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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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그리움'과 연관이 있다. 그리움은 상대방의 얼굴을 눈 앞에 그리는 것이고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면 그 삶을 그려보는 것이다. 삶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이 책이 손철주님과 이주은님의 대화형식을 빌어서 그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삶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림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나 몇 가지의 주제를 통해 그들은 주고 받는다. 서로 마음 속에 계합되는 마음이기도 하고 생각의 차이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말들이 모여 그래도 우리들의 삶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된다. 삶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그 발 앞에 하나의 오솔길을 만들어낸다. 이 길을 걸으며 동서양의 미술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들 인생을 구성하는 인간적인 면면들과 만나게 된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이라는 작품으로 이주은님은 첫 말문을 연다. 열린 창틈으로 들어오는 새벽의 햇살 그 햇살 비추는 곳에 노인 부부가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이불이 전혀 움직인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은 이세상을 떠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왜 삶이란 물음 앞에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보여준 것일까? 어쩌면 삶이란 죽음을 비추어보았을 때 더욱 잘 보이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아무런 생기없이 이미 부부사이의 마음소통이 끝나버린 노년이 결혼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에 대응해 손철주님은 이인상의 '와운'을 통해 삶을 말한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을 통해 뭔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일까? 정작 비장한 그림과는 달리 이 그림을 그린 이인상 화백은 붓과 먹의 생리에 통달하여 한 붓으로 천차만별의 표현을 담아낸 듯하니 먹의 농담과 번짐이 자유자재한 느낌은 왜인 것일까?

 

  손철주님은 동양화와 글로써 말을 건네고 이주은님은 그를 받아서 서양화와 글로써 답하며 문답이 편지형식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만나기도 하고 다른 각도를 보여주기도 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독자인 나는 주제에 따른 신선한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주제에 대한 그들의 글을 통해 사색할 수 있는 여백 또한 가지게 된다. 손철주님은 동양화의 그림 그 자체에 주목하여 그림을 통해 화가가 담아내고자 했던 뜻과 깨달음 같은 것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면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주은님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으로 향하는 징검돌을 몇 개 놓으며 그림과의 관계를 보여주며 그림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하려 했다. 따라서 동양화를 보는 그림을 오래두고 사귀며 그 속에 담긴 뜻을 취하는 방법과 서양화를 보는 그림 주변을 이해함으로써 그림을 더욱 풍부하게 보는 방법들을 익히게 된다.

 

  서양화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몇 점 만났다.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앤드루 와이어스의 '비상'이란 작품이다. 먼 사막 위를 날개를 한껏 펼치고 자유롭게 나는 독수리...날개를 움츠림없이 활짝 펴고 바람과 기류를 타고 저멀리 지평선을 향하는 그 몸짓에서 나는 자유...절대자유를 본다. 일리야 레핀의 '이렇게 넓다니!'도 순식간에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을 덮친 감동의 물결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순간 속에 빠져버린 자신을 느끼게 한다. 잘 차려입은 정장은 쏟아져내리는 비와 물결 속에 몸을 맡기고 그저 그 풍경을 즐기는 두 남녀....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려 하지 않고 우주가 만들어낸 이 순간을 즐기려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난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야...이 순간은 ....마지막은 안나 안처의 '부엌에 있는 여인'으로 우리들의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항상 좋은 자리나 축하자리에서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느라 등만 보인다. 어머니란 존재는 늘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존재였다. 유아에서부터 청소년을 거쳐 성인에 이르기까지....아직도 "밥은 묵고 다니나?"란 말에 눈물이 울컥한다면....그리운 어머니의 부재를, 그 빈자리를 쓸쓸하게 간직하고 있는 기억과 추억 때문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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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감정사용설명서
롤프 메르클레 & 도리스 볼프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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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은 어떻게 생겨날까?  감정의 뿌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상황에 따라 무수한 생각과 감정들의 굴곡을 지나며 산다. 그 생각과 감정들은 기타줄에서 튕겨진 음과 같이 일정한 세기와 길이를 가지고 생겼다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덧붙여 원래의 세기와 길이를 조절하며 산다. 때로는 있는듯 마는듯 한 생각과 감정조차도 자신이 눈덩이처럼 굴려서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들이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제해서 자신의 욕망체제로 포섭하려는 노력들이 우리들을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인생마저 지치게 만든다.

