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까치글방 86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 옮김 / 까치 / 199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훌륭한 군주가 되는 길과 통치의 기술에 관한 고전인 '군주론'을 한국의 정치인들이라면 모두 읽어보아야 한다고 말을 하기엔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윤리적으로 비난해야 할 생각들을 마키아벨리는 정당화시킬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갖추도록 권장하고 있는 덕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관후함 보다는 인색함을, 인자함 보다는 잔인함을 오히려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대립적 상황에서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권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때로는 인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이 적의 가문의 씨앗을 뿌리뽑는 것을 정당화시키며, '짐승에게 합당한 것'을 군주가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정치사상은 종교와 윤리와는 다른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사상(잔인함과 인색함과 반인반수(半人半獸) 의 기질 그것이 결국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한다)은 종교와 윤리에서 말하는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또는 상반되게 성립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의 정치사상가들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당대의 정치 해석에의 유용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정치사상의 토대는 인간의 기본적 본성이 기회적이고 사악하며 사기에 능한 여우적 본성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이 한 약속을 필요에 따라 어길수도 있는 것이며, 사기와 기만과 술수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다.

군주론을 접하면서 묘하게도 나의 머릿 속에 떠오른 단어는 'paradox, 즉 역설'이란 말이었다. 마치 악이라고 하는 것이 선과의 대비를 통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하게끔 하는 선의 교훈을 가지고 있듯이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인, 큰 악이 아닌 작은 악은 선으로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공화주의자로서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살이를 하던 중 다시 관직에 등용되기를 희망하여 메디치家에 올린 편지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이후 아무런 관직에도 등용하지 못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이후의 많은 훌륭한 저작에 몰두함으로써 그의 이름을 후세에 널리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