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馬肥(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들 하지요. 가을입니다. 가을 중에서도 10월은 그 마지막 밤을 기억하게 하는 달이지요.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어데 계절이 따로 있어 책을 읽는 것이겠습니까마는, 오늘은 따사로운 햇살을 내려 받으며 서늘한 바람부는 벤치에 앉아 세상 모르고 책을 읽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일까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은.

책을 읽다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평생을 이렇게 여유 있고 한가하게 책이나 읽으면서 유유자적 보내고 싶다는. 무엇에 쫓기지 않고, 걱정 없이, 가는 세월을 벗 삼아서, 책 속의 글줄기들을 찬찬히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어질 수 없는 상상이겠지요?

陶淵明(도연명)의 「五柳先生傳(오류선생전)」에 이런 글귀가 있어 옮겨 봅니다.

   
 

閑靖少言(한정소언), 不慕榮利(불모영리),

 好讀書(호독서), 不求甚解(불구심해).

한가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며
말을 줄이고,
명예나 실리를 바라지 않고,
책 읽기를 좋아하나
깊이 따지려 하지는 않는다.

 
   

삶은 항상 분주하고, 이 일이 끝나면 저 일이 닥치고, 말은 점점 늘어만가고, 높아만 가고.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죄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여유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겠지만, 늘상 한없이 책에 빠져 지내고 싶은 마음 또한 숨기지 못하겠습니다.

한가하고 편안하게, 쓸데없는 말 섞을 필요도 없이, 별반 이익이 될 것도 없지만, 그저 책에 묻혀 한세상 여유로이 살아봤으면,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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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1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

승주나무 2007-10-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맡아보는 동양의 향취.. 감사합니다. 아프 님은 좀 뜨끔했을 것이에욧.. 저도 좀 뜨끔~~~

순오기 2007-10-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 침 맞았어요!

멜기세덱 2007-10-2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 엥...저는 뱉은 적이 없는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