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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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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성이 지배하던 시절 여자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되었다. 주로 집안일.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은 그마나 소설가였다. 애를 다 키우고 나서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나가 직장을 구하고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글의 소재도 매우 제한되었다. 멋진 남자를 바라는 여자들의 설레임이 주였다. 채우지 못한 욕구를 그런 식으로 달랜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 전통은 오래도록 살아남아 현재에도 신데렐라 신화가 드라마에서 재현되고 있다. <도께비>를 보라.

 

<비밀의 화원>은 낭만 소설의 궤도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우선 주인공이 아이들이고 배경은 화원이다. 게다가 아픈 소년까지 등장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치유받는 게 아니라 도리어 여자가 병악한 남자 아이를 돌본다. 나는 이 책을 나이가 들어 발견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목이 썩 다가오지 않았고 이야기도 심심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완역된 글과 타샤의 일러스트를 함께 읽고 보며 화원의 정경이 눈에 들어오는 듯한 묘사에 감탄했다. 여러 버전 가운데에서도 표지의 그림도 이 책을 선택하는데 한몫했다.

 

덧붙이는 말

 

신혼생활을 하던 내 집 앞에는 커다란 화원이 있는 저택이 있었다. 올망졸망한 빌라 촌 가운데 우뚝 솟은 듯한 느낌을 주던 그 집을 지나가면서 내내 궁금증에 휩싸였다. 큰 나무들이 즐비한 것을 보니 묘묙 장사를 하는 집 같기도 하고 아니면 큰 돈을 벌어 관상수를 심어놓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도 들고. 끝내 그 집의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비밀의 화원>을 읽으며 새삼 그 집이 그리워졌다. 아직도 있으려나? 그 화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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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야구는 끝난 것이 아니다 - 한국을 꿈꾸는 메이저리거들
민훈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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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책의 가장 큰 불만은 문고판 책이 적다는 것이다. 서양의 페이퍼백, 일본의 문고본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한 때 삼중당 문고처럼 작고 가벼운 책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게다가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책 자체를 읽는 이들이 현저히 줄어들어 한국에서 문고판 책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책세상 문고처럼 얇은 책을 펴낼 수는 있겠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하드카버와 페이퍼백을 동시에 내는 현상은 이어나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만 탓할 수는 없다. 독서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두가지 버전으로 낼 여력이 없는 것이다. 

 

민훈기의 책은 문고판으로 제격이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특히 외국인 선수에 대해 궁금해하는 팬들에게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독자층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나같은. 지금 읽어보면 약간 오랜 이야기같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한창 현역으로 뛰고 있는 두산의 니퍼트 선수처럼 몇 몇 선수는 여전히 눈에 익어 반가웠다. 용병으로 불리면 그저 일이년 뛰다 돌아가거나 일본으로 진출하는 외국인 야구선수들의 속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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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못 쓰는 남자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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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위대한 까닭은 인생의 실패자들도 글 속에서는 영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머리속으로는 장대한 소설의 줄거리 모든 장면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의 성격을 분명하게 파악하고서도 단지 첫 문장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느라 평생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분명 낙오자임에 분명하지만 소설속에서는 엄연히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정직하게 말해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글을 진행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다. 가난 또는 재능 부족도 빈 말이다. 모든 장애를 차단한 채 의자에 앉아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마주하고 혹은 공책을 펴들고 서너시간 이상 꼼짝하지 않고 글을 구상하거나 써나갈 인내심이 없어서다.

 

베르나리 키리니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으리라. 직업 소설가가 된 이상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곤혹스러움을 잘 알았기 때문에 주인공에 더욱 절절이 감정이입이 되엤겠지. 이 책에서는 <첫 문장 못 쓰는 남자>를 포함하여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더 짧은 이른바 초단편들을 소개하고 있다. 키리니의 재치 넘치면서도 우아한 문장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첫 문장을 못 쓴다고 해서 글 작성을 아예 접는 건 아니다. 다만 시작이 불분명하면 글 전체가 흐트러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실제로 첫 문장이 마음에 들어 한참 쓰다 실수로 통째로 날려버리고 난 다음에는 도무지 시작글이 어쨌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글 자체를 포기한 적도 있다. 곧 첫 문장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가 좋으면 아무래도 계속 전진할 수 있는 것은 맞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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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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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만큼 흔하면서도 강력한 충동도 드물지만 실제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적다. 죽고 싶다는 마음과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 사이에는 머나먼 다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금기에 도전한다. 섹스와 자살이 늘 주제로 등장하는 이유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흥미위주의 소재로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추리 소설은 대표적인 예이다. 

 

<자살의 전설>은 중심으로 뚷고 들어간다. 흔한 부모 자식간의 갈등 혹은 흔한 다툼끝에 발생하는 자살 이야기인줄 알고 책을 읽어나가다 충격적인 결말에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란다.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싶지만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계속 페이지를 넘긴다. 

 

데이비드 흄은 미지의 세계를 탐사한다. 옮고 그름, 산과 악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고 본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머나 먼 다리를 건너간 그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의미가 없다.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자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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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 -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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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죽음의 무도>를 볼 때마다 빙긋 웃곤 한다. 무용 코너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서분이 책 제목을 보고 춤 이야기인가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소설이나 에세이 분야로 옮겨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춤추듯 글을 쓰는 스티븐 킹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글쓰기 대가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소상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소설 하나를 펴냈다고 하면 소재는 어떻게 구했으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으며 어떤 부분에서 고생을 했는지를 생생하게 기억난다. 막연히 영감이 떠올라 썼다는 헛소리는 하지 않는다. 평범한 글쟁이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창작 노트다. 킹 답게 딱딱하게 강의하는 식이 아니라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테면 글이 막힐 때는 무조건 한명 죽여놓고 다시 시작한다거나, 명사는 되도록 피하는 대신 동사 위주로 글을 쓴다는 식이다. <유혹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킹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덕후에게는 필수적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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