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명칭이 참 많다는데,
오랫동안 가부장제 질서의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 친족 관계라는 게 대부분 부계로 이루어진다.
모계 친척은 있다 해도 뭐라 불러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외갓집, 외할머니, 이모, 외숙부, 이종자매, 여기까지는 되는데 할머니로 올라가면?
이를테면 할아버지의 형은 큰할아버지, 동생은 작은할아버지다. 그럼 할머니의 오빠나 남동생은?
오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그 답을 배웠다.

아버지의 외숙부/외숙모, 곧 내 할머니의 형제(남자동기)와 그 부인을
넛할아버지/넛할머니라 한단다.
반대로 넛할아버지/넛할머니가 보기에 "나"는 넛손녀/넛손자가 된다.

오, 간만에 큰 거 하나 건진 듯 뿌듯하다.
가만, 그럼 할머니의 여자동기(자매)는 뭐라 하지?
아, 맞다. 이모할머니라고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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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6-3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첨 알았어요. ^0^

물만두 2005-06-3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넛? 그냥 외숙할아버지 이랬던 거 같아요. 고모할머니처럼요... 음...

숨은아이 2005-06-3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틀린 표현은 아니겠네요. ^^ 아까 올릴 때 "넛손자" 부분을 빼먹어서 보충 수정했어요.

로드무비 2005-06-3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넛, 마음에 드네요.^^

클리오 2005-06-3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는 드는데, 실제로 부르기는 힘들겠어요... 하기야 부를 사람도 없지만... --;;

울보 2005-06-3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참 우리나라 호칭은 아주 복잡해요,,

숨은아이 2005-06-3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넛"은 왠지 "너트"라고 불러야 할 것 같지 않아요? 너트할머니 너트할아버지... ㅎㅎ
클리오님/사실 요즘처럼 명절 때나 온 가족이 모이는 시대엔 할머니의 남동생 볼 일이 별로 없죠. -.- 울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도 한 번도 못 봤다는...
울보님/다 알려면 골치 아프긴 한데, 근데 이건 알게 돼서 기뻤어요! ^^

진주 2005-06-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넛할머니라고 써놓은 걸 보면 누굴 가리킨다는 건 알겠는데,
저걸 써서 말하자면 입이 떨어질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숨은아이님과 같은 기쁨을 맛볼 수가 없군요 ㅡ.ㅡ

숨은아이 2005-07-0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잘 쓰이지 않아 어색하긴 하지요? ^^
 

나름대로, 나름대로... | 좋은 글 퍼나르자
2005.06.28

무슨 말을 계속 더 하려는데 [사람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걱정하고 느끼며 산다]는 말이 나오면, 더 이상 말을 계속하기가 어렵게 된다. 자기한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앞으로도 그러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의 경험에 의하면, 그 잔악한 고문을 해대던 경찰들도 버젓이 자기 앞에서 자식 걱정을 하더란다. 그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나름대로" 사랑을 하며 "나름대로" 고민과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라 ?  "나름대로"라는 말 뒤로 숨어버리거나 피해버리는 경우를 아주 자주 봐온 내게 썩 내키지 않는 말이기는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라는 단어를 쓸 때가 있다. "나름대로"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

아래 글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쓴 글이다. 가끔 말했지만 그의 글은 꽤 읽을 만하다.

 

http://www.hani.co.kr/section-001000000/2005/06/001000000200506271716260.html

 

5공 인사들의 궤변

지금 현재보다 역사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산다는 사람, 나는 잘 믿지 않는다. 그런 이들은 나라걱정의 과잉으로 지나치게 심각해져서 판단력이 의심스럽거나 더 결정적으로는 현재의 사실 자체를 자의적으로 왜곡해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자기합리화를 위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역사를 들먹이며 거대담론 뒤로 자신의 몸을 감추는 듯한 언행은 볼썽사납다.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보는 이의 옷깃마저 여미게 만드는 이들에 대한 무례다.