 

  그 생각의 뿌리에 내가 있다. 그러니까 그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가 감정사용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생각들에서부터 내가 특정한 기질과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느끼는 특수한 생각과 감정에 이르기까지....나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수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 만들어진 나에게 무엇인가를 덧붙이지만 않는다면 감정과 그로 인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 말은 우리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기질과 성격과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생각과 감정을 더이상 키우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인생의 습관 속에 이미 자신의 감정처리가 굳혀진 사람들이라면 이제 이 책을 들 것을 권한다. 자신의 생각과 그로인한 감정조절에 곤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활과 인생이 힘들어진다면 이제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자신의 낡은 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룰을 따라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또 하나의 다른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올라오는 습관과 맞부딛히게 되었을 때 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의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며 자신의 생활을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의 차이가 이 책의 활용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은 그것을 그냥 회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것을 분노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시켜서 해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회피하면 자신의 몸과 인생을 망치게 되고 폭력적인 방법의 표출은 주변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그리고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신의 존중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삶의 중심을 갖는 것인데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닦아내는 것과 관계가 깊다. 결국 자신의 삶을 외부의 시선에 따라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적 삶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외부적 상황에 따라 굴곡하지 않는 자신의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외부상황이나 타인을 통제하려고 하는 노력을 그만두는 순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의 마음과 생각 감정을 통제하려고 하면 결국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게 되고 세상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이리라.

 

  그대 안의 블루, 그대 안의 보물..을 찾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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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2-01-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반가워요.
감정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란 걸 알고 나면
감정에 메이지 않게 되지요.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
쉽지 않겠지요.

미소 가득한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인도에서 너무 맑고 밝은 미소들을 많이 만나서
저도 올해의 할 일 중에 하나로 '눈 마주치는 사람마다 미소짓기'를 넣었답니다.^^

달팽이 2012-01-0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혜덕화님.
늦은 안부 여쭙니다.

인도에 다녀오셨군요.
모처럼 방학이라 눈의 기력이 있을 때
책 좀 들어보려 합니다.

미소짓기 위한 마음의 밭을
잘 가꾸어야겠구나...생각합니다.
저도 배워봅니다. 미소짓기..^^
 
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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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와라 신야님의 책들을 보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억지로 표현하자면 '새로움' 또는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담아내는 파인드 속의 풍경과 사물 또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삶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곳을 향하는 그만의 시선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느낌을 가진다. 짜여진 스토리의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갖게 되는 뻔한 결말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 표지 사진을 보면서도 인생의 낮잠이란 타이틀 속에 놓여진 개와 돼지의 경계없는 공간의 공유 속에 '종의 해탈' 속 서로 오가는 마음들이 풍경 속에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눈썹이 그려진 개'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흥미롭다. "인격은 타자에 의해 형성된다고 했는데 견격(?)도 타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 눈썹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과 개가 화해하고, 마음을 나누고, 이 세계의 한 구석을 평화의 아우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천사의 눈썹이라 부르고 싶다." 도시화된 삶 속에서 서로서로가 고립된 섬처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가슴 속에 자신이 인연되어 닿는 사물과 생명에 이런 따뜻한 시선을 부여하는 그의 공간을 공유하고 싶을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그의 이런 생활의 결정이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마음을 비워낸 상태에서 주어진 인연을 마음으로 갈무리해서 결정짓는 그만의 방식과 이미 결정된 미로의 길을 통해 들어간 그의 생활 속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그만의 여행방식과 사진에 담아내는 방식은 담긴 사진 속에서도 그만의 빛깔을 드러낸다. 책이란 매체다. 그것은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색깔과 매력을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존재하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구태의연하지 않은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일상적인 소재 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오즈의 문을 그는 우리에게 열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민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은 결과만을 담아내는 것이며 전쟁과정을 담아내는 작업은 훨씬 위험하며 힘들다는 사실과 완전히 탈진한 채 짐 더미에 기댄 젊은 여성에게서 엉큼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는 그의 솔직한 말 속에는 드러내기 불편한 자신이 속을 과감히 보여준다. 결국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솔직한 판단에 대한 마음이 떳떳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아닌가?

