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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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과연 학교라는 공간에서 행복해하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은 이유도 알지 못한채 등을 밀려 어릴때부터 학교로 밀려든다. 그곳에서 그들은 단지 학반과 번호라는 숫자로 그들의 명칭을 부여받는다. 그들은 항상 자유의 제약과 얌전함과 복종이라는 이 시대의 미덕(?)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 사회에서의 학교의 현실과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서의 참다운 학교에 대한 실루엣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인간의 아름다운 감정과 자연과 사물과의 상호작용이 제지당하고 오로지 조직속의 부품으로 키워지길 강요당하는 우리 학교의 현실은 신자유주의를 본질로 하는 경쟁논리와 대형화의 논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가 가진 여러 가지 모순과 오염된 풍토가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공간인 학교에 그 밑거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 사회를 아름답고 인간답게 만들려는 노력이 없이는 아름다운 학교의 형성은 그 자체가 이미 한계를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우선 우리 학교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시급히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그 힘들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힘들을 느낄 수 있다. 자주적이고 인간적인 공동체, 그것을 지향하는 학교는 우선 거대학교가 아닌 자치가 가능한, 참다운 민주주의의 실현이 가능한 작은 학교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또한 우리 사회의 참된 가치를 경쟁과 돈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평등, 사회 정의에 그 바탕을 둔다. 이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 기운이 영성의 상승을 통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논리로 산산이 파헤쳐진 대자연과 농촌공동체 속에 어쩌면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우리사회의 대안과 학교의 참다운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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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모험
이진경 지음 / 푸른숲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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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이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 다닐 때 보았던 '사회 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라는 책이었다. 어떻게 대학 재학생이라는 어린 나이로 이렇게 논리 정연하고 깊은 사고를 전개할 수 있었는지....그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우리 나라 학계에서 사회 구성체 논쟁을 발단시킨 책이기도 하였다.

그는 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철학사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을 시간과 공간을 넘은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초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장자와 서양의 근대철학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들에게 철학이 연구해야할 주요한 주제들에 대한 문답과 토론, 그리고 논쟁을 통하여 한 철학 사상이 가지는 의미와 장점, 문제점과 한계들을 선명하고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사유에서 주체와 객체로 분리함으로써 철학의 문제를 신에서 인간에게로 돌렸던 데카르트와 실존주의자 샤르트르의 이야기로부터 이성주의와 경험주의를 거쳐 회의주의와 현상학을 거쳐 관념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칸트로부터 헤겔과 헤겔의 절대정신을 뒤엎은 포이에르바하와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사회구조로부터 인간의 의식으로 눈을 돌린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니체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 철학의 담론을 하나의 통사처럼 잘 엮어서 마치 잘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는 한 사유체계나 사상이 가진 독단과 절대주의를 비판하고 경계하라고 하면서도 회의주의나 방향이 결여된 상대주의도 비판을 가한다. 이 모든 이론과 사상에 대해 그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고 다시 생각하고 그리하여 한 이론과 사상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상황과 맥락에 맞는 이론들을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색깔로 빚어낸 이 철학의 이야기 또한 의심과 비판의 대상으로 기꺼이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뼈있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이 책도 발전을 위한 제물로 바친다. 그 뼈있는 말이란 단지 비판과 의심만을 위한 비판과 의심이 아닌 방향이 있는 의심, 의미있는 의심과 비판, 즉 새로운 사유와 실천을 위한 의심과 비판을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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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3
마르퀴 드 콩도르세 지음, 장세룡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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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도르세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인간이 가진 정신적인 면의 진보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정신의 진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인간 정신의 진보는 어떤 단계에서 이루어지는가? 그는 계몽에 의한 지식의 진보를 인간 정신의 진보로 보고 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공교육제도와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치체제를 든다.

한 사회내의 인간 대다수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을때 정신의 진보는 이루어지므로 대다수 민중의 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에 의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또한 대다수 민중들의 스스로의 인권에 대한 자각과 그들이 스스로 국가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만인의 평등과 여성의 남성과의 평등 조건도 역시 강조하고 있다.

