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어지식 교육론 ㅣ 국어교육연구소 연구총서 6
김광해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7차교육과정이 막바지에 이르러 '새로운 교육과정'이 공시되었다. 이르면 2009년도부터 8차교육과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百年之大計"라는 말을 무색케 할 정도로 자주 바뀌는 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주먹구구식 교육정책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잘못된 것은 빨리 바꾸는 것이 나은 점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 바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뀌느냐에 있을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입안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는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고는 있으나 '새로운 교육과정'이 마련되면서 8차교육과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형성되었다. 여기서의 관심 주제는 국어교육 내에서의 국어지식교육의 현황이다. 국어교육이 실용적 기능교육을 중시하면서 국어지식교육의 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7차교육과정상에서 국어지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문법>은 선택과목으로, 이를 택하는 학교가 거의 없을 정도이니, 국어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중~고1까지의 국어시간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자꾸 밀려나고 있는 판국이다. 국어교육학자들 가운데는 이러한 것을 대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논의가 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국어지식교육의 위상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국어지식교육의 효용과 필요성, 그리고 그것의 효육적인 교육목표 달성의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김광해 교수는 6차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마련한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국어지식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어지식교육의 새로운 방법적 측면을 6차교육과정에 반영하였다. 김광해 교수의 견해가 100%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에 힘입어, 그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주입식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 『국어지식 교육론』은 6차교육과정에서 일부 반영되었던 국어지식의 교수학급방법 개선에 대한 김광해 교수의 연구성과를 엮은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국어교육에서의 국어지식의 위상과 필요성, 나아가 바람직한 교수학습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국어지식교육이 국어교육에 있어 상호보완적 필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간의 주입식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탐구학습을 도입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간의 국어교육 흐름이 실요성 위주의 기능교육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과 아울러 국어지식교육이 소외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면서 그는 국어지식교육이 가지는 "교육적 가치와 필요성"을 찾고자 한다. 그가 제시하는 국어지식교육의 필요성은 '우리말 알기'와 '우리말 가꾸기'로 정리된다. 이것은 "문학영역이나 기능영역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내용"으로써 국어지식교육에서만이 다룰 수 있는 부분이며, 따라서 국어지식은 그 자체로서 필요성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현재 국어지식이 더이상의 외면을 받는 길은 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1부 "국어지식 교육의 전개"에서 이러한 작업을 전개한다. 국어교육과 국어지식교육이 어떤한 관계에서 정립되어야 하며, 그 가운데 국어지식교육이 가져야할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국어지식교육이 국어교육에 있어 어떤 필요성을 지니는가를 그간의 국어지식교육에 대한 논쟁을 정리하면서 밝히고 있다. 국어지식교육의 정체성과 필요성을 정립한 후에는 그는 국어지식교육 방법의 방향전환을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단순암기식 주입방법에서 탐구학습에로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탐구학습은 국어지식교육에 있어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현재 7차 교육과정상에서 이러한 탐구학습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며 앞으로 바뀔 교육과정에서도 자기주도적이며 능동적이고 창이적인 방법으로 '탐구학습'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초를 저자 김광해는 이 책을 통해 다져 왔던 것이다.
제1부에서 탐구학습에 대한 기본적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면, 제2부에서는 그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제2부 "탐구 학습의 실제"는 국어지식의 다양한 장면에서의 탐구학습 적용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단지 학부생들의 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은 보고서라 하더라도 그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고, 탐구학습이 실제의 교육현장에서 적용될 것인 만큼, 학부생들의 보고서는 그 실제적 상황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탐구학습사례들이 그야말로 재판삼판의 일률적인 학습방법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김광해 교수의 '탐구학습'에 대한 실제 사례 연구가 부족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1997년에 출간되어 현 시점에서는 여실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당시 김광해 교수의 탐구학습에 대한 연구성과는 비교적 신선한 시도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부족함은 당시로서는 그 신선함에 상실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그는 『국어지식탐구』라는 책을 통해 보다 자료를 보완하고 실제 적용될 사례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실상 탐구학습은 현장에서의 교사가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연구한 후에라야 제대로 시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광해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가 매우 부족함을 절감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례들과 이에 따른 효과적인 자료들이 개발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지금에서는 그 효용이 다 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사족이지만, 저자 김광해 선생께 한마디 충언을 드리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의 초판이 1997년에 <국어교육연구소연구총서6>로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이후,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근으로 보여지는 초판 제6쇄본이 2006년 9월 20일에 출간되었다. 그 기간동안 교육과정은 제6차에서 제7차로 바뀌었고, 지금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곧 제8차 교육과정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에 버젓이 이 책의 초판 그대로를 제6쇄로 찍어냈다는 것은 다소간 저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교육과정이 바뀐 이상 미세한 부분에서나마 수정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앞으로 이 책의 개정판이 출간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