 

  이번 책에서는 사진을 많이 아꼈다. 대신 자신의 여행기를 글로써 많이 표현했다. 일본 여성지 [CERA]에 게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유방식을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고 그것은 또 다른 사진이 된다. 그가 보여주는 작업은 사진과 글이 같다. 결국엔 그의 삶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과 글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의 삶과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풍경이 더욱 선명해지듯이, 이 책에서는 더욱 선명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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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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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엔 어쩌면 우리 시대의 청춘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죽도록 배고파보지도 않았고, 전쟁의 상흔을 겪어보지도 않았으며...가정을 책임지고 가계 전체의 삶을 짊어지고 살았던 적도 없이 보잘것없는 고민들로만 인생을 허비하는 존재들로 보일런지도 모른다. 나 역시 불안과 감정의 소용돌이처럼 청춘을 보내고 있을 때 아버지로부터 가끔씩 듣던 소리였으니까...그런데 지금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그리고 대학생들을 보면 과연 그들은 우리가 대학다닐때보다 훨씬 더 많은 불안과 걱정 두려움 앞에서 자신들의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 취학 전부터 공부로 경쟁을 해야 하고 그 경쟁의 끝에 대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더 치열한 경쟁사회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이 대학이요...또 대학 졸업인 것을.... 그러니 예전보다 훨씬 더 큰 영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픈 청춘들에 대해 위로해주고 따뜻한 한 마디 말로 격려해주고 그들의 처지를 공감해주고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전체의 시각으로 조언해주는 이 책은 고맙다.  

  인생이 커다란 바다라면 이제 그들은 배를 타고 강의 하구에 다다르고 있다. 그들이 헤쳐갈 바다엔 보다 큰 풍랑과 파도와 거센 두려움이 존재한다. 젊음을 보다 용기있는 시행착오로 단련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밑이 보이지 않는 우물 속에서 힘에 부치는 밧줄을 쥐고서 대책없이 버티는 삶, 그것은 사회가 강요한 삶이다. 자신 스스로의 내적인 동력에 의한 삶이 아니다. 그 사회적 밧줄을 놓고서야 사회적으로 강요된 두려움을 극복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성찰할 줄 알게 된다. 자신 앞에 놓인 자신의 사명, 또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운명적인 사랑, 그 하나의 사건 그 한 사람이 그대에게 커다란 바다가 될 수 있도록 자신있게 줄을 놓아야 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한 번의 붓질도 하지 않는 흰 캔버스 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 자신의 인생의 밑그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우리의 삶은 단 한 번 뿐이며 소중한 까닭이다.  

  "죽도록 힘든 네 오늘도 누군가에겐 염원이다." 자신의 현재의 틀에 갇혀 인생을 보지 못하면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과 장애가 너무나도 크게 보여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어떤 극복방안도 떠오르지 않을 지 모른다. 삶의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끝임없는 좌절의 끝과 마음으로 가닿을 수 있는 희망의 꼭대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와 환경이 바뀌면 이 어렵고 힘든 상황도 저절로 새로운 상황으로 바뀌고 그 속에서 우리가 찾는 삶의 의미는 그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받아들였는가가 된다. 김난도 교수는 자신이 겪은 젊은 날의 방황과 그것을 지켜보며 얻었던 인생의 결실을 안다.  따뜻한 눈길로 세상의 모든 학생과 청춘에 격려를 하고 있고 그 선물이 바로 이 책이다.  

