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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2disc)
요한 렌크 감독, 제어드 해리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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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자력의 출발은 무기였지만 다행히 종착지는 전기였다. 보다 값싸고 공해 없이 공급할 수 있는, 한 때는 안전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관리만 잘하면 됐다. 그러나 체르노빌 폭파 사건은 모든 평판을 한 번에 뒤집었다. 얼마나 끔찍했으면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논란을 낳고 있다. 공식 사망자 31명은 도리어 이 사건이 얼마나 철저하게 은폐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드라마 <체르노빌>은 하나씩 하나씩 잔해를 뒤져 진실의 퍼즐을 맞추어나간다. 정부는 압박을 가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은 거의 다 해준다. 성실한 공산당 간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끔찍한 짓을 자행한 이나 수습한 사람들 모두 자랑스러운 소비에트 인민들이었다는 사실이. 비록 영어로 말하고 있지만 등장인물 모두 실제 사건에서 튀어나온 듯 자연스럽다. 게다가 생김새도 비슷하다. 보는 내내 숨이 막히고 귀가 멍멍해지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 주어지 임무를 보란 듯이 해내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겹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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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마담


올해 들어 가장 최근에 극장에 간 것은 1월이었다. 파바로티 다큐 영화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 일 년에 최소 10번 이상 영화관에 가는 나로서는 갑갑할 노릇이었다.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예매를 했다. 꽤 오랫동안 코로나 19가 잠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확진자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하루에 세자리는 기본이 되었다. 고민에 빠졌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예스였다. 앞으로는 아예 극장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정말 유럽처럼 도시 자체가 봉쇄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선택한 영화는 오케이 마담. 국제수사도 함께 고려했는데 조금 더 빠르게 보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내 판단이 옳았다. 국제수사는 개봉이 연기되었다. 극장 안은 손에 꼽을 만큼 관객이 적었다. 다들 마스크로 무장한 채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게 내게도 전달되었다. 그래.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광경일지도 모르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기자.


영천시장에서 꽈배기 장사를 하는 미영, 남편 석환은 인근에서 전파상을 운영한다. 가난하지만 하나뿐인 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하와의 여행이라는 행운이 등장한다. 한 음료회사의 병뚜껑 챌린지에 당첨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비행기에 오르고 난생처음 이국의 바닷가를 거닐 생각에 들뜨는데. 


설정이나 줄거리는 매우 즐거웠으나 아쉬움도 컸다. 한마디로 돈을 좀 더 들였더라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가 되었을 텐데. 주 무대가 비행기 안이라는 점도 다소 답답했다. 물론 평소 잘 알지 못했던 화물 공간이나 승무원들의 휴식 공간, 짐 싣는 곳 위의 좁은 틈새를 발견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스토리도 재치 있게 잘 짜여지기는 했지만 반전이 너무 심해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리는 데도 실패했다. 북한군 스파이로 나오는 이상윤이나 이선빈도 밋밋했다. 도리어 승무원을 연기한 배정남이 조연 중에서는 가장 돋보였다. 의외로 코믹연기에 잘 어울리는 다양한 표정이었다. 정작 주연인 엄정화와 박성웅이 주눅이 들 정도로.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액션인데, 조금 더 길게 그리고 박진감 있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렇게라도 영화관 공기를 쐰게 어디인가? 아, 나도 가고 싶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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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스프레이 : 일반판
니키 블론스키 외 / 플래니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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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쳐 우울하고 짜증이 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럴 때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정도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를 감상하는 게 최고다. 개인 취향에 따라 블록버스터 무비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무조건 음악영화다. 댄스를 결들인. 월요일 저녁 두 편의 영화를 몰아 보았다. 렌트와 헤어 스프레이. 렌트는 직접 공연을 다녀 온 터라 감동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였고 헤어 스프레이는 짤막짤막하게 나온 영상만 봤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감상하자는 마음이었다. 렌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하고 오늘은 헤어 스프레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휴대폰까지 켠 상태로 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화기도 끄고 정자세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연기와 음악, 춤과 대사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라이브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때는 1960년대 초반. 볼티모어에 사는 뚱보 트레이시는 춤과 노래에 관심이 크지만 외모 탓에 따돌림을 받는데. 우연히 흑인친구들을 만나 자신감을 얻고 선망해 마지않던 티브이 쇼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전형적인 미운오리새끼 같은 스토리지만 흑인 차별 등 은근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음악. 정말 버릴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오에스티도 바로 주문 완료.


덧붙이는 말


스포일러 같아 말을 하지 말까 싶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트레이시의 엄마를 주목하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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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 호러쇼 - 뉴 브로드웨이 캐스트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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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미군방송에서였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공중파 채널 하나를 따로 양도해주었다. 번호는 2번. 당연히 공중파니 한국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영어라 알아듣는 사람들은 드물었지만. 그러나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만화영화는 말과 상관없이 볼 수 있었다. 특히 토요일 오전 내낸 틀어주던 애니메이션은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금요일 저녁에는 무서우면서도 야한 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 <록키 호러 픽쳐 쇼>도 그 중 하나였다. 음산한 시골마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쇼쇼쇼. 하도 반복해서 나와서 나중에는 뜻도 모르면서 노래나 춤을 따라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보니 야해도 이렇게 야한 영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유쾌했다. 음악 덕이었다. 세상의 모든 금기를 벗어던지고 신나게 놀아보자, 는 주제는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음반은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아니다. 영화가 주는 인상이 너무 강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아쉽지만 색다른 버전을 만나는 즐거움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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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風立ちぬ (바람이 분다, The Wind Rises)(지역코드2)(2DVD)
Walt Disney Video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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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람이 분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여력이 된다면 또 다른 신작을 들고 짠 하고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했는데 때 아닌 군국주의 논란을 빚었다. 주인공이 전투비행기 설계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 하야요는 평화주의자로 일본제국주의를 비난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한 건 영화 내내 좋았던 일본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하면 흔히 떠올리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 순박한 사람들, 서로에 대한 예의가 강박적으로 강해 과하게 느껴지는 설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반면 군국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제국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식민지 국민의 자기비하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미야자키 월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서는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마치 지금껏 감추어왔던 혼네(본심)를 드러낸 기분이랄까? 국가는 국가고 나는 나다. 나는 장인으로서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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