 최근에 〈문화방송〉 드라마 〈제5공화국〉을 시청하면서, 또 관련자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나는 그런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1980년 신군부 주도 인물 17명은 〈제5공화국〉과 관련한 유감의 뜻과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소견서를 두 차례 〈문화방송〉에 보냈단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 ‘제5공화국 시나리오 오류에 대한 소견’이란 공문을 보내 대본 수정을 요구했으며, 그 후엔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5·18은 시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정상적 진압이었다. 표현을 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칼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권력을 찬탈하는 쿠데타 세력들은 늘 ‘누란의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려는 구국의 일념으로 일어섰다’는 상투적 관용구로 사실을 왜곡한다. 훗날의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후렴구도 잊지 않는다. 사실 왜곡을 위한 전형적인 방어기제다.

내가 보기에 드라마 〈제5공화국〉과 관련한 어긋난 인식의 압권은 5공화국 전직 대통령 장남의 발언이다. 그는 드라마 〈제5공화국〉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불과 20년 전의 사건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사회가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청와대 문을 열고 들어가 7년간 산 업보가 이렇게 가혹할 줄 몰랐다고 하소연한다. 드라마에서 5회에 걸쳐 방영된 광주민주화항쟁 부분을 시청했더라면 아무리 반대편에 있었더라도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못했을테지만 그의 ‘나름대로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볼 수는 있다.

‘나름대로’의 잣대를 들이대서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문제는 나름대로의 잣대가 얼마만큼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리얼판타스틱’이란 이름의 영화제를 준비하는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리얼’과 ‘판타스틱’이란 말이 양립할 수 없지만 그 말이 귀에 익어서 사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판타지를 사실로 착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인은 심각하지만 옆에서 보면 일종의 코미디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 환상 속의 잣대로 사실을 재단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역사를 입에 올리고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는 행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혹은 손가락질을 받는 말 그대로 ‘나름의 억울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의 최초 발포로 숨을 거두는 드라마 〈제5공화국〉 속 한 사내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자신이 총에 맞아 죽는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고 더구나 총을 쏜 상대가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맞은 가슴과 계엄군을 번갈아 바라보던 기막힌 표정. 드라마의 허구와 사실을 혼동해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법정 공방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들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과 진실 앞에서 나름대로의 억울함만 되뇌는 건 세상과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5공화국과 관련하여 괴기스럽고 ‘리얼판타스틱’한 발언을 내뱉는 이들은 그 입을 다물라.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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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6-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나름의 사정은 있겠죠. 문제는 그게 얼마나 공감가느냐는 걸 겁니다...

엔리꼬 2005-06-2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곡을 찌르는 글입니다. 역사가 우릴 평가하리라....라는 소리가 잘못사용되도 한참 잘못 사용된 경우죠..

숨은아이 2005-06-2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리고 나름대로 사정이야 다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납될 수는 없지요.
서림님/이쯤 해서 정혜신 선생의 책을 한번 읽어줘야 할 듯해요. ㅎㅎ

숨은아이 2005-06-2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자기들 존재가 통째로 부정되는 것이 견디기 어렵겠지요. 무섭습니다. 독재도 학살도 자기확신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산사춘 2005-06-30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평가를 해준다는 '역사' 자체도 '나름대로'표인데,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봐요.

숨은아이 2005-06-3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산사춘님이 오셨다! *.* 어소세요~ ^ㅂ^/

내가없는 이 안 2005-07-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에서 이 글 봤는데요, 자기들 '나름대로'는 참으로 억울한 모양이에요. 이 사람 글을 좀 더 보고 싶어서 책도 사놨는데 아, 그 책으로 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네요. 그래도 조만간! ^^

숨은아이 2005-07-0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저는 아직 책도 안 샀다나요. 헤헤. ^^a

호랑녀 2005-07-0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의 잣대가 얼마만큼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딱입니다. 상식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