  청춘만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중년 어느 언저리서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사람도 노년의 허무한 일상에서도 자신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 아주 평범한 일상의 나태함에 젖어 어떤 꿈도 꾸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의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삶이 전 생을 통하여 배우고 성숙하는 것이라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그 성장통을 고스란히 내가 가져서 이 시기의 삶이 가리키는 바를 나는 직시하고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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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 유가.묵가.도가.법가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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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에 나온 백가쟁명, 그 많은 학파와 논쟁은 어떤 현실에서 나왔고 또 어떤 삶의 이념을 지향했던가? 미국과의 대결 속에 새로운 시대의 패권 국가로 발돋움하는 중국의 현실과 그 미래에의 전망까지 제자백가사상이 담고 있다고 말해도 우격다짐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송나라 나대경의 "학림옥로"란 책에 보면 [논어 반 권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란 말이 있다. 이 말이 오랜 세월 세간에 널리 떠돌았던 것처럼 왜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유가와 도가는 살아남았을까? 또한 어떤 매력으로 현재의 우리들의 삶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비전으로 우리 인류의 미래에도 어떤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역사가 흐른다는 것은 같은 사건의 반복일런지도 모른다.(세월이 흘러가도 해질녘 불어오는 바람이 태초에 불어오는 바람과 다르지 않듯이...) 제자백가 사상의 심오한 세상으로 발을 들여다 놓기 시작한다면 삶의 본질적인 면들은 삶의 역사적 모습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늘 우리들 눈 앞에 존재해왔던 것은 아닌지...하고 생각하게 된다. 


   유가사상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공자 사후 100년도 훨씬 뒤에 태어난 맹자에 의해 계승되었다. 인의 사상에서 의, 예, 지, 신(지와 신을 예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으로 표현된 핵심사상 속에 내 부모와 형제를 대하는 것처럼 친척을 대하고 이웃을 대하고 나아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을 대하면 극기복례하여 세상의 흐트러진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유가의 태도는 군주의 입장에서 본 것이었다.  


  묵자는 보다 실천적이었다. 그는 천자, 제후, 대부, 사 그리고 서민들의 계급적 차별을 타파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렸다. 가난과 굶주림도 마다하지 않고 철저한 자신의 수양을 통해 그 모든 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꿈꾸었던 그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 추구에서 모두 평등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아무나 따라하기 힘든 실천이었다고 본다.


  도가사상은 양주의 극단적인 입장(털 한 올을 뽑아서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에서 부터 노자와 장자로 이어지는 무위의 실천을 강조하기도 한 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 유가와 묵가가 결국엔 급변하는 사회에 참여하여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려 했다면 도가 사상가들은 그런 노력들이 결국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보았고 자연적인 질서로 회귀하자는 사상을 담아내었다.  


  법가 사상은 상앙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한비에 의해 완성되었다.  천자나 제후 등의 위정자들의 전제적인 통치에 반대하였고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였다. 법가사상은 양면삼도설로서 형벌과 덕치를 함께 사용하려했고, 권세와 권술과 권능으로서 지휘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세를 통해 위신을 세우고 술을 통해 신하를 부릴 수 있으며, 법을 통해 백성을 제어할 수 있다. 이것들이 바로 군주의 수중에 있는 지휘도다."라고 한다.  예악이 붕괴되고 이해타산에 따라 서로 먹고 먹히는 비정한 정치현실에서 위정자들은 어떻게 하면 제국의 달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이 사상은 매우 유용했다. 진시황제는 법가사상에 매료되어 이웃나라를 침략해서 법가사상가 상앙을 데려오기도 할 정도였다.

