고 저 우중들이 우기니까 마지 못해 인정한 것이고, 무슨 큰 인심이나 쓰듯이 우중들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보완했다'는 투다. 이것도 좀 논외로 하자.

어쨌거나 실수를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실수가 있었을 때 그것을 보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아무리 실수를 완벽하게 보완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원점이다. 광우병 발생시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조항에서 누락시킨 것이 실수였고, 편지로나마 보완했다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가 일단락 된 것은 전무하지 않은가?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나온 이름 모를 국회의원은 무슨 뜬금없이 본질을 따져보야한다고 우겨대고, 홍 의원은 실수가 있었지만 해결됐으니 됐다고 하고, 여간 참 아연실색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정책위의장 말씀대로 쇠고기 협상 문제의 본질은 (실수가 보완되었다고 하니 이제 본질을 따져보자) 무엇일까? 실수도 보완되었는데, 여전히 우매하고 어리석은 민중의 칭얼거림일까, 아니면 우려하고 걱정하고 불신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도 보지도 않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아집과 오만일까?

한나라당의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들의 태도와 인식이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니,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홍 의원은 이번 촛불 시위의 변질을 '매우' 우려한다. 자칫 반미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질책은 괜찮고, 반미는 안 된단다. 6월에는 민주항쟁 등을 필두로 반미로 흐를 기제들이 많다는 논리다. 그건 맞다. 홍 의원의 지적이.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을 분노케하고 화나게 한 정부 당국이 우리들의 시위를 변질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누가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당연 이명박 정부일테다.

한 가지, 홍 의원에게 묻고 싶은 것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이 나라 이 땅에서, 시위의 변질이 어떻고 저떻고 간에, 단 하나, '반미' 시위는 안된다는 말씀, 정말인가? 국민들이 만든 이 나라 이 땅의 정부에 대한 시위는 괜찮고, 더 먼 나라 미국에 나쁘다 하는 시위를 좀 하면 안되나? 국익, 국익 하는데, 친미해서 얻는 국익이 누구의 아가리에 들어가는지 묻고 싶다. 여하간 홍 의원 말씀대로라면, 헌법 어디쯤에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반미 시위는 절대 제외하고) 최대한 보장한다"고 되어있는가 보다.

내가 볼 때는 이번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반정부, 반한나라당, 반미 등으로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데, 그렇게 반미를 우려하는 정부나 한나라당이라면, 손 놓고서 평화 시위만 해라, 반미는 하지 마라, 하면서 자꾸 탄악하고 과잉진압만 한다면, 더욱 분노와 저항은 거세질 것이다. 홍 의원 말씀대로라면, 반미만은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홍 의원이 그렇게 강조하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6월이다. 뜻 깊고도 슬픈 달이다. 촛불 시위를 넘어, 이 6월이 다시금 뜨겁게 불타오르는, 소박한 혁명이라도 기대하고 싶은 달이다. 이제 이 나라 이 대한민국에서 반미 좀 해도 된다. 잘못하다간 이명박 대통령은 이승만 박사보다도 더 일찍 '하야' 선언을 하시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6월이잖은가? 우리가 반미하기 전에 홍 의원은, 우리가 하야시키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지율 바닥에 코박고 우시기 전에 한나라당은, 좀 많이 고민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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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05-3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 저도 6월을 맞히하여 혁명에 동참할까 합니다. 정말 더이상은 못 봐주겠어요 -_ㅠ

마늘빵 2008-05-3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

순오기 2008-05-3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하는 머슴을 처내는 것은 주인이 할 일이니, 이제 우린 주인노릇만 제대로 하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