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후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이 책을 접하면서 떠올린 영화가 하나 있다. 염력으로 물건을 창조하고 이동시킬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지하의 발전된 문명사회와 그 지하 문명세계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사는 지상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크 시티(Dark City)'란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12시가 되면 지상 세계의 시간은 멈추고 지하 문명인들은 이 지상세계를 조작한다. 가족의 구성원을 바꾸어 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 가면서 점차 지상세계에 대한 지배를 전면적으로 확장시켜 간다. 어제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직장인이었던 한 남자는 12시의 멈춰버린 시간동안 새로운 기억주사가 뇌에 투입되고 오늘은 20 여 년이 넘게 신문가판대의 판매원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의 머리속에는 어제도 그 전날도...20년 전부터 신문가판대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는 미래를 지배한다.'는 오브라이언의 말대로 현실은 당의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따라서 과거의 역사와 사실 기록은 모두 바뀌게 된다. 당의 영원한 존속을 위해 인간의 본능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들은 무참히도 유린되어버리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언어와 행동까지 그리고 표정을 통해 나타나는 생각과 감정까지 통제되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행위조차 불순한 것으로 금기시된다.

여기서 현실 조작을 위해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수단이 언어(신어의 창조)와 대중매체인데, 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오웰의 생각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 같다.

현실에서 특정 정당이나 계급, 계층의 이해나 자본의 이해를 위해 사실과 정보를 조작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당의 이해를 위해 언어는 축소되고 그리하여 사고도 축소되고 인간은 드디어 사실의 진위를 묻지 못하는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되고 만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한 데카르트가 통탄할 일이지만)

또한 현실에서 정보가 왜곡되는 중심적인 통로는 대중매체이다. 대중매체가 휘두르는 권력은 비록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도 그 효과는 가히 가공할만하다. 여기서도 텔레스크린(telescreen)이라고 하는 양방향매체를 통한 선전과 감시는 국민에 대한 당의 핵심적인 통제수단으로 등장한다. 마치 어릴적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부도덕한 장난을 할 때 무섭도록 악명 높은 선생님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이상의 전율을 텔레스크린(telescreen) 앞에 선 국민들이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질식할 정도로 전율시키는 사실은 이러한 당 독재를 극복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꿈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윈스턴의 마지막 순간, 총알의 그의 뒤통수를 뚫는 그 순간 '그는 대형을 사랑했다.'로 끝이나버린 결말은 책을 덮고 난 후 오랜 시간을 이상야릇한 절망감으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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