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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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의 특징은 독자들의 죄의식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곧 뭔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약점은 이것이니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읽고 나면 뻔한 내용임을 알면서도 이런 류의 책을 사서 읽는 이유는 남에게 의존하고 싶은 나약한 심정을 이용당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스>는 거창한 책 제목에 비해 내용은 별게 없다. 창의력이 매우 중요하여 이는 이타적인 전략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다른 경영학 서적이 그렇듯 잡다한 사례를 쭉 나열한다. 좌, 봐라 창의력이 끝내주지.

 

시류를 탄 이론 조금과 과장된 경험담을 열거하는 방식은 역행추리하고 한다. 다시 말해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성공했다면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었다, 반대로 실패했다면 저러저러해서 안되었다고 설명한다. 마치 과거 티브이에서 다루었던 <성공시대>처럼.

 

그러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주관적이며 설령 누군가 크게 일가를 이루었다고 해서 그의 노력만으로 달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연과 광기가 어우러져 어쩌다 보니 큰 대가를 얻었다고 보는 편이 좋다.

 

모두가 창의력을 가지 필요는 없다. 순응하면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 굳이 머리를 싸매며 이런 책을 읽고 그래 나도 한번 하며 다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자신만의 길을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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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너스 - 아웃케이스 없음
드니 빌뇌브 감독, 휴 잭맨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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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콘택트>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은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저 먹먹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보기 전에는 원제목인 <도착>이 더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관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는 <콘택트>도 괜찮다고 느꼈다. 물론 여전히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텍트>와 헷갈리기는 하지만.

 

영화만큼이나 이름도 깨다로운 드니 뵐느브 감독의 전 작품들을 봐야 온전히 그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프리즈너스>를 선택했다. 딸아이를 유괴당한 아버지, 용의자는 동네의 신체박약아. 그를 범인으로 단정한 아버지는 감금한 다음 족치기 시작하는데. 그 와중에 형사는 다른 용의자를 발견하고 조사를 시작하는데 초조함을 견디지 못한 피의자는 그만 권총을 목구멍에 집어넣고는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대체 어떤 놈이 진짜 범인인가요? 영화가 클라이막스를 지나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진범으로 등장하는데.

 

<프리즈너스>는 스릴러 스타일의 심리 영화다. 곧 겉으로는 19금에 걸맞게 잔인하고 처절한 장면이 이어지지만 속내는 모두가 죄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시켜 나간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은 없으며 자신의 상처때문에 괴물이 되어간다는.

 

드니 뵐느브의 장점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매우 느리게 화면을 전개시켜 관객들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이런 그의 특기는 영화 <컨택트>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대체 저 괴물은 뭐지, 뭐지 하면서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교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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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해 - 이만희 감독과 함께한 시간들
문숙 지음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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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한다는 것이 곧 목숨을 내놓아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로 끌려가 흠씻 두들겨 맞거나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문화예술인들은 숨죽이며 살얼음판을 건너야 했다. 그 중 극히 일부는 봇물 터지듯 욕망을 토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바로 잡혀갔으니까.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예술성과 현실을 타협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만희 감독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이만희 감독의 마지막 영화인 <삼포가는 길>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문숙씨가 썼다. 둘 사이는 흔한 감독과 배우관계가 아니었다. 연인이었다. 2017년 지금도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씨의 스캔들로 난리인데 1970년대에는 오죽했을까? 이미 애까지 딸린 유부남 감독과 갓 스물을 넘긴 여배우와의 외도라니? 그래서인지 문숙은 이 감독의 죽음 이후 한국을 떠나 외국을 떠돌았고 만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돌아와 정책했다.

 

<마지막 한해>는 이만회 감독과 보낸 일년여 기간의 일과 영화 <삼포가는 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 꺼려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에서는 매우 드물게 솔직한 글이다. 특히 최근에 영화를 본 탓인지 촬영 장소나 그 때 상황을 세밀하게 알 수 있어 감동이 더했다.

 

덧붙이는 말

 

두 사람이 연애하던 시절 동시상영 극장에서 감독은 관객을 향해 한국영화는 개똥이다. 그걸 보는 놈도 개똥이다, 라고 냅다 소리치고 문숙의 손을 잡고 쏜살같이 바깥으로 뛰어나갔다고 한다. 나이 지긋한 감독이 할 짓은 아니었지만 자괴감과 모멸감 그리고 조롱이 한꺼번에 터져나온게 아닌가 싶다. 이런 그의 행동이 단순히 객기가 아님은 문숙에게 자주 한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 한번도 좋은 연기를 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내면에서 끌어나오는 너만의 색깔이 드러날때까지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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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책 - 추억의 책장을 펼쳐 어린 나와 다시 만나다
곽아람 지음 / 앨리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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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책 사기를 끊었다. 습관적으로 새 책이 나오면 사모으다 보니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든가 신착인데 정 읽고 싶으면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보기로 했다. 그 결심을 깨게 해 준 책이 바로 <어릴 적 그 책>이다. 어렸을 때 읽은 책들을 얼마나 맛깔나게 소개하는지 나도 몰래 동화되어 여기저지 수소문을 하며 책들을 주문했다. 그 결과는 도루묵. 도리어 책들이 더 늘어났다. 전집류를 사모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성화는 극에 달했다. 대체 애들 동화책은 왜 사냐구, 당장 버려, 더 긴 말 하기 전에. 아, 저 말은 예전 언젠가 어머니께서 내 방을 보며 하던 말과 똑같았는데. 그 때 다 버리는 바람에 지금 생고생하며 몇 배나 더 웃돈을 얹어주고 산 것을 와이프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언제 불호령이 또 떨어질지 몰라 야곰야곰 한권씩 빼 읽는다. 참 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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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펭귄클래식 56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곽명단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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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넷 소설의 주인공은 당찬 여자들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그 여자들이 대게 어리다는 것이다. <소공녀>가 대표적이다. 부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세가 기울어 친척집에 떠맡겨진 세라는 순식간에 하녀로 전락한다. 작가는 세라의 신분이 바뀌는 상황을 처절하리만큼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차에 내려 집을 올려다보며 느끼는 두려움, 차디찬 다락방 침대에 몸을 누이고 앞날을 걱정하는 두려움이 실제 내가 겪는 것처럼 전해진다.

 

그러나 세라는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이 늘 품위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무시와 멸시가 빗발치듯 다가오는 순간에도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만약 그 순간 세라의 마음이 무너져 기존 질서에 마음을 기댔다면 훗날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 가운데 과거의 언행과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대부분은 그 땐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말한다. 이해한다.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문제는 창피해하기는 커녕 고개를 치겨 세우고 그래서 뭐, 하고 대든다. 

 

버넷은 산업혁명으로 엄청한 부를 이룬 영국의 신흥 세력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기 때문에 <소공녀>를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 사회에 돌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돈과 권력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인간다움이며, 어떤 상황에 처하든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주려 노력하는 것이 정부라고.

 

덧붙이는 말

 

잘 알려진 소위 명작소설의 가장 큰 단점은 축약본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어른이 되어 같은 제목의 책인데 내용이 너무 달라 놀란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여러 완역본 가운데 펭귄에서 나온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 추천한다. 정갈한 번역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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