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학교에는 단과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조성한 2곳의 자습실 비슷한 공간이 있는데요, 두 곳의 이름이 '서호독서당'과 '동호독서당'입니다.
처음엔 '서호독서당'이 먼저 생겼는데, '서호독서당'이란 이름은 당시 학장님께서 조선시대의 독서당의 유래를 빌어와 대학 건물의 이름인 서호(西湖)를 붙여 짓게 된 것입니다.
조선시대 '독서당'은 남호독서당과 동호독서당 등이 있었다는데요, 이 독서당은 임금의 명에 의해 지금은 안식년제처럼, 당시 선비들에게 휴가를 주어 책을 읽고 학문을 연구하게 한 곳이라죠. 이 뜻을 살려 대학 학생들이 편히 공부하고 독서하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랍니다.
최근에 생긴 '동호독서당'은 대학원생들을 위해 조성했다고 하네요. 아무튼 좋은 일입니다. 공부하고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거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고, 새로 생긴 '동호독서당'에 문패를 하나 걸어놓았는데, 거기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 걸 보고 느끼는 바 있어 이렇게 끄적입니다.
一士讀書(일사독서), 澤及四海(택급사해), 功垂萬世(공수만세). -朴趾源-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면, 그 혜택이 온 사해에 미치고, 그 공적이 만세에 드리운다."
예전에 이 글귀를 올린 기억이 나는데요, 오늘 다시보니 새삼 알라디너분들이 생각나더라구요. 우리 알라디너가 책을 읽으면, 그 혜택이 온 나라 민중에게 미치고, 그 공적이 만세에 드리우지 않겠습니까?
간혹 독서를 하면서, 조심스레 이것도 엄연한 사치가 아닐까? 삶에 치이고 질긴 생명에 고통받으며, 무식할 수 밖에 없어 평생 책 한 권 손에 드는 사치를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나의 책읽기는 더욱 조심스럽게 되는 것 같더군요.
알라디너분들을 보면서는, 책을 읽고, 서로 나누며, 마음과 생각을 공유하고,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이런 분들의 독서는 그야말로 사해에 미치고, 만세에 드리우는 그런 뜻 있는 독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 오늘 문득 다시 해봅니다.
알라디너 여러분, 우리의 독서에 거창한 포장을 씌울 것은 아니지만, 이런 포부와 가치를 가지고 알라딘에서부터, 온나라, 온세계를 차츰 변화시키는 독서가가 되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