숨은아이 2005-07-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예전엔 상식이란 말 싫어했어요. 상식이란 게 고정돼 있나 싶어서요. 그런데 사회생활 하면서는 그나마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메일함부터 확인한다. 전에는 주로 업무용 공식 메일(^^)인 엠팔부터 들어갔는데, 서재놀이에 맛들인 뒤로는 알라딘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천리안 메일부터 본다. 그런데 어느 날은 "새 코멘트가 등록되었습니다"란 메일이 한 통도 없다. 쳇. 나한테 관심이 없나 봐. (어제는 새로 글도 안 올렸잖니. ㅎㅎ)

그리고 어느 날은, 다른 분 서재에 놀러가 댓글을 달고 나서 한참 뒤에 그 댓글에 대한 답글이 달렸나 다시 가보았더니, 서재주인께서 다른 분이 쓴 댓글에 대해서는 다 답글을 달았으면서 나에 대한 것만 안 쓰셨다. 으앙, 나 왕따인가? (댓글이 여럿 달린 경우, 답글을 쓰다 보면 본의 아니게 깜박 건너뛸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으면서, 그래도 섭섭... 흑.)

이렇게 "공연히 자기에게 해롭게만 받아들이는 그른 생각" "옹졸한 생각"을 옥생각이라고 한단다. ^________^

여기서 “옥”이란 “오그라들다”에서 온 말이다. 옥생각은 마음이 오그라든 생각이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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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6-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저런 옥생각, 한 두 번 한 게 아닌디....^^;;;

chika 2005-06-2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저는 날마다 옥생각이예요.
옥이 내 애인이었나요? ㅡ.ㅡ

숨은아이 2005-06-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그래서 두 번 세 번 확인을 해야 한다는... ^^
진/우맘님/쳇, 진우맘님은 글 한 번 올리면 댓글이 줄줄이 사탕으로 달리면서!
치카님/이제 우리 옥생각은 던져버리자구요. 훌훌.

어룸 2005-06-2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글이군요...저는 "옥에 쳐넣어라~"에서의 옥으로 생각하고...하하하핫~^^;;;;

숨은아이 2005-06-2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하하, 저 혼자 꽁~ 감옥에 갇힌 양 생각하는 거니까 아주 틀리진 않네요. ^^;;;

sooninara 2005-06-2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제가 바쁘다보니..ㅠ.ㅠ 흑흑..
담부텀 댓글 잘 달께요^^
저도 요즘은 댓글 달기가 힘들더라구요..역시 간만에 들어오면 안돼..
매일 들어와야 댓글도 잘 다는데..쩝쩝..

숨은아이 2005-06-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흐흐... 약속하신 거야요... 바쁘신 거 알아요. "옥생각"의 예를 들어 쓴다는 것이 평소 제 옥생각을 고백한 셈이 되었네요. ^^

balmas 2005-06-2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옥생각, 저는 안합니다.
(잘난 척, 으쓱으쓱~~)





































그런데, 여기 댓글 없으면 삐질 거야요 ... -_-v

클리오 2005-06-2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옥생각은 무지 많이 해요... ^^ 혼자서만 잘 삐지고, 안삐진척 할라구 노력해요.. ㅎㅎ

진/우맘 2005-06-2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말이죠, 상대적인거라구요.^^
마태님이 맨날 놀려요, 예전엔 수십 개씩 댓글이 올라오더니, 달랑 세 개가 뭐냐고...^^;;;

2005-06-28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6-2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허억, 저 엄청난 여백! 첨엔 익스플로러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 ^ㅂ^
클리오님/저랑 비슷하시군요. ㅎㅎ
진우맘님/ㅋㅋ 진우맘님을 확실히 재기불능 폐인으로 만들려는 마태님의 음모죠~
속삭이신 님/제가 왜 미워해요. ^^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가 있죠... 푹 쉬다 오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6-2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꽁~ 이란 게 왜 숨은아이님한테는 잘 안 어울리는지 몰라요.
님도 꽁~ 하세요? ^^

숨은아이 2005-06-2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그럼요, 제가 왕 삐순이여요! ^^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 혼자 중얼중얼
2005.06.24

 

