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 魔人, 판타스틱 클래식 01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연문기담이란 책 리뷰에서 잠시 말한 바 있지만 한국에서 현대적 의미의 탐정을 창조하고 추리 소설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김성래를 손 꼽을 수 있다는 글을 올린적이 있다.
연문 기담이란 단편집에 있었던 김래성의 단편들은 모두 일제 시대에 발표된 그의 초기 단편들로서 몇 년전에 발견된 타원형 거울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김래성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이 발굴되면서 작년에 발표되었기에 아마도 추리 소설 애독자라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역시 김래성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이면서 장편으론 이것 하나 밖에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책이 바로 마인으로 아직까지도 한국을 대표하는 탐정으로 손꼽히는 유불란이 맹 활약을 하는 작품이다.
근데 하나 여기서 안타까운 것이 얼마나 국내 추리 소설 취약했으면 나온지 70년도 훨씬 지난 유불란이 한국의 명탐정으로 기억되는 것이냐는 점이다.물론 셜록 홈즈나 브라운 신부,혹은 포와로처럼 나온지 거의 100년에 육박하는 탐정들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서양의 탐정들은 모두 수십편의 장 단편에 소개되었지만 우리의 유불란은 딸랑 마인 1편-물론 이 이후에도 유불란이 활약하는 장편이 3~4편이 있는데 이 작품들은 일제의 군국주의가 한창 더 발악을 하면서 유불란도 일본 군대를 위해 활약하는 스파이로 변신했기에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다-이기 때문이다.
물론 60년대 방인근의 장비호 탐정이나 하드 보일드 추리 소설의 대가 김성종의 형사 오병호등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독자들의 뇌리에 크게 각인되지 않았기에 아마도 이들 탐정의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가 아닐까 싶다.그래서 요즘 나오는 신진 추리 작가들이 한국을 대표할 만한 탐정 캐릭터를 창조해 주길 기대해 본다.

김래성의 마인은 어렸을적에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김래성 전집에 있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당시 어린이용으로 각색된 홈즈에 빠져있던 나에게 신출기몰한 해월이나 그를 쫒는 유불란의 활약은 당시 어린 나를 상당히 흥분시켰던 기억이 난다.
이후 자라서 마인을 다시 읽고자 했으나 절판되어 찾지를 못하다가 이번에 복원된 작품을 보고 다시 읽으니 어렸을적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다시 생각나서 상당히 즐거웠다.

마인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전설적인 무희인 공작부인 주은몽 (아마도 이 주은몽의 실제 모델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최승희가 아닌가 싶다) 은 고국에 돌아와 한참 연상의 저명한 사업가 백영호와 결혼하기 전 열린 성대한 생일 파티에서 한 광대에게 습격당하고 부상을 입는다.그 광대는 사실 10대 소녀 시절 할머니와 머물렀던 한 절의 동자승 해월로 한때의 연정을 주고 받은걸 잊지못해 이토록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이후에도 해월은 주은몽의 남편 백영호를 죽이는 등 차례차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이에 사건을 풀기위해 조선의 명탐정 유불란이 맹활약을 펼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30년대에 나온 마인은 기본적으로 셜록 홈즈보다는 아르센 뤼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김래성의 첫 단편 추리 소설인 타원형 거울이 본격 추리라고 한다면 마인은 마치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보듯이 추리+모험물의 성격이 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아마도 소설속 주인공의 이름이 유불란에서 볼수 있듯이 작가는 아마도 뤼팽의 창조자인 모리스 르블랑의 영향을 깊이 받지 않았나 싶다.
그래선지 마인의 유불란은 뤼팽처럼 변장에 능하고 일반적인 탐정과는 달리 이중 생활을 즐기고 있으며 본격 추리 소설에서는 대체로 잘 등장하지 않는 탐정의 연애 감정-소설속에서 유불란은 주은몽을 사모하는데 만약 유불란이 셜록 홈즈처럼 여성에 대해 흥미가 없었다면 아마도 이 사건은 진작에 해결이 났을 것이다-에 휘들리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고 한다.

마인을 읽어보면 30년대의 일제하의 경성이 화려하게 등장한다.세계적인 무용수와 파리 유학생 출신의 백만장자,댄스 파티가 열리는 대저택등 정말 21세기의 현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잡지 판타스틱에 김래성 100주년 특집을 보면 마인이 쓰였던 당시의 경성에는 김래성이 한동안 활약했던 동경과는 달리 무도회장도 없었고,무도회장이 열린 만한 대 저택도 없었다고 하니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은데 아마도 김래성은 탐정이라는 것도 없었고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화려함이 없었던 당시 경성을 아주 멋지게 변형시킴으로써 당시 일제 치하에서 이 책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어떤 꿈을 주었지 않았나 싶다.
물론 해월을 추적하던 길이나 애드벌륜이 있었던 미스코시 백화점은 당시에도 있었던 길이라고 하니 김래성은 당시 경성에 없었던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유불란을 제외하고는 나름 모든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주은몽은 최승희,파리 유학출신의 백만장자 백영호는 실제 당시에도 조선인 출신 파리 유학생이 있었다고 한다-을 등장시킴으로써 당시의 경성과 경성 상류층의 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탐정 소설이 나오기 힘든 상황속-당시 조선의 문맹률은 상당히 높았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추리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작가들에게는 긍지를 파는 행위로 여겨졌던 시기였다-에서도 이 처럼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으니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시각에서 보자면 마인은 아무래도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한국에서 최초의 추리 소설을 지은 작가의 작품이 더 이상 절판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읽어 주었으면 한다.

Good:전설적인 현대적 의미의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이 돌아왔다
Bad:명탐정 유불란,탐정이 사건보다 여성에 더 빠져있다
Me:김래성의 다른 작품들도 복간될수 있을까??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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