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 혼자 중얼중얼
2005.06.24

 

전방 초소 총기 사건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리집(그래봐야 각시와 나뿐이지만)은 군이 어제 발표한 최종 수사발표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1. 군은 그 동안 이런 사고에 있어서 진실을 숨기려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왔다. 군은 지금은 아니 이번 사건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군은 이번 사건에서 좋게 말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숙함을 보여주었으며, 너무 엉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가 ? 게다가 사실관계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론부터 내버리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그 동안 이런 사고에 대해 '군 자체의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한 개인의 신상 문제'로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사실관계를 거기다가 짜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도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김일병은 수양록에 부대원들 사이에 발생한 일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는 추측이 가능할 정도의 말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냥 에둘러서 '부대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며 사고 발생 후 5일만에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게다가 그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김일병에게는 큰 일일 수 있으므로, 그 별일 아닌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한 더더욱 그렇다(수양록은 개인 일기장이라고 보아도 되는데, 어떤 일이 생겼을 때(탈영, 자살, 총기사고 등)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마 군도, 그리고 유가족도 그 수양록의 중요성을 알아서인지 곧바로 원본을, 복사본을 확보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어놔도 시간은 가는데, 중간만 하면 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할 필요 없고, 누구 눈밖에 나서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수양록에 적나라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물론 김일병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수류탄으로 죽이겠다. 모두 죽이겠다는 말을 하지 적지 않을 걸 보면 분명 자기검열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3. 사고 발생 직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모일병은 일관되게 "상급자의 언어폭력은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대원을 살상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까지 했다. 물론 그 보도가 오보인지는 따져보아야겠지만, 지금까지 오보라는 말은 없고 정정 요청도 없었다. 그런데 그 보도 내용은 김일병의 말과 일치하며, 그 결론은 군의 발표와도 일치하고 일관된다. 따라서 언어폭력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제 뉴스는 유족들이 사고 원인이 언어폭력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억울함이 풀렸다는 것이 강조되어 자칫 의문은 묻어 버린 채 유족들에게 끌려간 군과 언론보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4.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도 군대내 금지행위인 폭행(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족하다. 쉽게 말해 접촉하여 두들겨 패서 어디가 부서져야만 폭행이라고 하지 않는다)을 당했다가, 현재 근무중인 초소로 옮겨왔다. 왜 그가 옮겨왔는지 선임병들은 과연 몰랐을까? 알았을 가능성이 많다. 설사 바로 몰랐다 치더라도 이후 생활하면서 곧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그를 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선입관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를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의 인간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 아닐까 ?  물론, 위 폭행 사실 외에는 모두 가정이다. 그렇지만 전혀 엇나가는 가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 많지 않은가 ?

5. 어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일병이 반항적이고 선임병들에게 대들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부대원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간혹 후임병이 선임병한테 대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제 부대원들의 말처럼,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면 그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일병이 원래 그랬다면 전에 있던 초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법한데, 그리고 군대가기 전에도 그랬을 텐데, 전혀 그런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 어제도 오늘도 김일병은 자기에게 잘 대해 준 선임병 둘을 집어 미안하다고까지 했으나, 다른 선임병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뭔가 맺힌 게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

6. 처음에는 김일병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였다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김일병을 뺀 나머지 부대원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가 아닌가라는 반문에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 위에서 본 것처럼 전체가 모인 상태에서의 일관된 진술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그 이전의 개인 병사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7.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당시 내무반의 상황, 체포 과정 등에 있어서는 의문 투성이이다. 뭔가 부대원들만이 알고 있는 그러나 즉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진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술을 마셨는지는 즉시 혈액 검사를 했으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사망 부대원의 위 속의 음식물의 상태를 보면 뭘 먹었는지도 알 수 있을 거고 말이다(물론 유족들에게는 고통스런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그 진실은 여직 밝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에 묻혀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르지만, 밝힐 것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부대원들의 심리적 충격을 감안하여 조심스런 접근이 있어야겠지만, 그 동안의 사고처럼 그들에게 평생 부담을 갖고 살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8.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 옮겨온 지 몇달 됐고, 선임병들이 침상 어디에서 취침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선임병들이 있는 곳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고, 지향사격(근거리에서 적을 향해 대충의 목표점을 설정해 두고 하는 사격, 조준사격을 할 수 없을 때 즉시 대응하기 위한 사격)을 했다고 한다. 즉, 선임병들, 특히 상병들을 목표로 사실상 조준사격을 한 것이 된다. 그 목표가 분명했음을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 단지 상병들이 많아서 결과가 그랬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순전히 김일병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상병들 중에서 두명에게는 미안하다고까지 한 걸로 봐서는, 다른 상병들과는 뭔가 문제있다는 것이고, 왜 그랬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일병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의 말을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자칫 군이 대충 유족들의 반발을 피하고 면피하기 위해 어정쩡한 결론(어차피 사고친 놈이 떠안고가라는 식)이 을 내버려서는 안될 테고, 또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생기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디 살인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군대가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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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5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6-2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그렇게 자꾸 숨기려드는지......
그게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불신을 낳는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정말 답답하죠?

숨은아이 2005-06-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어차피 김일병은 사형되겠지요... 그러니 어차피 죽을 놈에게 다 뒤집어씌운다는 생각이... -=- 희생자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겠고... 앞으로 군대에서도 반드시, 경험 많은 심리치료사가 병사들에게 제대로 상담을 해주어야 할 텐데요. (결정적인 것 아니면 오타는 오타대로 그냥 둡니다만, 지적하신 부분은 역시나 자꾸 걸리는군요. 그래서 고쳤어요. ^^ 고맙습니다.)

릴케 현상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록은 개인일기장이 아닙니다. 상시로 일기검사를 하기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군내 갈등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저는 주로 노래가사를 약간씩 변형해서 일기인 것 처럼 썼습니다. 검사용이니까요

알고싶다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기 좋은 글 너무 많네요~ 앞으로 자주 놀러올께요.

숨은아이 2005-06-2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옆지기도 그 이야기 하더군요. 초등학교에서 일기 검사하듯이 수양록을 검사하는데, 누가 그런 이야길 거기다 쓰겠느냐고. 무기명으로 소원 수리 받는 쪽지에다가도 그런 거 쓰면 난리나는데.
리들러님/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제 옆지기가 daum 블로그에 쓰는 글 중에서, 제 맘에 드는 것을 옮겨오는 곳이랍니다. ^^

울보 2005-06-25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것을 하나 알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5-06-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뭘 모르셨을까. ^^

마태우스 2005-06-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분석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숨은아이 2005-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러니깐 이 글을 쓴 제 옆지기를 존경하시는 거죠?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