전방 초소 총기 사건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리집(그래봐야 각시와 나뿐이지만)은 군이 어제 발표한 최종 수사발표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1. 군은 그 동안 이런 사고에 있어서 진실을 숨기려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왔다. 군은 지금은 아니 이번 사건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군은 이번 사건에서 좋게 말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숙함을 보여주었으며, 너무 엉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가 ? 게다가 사실관계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론부터 내버리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그 동안 이런 사고에 대해 '군 자체의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한 개인의 신상 문제'로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사실관계를 거기다가 짜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도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김일병은 수양록에 부대원들 사이에 발생한 일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는 추측이 가능할 정도의 말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냥 에둘러서 '부대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며 사고 발생 후 5일만에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게다가 그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김일병에게는 큰 일일 수 있으므로, 그 별일 아닌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한 더더욱 그렇다(수양록은 개인 일기장이라고 보아도 되는데, 어떤 일이 생겼을 때(탈영, 자살, 총기사고 등)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마 군도, 그리고 유가족도 그 수양록의 중요성을 알아서인지 곧바로 원본을, 복사본을 확보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어놔도 시간은 가는데, 중간만 하면 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할 필요 없고, 누구 눈밖에 나서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수양록에 적나라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물론 김일병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수류탄으로 죽이겠다. 모두 죽이겠다는 말을 하지 적지 않을 걸 보면 분명 자기검열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3. 사고 발생 직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모일병은 일관되게 "상급자의 언어폭력은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대원을 살상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까지 했다. 물론 그 보도가 오보인지는 따져보아야겠지만, 지금까지 오보라는 말은 없고 정정 요청도 없었다. 그런데 그 보도 내용은 김일병의 말과 일치하며, 그 결론은 군의 발표와도 일치하고 일관된다. 따라서 언어폭력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제 뉴스는 유족들이 사고 원인이 언어폭력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억울함이 풀렸다는 것이 강조되어 자칫 의문은 묻어 버린 채 유족들에게 끌려간 군과 언론보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4.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도 군대내 금지행위인 폭행(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족하다. 쉽게 말해 접촉하여 두들겨 패서 어디가 부서져야만 폭행이라고 하지 않는다)을 당했다가, 현재 근무중인 초소로 옮겨왔다. 왜 그가 옮겨왔는지 선임병들은 과연 몰랐을까? 알았을 가능성이 많다. 설사 바로 몰랐다 치더라도 이후 생활하면서 곧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그를 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선입관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를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의 인간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 아닐까 ?  물론, 위 폭행 사실 외에는 모두 가정이다. 그렇지만 전혀 엇나가는 가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 많지 않은가 ?

5. 어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일병이 반항적이고 선임병들에게 대들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부대원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간혹 후임병이 선임병한테 대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제 부대원들의 말처럼,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면 그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일병이 원래 그랬다면 전에 있던 초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법한데, 그리고 군대가기 전에도 그랬을 텐데, 전혀 그런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 어제도 오늘도 김일병은 자기에게 잘 대해 준 선임병 둘을 집어 미안하다고까지 했으나, 다른 선임병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뭔가 맺힌 게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

