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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들어가

나무아래 앉는다.

바람에 풀잎이 흔들린다.

쉬지않고  흔들리는 풀잎 하나

사람의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저 홀로 피고 질

저 풀잎 하나

무슨 의미로 저리 흔들리는 것일까?

나도 풀잎 하나

인생의 바람에 무수히 흔들리는

그 누구의 사랑으로도 머물지 못하고

고독하게 흔들리는 한 포기 풀잎

나는 왜 이 곳에 있는가?

인생이란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한 포기 풀잎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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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6-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훈의 "풀잎단장"

무너진 성(城)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떠 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 또한 실오라기같은 바람 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太初)의 생명(生命)의 아름다운 분신(分身)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 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달팽이 2006-06-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찌 그리도 마음을 잘 읽어 내시는지...ㅎㅎ
 
 전출처 : 해콩 > 사랑 - 박형진

 사 랑


                        - 박 형 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안도현 엮음. 나무생각.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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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 > 수묵정원9. - 장석남

수묵 정원 9

                              -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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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 >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 정희성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  정희성

 

한 처음 말이 있었네

제 눈뜨지 못한

솜털 돋은 생명을

가슴 속에서 불러내네

 

사랑해

 

아마도 이 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다가

괜히 나뭇잎만 흔들고

후미진 내 가슴에 돌아와

혼자 울겠지

 

사랑해

 

때늦게 싹이 튼 이 말이

어쩌면

그대도 나도 모를

다른 세상에선 꽃을 피울까 몰라

아픈 꽃을 피울까 몰라

 

정희성, [시를 찾아서],  창작과 비평, 200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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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 > 老子가 떠나던 길에 道德經을 써주게 된 전설 - 베르톨트 브레히트

老子가 떠나던 길에 道德經을 써주게 된 전설

 

1

노자가 나이 七旬이 되어 노쇠하였을 때

물러가 뒤고 싶은 생각이 이 스승을 사로잡았다.

왜냐하며 이 나라에는 善이 다시 약화되고

惡이 다시 득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신발 끈을 매었다.

 

2

그리고 필요한 것을 챙겨 짐을 꾸렸다.

아주 작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몇 개 되었다.

이를테면 그가 저녁이면 언제나 피우던 담뱃대,

그가 언제나 읽던 작은 책.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흰빵 조금.

 

3

산맥 속으로 길이 접어들자 그는

다시 한 번 산골짜기의 경관이 즐거워 모든 것을 잊었다.

이 노인을 태우고 가는 황소도

신선한 풀을 씹으며 좋아했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4

그런데 네째 날 한 巖門에 이르자

稅吏 한 사람이 그의 길을 막았다.

"세금을 부과할 귀중품이 없습닌까?" - "없소."

황소를 몰고 가는 童子가 말했다. "이 분은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신 스승이셔요."

이렇게 하여 통관절차는 끝났다.

 

5

그러나 그 사나이은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또 물었다. "이 분에게 무엇을 좀 얻어들은 것이 있느냐?"

동자가 말했다. " 흐르는 부드러운 물이

시간이 가면 단단한 돌을 이기는 법이니라.

强한 것이 柔한 것에게 진다는 뜻을 당신은 아시겠지요."

 

6

저물어 가는 햇빛을 허송하지 않으려고

동자는 이제 황소를 몰았다.

그리하여 셋이서 한 그루 검은 소나무 옆을 동아 사라지려 할 때

갑자기 그 사나이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여보시오, 어이! 잠깐만 서시오!

 

7

그 물이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노인장?"

노인은 멈추어 섰다. "그것이 당신에게 흥미가 있소?"

사나이는 말했다. "나는 한갓 세리에 지나지 않지만

누가 누구에게 이긴다는 것인지, 그것이 나의 흥미를 끕니다.

당신이 그것을 아신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8

나에게 그것을 써 주십시오! 이 동자더러 받아 쓰도록 해 주십시오!

그런 것은 혼자서 가지고 가버리면 안됩니다.

저기 우리 집에 종이와 먹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도 있습니다. 나는 저기 삽니다.

자, 이만하면 약속이 되겠습니까?"

 

9

어깨 너머로 노인은 그 사나이를

내려다 보았다. 기워 입은 웃옷에 맨발.

이마에는 주름살이 딱 한 개.

아, 노인에게 다가선 그는 어느 모로 보나 勝者는 아니었다.

노인은 중얼거렸다. "당신도 흥미가 있다고?"

 

10

이 겸손한 청을 거절하기에 노인은

너무 늙은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묻는 사람은

대답을 얻기 마련이지." 동자도 말했다. "벌써 날씨도 차가와지는데요."

"좋다, 잠깐 머물렀다 가자."

 

11

그 賢人은 타고 있던 황소의 등에서 내려

이레 동안 둘이서 기록했다.

그 세리는 식사를 갖다 주었고 (이 기간 동안은 내내 밀수꾼들에게도 아주 목소리를 낮추어 욕을 했다.)

그리하여 일은 끝났다.

 

12

어느 날 아침 세리에게 동자는

여든 한 章의 기록을 건네주었다.

약간의 路資에 감사하면서

그들은 그 소나무를 돌아 암문으로 들어갔다.

말해 보라! 사람이 이보다 더 겸손할 수 있는가?

 

13

그러나 그 이름이 책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이 현인만 찬양하지는 말자!

왜냐하면 현인으로부터는 그의 지혜를 빼앗아 내야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그 세리에게도 감사해야 한다.

그가 바로 노자에게 지혜를 달라고 간청했었던 것이다.

 

1937/38년

 

베르톨트 브레이트 시선 [살아남은 자의 슬픔], 김광규 옮김, 한마당, 1990, 9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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