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런 생도 기록해야 한다


뭔가 큰 사건이 터지면 당사자의 말 한마디에 뉴스는 주목하게 마련이다. 조주빈도 그랬다. 과연 신상을 공개하고 얼굴을 드러낸 채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게 온당한지 잘 모르겠다. 피의자 보호 원칙을 그토록 강조했던 법무부 아니었던가? 죄질이 무거워서, 이미 증거가 차고 넘쳐서 글쎄?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옳고 지난번에 틀렸다고 말한다면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법 논리가 아니다. 그가 한 말이다. 생뚱맞게 손석희에게 죄송하다하고 한 말은 일종의 전략 같았지만, 일종의 물귀신 작전?,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는 말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도 일이 이 정도까지 커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호기심이든 아니면 과장된 자신감이든 혹은 범죄라는 것을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시작은 아주 미미했음이 틀림없다. 주변의 관심과 호응, 그리고 결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면서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갔다. 어느새 직업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조주빈 스스로도 자신의 삶이 악마 같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그만두어야 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계속 그 더러운 짓을 한 이유는? 그건 나중에 작가들이 밝힐 부분이다. 왜 굳이 소설가가 이 일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카포네를 보라고 말할 것이다. 며칠도 되지 않아 그는 잊힐 것이다. 최소한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과 공포는 사그라져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차디찬 감옥에서 그가 견뎌야 하는 남은 삶이다. 누군가는 그런 생도 기록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개인적으로 조주빈 관련 내용은 모른다. 뉴스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악랄하고 비열하여 집요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왜 하필이면 이 사건이 지금 이 시기에 강렬한 조명을 받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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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 2020-03-2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자기가 당할 일 없다고 말 막 하는구나.
잘 모르면 어떤 일인지 알아보기나 하고 말하지 무책임하네.
˝어느새 직업이 되어버린˝ <-- 성범죄자들에겐 참 관대하기도 하지.

카이지 2020-03-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제 표현 그대로 그에게는 직업이었을 겁니다. 이 말에는 어떠한 주관도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는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