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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란 작가는 90년대 시공사에서 나왔던 블랙 시리즈-블랙 에코,블랙 아이스-를 우연찮게 헌책방에서 구하고 읽었던 작가로 생각되는데 블랙 아이스는 아마 해리 보슈 시리즈중의 초기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좀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상당히 흥미있게 읽었던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마이클 코넬리는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우연찮게 서점에서 멋지게 꽂혀있는 책들중에 마이클 코넬리란 이름이 얼핏있어 가보니 랜덤하우스 코리아에서 상당히 코넬리의 작품을 상당히 많이 번역한 것이 아닌가!!!
흠 알라딘 추리 소설의 신규 출간을 자주 보는 편인데 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 이리 많이 번역되었는데도 알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알라딘 책분류가 추리/미스터리와 액션/스릴러로 구분되어 있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책들은 액션/스릴러쪽에 편입되어서 보지 못했던것 같은데 액션은 잘모르겠지만 스릴러 분야는 추리/미스터리의 하위 장르에 포함되는 것이 맞지않나 싶은데 나중에 알라딘에 건의 한번 해야겠다.
가끔 내 서재를 방문해서 글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중에서 본격 추리 소설을 그중에서도 이른바 30~40년대 본격 추리 소설 황금기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보니 좋아하는 작가들도 앨러리 퀸이나 S.S반다인,아가사 크리스티등인데 요즘 국내 추리 번역의 대세는 일본 추리 작가들의 작품과 영미의 크라임 스릴러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좀 아쉽단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 소설이란 커다란 카테고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이른바 디텍티브 미스터리(영국에서 주로 사용된말안데 탐정소설이라고 번역된다)는 어떤 의미에선 이미 지난 세기의 유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면,이미 수 많은 본격 추리 소설들이 나왔던 영미에선 마이클 코넬리처럼 크라임 스릴러(범죄소설+스릴러의 결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여겨진다.
국내에선 본격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디텍티브 미스터리가 수수께끼의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의 논리적 추론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크리암 스릴러는 범죄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보면 얼추 맞을 것 같다.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은 그의 초기(1996년작) 걸작이자 현재까지도 그의 손꼽히는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크라임 스릴러의 고전으로, 앤서니 상과 딜리즈 상을 동시 석권했다고 하는데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시인을 두고 “나는 고전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지만 <시인>에는 고전 대접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하니 한마디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알라딘에 있는 시인의 책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신문사 사회부 소속이자 살인사건 기획기사 전문기자인 잭 매커보이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쌍둥이 형이자 경찰인 숀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잭은 슬픔에 잠긴 가족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자살에 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전국 경찰관 자살 사건 조사 중 형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의 문구가 에드가 앨런 포의 시구이고 타 경찰관 자살사건 속에서도 포의 시가 발견되자 잭은 자살을 가장한 연쇄살인범의 소행이 아닐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가장 연관성이 높은 몇 건의 자살 사건을 추려낸 잭은 이 사건들이 일련의 패턴―엽기적인 성범죄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의 스트레스성 자살―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시인은 이른바 크라임 스릴러 소설이다 보니 독자들은 이미 범인이 누구지를 책 초반부터 파악하게 된다.시인의 책 구성은 주인공인 잭 매커보이의 1인칭 화자 시점과 월리엄 글래딘의 3인칭 시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두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가 연결되어서 독자들은 책 도입부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들이 미궁에 싸인 살인사건의 트릭과 범인을 맨 마지막까지 감추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면 크라임 스릴러의 경우 범인의 존재를 미리 밝히는 경우가 많아 독자들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고 책장을 넘기게 하려면 작가의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데 이 책 시인이 바로 그런 책이다.
시인에서 주인공 잭 매커보이는 형의 자살을 통해 경찰관의 업무중 자살-이른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을 소재로 기사를 다루려다 형이 마지막을 담긴 일종의 유언 공간을 넘고,시간을 넘어란 글귀가 포우의 시구임을 알게되고 조사를 계속하면서 자살한 경찰관중 포우의 시귀를 유언으로 남긴 경찰들이 있음을 알게되고 이 사건이 연쇄 살인범의 작품임을 깨닫게 되는데 사실 연쇄 살인마란 소재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등장할 만큼 미국에서도 흔한 편이다.
