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2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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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절판


신영복님을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습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의 참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간과 사물에 대한 솔직하고도 깨끗한 문체는 오래도록 저의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번역본인 '사람아, 아 사람아'도 읽게 되었고 마침내는 이 책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신영복님의 책을 대하면서 나는 비록 얼굴 한번 마주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생각과 많은 교류를 나눌 수 있었지요.. 이 책 역시 저자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대상과 세상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력을 21세기가 밝아오는 새세상에서 이국에서 띄워 오는 편지의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님의 생각 한 가운데는 항상 인간에 대한 관점이 있습니다. 꿈을 묻는 것에서도 '어떤 꿈'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것인가를 묻고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식민지 개척 역시 원주민들의 피와 희생하에 쌓아 올린 아메리칸 드림임을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모순 구조에 대한 꿈으로 인간의 공동체를 얘기합니다. 개인주의가 더욱 인간을 황폐화시키고 자본의 횡포가 더욱 거세어지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서 그래도 현실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희망으로 키워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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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르켐 시공 로고스 총서 27
앤서니 기든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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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꽁트에 이어 근대 사회학을 정립하고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이전을 다른 것들과 구분하여 사용한 뒤르켐의 학문세계를 다루고 있다. 앤서니 기든스는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뒤르켐의 사상을 그의 핵심적인 저작인 사회분업론, 자살론, 사회학적 방법의 제법칙, 종교생활의 기본형태를 일관된 그의 코드(code)로 연관성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느 초기 사회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었던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와 질서 부여를 이론화하려 했었고, 갈등의 문제에 촛점을 두기보다는 안정된 틀을 잡는데 비중을 두었다.

그에게 있어 종교나 자살 등의 주제는 그것이 사회로부터 제기된 사회적 개념이며 따라서 그것을 원인짓는 사회적 현상과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문제해결을 이전의 종교 또는 윤리적 문제로부터 해방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기든스는 그것이 비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무시했고, 통계 자료를 가설을 위해서 이용한 점, 원시종교인 토템에 대해서는 그 전형이 모범적이지 못한 점 등의 비판을 가함으로써 뒤르켐의 사고의 비중을 사회학 속에서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즉, 사회학에 대한 그의 공헌과 한계점을 모두 읽을 수 있게 함으로써 또 다른 호기심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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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까치글방 86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 옮김 / 까치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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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군주가 되는 길과 통치의 기술에 관한 고전인 '군주론'을 한국의 정치인들이라면 모두 읽어보아야 한다고 말을 하기엔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윤리적으로 비난해야 할 생각들을 마키아벨리는 정당화시킬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갖추도록 권장하고 있는 덕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관후함 보다는 인색함을, 인자함 보다는 잔인함을 오히려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대립적 상황에서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권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때로는 인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이 적의 가문의 씨앗을 뿌리뽑는 것을 정당화시키며, '짐승에게 합당한 것'을 군주가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정치사상은 종교와 윤리와는 다른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사상(잔인함과 인색함과 반인반수(半人半獸) 의 기질 그것이 결국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한다)은 종교와 윤리에서 말하는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또는 상반되게 성립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의 정치사상가들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당대의 정치 해석에의 유용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정치사상의 토대는 인간의 기본적 본성이 기회적이고 사악하며 사기에 능한 여우적 본성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이 한 약속을 필요에 따라 어길수도 있는 것이며, 사기와 기만과 술수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다.

군주론을 접하면서 묘하게도 나의 머릿 속에 떠오른 단어는 'paradox, 즉 역설'이란 말이었다. 마치 악이라고 하는 것이 선과의 대비를 통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하게끔 하는 선의 교훈을 가지고 있듯이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인, 큰 악이 아닌 작은 악은 선으로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공화주의자로서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살이를 하던 중 다시 관직에 등용되기를 희망하여 메디치家에 올린 편지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이후 아무런 관직에도 등용하지 못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이후의 많은 훌륭한 저작에 몰두함으로써 그의 이름을 후세에 널리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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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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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이 책을 접하면서 떠올린 영화가 하나 있다. 염력으로 물건을 창조하고 이동시킬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지하의 발전된 문명사회와 그 지하 문명세계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사는 지상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크 시티(Dark City)'란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12시가 되면 지상 세계의 시간은 멈추고 지하 문명인들은 이 지상세계를 조작한다. 가족의 구성원을 바꾸어 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 가면서 점차 지상세계에 대한 지배를 전면적으로 확장시켜 간다. 어제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직장인이었던 한 남자는 12시의 멈춰버린 시간동안 새로운 기억주사가 뇌에 투입되고 오늘은 20 여 년이 넘게 신문가판대의 판매원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의 머리속에는 어제도 그 전날도...20년 전부터 신문가판대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는 미래를 지배한다.'는 오브라이언의 말대로 현실은 당의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따라서 과거의 역사와 사실 기록은 모두 바뀌게 된다. 당의 영원한 존속을 위해 인간의 본능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들은 무참히도 유린되어버리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언어와 행동까지 그리고 표정을 통해 나타나는 생각과 감정까지 통제되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행위조차 불순한 것으로 금기시된다.

여기서 현실 조작을 위해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수단이 언어(신어의 창조)와 대중매체인데, 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오웰의 생각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 같다.

현실에서 특정 정당이나 계급, 계층의 이해나 자본의 이해를 위해 사실과 정보를 조작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당의 이해를 위해 언어는 축소되고 그리하여 사고도 축소되고 인간은 드디어 사실의 진위를 묻지 못하는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되고 만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한 데카르트가 통탄할 일이지만)

또한 현실에서 정보가 왜곡되는 중심적인 통로는 대중매체이다. 대중매체가 휘두르는 권력은 비록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도 그 효과는 가히 가공할만하다. 여기서도 텔레스크린(telescreen)이라고 하는 양방향매체를 통한 선전과 감시는 국민에 대한 당의 핵심적인 통제수단으로 등장한다. 마치 어릴적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부도덕한 장난을 할 때 무섭도록 악명 높은 선생님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이상의 전율을 텔레스크린(telescreen) 앞에 선 국민들이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질식할 정도로 전율시키는 사실은 이러한 당 독재를 극복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꿈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윈스턴의 마지막 순간, 총알의 그의 뒤통수를 뚫는 그 순간 '그는 대형을 사랑했다.'로 끝이나버린 결말은 책을 덮고 난 후 오랜 시간을 이상야릇한 절망감으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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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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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전'은 언제 읽어도 깊은 감동과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길러준다. 이 책은 내게 있어 바로 그런 책이다. 고등학교때 처음읽은 파우스트는 선악의 대립구도 속에서 선이 승리한다는 단순한 사실로서 받아들여졌던 것 같은데...지금 읽은 이 책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사상과 그의 유려한 필체 그 모두가 나같은 사고의 용량으로 닿을 수 없는 커다란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천상의 서곡에서 주님과 악마와의 계약은 진리를 갈구하는 파우스트와 악마와의 계약으로 이어지고, 어쩌면 이 계약은 인간과 50억의 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상품-화폐경제를 매개로 한 자본과의 계약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나의 지나친 비유일까.

파우스트는 악마의 힘을 빌어 인생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다 가져 보지만, 결국에는 욕망의 덧없음을 깨우치고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인간의지의 승리를 보여준다. 과연 인간과 자본과의 계약에서도 우리는 자본의 악함을 다스리는 인간의지의 위대함을 보여줄 것인지.... 파우스트의 사후 그가 그레트 헨의 정성으로 구원받는 결말은 두고서라도, 인간사회가 그 종말을 고하기 전 인간의 위대한 이성이 인류를 구원하게 됨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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