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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전화로 상담한 내용이다.
어떤 이가 병역특례병(병역법상 산업기능요원)으로 어느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올해 9.4.이 소집해제일이고, 이번주 첫날부터 모 업체로 취업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9.3.에 해고되었다. 해고가 정당하다면, 그는 군대로 징집되어 군복무를 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 즉 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떠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너무한다는 것일 게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 소집해제 하루 전에 해고했다니 말이다.
그런데, 해고된 이유를 들어보면 기가 막힌다. 소집해제가 되어 다른 회사에 취업하면 자기 회사에서 배운 기술을 그 회사에 가서 활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란다. 그래서, 다른 직장으로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버리려고 해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병역특례병은 일정 기간의 복무를 전제로 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지나면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고, 그것을 다 알고 병역특례병을 사용한 사용자가,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강제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에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자유로이 직장을 그만둘 자유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면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불법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물론, 독특한 기술 등에 관한 영업비밀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무한정 침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영업비밀로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가치가 있다면 어느 정도 기간 동안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지,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거나 또는 다른 직장으로의 취업을 금지하는데 대한 반대급부는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지 등을 모두 따져 보고서, 다른 직장에 가더라도 일정기간 동안 특정 기술과 관련한 영업비밀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일정 기간 그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거나 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일 게다.
그런데, 군대 보내서 그것을 해결하겠다 ?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
본디 해고는 어떤 이를 더 이상 사용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될 때나 가능한 사용자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경우는 어떤가 ?
그 병역특례병은 잘못한 것이 없다. 오로지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실제 이익이 되는지 여부조차 불투명한-해고된 것이다. 그리고, 해고는 최후 수단으로 활용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아무 때나 막 써먹는 방법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사용자는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일체 생각도 못해보고, 병역법을 악용하려고만 했다.
병역특례병들의 약점을 이용한 사례는 위와 같은 것 말고도, 특히 사용자의 노동조건 악화에 대응하려고 하는 병역특례병에게는 매우 심하다. 실제 그런 사례를 심심찮게 봤다. 한마디로 대들면 자르고 잘라서 군대보내 버리겠다는 말이다.
상담을 하면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노동법 지식을 가지도록 강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서, 그래서 이윤을 벌어들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고 그것을 모두가 칭찬해대는 사회라고 해도, 하지 말아야 할 짓과 해야 할 일을 가릴 줄 아는 정도의 소양은, 그들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
흠....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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