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후배녀석 하나가 중국엘 다녀오게 되었다며, 기념으로 뭘 사오면 좋을지 고민하더라구요. 아마도 교수님들이나 선후배, 친구들에게 여행을 다녀온 기념으로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겠지요. 간혹 중국을 다녀온 지인들께서 중국차를 사오셔서 나눠주시더라구요. 그 친구도 그게 제일 적절치 않나 하는 눈치더라구요.

오늘 그 녀석이 중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뜻밖의 선물을 펼쳐놓더라구요. 공자의 모습이 새겨진 도장과 부채였는데요, 무엇보다도 부채가 저를 완전히 기쁘게 했답니다.



좋은 부채는 아니지만, 저기 보이시는 한시 있잖아요, 이게 제 이름 석자를 넣어 즉석에서 지은 한시랍니다.ㅎㅎ 잠깐 감상하실까요? 

樂開懷揚美名 (안락개회양미명)

편안하고 즐겁게 마음을 열고, 아름다운 이름을 드높이며,

明瑞氣任翔騰 (형명서기임상등)

빛나고 밝은 상서로운 기운이 높이 날아 오른다.

兒壯志冲宵漢 (남아장지충소한)

남아의 장한 뜻은 밤하늘 은하수를 뚫을 듯 하고,

博古通今大爲成 (박고통금대위성)

옛것을 널리 익혀 지금에 통하니, 크게 이룰 것이라.


각 첫머리에 제 이름자를 따서 멋드러진 칠언절구의 한시를 지었네요. 제가 대강 해석을 한 것이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추 이런 뜻이 나오는데요, 그 뜻 또한 굉장히 좋지 않습니까? 그동안 이름에 대한 자긍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제 이름이 너무 좋은 이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 부채에 담긴 그 후배녀석의 세심한 배려(요즘 다른 사람 이름의 한자를 알기가 쉽지 않거든요.)와 부채에 담긴 제 이름풀이의 넓고 깊은 뜻을 앞으로 고이 간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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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럽다 :)
그리고 서재대문 바뀌셨네요?
근엄한 표정의(?) 뭐랄까? 약간 윤봉길 의사 필- 이 나는 주인공은 멜기님? ㅎㅎ
부채와 대문이미지가 너무 환상적인 궁합이네요 :)

비로그인 2007-07-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세심한 배려 (그죠, 부모님 한자도 모르는 애들이 많다는데요?)에 멋진 선물이네요. 가끔 부채가 그립다는 생각을 해요. 곱게 간직하느라 그냥은 못쓰시고 가끔 펴서 부쳐보시겠네요. 그런데 부채도 안낀다고 펼쳐서 쓰지 않으면 망가진다고 하더라구요. 한시 가끔씩 들으면 운치있고 너무 좋아요.

프레이야 2007-07-1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봉길의사 필,이란 체셔님의 댓글에 저 쓰러져요~~
멋진 선물을 받으셨네요. ^^

마노아 2007-07-1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감동을 주는, 게다가 폼까지 나는 멋진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두 분의 센스가 장난이 아니군요. 축하해요^^

twinpix 2007-07-1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한시. 좋은 선물인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Mephistopheles 2007-07-1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폼 납니다..참고로 제 부채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