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 한국어 더빙 수록
스티브 마티노 감독, 노아 슈냅 외 목소리 / 20세기폭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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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충성하기란 쉽지 않다. 스누피는 예외다. 할어버지도 아버지도 아들도 할머니도 어머니도 딸도 좋아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다면 스누피는 왜 이렇게 오래도록 인기를 끌고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가 슐츠의 고집 때문이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죽기 직전까지도 여전히 네컷 만화와 씨름하며 보냈다. 만약 스누피가 빵하고 터졌을 때 이 놈 저 놈이 붙어 사업을 하자고 담벼들었다면 아마도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슐츠의 고집은 만화에 철학을 불어넣었다. 공식적인 주인공은 스누피와 찰스 브라운 같지만 사실은 동네 친구 모두가 주역이다. 심술쟁이, 피아노치는 괴짜, 머리털없는 아이 등 모두가 주인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럼에도 우려는 있었다. 네컷짜리에 불과한 만화를 영화로 그것도 장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원작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20세기 폭스는 해냈다. 원작자의 아들과 적극 협력하여 전설적인 스누피를 창조해냈다. 이 한편이야말로 스누피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확신한다. 주제는 명확하다. 모두가 친구다. 포스터 표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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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행복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현정수 옮김, E9L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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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급하게 필요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빌릴수 있을만큼 빌리고 그러고도 모자라면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 그래도 안되면?

 

가끔 상상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를 한 평씩 쪼개 팔거나 빌려줄 수는 없나? 이를테면 30평이라면 한 평에 백 만원씩, 아 전세구나 이런 젠장.

 

그러나 낙담하기는 이르다. 내게는 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장이니 뭐 그런거, 는 너무 끔찍하니까 수명은 어때? 어차피 늙으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테니 좀 일찍 죽지 뭐 일흔살에 죽나 예순 아홉에 꼴깍하나 그게 그거 아냐?

 

미아키 스가루는 이런 발상을 글로 옮겼다. 내 기대수명와 삶의 가치를 진단받고 남은 시간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황당해보이지만 사실 보험사에서는 이미 익숙한 방식이다. 사람마다 값을 매겨 사망시 보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단칸방같은 연립주택에 살며 매일매일 알바에 시달리면서 캔음료 하나 제대로 못 사 마시는 인생을 사느니 차라리 수명을 팔고 단 며칠만이라도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라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과연 그는 원하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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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심판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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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실을 밝혀낼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최종 변론이 끝났다. 미루어 짐작했듯이 대통령은 검찰 조사도 특검 조사도 헌재 심판에도 응하지 않았다. 문제는 수차례 조사에 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한 셈이다.

 

<탄환의 심판>은 미키 할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전편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대대적인 성공은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결론은 익숙해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곧 법정에서 벌어지는 세밀한 묘사는 여전했지만 반전은 밋밋했다.

 

헐리우드 신흥 영화 제작사의 사장이 전 남편과 정부를 살해를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 한동안 쉬고 있던 할러는 전임 변호사의 뜻밖의 죽음으로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철저한 논리와 관찰로 무죄를 이끌어내기 직전까지 가지만 실제로 그가 살인범이었다는 자백을 받고 혼돈에 빠진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정의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세속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만약 영화 제작사 사장인 엘리엇이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할러는 어떻게든 무죄를 이끌어냈겠지만 무죄인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진범임을 깨달았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할러는 게임판의 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탄핵 결정만 남았다. 벌써부터 승복을 하지 못하겠다는 기운이 강하다. 그러한 주장은 소수일수록 더욱 과격하다. 이번 기회에 그 싹을 잘라버려야겠는가 아니면 일부 의견으로 존중하고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정의를 실현하는 길은 어렵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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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힙합하다 1~2 세트 - 전2권 - 한국, 힙합 그리고 삶 힙합하다
송명선 지음 / 안나푸르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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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씬이 뜨겁다. <쇼미더 머니> 방송이후부터라는 소리가 있는데 사실은 다르다. 방송사는 추적자에 불과했다. 이미 언더에서는 날고 기는 래퍼들이 일대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늦은 거다. 이미 1990년대부터 광풍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피처링이라는 이상한 말로 노래 가사 속에 아주 조금 읇조리는 게 전부였다. 노래 못하는 아이들이 그 몫을 맡았다. 본격적으로 랩을 전문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전에도 힙합 그룸이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대(?) 최고의 힙합 뮤지션의 대담집이다. 도끼, 그레이, 자이언티, 지코 등 이름만으로 쟁쟁하다. 만약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식으로 꾸며 썼다면 현실감이 현저하게 떨어졌을 것이다. 질문은 최대한 짧게 하고 래퍼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래퍼들의 최대 고민은? 역시 이 짓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부를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것은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리라. 고객이 없으면 곧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힙합도 저물게 마련이니까. 한 때 록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그런 고민일랑 지금은 접어두고 실컷 지껄여대자. 내가 나이 들어 못하게 되면 또 어린아이들이 나와 뱉어내면 그만 아닌가? 힙합정신은 바로 그런 것이다. 대를 이어 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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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 김갑수의 살아있는 날의 클래식
김갑수 지음 / 오픈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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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의 미덕은 기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잘. 대표적인 직종이 문화비평가다. 실제 피아노로 젓가락 행진곡 하나 치지 못하면서 김선욱이 어떻고 조성민이 저떻고를 외친다. 입에 거품을 물면서.

 

김갑수는 미치지 않았다. 왜냐? 이렇게 글을 쓰고 방송에 나가 말을 하니까. 그런데 그의 관심사는 미친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 미친 놈들을 팔아 미친 척하며 먹고 사는 거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은 열광한다. 아, 나도 미쳐보고 싶다.

 

미친다는 건 황홀경에 빠져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게 아니다. 그야말로 필름 아웃. 멍한 상태가 되는 거다. 영화 <뻐구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의 잭 니콘슬을 떠올려 보라. 그는 생에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정상인 상태에서 미쳐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갑수가 미치지 않았으면서 아주 가끔 미친 적 하거나 혹은 미친 예술가들을 도마위에 올리고 이리저리 난도질하는게 썩 유쾌하지 않다. 아주 고독하고 외로운 늑대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비대하고 가진 것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커피원두콩 한 알 직접 재배한 적 없으면서 수백만 원 짜리 업소용 머신을 사서 커피 맛 감별하는 척하는 것은 조금 꼴사납지만. 그게 다 미친 놈 팔아 번 돈으로 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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