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티치티 뱅뱅 -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언 플레밍 지음, 존 버닝햄 그림, 김경미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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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티치티 뱅뱅 치티치티 뱅뱅뱅"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도 몰래 몸이 붕 떠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든다.

 

내 어린시절은 아동 문학의 전성기였다.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등 어린이 잡지가 쏟아져나왔고 클로버문고에서는 한달에도 서너권씩 신간이 출간되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할부로 전집을 사라고 아저씨들이 집을 방문했다.

 

<치티치티 뱅뱅>은 만화로 접했다. 그림은 이원복이 그렸다. 하늘을 날라다니는 자동차를 소재로 한 판타지였다. 이 만화가 얼마나 좋았는지 사는 족족 잃어버렸다.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슬쩍 슬쩍 집어갔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 권도 남아 있지 않다. 그 시절 어머니들이 그러듯 내가 없는 틈을 타 죄다 버려버렸기 때문이다. 엉엉어엉엉.

 

시름에 젖어 있던 어느날 <치티치티 뱅뱅>영화가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보고 또 보았다. 주제가가 울려퍼지는 순간 감격에 겨워하던 어린 시절 내가 다시 떠오른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 <어릴적 그 책>을 보고 왜 <치티치티 뱅뱅>은 소개 안했지, 라는 불만에 수소문해 보니 책은 죄다 절판되어 버렸다. 계몽문고에서 나온 책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열린 책에서 펴낸 신간조차. 이럴 수가.

 

결국 계몽문고는 이북으로 보고 열린 책들 버전은 도서관에서 빌려 제본을 떠서 보관하고 있다. 하늘나라에 계신 이언 플레밍은 나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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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장의 전당표 - 전당포 주인이 들려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9
친쓰린 지음, 한수희 옮김 / 작은씨앗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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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대만작가의 작품이 번역된 적이 있는가? 혹은 번역되었더라도 크게 히트 친 소설이 있는가?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 이 소설 또한 제목에 이끌이지 않았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전당포가 흔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면 은행이나 사채시장을 찾기 전에 전당포부터 들렀다. 시계나 카메라 따위를 맡기고 급전을 썼다. 때로는 장물이 넘쳐 경찰의 요주의 사찰 대상이기도 했다.

 

실제 이용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전당포만큼 사연많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같은 십만원이라도 용도는 다양할 터이고 물건에는 사연이 넘치고 또 넘쳐났을 것이다. 작가는 물건에 깃든 이야기를 끄집어내 사연을 추적한다. 그 결과가 스물아홉장의 전당표다. 

 

재미있는건 흥미로운 소재임에 분명하지만 쉽게 공감은 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건은 소유의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곧 내 물건은 소중하지만 남의 물건은 쓰레기나 다름없다. 아무리 비싼 명품이라도.  그 결과 호흡 긴 작품이 되지 못하고 초단편 혹은 에세이 비슷한 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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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1~4 (완결) 세트 - 전4권 - 촌뜨기
윤태호 글.그림 / 재미주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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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우리 만화가 중에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라면 윤태호를 꼽겠다. 이른바 문하생 세대라 기초부터 철저하게 실력을 다졌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대의 첫주자로 전자펜에도 능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토리다. <파인>은 보물선 소동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암투다. 지금 세대는 기억이 나지도 않겠지만 1960, 70년대는 그야말로 흔하게 듣던 이야기였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의 국보급 보물을 실어 날랐는데 그 중 한 선박이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되었다더라.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더라.

 

윤태호는 자극적인 소재에 걸맞게 보물을 둘러싼 권력의 암투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다. 지나치게. 인물들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그림을 쫓아가는 대신 글(만화속 대사나 지문)을 읽고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면 만화로서는 자격미달이다. 어찌어찌 끝을 맺기는 했는데 왠지 찜찜하다. 좀 더 선명한 이야기를 끌어낼줄 아는 작가가 따로 붙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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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진화 - 이기적 개인의 팃포탯 전략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이경식 옮김 / 시스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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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시간을 쪼개 마이 리뷰를 쓰는 까닭은 책을 고르는 수고를 덜어 되도록이면 좋은 책을 고르시도록 하기 위함히 하나의 목적이다. 그러나 내가 훌륭하다고 해서 남들이 좋다고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권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몇 몇 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두고두고 고전에 오를만틈 훌륭한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바로 <협력의 진화>다.

 

사실 설랜다. 이 책을 소개하는 게. 거짓말 한마디 보태지 않고 <협력의 진화>를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꺼림직함의 비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지지않는 비결이었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물건을 올리고 연락이 온다. 쿨하게 바로 거래하자고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대게 조금 깎자거나 트집을 잡는다. 해본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어찌어찌 약속을 잡고 나갔다니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냥 간다. 이런 XX.

 

액셀로드에 따르면 이런 진상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선의로 대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대가 나와 마찬가지로 매너있게 나오면 따라가면 된다. 반대로 비매너라면 그 즉시 중단한다. 이 다음부터가 중요하다. 비매너였던 사람이 다시 매너로 돌아설 때다. 주저하지 말고 거래를 이어가라. 괜히 삐쳐있지 말고. 반대로 계속 매너였던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비매너가 된다면 이전까지의 좋은 관계는 잊어버리고 스톱해야 한다.

 

괜히 복잡해보이지만 간단하다. 처음에는 매너있게 그 다음부터는 상대의 대응방식에 따라가면 절대 지지 않는다. 그 유명한 팃포탯(tit-for-tat) 전략이다. 곧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모든 의문이 풀렸다. 미안한 마음에 미련을 갖고 매달릴수록 더욱 더 지쳐갔던 경험이 떠올랐다. 악인에게 연민을 가졌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쁜 말이나 행동에 선의는 없다. 결코. 안의정 지사는 실수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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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식당 - 그곳은 우리를 눈 감게 만든다. 그는 분명, 특이한 사람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장진우 지음 / 8.0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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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떳다 싶으면 책을 내는 세상이다. 이름값을 빌려 좀 팔리기 않을까 싶은 출판사의 상술탓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랬다. 기본빵은 하지 않겠어. 글을 못 써도 상관없다. 대리작가를 붙이면 된다. 대신 무지무지 감각적으로 내야 한다. 표지도 예쁘고 사진도 화려하게 무조건 뽀사시하게 글자는 큼직큼직하게 박고 여백을 남겨 마치 시집처럼 느껴지게. 에라이, 독자가 무슨 허접이냐, 그 속셈을 모를줄 알고.

 

장진우는 성공한 사업가다. 식당으로. 그점은 인정한다. 과연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만약 그가 사업에 쏟는 열정의 백분의 일만 책에 기울였다면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식당을 경영하면서 겪은 노하우나 창업비법을 가감없이 숫자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책에 담았어야 했다. 차례도 창업레시피, 폐업레시피 식으로 특징을 살리면서.

 

물론 간간이 사업 관련 내용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하나마나 들으나마나한 글들이다. 편집자도 곤혹스러웠겠지. 책은 내야 겠는데 덜컥 선인세를 주겠다고 계약까지 했는데 컨텐츠가 없네. 방법은 두가지. 대충 얼버무려 내거나 무르익을때까지 기다리거나. 불행하게도 선택은 당장이었다. 장진우와 출판사 모두에게 패착이었다. 왜 그런지는 아래 문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곳은 우리를 눈 감게 만든다. 그는 분명, 특이한 사람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도대체 누가 이런 카피를 뽑았는지? 출판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내용은 둘째치고 지시대명사를 남발하다니. 박근혜 화법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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