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이스트>. 1999년 1월 24일부터 2000년 10월 8일까지 총 81부작으로 에스비에스에서 방영되었다. 대학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꽤 있었지만 카이스트처럼 그저 스치는 배경이 아니라 실제에 가깝게 속내를 보여준 경우는 없었다.
기억과 존재, 그리고 무수한 선택지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던 지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러나 분명 사건은 일어났고 나는 단지 외면할 뿐이다. 드라마 카이스트의 <실종>편은 방영된 지 2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논란(?)이 많다. 그만큼 화제를 모았다는 뜻이다. 학교 공부와 벤처 일에 쫓기는 민우. 잠시의 시간여유도 없이 바쁘기만 하던 그에게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거다. 문제는 본인에게만 그럴 뿐 다른 이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결국 자포자기 하기에 이르고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려고 하는데 더욱 큰 시련이 닥친다. 이제는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게 된다. 곧 그를 둘러싼 관계가 허물어지면서 아무도 민우를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과연 민우는 어떻게 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분명히 이 에피소드를 보았다. 정확히 언제인지 누구와 함께 였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참고로 찾아보니 2000년 5월 7일 일요일이었다. 정확하게는 총 2부로 5월 14일에도 방영되었다. 드라마를 보고 난 후의 인상이 하도 강렬해 이후에도 가끔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2020년에 다시보기를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추억의 탤런트나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들도 볼 수 있어 반가웠지만, 더욱 마음을 흔든 건 물리학의 최신이론을 총동원한 시나리오다. 어떻게 그 당시에 이런 각본을 쓸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직접 학교에 방문해 상주하며 생활을 체험하고 교수들의 자문까지 받았다고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 데자뷰, 타임리프, 시간, 기억, 가상현실, 웜홀, 기억과 존재, 평행우주, 경로, 선택지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만약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64편 실종만은 놓치지 마시기를 바란다. 에스비에스 다시보기로 시청이 가능하다.
덧붙이는 말
드라마 카이스트의 탄생 배경 중심에는 송지나 작가가 있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로 인기를 얻는 그는 뜻밖에도 과학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들 의외라고 했지만 학교를 직접 찾아 스스로 체험하며 갖은 고생 끝에 명작을 남겼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아들 또한 드라마 작가로 데뷰했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중인 <인간수업>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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