6. 처음에는 김일병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였다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김일병을 뺀 나머지 부대원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가 아닌가라는 반문에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 위에서 본 것처럼 전체가 모인 상태에서의 일관된 진술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그 이전의 개인 병사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7.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당시 내무반의 상황, 체포 과정 등에 있어서는 의문 투성이이다. 뭔가 부대원들만이 알고 있는 그러나 즉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진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술을 마셨는지는 즉시 혈액 검사를 했으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사망 부대원의 위 속의 음식물의 상태를 보면 뭘 먹었는지도 알 수 있을 거고 말이다(물론 유족들에게는 고통스런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그 진실은 여직 밝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에 묻혀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르지만, 밝힐 것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부대원들의 심리적 충격을 감안하여 조심스런 접근이 있어야겠지만, 그 동안의 사고처럼 그들에게 평생 부담을 갖고 살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8.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 옮겨온 지 몇달 됐고, 선임병들이 침상 어디에서 취침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선임병들이 있는 곳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고, 지향사격(근거리에서 적을 향해 대충의 목표점을 설정해 두고 하는 사격, 조준사격을 할 수 없을 때 즉시 대응하기 위한 사격)을 했다고 한다. 즉, 선임병들, 특히 상병들을 목표로 사실상 조준사격을 한 것이 된다. 그 목표가 분명했음을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 단지 상병들이 많아서 결과가 그랬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순전히 김일병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상병들 중에서 두명에게는 미안하다고까지 한 걸로 봐서는, 다른 상병들과는 뭔가 문제있다는 것이고, 왜 그랬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일병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의 말을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자칫 군이 대충 유족들의 반발을 피하고 면피하기 위해 어정쩡한 결론(어차피 사고친 놈이 떠안고가라는 식)이 을 내버려서는 안될 테고, 또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생기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디 살인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군대가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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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5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6-2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그렇게 자꾸 숨기려드는지......
그게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불신을 낳는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정말 답답하죠?

숨은아이 2005-06-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어차피 김일병은 사형되겠지요... 그러니 어차피 죽을 놈에게 다 뒤집어씌운다는 생각이... -=- 희생자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겠고... 앞으로 군대에서도 반드시, 경험 많은 심리치료사가 병사들에게 제대로 상담을 해주어야 할 텐데요. (결정적인 것 아니면 오타는 오타대로 그냥 둡니다만, 지적하신 부분은 역시나 자꾸 걸리는군요. 그래서 고쳤어요. ^^ 고맙습니다.)

릴케 현상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록은 개인일기장이 아닙니다. 상시로 일기검사를 하기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군내 갈등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저는 주로 노래가사를 약간씩 변형해서 일기인 것 처럼 썼습니다. 검사용이니까요

알고싶다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기 좋은 글 너무 많네요~ 앞으로 자주 놀러올께요.

숨은아이 2005-06-2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옆지기도 그 이야기 하더군요. 초등학교에서 일기 검사하듯이 수양록을 검사하는데, 누가 그런 이야길 거기다 쓰겠느냐고. 무기명으로 소원 수리 받는 쪽지에다가도 그런 거 쓰면 난리나는데.
리들러님/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제 옆지기가 daum 블로그에 쓰는 글 중에서, 제 맘에 드는 것을 옮겨오는 곳이랍니다. ^^

울보 2005-06-25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것을 하나 알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5-06-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뭘 모르셨을까. ^^

마태우스 2005-06-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분석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숨은아이 2005-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러니깐 이 글을 쓴 제 옆지기를 존경하시는 거죠? ^^ 고맙습니다.
 
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우리 집엔, 한옥 마루에 어울리지 않게 소파와 탁자가 있었다. 나는 소파에 점잖게 앉기보다, 소파와 탁자 사이 비좁은 공간에 누워 책 읽기를 좋아했다. 처음엔 소파에 앉았다가, 그다음엔 소파에 누워 등받이에 발을 올렸다가(그러니까 소파에 거꾸로 앉은 셈이다), 결국은 소파 아래로 내려와 마루에 엎드리다가 배를 깔고 눕다가 모로 눕다가... 알고 보니 어린 아이들은 모두 좁은 공간(책상 아래 같은)에 파고드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림책을 벌리고 마치 집처럼 세우며 놀기도 했는데, 그렇게 새로 “공간”을 만들며, 또 찾으면서, 나는 무엇을 꿈꾸었을까?

이 책에 실린 미하엘 엔데의 환상 소설 여덟 편을 읽노라니, 놀라운 공간 마술 쇼를 퍼레이드로 보는 기분이 든다. 눈앞에 빤히 보이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 분명 두툼하니 부피가 느껴지는데 실은 종잇장처럼 얇은 공간. 세계는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고, 그러나 가다 보면 문득 기적의 장벽이 눈앞을 가로막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체험한 사람들도 그 기억을 물어보면 이야기는 다 각각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과 공간은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들 수만큼 존재하는 게 아닌가. 눈앞에 빤히 보이는 게 진실이라는 믿음은, 사실은 착각?!

