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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국정교과서 논쟁이 한창일 때 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가들은 한목소리로 역사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전문가란 역사 전공 학자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논란이 가장 컸던 근현대사 부분은 역사 전공이 아닌 경제나 사회학자들이 집필했다. 개인적으로는 도토리 키개기라고 생각했다. 역사나 경제나 사회나 과연 그 분야가 제대로 된 전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다. 인문사회학은 객관적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주관적인 분야이기에 다양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가지 사관으로 그것도 국가가 주도하여 강압적으로 역사책을 펴내 학생들에게 주입한다는 것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사피엔스>를 읽으면 감탄한 것은 단지 저자의 해박한 지식 때문이 아니라 자연과학자도 보지 못하는 인류에 대한 강렬한 통찰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다르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황인종이 지배적인 한국에서조차 지역을 편갈라 마친 다른 종족 대하듯 한다. 외국인에 대한 시선을 말해 무엇하랴? 웃기는 것은 백인종과 흑인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차라리 외인은 똑같이 업신여기든지.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은 신인종주의 물결이 거세다. 말로는 미국을 위한다지만 결국은 백인 중산층과 서민층만을 대표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 치 독일을 연상시킨다. 유대인 청산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자기 세력 확장에 골몰하던 히틀러를 보라.
우발 하라리는 이 모든 악행에 혀를 차기보다 사피엔스의 속성에 주목한다. 인류의 발달은 우역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문명과 진보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결과가 신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곧 인류 스스로가 신임을 선언하고 자신들뿐만 아니라 지구를 통제하려 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라는 사실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미지의 영역은 이제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과연 인간은 최후의 지휘자가 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말
나는 사회과학 전공이다. 자연과학의 증명틀을 그대로 배껴썼으니 과학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사회가 자연처럼 쪼개서 분석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그저 어설픈 모방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인문과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런 말은 어쩌면 열등감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왠지 사회학은 말만 잘하면 되는 사이비 종교 같고 자연과학은 수학을 바탕으로 한 엄밀한 학문분야같아서다. 그나마 사회학 분야에서 잘 나가는 경제학도 계량을 잘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우발 하라리는 이런 편견을 통렬하게 박살낸다. 인문학자도 그 어느 자연과학자 못지 않게 통찰력을 가지고 예리하게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그 흔한 수식 하나 쓰지 않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