물론 현실속 연쇄 살인마는 리 주로 저항이 약한 여성이나 아동을 노리는 것이 보통이며 주로 성적 욕망이 주된 요인이지만 시인속 살인마는 일반적인 연쇄 살인마와 달리 노련하고 어떻게 보면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경찰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살인마이면서도 포우의 시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상당지 지적인 이미지가 아마 독자들-여기서는 연쇄 살인마를 자주 접하는 미국 독자들을 가르킨다.-의 흥미를 더욱 더 자아냈으리라고 여겨진다.
저자인 마이클 코넬리가 어떤 의도로 소설속에 포우의 시귀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속에서 잭이 “…포는 모르가의 살인을 발표하면서 탐정 소설의 아버지로 인정받았습니다…”라고 말한 구절에서 추리 소설의 창시자이면서 불우한 삶을 살았던 애드가 앨런 포에 대한 작가의 존경심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시인은 잭 매커보이와 월리엄 글래딘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책 서두에 서로 몰랐던 두 인물의 이야기가 하나로 중첩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언제 잭이 월리엄과 조우할것인가 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데 작가의 흡입력이 얼마나 강한지 6백 페이지를 훨씬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책속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번에 다 읽게 만든다.
크라임 스릴러라고 하지만 의외로 잔인한 범죄 묘사는 드물어 유혈이 낭자한 표현을 싫어하는 여성들도 커다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데 주인공 잭 매커보이와 FBI 여수사관 레이첼의 로맨스까지 곁들여져 있어 시인은 보다 많은 이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단 잭과 레이첼의 로맨스는 단순한 소설속의 부수적 내용이 아니라 잭이 사건의 핵심을 파악함과 동시에 미스를 저지르게 하는 중요한 복선이 되는데 책을 마지막까지 읽게 되면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 책을 썼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시인은 범인의 정체와 관련해서 두개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들은 처음부터 등장하는 월리엄 글래딘이 과연 경찰관을 살해한 시인일까 하는 의구심-소설속에서 잭과 FBI 수사관들은 여러 증거를 통해 얼리엄이 범인임을 확신한다-을 갖게되는데 책의 끝부분에 잭은 그간 자신이 얻은 자료를 토대로 범인을 추론하고 독자들 역시 아하 그럼 그렇지 월리엄이 진범인 시인일리 없지 하고 생각하고 마음의 긴장을 놓으려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치는 두번째 반전과 진정한 범인 시인의 정체를 밝혀 독자들을 정말 깜놀하게 만든다.
이 책을 두고 타임지는 “양들의 침묵이후 처음으로 이 장르 최고의 작품이 탄생했다"고 평했는데 전적으로 그 평가에 동의한다.개인적으로 양들의 침묵은 영화로 먼저 봐서인지 솔직히 영화속에서 느낀 안쏘니 홉킨스가 보여준 한니발 렉터의 그 광기어린 써스펜스를 책속에서 느낄수 없었던데 반해서 시인에서는 충분히 써스펜스와 스릴감을 느낄수 있었고 시인속의 진범은 아마 한니발 렉터를 능가하는 연쇄 살이마가 될거란 생각이 들면서 아마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양들의 침묵을 능가하는 작품이 될거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시인을 읽으면서 두번의 반전을 작가가 너무 욕심을 내지 않았나 여겨진다.반전의 반전은 물론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지만 과연 시인이 6번의 연쇄 살인,그것도 경찰관을 상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진범인 시인이 범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과연 범행을 할 수 있는 시간-단순히 총한방 빵 쏘게 사라지는 거이 아니라 책속에서 살해된 경찰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자세히 관찰한것으로 나온다-이 있냐는 점인데 시인의 원래 직업을 생각한다면 의심이야 받지 않겠지만 살인 하나 하나에 공들일 시간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미드를 보면 그런 직업의 인물들은 정말 자신의 일처리만도 바빠서 다른데 시간을 돌릴 여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 작가가 분명 후속작을 염두에 두었기 떄문에 그랬을 거라고 추측되는데 이후 작가는 시인 3부작을 완결한다.3부작 완결을 통해 작가는 더 많은 부를 창출했겠지만 시인 한편으로 끝을 맺었더라면 좀더 완벽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6백페이지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어서 책을 읽는 순간 도저히 손에서 책을 뗄수 없게 만든다.시인을 다 읽은 후 다음 작품의 책소개를 보니 정말 읽지 않고는 못배기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작품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데 시인은 그간 읽은 크라임 소설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