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 일반판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윤제균 감독, 김윤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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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뉴스만 틀면 대통령 동정부터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신발 바닥 안쪽에 김일성 마크를 새기고 밟고 또 밟았다.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운동장 조회를 서고 끝없이 이어지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들어야 했다. 어린 나에게도 지겹고 짜증나던 시간들이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그 때가 좋았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국제시장>은 현대판 반공영화다. 현대사의 질곡을 헤쳐나오는 주인공을 국가와 나를 동일시하는 평범한(?) 국민으로 설정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는 언제나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일했고 적절한 보답을 받지 못한 것도 정부 탓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울리면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왜 애국가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흔히 나라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 여기지만 사실은 유신 이후 생긴 방침이다. 곧 유신 이전에는 없었던 행사다.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황정민에 공감해서라기 보다는 자신들이 지내온 시절의 풍경이 섬세하게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흥남부두 철수나 실향민 찾기 방송같은 것은 마치 그 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생했다. 

 

그러나 몇몇 장면의 묘사가 빼어나고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고 해서 국가주의 영화가 예술의 반열에 들 수는 없다. 의도나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업적 국가주의 영화의 새 장을 연 것은 분명하지만  <국제시장>은 지나고보면 관객들에게 치욕을 주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알게 모르게 국가의 선동에 동조하는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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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매튜 본 감독, 콜린 퍼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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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영국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제국을 형성하여 오랫동안 지배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은 모두 중심지로 모이기 마련이니 얼마나 문화가 융성했겠는가? 곧 경제적 여유가 예술의 부흥으로 이어진 것이다.

 

두 나라는 1960년대 이후 모두 휘청거리더니 암흑기를 맞았다. 영국은 주도권을 완전히 미국에 넘기고 쇠락해갔고 중국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세계와는 담을 쌓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주역으로 우뚝 솟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야 막강한 인구와 자원으로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 반면 영국은 의외였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많아, 천연자원이 있나 금융으로 근근이 버텼는데 어떻게? 비밀은 문화에 있었다. 영국이 탄생시킨 숱한 문화영웅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셜록 시리즈는 대표적인 예이다.

 

영화 <킹스맨>이 나왔을 때 처음에는 007의 아류쯤으로 취급받았다. 필 콜린스가 스파이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한방에 걷어차였다.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신사와 길거리 양아치의 조합이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통과 신세대아 한 팀이 되어 적을 격파시킨다는 발상이 참신했다.

 

곧 2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1편에서 죽은 필 콜린스가 다시 살아돌아온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제발 병맛으로 나타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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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터미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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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가본 지도 오래다. 제주도에 가기 위해 5년전 쯤 김포공항에 간게 전부니.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항에 가면 왠지 마음이 설렌다. 이별과 만남이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한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나보스키. 입국심사대에 선 그에게 입국 보류 통지가 떨어진다. 그가 비행기를 타고온 사이 고국에서 내전이 일어나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적 상상력의 결과다. 그런데 약간의 각색을 거치는 했지만 이 가상이 실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어는 예스, 파인 댕큐밖에 할줄 모르는 그는 공항안에서 무기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대체 공항안에서 어떻게 살아나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의외로 잘 버틴다. 아니 오히려 친구도 사귀고 직업도 얻고 예쁜 여승무원과 점심 데이트까지. 결국 공항 밖으로 나가 뉴욕의 한 재즈바를 찾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 영화의 교훈은 두가지다.

하나는 착한 놈은 지옥에 떨어져도 살아남는다. 중요한 건 인간관계다.

둘째 공항은 도시의 축소판이다. 의식주 해결이 가능함은 물론 사교도 누릴 수 있다. 그러니 배고프고 살길이 막막하다면 잠시나마 공항으로 스며들어가시라.

 

덧붙이는 말

 

통 행크스는 어리숙하지만 선량하고 강직한 미국인 역할의 모범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이후 그런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었는데 최근 작품인 <설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흐뭇하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보기에는 썩 내키지 않는다. 겉 다르고 속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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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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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일본을 10년 혹은 20년 주기로 따라간다고 한다. 이를 테면 1990년에 일본에서 유행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서서히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일부분은 맞다. 일본은 누가 뭐래도 선진국이고 인구도 2배 이상 되고 또 매우 가깝기 때문에 한국은 트랜드를 쉽게 받아들일 조건이 된다. 일종의 거르고 걸러서 진짜 유행상품만 쓴다고 할까? 단 경제조건이 안되니 기다림은 필수다. 그래서 나온게 10년, 20년 주기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행만 그런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도 따라간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비혼(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삶), 졸혼(결혼생활을 끝내고 따로 살지만 이혼은 하지 않는 것) 등도 이미 10여년전 일본에서 일어난 붐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벌어놓는 돈으로 남은 삶을 사는 자발적 무직도 아주 조금씩 그 조짐이 보이는데 그 신호탄을 쏜게 바로 요코의 <일하지 않습니다>이다. 45세 광고회사 간부로 잘 나가던 한 여성이 돌연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일하지 않습니다>의 후속 작품격으로 일을 하지 않고 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담고 있다. 곧 한달 생활비 등을 고려해 자신이 거처할 최소한의 주거지를 정해 들어가 살며서 겪는 이야기다. 요코는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허름한 빌라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중년 여성에 대한 시선이 따가왔지만 어느새 적응하며 나름대로 무직의 세계에 적응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비록 소설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부러운 건 분명하다. 아무 방해받지 않는 세 평정도의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또한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동네근처 산비탈 주택가에 방 하나 정도만 월세놓은 곳을 찾아본 적이 있다. 일종의 작업실을 구한 것이다. 직접 찾아가기끼지 했는데 퇴짜를 맞았다. 남자 혼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왜 방하나를 구하려 하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아. 이런 편견 따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려면 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하나? 차라리 일본에 가는게 더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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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책의 기본 - 매력적인 그림책에 담긴 22가지 요소
권승희 지음 / 미진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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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은 예술뿐만 아니라 그 비결까지 아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이를테면 고호의 전시회를 한다고 하자. 관람객이 몰릴 것이다. 그중 90%는 이름에 홀려 온 이들이다. 곧 지금아니면 언제 다시 고호 그림을 보랴. 나머지 10%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놓치기 아까운 고호의 데생이 전시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두근반 세근반하며 개막 날짜를 기다린다.

 

권승희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일반 대학을 나와 평범하게 살 수 있었는데 출판쪽, 그중에서도 그림책에 꾲혀 북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그저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에도 여념이 없었을 텐데 좋은 그림책의 조건은 무엇인지 사명감을 갖고 하나하나 분석해 들어갔다.

 

그는 좋은 그림책을 22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각각에 해당하는 책들을 소개하며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 나간다. 거리두기, 여백설정 등 꽤 전문적인 분야까지 포함해서.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는 것이리라. 일반 독자들은 물론이고 예비 작가들에게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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