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 - 암과학자의 항암 일지
김규원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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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2장은 저자의 개인적인 항암 일기라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는 2006년 처음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것도 코 안에 악성미분화암으로 수술보다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저자가 진단받은 암은 분화도가 매우 낮은 미분화 상태고 분열 속도마 매우 빨라 혈관을 통한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암 덩어리의 일부에는 괴사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암은 희귀하기 때문에 그 치료법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도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유서를 쓰고, 특히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눈물이 났다. 다행히 3차 치료까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2010년 1차 재발, 2012년 2차 재발로 방사선 치료, 2015년 괴사 시작, 2018년까지 성형수술. 이 당시 저자는 종양내과, 이비인후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등 여러 전문과를 가야했고, 어떤 때는 하루에 병원만 세 군데에 가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암세포를 관찰하는 과학자에서 암환자인 당사자로서 느끼는 감정, 어려움 등을 진솔하게 적고 있어 더 감동적이었다. 소시민들의 에세이는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전문직에 있는 사람의 투항 이야기는 처음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3,4장은 항암제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라 조금 어렵다. 나처럼 과학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넘겨도 될 것 같다.
다만 항암제의 역사를 크게 3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고전적 항암제는 대량살상 폭탄의 단계, 정밀미사일탄과 같은 표적 항암제, 그리고 최근의 분자표적 항암제로 발전했다. 1850년 중반 피르호에 의해 암이 과학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MRI나 CT 같은 현대적 영상 장비들이 없어서 그 증식의 결과물만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세포 분열의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암제로 쓸 수 있는 세포 증식 억제제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나마 백혈구세포들의 증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암종이었으므로 초기 항암제 개발의 핵심 연구 모델로 활용되었다. 백혈병의 발암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개수가 8~12개로 다른 고형암종 (유방암 33개, 위암 53개, 폐암 147~163개)보다 그 숫자가 훨씬 적다. 그래서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항암제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130쪽)


나날이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에 반갑다. 아직도 암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언젠가는 그 비밀이 풀리기를 기원한다.

암세포도 사실 내 몸의 세포다. 외부에서 침입해 온 전혀 다른 세포가 아니라 바로 내 몸의 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생존 거처인 내 몸을 파괴하면서까지 왜 생존하려고 할까? 내 몸의 정상 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각자 자기 맡은 바 역할을 하면서 내 몸이라는 다세포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이 암세포는 독자적으로 행동을 한다. 마치 박테리아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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