   이렇듯 그 사상의 갈래와 특색은 달랐을지라도 이 사상들은 모두 급변하고 혼란스러워보이는 현실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기를 원했고 또 극도의 혼란과 전쟁 속에서 천하를 구하려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라 여겨진다. 그들의 사상이 얼마나 생명력을 가졌건 또 얼마나 현실설명력을 가졌건 그것은 뒤로하더라도 그 사상가들의 초심만은 어지러운 현세를 구원할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그런데 왜 춘추전국시대에는 이러한 백가쟁명이 나오게 되었을까? 이중텐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사상적으로는 인본주의를 확립하고 정치적으로는 덕치를 실현하며 제도적으로는 예악에 의한 교화를 실시했던 주나라는 성숙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섬세하고 뛰어난 제도와 문화가 있었기에 그 문화 속에서 백가쟁명의 사상이 꽃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 둘째, 주나라의 봉건제가 붕괴되고 사회가 급변하게 되면서 예가 파괴되고 악이 붕괴되면서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려고 하는 사회적 필요가 있었던 점, 셋째, 정치적으로 신분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였던 사인들의 활약을 든다.  


  중국민족의 지적 탐험의 총체적인 자산이고 그들의 문화유산이 되버린 백가쟁명은 인류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이정표의 역할도 하리라 생각한다. 읽는 이의 시야를 넓히면 백가쟁명은 인류의 지혜의 보고이자 문화유산이기에 급변하는 그러나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의 변화 속에서 선현들의 지혜로 우리들의 위치를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틀어서 보다 큰 수레 위에 우리 삶을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중텐 교수는  추상적 승계와 합리지양이라는 계승방법을 권한다. 백가쟁명의 각 학파는 그것이 급변하는 현실에 따라 어떤 사회적 필요에 의해 제기되었고 또 그 현실을 극복해가는 돌파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를 통해 어떤 것은 우수하고 어떤 것은 열등하다라고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유가사상은 이미 도가 사라져버린 다음 인과 의, 그리고 예악을 지키려 한다는 것에 자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또한 군주의 입장에서 본 관점이라는 단점을 가지며 묵가는 이를 비판하여 전 계층의 평등을 주장하였지만 전 계층의 자유와 권리가 충돌할 경우 결국엔 상동이라는 의미로 다시 서열화된 해결을 주장한다. 결국은 독재나 전제정치의 출현이 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서열이 아니라 합리화된 법질서에 의해 통치하자는 법가 사상이 나오게 되나, 권세만 있고 도의는 없는 이해타산의 비정한 논리는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게 된다. 도가사상은 이 모든 내용을 되돌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또한 사회적 관계를 떠나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엔 사회적 해결을 바라고 그 제도와 사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이 모든 사상은 그 각 각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의 구체적인 현실의 체험이 불가능한 후대의 우리들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감정과 추상적인 체험을 통해 그 학파가 가진 고유한 장점을 습득하여 현실에 맞는 우리들의 모델을 찾아내면 된다. 또한 그 학파가 왜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고 대립하는 다른 학파의 치명적인 논리비판 속에 현실설득력을 잃어갔는지에 대해 문제점을 합리지양을 통해 역사적 교훈으로 갖자는 것이다. 법가 사상이 잔인하다고 해서 무조건 내칠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의 요청에 따라 나온 법가사상이 가진 장점, 군주의 전제나 독재를 타파하고 합리화되고 제도화된 법에 의한 통치는 결국 색깔은 다르지만 근대에 와서 모든 입법국가가 취하게 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만 하지 않은가. 


  제자 백가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노장사상과 유가사상 그리고 묵가와 도가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잡아가게 하는 데 아주 그만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원서로서는 난해하여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을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어낼 수 있게 하며 그를 통해 제자백가의 출현배경과 원인 그리고 사상의 핵심을 간략하지만 전체적인 시각에서 정리해내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도가사상에 대한 이 교수님의 평가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수작이라고 평가하기에 주저함이 없는 책이다. 

 

  오랜 세월을 통해 왜 어떤 사상은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유가사상은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분서갱유의 탄압 속에서도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면면히 그 생명을 이어왔을까? 왜 그처럼 강한 생명력과 영원한 매력으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일까? 나는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인류의 보편적인 지혜와 진리를 담고 있으면서도 세상과 끊임없이 호흡하려 했고 또 세상의 급변속에서도 사상의 본류를 간직한 채 필요한 곳에 생명수의 지류를 대어주는 물과 같은 유연함이 아니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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