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수정을 닮은 동그란 얼굴. 머리카락은 어깨를 덮을 정도로 길었고, 날씬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뚱뚱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피부는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였다. 키는 160센티미터 정도. 한 눈에 확 뜨이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매력은 있었다. 생뚱맞은 느낌도 있었지만 어깨에 날개가 달린 세라복 옷차림도 꽤 근사해보였다. 작은 쌕을 어깨에 메고 두 손으로 가슴 쪽으로 책을 든 모습은 마치 나는 대학 새내기라는 광고를 찍는 것처럼 보였다.
“복사하려구요?”
나는 당연한 질문을 했다.
“네”
“얼마나 할 거예요. 급한 거면 학교 안에서 해도 되요, 도서관 지하에 복사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약간 비싸요. 많이 할 거면 학교 앞 복사가게로 가도 되고, 거긴 좀 싸니까”
“아니에요. 다섯 장만 하면 되요.”
“그럼, 도서관에 가면 되겠네요. 어딘지 알지요?”
혜자는 잠시 우물거리더니, “저, 죄송한데요 .... 제가 잘 몰라서요.”
‘뭘 모른다는 거지?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아니면 복사 부탁하는 걸?’
내가 머뭇거리자 혜자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아주 바쁘지 않으시면 ... 아노 .... 아니 저 ... 도서관까지 같이 가주지 않으실래요?”
당황스러웠지만 뭐 별일 있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뭔가 사정이 있어 보였다. 말투를 보니 우리말이 서툰 외국 유학생 같아 보이는데. 딱히 바쁠 것도 없었다.
“그래요, 가죠. 따라오세요.”
혜자는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를 내게 내밀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뭐든 서툴러서. 덕분에 감사해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낯설었겠지. 모든 게. 모국이라고 왔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때는 몰랐지만 혜자 가족은 한국에 연고가 없다고 한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지만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그러나 궁금증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왜 한국에 혼자 왔는지, 그리고 왜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혜자는 “너무 뜻밖이죠. 이런 말 하는 게?”라고 혼잣말하듯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구요. 저도 좀 낯설어서, 이곳이”
“알아요. 선배가 군대 다녀오셨다는 거.”
“네?”
‘아니 그럼 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가? 도대체 어떻게? 학교 다시 온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누가 알려준 건가, 아니면’
“아,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냥 신입생들끼리 선배들 이야기하다 나온 거예요. 저도 더 이상은 잘 몰라요.”
혜자는 당황한 내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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