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3호선 안국역에서 정독도서관 가는 길로 가다 보면 왼쪽에 있는 아트선재센터 지하)에서, 그루지야 출신으로서 80년대 초에 프랑스로 망명한 칠순 할아버지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았습니다. <안녕 나의 집>이란 제목의 원래 의미는, 영화 시작 전 큐레이터가 설명한 바로는, 선원들이 자주 쓰는 "거친 대지여, 안녕"이란 말이랍니다. 여기서 안녕은 헤어질 때 하는 인사(Adieu 혹은 Farewell)지요.
이 영화에 대한 주최측의 설명은 저 아래 페이퍼에 있으니 이만 접고요. 제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다음 장면에 대한 예상이 판판이 빗나가더라는 것. 꼭 구체적인 예상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이를테면, 대저택의 안주인이 정장을 하고 집 밖으로 나오는 장면 뒤에는, 그 여자가 바로 고급 자동차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습니까? (저만 그런가요? --;) 그런데 그렇지 않더군요!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영화를 그닥 많이 보지 못해서인지, 늘 예상을 뛰어넘는 화면이 나와서, 바로 다음 장면에 무엇이 나올지 전혀 생각지 못하겠더라구요. 그게 재미있습니다.
객석에선 내내 웃음이 나왔는데, 그 웃음은 대개 "깔깔깔"이나 "피식피식"이 아니라 "큭큭큭". 그러다 마음 한편을 조용히, 아주 살짝 건드려, 객석이 일순 조용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악수하고 싶은 여자가 나오는 영화가 좋아요. 대체로 남성의 눈으로 만든 영화지만, 그 속에 악수하고 싶은 여자도 있어서 기분 좋게 극장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