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에 장관에게 작가증*을 발급하라 


레이먼드 카버에게는 글쓰기 원칙이 있었다. 짧게 쓸 것. 그리고 정치적인 언급은 하지 말기. 개인 블러그에 이런 저런 훈수를 두었던 터라 뜨끔했다. 내 말이 전달될 턱이 없으니 개인 넋두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런 글을 읽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행히 정치적 지향이 같다면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면 좋아요를 누르겠지만 반대편이라면 욕부터 하려 들 것이다. 


이왕 쓴 글들을 지우기는 그래서 한동안 자제했는데, 이런 사고가 터졌다. 절묘하게 정치와 문학이 겹쳤다. 추미애 장관이 자기 아들 관련하여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혼잣말로 소설쓰시네라고 내뱉었다. 황당하거나 이치게 닿지 않는 말을 할 때 흔히 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태도였다. 장관으로서의 품위가 없었다. 한마디로 싸가지 제로였다. 해프닝쯤으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한국소설가협회에서 항의문을 냈다. 추 장관의 발언에 놀라움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앞으로는 소설을 거짓말 행위로 빗대는 발언을 하지 말아줄 것을 엄중하게 촉구했다. 


일단 그런 단체가 있는 줄 몰랐고, 또 설령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는게 왠지 쑥스럽다. 정직하게 말해 소설은 거짓말이 맞다. 사실에 바탕한 다큐라도 엄연히 작가의 시선이 들어간다. 협회는 거짓말과 하구는 다르다며 거창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게 그거다. 소설을 권위적으로 포장하면 할수록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형문화재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렇게 말하면 또 문화재청에서 항의하려나? 내가 협회 관련 일을 한다면 추 장관에서 단체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작가로 위촉하겠다. 소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어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물론 유머다.


덧붙이는 말


소설가 협회의 항의문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마치 조선시대 원님이 끌려온 죄인을 내려다보며 ‘네 이놈’하고 꾸짖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추장관이 ‘별꼴이야’하고 무시하기를 바란다. 정말 협회의 소원대로 사과라도 했다간 앞으로 소설가는 진실만을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발 비판을 하더라도 작가답게 위트 있게 하시라.  


* 세상에 작가증은 없다. 등단이라는 제도 또한 없어져야 마땅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면 그만이다. 장관에게 작가증을 발급하자는 제안은 일종의 우스개소리다. 제발 농담은 농담으로. 


관련 기사 :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30/2020073002295.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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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7-3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협회의 멤버들이 과연 누군지 궁금해집니다^^

카이지 2020-07-3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