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펭귄클래식 56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곽명단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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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넷 소설의 주인공은 당찬 여자들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그 여자들이 대게 어리다는 것이다. <소공녀>가 대표적이다. 부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세가 기울어 친척집에 떠맡겨진 세라는 순식간에 하녀로 전락한다. 작가는 세라의 신분이 바뀌는 상황을 처절하리만큼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차에 내려 집을 올려다보며 느끼는 두려움, 차디찬 다락방 침대에 몸을 누이고 앞날을 걱정하는 두려움이 실제 내가 겪는 것처럼 전해진다.

 

그러나 세라는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이 늘 품위있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무시와 멸시가 빗발치듯 다가오는 순간에도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만약 그 순간 세라의 마음이 무너져 기존 질서에 마음을 기댔다면 훗날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 가운데 과거의 언행과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대부분은 그 땐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말한다. 이해한다.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문제는 창피해하기는 커녕 고개를 치겨 세우고 그래서 뭐, 하고 대든다. 

 

버넷은 산업혁명으로 엄청한 부를 이룬 영국의 신흥 세력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기 때문에 <소공녀>를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 사회에 돌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돈과 권력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인간다움이며, 어떤 상황에 처하든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주려 노력하는 것이 정부라고.

 

덧붙이는 말

 

잘 알려진 소위 명작소설의 가장 큰 단점은 축약본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어른이 되어 같은 제목의 책인데 내용이 너무 달라 놀란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여러 완역본 가운데 펭귄에서 나온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 추천한다. 정갈한 번역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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