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숍 살인 사건 열린책들 세계문학 181
S. S. 밴 다인 지음, 최인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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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소설가 S.S 반다인의 본명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Willard Huntington Write)로 병으로 앓아누우면서 추리 소설을 접하게 되는데 미술 및 문예평론가의 엄격한 눈으로 2천여 권의 미스터리 소설을 섭렵하면서 추리 소설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했는데 이후 경제난으로 추리 소설을 직접 쓰게 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명탐정인 파일로 반스를 창조하게 되는데 3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벤스 살인사건,카나리아 살인사건,그린 살인사건-은 미국 추리 소설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특히 그린 살인 사건의 경우 반년간 수입이 그의 15년 예술 평론 저술의 수입을 능가하게 되지만 반다인이 활약하던 당시 미국에서 추리 소설가는 그다지 존경받을 만한 직업이 아니었고 15년이란 오랜 노력 끝에 문단생활에서 확보한 예술 평론가라는 명예 때문에 본명대신 필명인 반 다인이라는 이름으로 추리 소설을 썼고 단지 3권만 쓰고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파일로 번스 시리즈가 인기를 얻다보니 <아메리칸>지의 권유를 물리치지 못하고 쓴 작품이 바로 4번째 작품이 바로 원제 The Bishop Murder Case 이다.

반다인의 4번째 작품인 The Bishop Murder Case은 국내에선 70년대 하서 추리 문고(동서 추리문고가 아니다)에서 승정 살인 사건이란 이름으로 처음 번역되었는데 2003년도에 동서에서 동일한 이름으로 재간되었고 이후 북스피어에서 파일로 밴스의 고뇌속에 주교 살인사건으로 열린책들에서 비숍 살인사건으로 출간되었다.

일반적으로 고전 추리 소설의 경우 동서에서 많은 책들이 재간되었지만 동서에만 있는 것들 것 많다보니 번역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읽을 수 밖에 없는데 비해 이 작품은 북스피어와 열린 책들에서 새로이 번역되었기에 현재 독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을 골라 읽을수 있어 마음에 든다.

 

반다인의 4번째 작품인 The Bishop Murder Case는 국내에선 승정 살인 사건(하서),주교 살인사건(북스피어),비숍 살인사건(동서,열린 책들)으로 번역되었는데 Bishop은 가톨릭·그리스 정교회·성공회에서 주교(主敎)를 가리키는 것에 비해 승정 [僧正]은 승려들이 맡는 벼슬가운데 하나로 승단, 승가와 비구니를 관리하는 승관(僧官)의 직책을 가리킨다.    

하서 추리의 경우 70년대말에 번역되었는데 번역했던 일본 번역본의 제목이 아마 승정이어서 그대로 번역했을 거라고 추측되는데 아무래도 우리보다 불교가 더 실 생활에 밀접했던 일본에선 주교란 말보다(일본은 기독교가 상당히 약한 편이다) 그와 비슷한 직책인 승정(불교의 지위)가 더 익숙해서 승정이란 말로 대체하지 않았다 생각된다.

따라서 이 책 The Bishop Murder Case의 번역제목은 가급적 일본어 냄새가 나는 승정이나 영어를 그대로 쓴 비숍보다는 주교란 말로 번역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낫지 않나 싶다.

약간의 스포일러라고 할수 있는데 이 책속의 주요 인물중에는 실제 성직자인 비숍(주교)가 등장하진 않는다.살인자가 사건 현장에 체스의 말중에 하나인 비숍(bishop)을 놓아두었기에 붙여진 것으로 일종의 범인의 분신물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제목역시 비숍 살인사건이다.

 

비숍 살인 사건은 반다인의 작품중 그린 살인사건과 더불어 1,2위 자리를 다투는 걸작으로열린 책들의 비숍 살인사건의 표지는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화살에 맞은 거위와 그 밑에 쓰여진 mother goose melody란 단어는 비숍 살인사건의 주요 모티브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중에서도 특히 열렬한 애독자라면 아마도 영미의 전래 동요인 마더 구즈 멜로디를 비록 듣거나 직접 읽어보진 않았겠지만 추리 소설속에서 얼핏 보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마더 구스 멜로디는 운율에 맞추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리 내어 따라하다 보면 아름다운 멜로디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전래 동요라고 할수 있는데 동화나 민담을 기본으로 한것이 많지만 개중에는 당시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것들도 있어 당대사회의 대한 비판의식과 난폭하고 잔인한 내용도 담고 있는 작품이기에 비숍 살인 사건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건도 누가 콕 로빈을 죽였나하는 마더 구스 멜로디에 맞추어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Who killed Cock Robin? (누가 울새를 죽였니?)

Who killed cock Robin? (누가 울새를 죽였니?)

I, said the Sparrow, (, 참새가 말했습니다)

With my bow and arrow, I killed Cock Robin. (내 활과 화살로 내가 울새를 죽였어)

Who saw him die? (누가 울새가 죽는 것을 보았니?)

I, said the Fly, (, 파리가 말했습니다)

Wiht my little eye, I saw him die. (내 조그만 눈으로 나는 그가 죽는것을 보았어)

 

아마도 영미의 전래 동요인 마더 구스 멜로디를 추리 소설에 삽인하여 음울한 살인사건의 도구로 만든 작가는 반다인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반다인은 시와 문학이 결국은 살인자의 행동까지 지배한다는 식의 놀라운 발상을 했는데 그거은 아마도 반다인이 다른 추리 소설자가들과는 달리 예술 평론가여서 문학적 소양이 깊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비숍 살인사건이후 마더 구스 멜로디는 많은 추리 작가들의 작품속에 등장하게 된다.