첫 번째 이야기 “긴 여행의 목표”는 여덟 편 중에서 가장 길다. 92쪽에 걸쳐 펼쳐지는 이 이야기의 허무와 공포에 질릴 듯하다가, 다음에 이어진 3부작 공간 마술 “보르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에서 숨통이 트였다.

두 번째로 긴 작품 “미스라임의 동굴”은 다른 일곱 편과 좀 색깔이 다르다. ‘안락한 체제라는 전체주의’란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큐브>의 결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뒤를 이은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에 나오는 ‘완벽한 도시’ 첸트룸과 미스라임의 동굴은 얼마나 다른 공간일까?

“자유의 감옥”은 선과 악을 공유하는 신의 모순과, 전적인 자유란 곧 감옥이라는 모순을 도식화해서 보여준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모 아니면 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 문을 열었을 텐데.) ‘안전하다는 믿음’이 자유로운 선택의 전제라면,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질문을 남긴다.

마지막 작품 “길잡이의 전설”을 읽고, 옮긴이의 해설을 보니, 작가 미하엘 엔데는 1995년 세상을 떠났고, 이 책은 1992년 발표되었다. 그렇담 “길잡이의 전설”이 작가의 마지막 작품일까? 모르는 일이지만, 왠지 작가가 마지막으로 희망과 위로를 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의 감옥 - All Age Classics | 원제 Das Gefa"ngnis der Freiheit (1992)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지은이), 이병서 (옮긴이) | 보물창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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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6-2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앞에 빤히 보이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
그런 게 저마다에게 하나씩 있지요.
당장 읽어보고 싶게 리뷰 쓰셨네요.^^

숨은아이 2005-06-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히히, 감사!

히나 2005-06-2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간과 공간은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들 수만큼 존재하는 게 아닌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보관함에 담아요. ^^

숨은아이 2005-06-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그 말은 "보르메오 콜미의 통로" 앞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표현은 바꿨지만) 쓴 거랍니다. :-)

balmas 2005-06-2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꼭 사고 싶게 리뷰를 쓰시네요. ^_____________^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좁은 곳에 들어가기를 상당히 좋아했다죠.
가령 진공관 TV 밑이라든가 ... ㅋㅋ

숨은아이 2005-06-2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꼭 사고 싶으시다구요? 정말요? ^_^ 근데 TV 밑은 너무 좁지 않나요? ㅎㅎ

내가없는 이 안 2005-06-2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실 지난번에 이 리뷰 봤는데요, 새벽에 5시가 되는 바람에 못 달았거든요.
전 이 책 아직 못 봤는데, 님 리뷰 보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걸요. ^^
게다가 님 '큐브' 얘기까지 거론하시니... 그 영화 정말 소름이 돋았거든요.
지금 로알드 달의 책을 읽는데 같은 동화를 썼더라도 두 사람, 참 다르네요.
물론 둘 다 거장 소리 들을 만하구요.
그런데 공간 찾아 들어가는 습관이 님 닉네임과 너무 잘 맞네요. ^^

숨은아이 2005-06-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주로 새벽에 거동하시는 이안님... ^^ 전 지금도 방에 콕 박혀 집 밖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척 살금살금 꼼지락거리는 거 좋아한답니다. 후후.

플레져 2005-06-2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파와 탁자사이처럼 저는 피아노와 피아노 의자사이를 좋아했어요. 피아노 건반이 지붕 같아서 아주~ 흡족한 어둠의 자식으로 돌변할 수 있었죠. ㅎ
시간과 공간이 사람 수만큼 존재한다니... 엔데스러우십니다 ^^ (엔데를 읽어본 적 없는데도...이런 말을 하다니하다니...^^;;;)
백번째 리뷰, 구매욕을 끌어당기는 리뷰, 참 좋습니다...

숨은아이 2005-06-2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아하 피아노는 그렇겠군요. 백 번째...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중 밑줄긋기가 꽤 끼어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