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엘리엇 가디너 베토벤 전집

혹시 이 음반을 가지고 계시거나 발견하신 분들은 연락 주시기를


일반 합창과는 차원이 다른 거침없는 롤로코스터


클래시컬 음악을 즐겨 들은 지 꽤 오래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모아 당시 성음에서 나온 카세트 테이프를 사 모으곤 했다. 특히 세일을 하는 날을 기다려 한꺼번에 구입한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성인이 되어 제대로 감상하자는 생각에 오디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 알았다. 자칫 잘못하다는 거덜 나겠구나. 그만큼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고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어차피 필수품은 아니니까. 나는 음반으로 방향을 틀었다. 좋은 판단이었다, 라고 확신하지만 살짝 아쉬움은 있다. 물론 싸구려라고는 해도 앰프와 튜너, 스피커를 따로 갖추기는 했지만. 우퍼까지 더해.


여전히 음반들을 사기는 하지만 집중해서 듣지는 못했다. 바쁘다는 건 핑계다. 게을러졌다가 정답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몸이 퇴화하니 당연히 귀의 섬세함도 떨어진 탓이다. 좋은 음악을 구별하는 능력이 사라지니 자연스레 관심도 즐어든다. 그러다 존 엘리엇 가디너를 만났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라는 걸 익히 알기에 관련 음반은 자주 들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좀 의외였다. 그는 고악기 전문 연주 지휘자인데?


라디오 방송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전 곡을 듣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직하게 말해 1, 2악장을 들을 때만 해도 평소 알고 있던 전개와 달라 당황스러웠다. 잔잔하다 못해 구렸다. 고악기를 쓰고 편성이 작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합창하면 떠올리는 웅장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3악장이 시작되면서 판세는 완전히 바뀐다. 그야말로 낭만과 혁명이 뒤섞인다. 조금씩 조금씩 고조되다가 빠르게 협곡을 지나가는 소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드디어 4악장의 클라이맥스. 이미 붙은 속도를 줄이기는 커녕 논스톱으로 결말로 치닫는다. 일부러 질질 끌며 극적인 순간을 도모하는 일반 합창과는 차원이 다른 거침없는 롤로코스터다. 결국 음악은 끝이 나고 급하게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지만 이미 품절. 중고가격이 정가보다 높아 잠시 흔들리는 사이 그만 그마저도. 딱 7천 원 차이였는데 이 바보 멍청이. 누군가 나처럼 가디너의 합창을 함께 듣고 감동한 사람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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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준 2021-05-2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이 음반을 가지고 있는데요.

카이지 2021-05-2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주문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