반다인 이후 가장 마더 구스 멜로디를 작품속에 차용한 작가가 바로 미스터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인데 그녀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등장하는 텐 리틀 인디언보이역시 마더 구스 멜로디의 대표적 작품중에 하나이고 일본의 유명 추리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백마 산장 살인사건에서 역시 마더 구스 멜로디를 차용한다.

이처럼 많은 작가들이 마더 구스 멜로디를 자신의 작품속에 차용하지만 개인적으로 비숍 살인 사건만큼 직접적이고 음울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숍 살인 사건은 영미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전래 동요인 마더 구스 멜로디의 노래 가사대도 광기어린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에 검사 매컴과 히스 형사 부장이 사건 해결을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결국에는 번스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억압되고 비뚤어진 인간심리의 묘사와 작품 전편에 흐르는 기괴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비숍 살인 사건에는 반다인의 전작과 달리 현실적인 느낌이 그닥 들지 않는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데 추리 소설속에 발생하는 살인 사건들이 모두 기상 천외한 트릭이 사용되긴 하지만 트릭여부와 상관없이 그 동기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 대부분인데 이 책속의 살인의 동기는 당시로서는 매우 비현실적인 것으로 실제 작가인 S.S 반다인이 추구했던 지적 게임으로써의 추리 소설의 극한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실제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고도의 두뇌 싸움을 즐기는 천재 수학자나 물리학자, 체스 선수라는 점에서 잘난척 잘하는 천재 탐정인 번스 못지않은 인물들이다 보니 내용들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전문적이고 현학적인 내용들이 많은편이고 실제 살인의 동기나 탐정의 해결 역시 반다인의 이전 책들과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 편이어서 예술 평론가인 반다인의 지식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비숍 살인 사건은 반다인의 대표작중의 하나이고 고전 추리 소설기의 걸작중 하나이긴 하지만 현대적 시각에서 본다면 다소 아쉬운점이 없지 않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반다인의 연쇄 살인 사건속에 여러 단서를 놓아두고 독자들과 밀당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가 깔아놓은 복선과 함정들은 현대 추리 소설 애독자들에겐 그닥 낯설지가 않고 오히려 친근하기까지 하다.물론 그것은 작가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이 책이 출간된지 거의 70~80년뒤에 읽는것이기에 그런 평가는 좀 가혹할수 있을 있다.

번스는 프로파일링 기법의 선조가 아닌가 싶은데 미드 CSI기 객관적 증거를 중시한 셜록 홈즈의 후예라고 한다면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는 심리적 분석에 주려한 번스의 후예라고 볼수 있다.두 작품 모두 대단히 재미있는데 흥미롭기는 크리미널 마인드가 더 하지만 사실 객관적인 면에서 본다면 역시 CSI가 좀더 논리 정연하다고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파일로 번스가 맹활약한 비숍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연쇄 살인사건을 범인 입장에서 심리 분석하여 사건을 해결한 번스의 공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범인을 압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서 결국 일반적인 추리 소설에서 할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번스의 행위를 볼적에 이는 객관적 증거보나는 심리적 분석을 더 우위에 둔 작가의 한계임과 동시에 탐정 번스의 한계를 여실히 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초반과 중반에 걸쳐 장황하고 복잡하면 현란하기까지한 살인의 과정에 비해서 반스가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은 소설의 전개부분에 비해 너무 짧지 않나 생각되는데 물론 범인이 살인 행위의 동기가 일반적이지 않고 범인 역시 천재였기기에 그런지 몰라도 시종일관 소설속에서 범인이 반스를 압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숍 살인 사건의 마지막 결말은 과연 이 책이 탐정이 모든사건을 해결한다는 30년대 본격 추리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파격적이고 어떻게 보면 상당히 범죄적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인데 오히려 이점이 당시에는 매우 참신하고 신선하단 생각을 가졌을 것이고 그건 이 책의 판매량에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비숍 살인 사건은  작가 반다인의 작품중 가장 현학적 지식에 마구 담겨 있는 작품이기에 독자에 따라서는 이런 부분이 싫어서 이 책을 집어 던질수도 있을 것인데 이점을 꾹 참고 견디며 읽는 다면 아마도 번스의 매력에 푹 빠질거란 생각이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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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2-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린 살인사건보다 비숍살인사건이 더 재미났어요.더 탄탄하달까...번스의 말에 담긴 해박한 지식을 풀이해놓은 각주 읽는 재미도 좋았고요.

카스피 2012-02-10 22:26   좋아요 0 | URL
둘다 반다인의 작품중 1,2를 다투지만 그린 살인사건이 뭘랄까 일반적인 현실적 살인 동기를 가진 작품이라면 비숍 살인사건은 말 그대로 작가의 지적 게임의 극한을 보여주었기에 독자들마다 호불호가 다를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역시도 비숍살인사건에 한표를 던지고 싶군요^^

재는재로 2012-02-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다인의 카나리아 살인 사건이 더좋던데요 ㅎㅎ

카스피 2012-02-10 22:26   좋아요 0 | URL
비숍 살인사건은 너무 현학적 표현이 많아서 아무래도 좀 어려단 생각이 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