그의 사상은 봉건제사회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혁명적인 성격과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민혁명과 시대적 배경이 갖고 있는 역사적 한계 또한 그의 사상의 한계점으로 가진다. 그것은 그가 서구에 의한 근대자본주의화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제 3세계나 후진국들이 근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인간정신의 진보라는 관점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구화와 근대화가 가지는 문제점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간 정신의 진보에 대해 내리는 교육적 측면과 민주주의적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그가 오늘날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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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삶과 전설 1
부사령관 마르코스 지음, 주제 사라마구 서문, 후아나 폰세 데 레온 엮음, 윤길순 옮김 / 해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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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까마득하게 채워 하늘을 뒤덮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 끊임없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들, 허위와 거짓으로 치장한 상품 광고들, 세상을 뒤흔드는 돈의 힘....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과연 나는 하루 하루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일본의 전자제품과 헐리우드의 영화와 동남아시아의 외국노동자들이 거리를 기웃거리며 기업을 중심으로 노동력과 상품과 자본이 국적의 경계를 넘어 마구 휘젓고 있는 세계화의 세상, 그 세상은 과연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 나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멕시코의 역사적 사실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조직적인 반란을 접하면서.

멕시코의 남동부 산악지대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며 자본의 횡포에 조직적인 반란을 시작한 그들의 말과 언어는 그들의 유린된 인간의 존엄과 평화와 정의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비록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나의 삶의 단면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과 평화와 정의를 다시금 되묻게 되었다. 어쩌면 역사는 흐르고 흘러도 권력층에 대항하여 피지배층이 누리려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 정의라는 가치는 이다지도 얻기가 힘든 것인가? 어쩌면 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정당한 민주주의는 참된 민주주의는 이리도 막막한가?

하지만 불의와 압제가 있는 곳에선 그에 대항하는 저항과 반란이 있다. 자본의 횡포와 그를 보호하는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폭력에는 그에 대항하는 원주민의 삶과 자연의 보호라는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민주주의가 있다. 더욱이 혁명군 부사령관 '마르코스'라는 인물은 토착적이고 원시적인 원주민의 투쟁형태를 최첨단의 인터넷 네트워크의 통로를 이용해 그들의 정당한 권리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인 대자연이 자본의 침투로부터 보전되어 후세에 전달될 수 있도록 헌신한다. 원주민의 정당한 권리와 마르코스의 말의 만남은 그들의 무기가 되어 거세어지는 자본과 신자유주의의 횡포에 맞서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사실에 근거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에 기초한 말은 거짓과 사기와 폭력이 대변하는 말과는 달리 내면적이고 의식적인 거대한 힘을 형성한다. 비록 그것은 물리적인 형태의 가시적인 힘은 아닐지라도 그러한 폭력적인 힘을 물리칠 거대한 잠재력이 되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면에서 우리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 이미 그 힘은 멕시코의 전역으로 퍼져나가 시민들을 움직이면서 아메리카로 유럽의 여러 나라로 그리고 아시아를 거쳐 전세계로 퍼져 가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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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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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무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도 내 삶에 드리워진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가던 날들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또한 나의 삶에 드리워진 많은 사람들의 삶의 중력이 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을 함께 해나갈 한 여자의 무게도 있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도 무게감이 있는.

사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존재의 가벼움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존재의 무거움에서 벗어나고픈 그런 욕망을 또한 갈망할 것이다. 토마스와 같은 삶의 가벼움과 그가 버린 아내와 그의 자식은 테레사를 만나게 해 주었지만 그녀가 가진 존재의 벅찬 무거움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버린다. 그는 그녀에게서 자꾸만 자유로우려 하면서 존재의 가벼움을 추구하지만 결국 가장 무거운 사슬에 묶여버린다. 테레사는 전형적인 존재의 무거움을 대변하지만 그녀의 삶은 결국 무거움으로 인해 또 다른 허무를 체감한다.

어쩌면 무거움과 가벼움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어쩌면 공존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그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밖에 아닐런지도 모른다. 서로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이는 이 두 가지의 요소, 무거움과 가벼움은 사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존하며 서로의 모습에서 각자를 비추어보는 거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가벼운 사랑은 무거운 사랑을 만나고 무거운 사랑은 필연적으로 가벼운 사랑과 만나게 되는 것처럼.... 프란츠와 사비나의 만남처럼.... 비록 서로 양립불가능한 무거움과 가벼움은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그것은 남녀간의 성적 문제에서 영혼과 육체의 분리로 나타나고 물과 기름의 존재로 쿤데라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만.... 무거움은 가벼움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역겨움과 미움을 드러내지만 결국은 화해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그것이 종이의 양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종이를 자르는 것은 가위의 양날이듯이.....무거움과 가벼움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각자가 가진 의미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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