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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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지와라 신야님의 책들을 보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억지로 표현하자면 '새로움' 또는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담아내는 파인드 속의 풍경과 사물 또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삶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곳을 향하는 그만의 시선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느낌을 가진다. 짜여진 스토리의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갖게 되는 뻔한 결말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 표지 사진을 보면서도 인생의 낮잠이란 타이틀 속에 놓여진 개와 돼지의 경계없는 공간의 공유 속에 '종의 해탈' 속 서로 오가는 마음들이 풍경 속에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눈썹이 그려진 개'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흥미롭다. "인격은 타자에 의해 형성된다고 했는데 견격(?)도 타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 눈썹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과 개가 화해하고, 마음을 나누고, 이 세계의 한 구석을 평화의 아우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천사의 눈썹이라 부르고 싶다." 도시화된 삶 속에서 서로서로가 고립된 섬처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가슴 속에 자신이 인연되어 닿는 사물과 생명에 이런 따뜻한 시선을 부여하는 그의 공간을 공유하고 싶을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그의 이런 생활의 결정이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마음을 비워낸 상태에서 주어진 인연을 마음으로 갈무리해서 결정짓는 그만의 방식과 이미 결정된 미로의 길을 통해 들어간 그의 생활 속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그만의 여행방식과 사진에 담아내는 방식은 담긴 사진 속에서도 그만의 빛깔을 드러낸다. 책이란 매체다. 그것은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색깔과 매력을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존재하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구태의연하지 않은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일상적인 소재 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오즈의 문을 그는 우리에게 열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민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은 결과만을 담아내는 것이며 전쟁과정을 담아내는 작업은 훨씬 위험하며 힘들다는 사실과 완전히 탈진한 채 짐 더미에 기댄 젊은 여성에게서 엉큼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는 그의 솔직한 말 속에는 드러내기 불편한 자신이 속을 과감히 보여준다. 결국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솔직한 판단에 대한 마음이 떳떳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아닌가?

 

  이번 책에서는 사진을 많이 아꼈다. 대신 자신의 여행기를 글로써 많이 표현했다. 일본 여성지 [CERA]에 게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유방식을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고 그것은 또 다른 사진이 된다. 그가 보여주는 작업은 사진과 글이 같다. 결국엔 그의 삶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과 글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의 삶과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풍경이 더욱 선명해지듯이, 이 책에서는 더욱 선명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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