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스테리 하우스의 추리 관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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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라는 주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작가와 일반 독자들을 열광시켜 왔으며, 문학의 어떤 장르도 이 열광의 도가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서양 비극에서는 끊임없이 중대한 범죄를 다루어 왔다. 예컨대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의 부친 살해로부터 시작하여 세익스피어 비극의 왕의 살해를 거쳐 쉴러의 『군도 Die Räuber』와 엘리어트의 『대사원의 살인 사건 Murder in the Cathedral』에 이르는 것이 그것이다. 단편소설 Novelle에서도 ‘ 기상천외하게 발생한 사건’(괴테)이 등장하는 범죄를 다루고 있다. 예컨대 쉴러의 『잃어버린 명예와 범인 Der Verbrcher aus verlorener Ehre』, 호프만 E.A. Hoffmann의 『스크데리의 아가씨 Das Fräulein von Scuderi』 또는 안네테 폰 드로스테-휠스호프 Annette von Droste-Hülshoff의 『유태인 너도밤나무 Die Judenbuche』 등이 그것이다. 장편소설에서도 범죄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가 된다. 예컨대, 필딩의 『위대한 조나단 와일드의 전기 The History of Jonathan Wild the Great』, 디킨즈의 『에드윈 드러드의 미스터리 The Mystery of Edwin Drood』,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되블린 Döblin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Berliner Alexander Platz』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범죄는 오래 전부터 민중소설 또는 통속소설이 취급한 적이 있었다. 예컨대, 도적떼의 우두머리 로빈 후드 Robin Hood에 대한 영국의 민중 발라드, 17-18세기의 『리날도 리날디니 Rinaldo Rinaldini』, 19세기 영국의 『뉴게이트 노블 Newgate novel』과 같은 통속소설, 19세기의 독일과 영국의 가정잡지에 게재된 범죄소설, 그리고 오늘날의 값싼 소설 Groschenheft 등이 그것이다. 협의의 의미에서 문학 밖의 영역에서도 범죄는 인기있는 주제이다.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에서 연속 방영되는 범죄물 이외에도 믿을 만한 범죄에 관한 보고문을 예로 들 수 있다. 후자는 허구적인 산문과 사건 보고서의 중간 영역에 속한다. 프랑스의 법학자 피타발 Pitavel은 이러한 것들을 연속물로 합쳐서 『흥미로운 유명 소송사건 Causes célèbres et intéressantes』(1734 ff)을 발간하였고, 이를 모방하여 독일에서 히치히 Hitzig와 헤링 Häring은 『새로운 피타발 Der neue Pitavel』(1842 ff)을 출판하였다. 범죄문학 Kriminalliteratur은 매우 폭 넓은 개념이라서 텍스트의 형태에 대하여 완전히 논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상기한 소재에 따른 역사를 개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른바 추리문학의 경우에는 정황이 다르다. 추리문학은 오랫동안 지탱하고 있는 구조적인 표본에 기초하고 있는데, 그 구조는 독일 단편소설에서 가장 잘 드러나 있고, 이른바 추리소설 또한 이와 유사한 연극 작품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범죄문학에서는 매우 다양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추리문학은 특히 미궁에 빠졌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해결이 되는 살인을 다루고 있다. 범죄문학에서는 범인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18세기 초부터 범죄소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까닭은 특히 범죄의 심리학과 범죄의 사회적 조건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관심은 사회적으로 개혁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반하여 추리소설의 주인공은 탐정 자신이다. 탐정은 보통 결말에 이르러 범인을 알아내기 때문에 범죄의 심리적, 사회적 원인을 분석해 낼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추리소설의 구조가 파생된다. 곧, 범죄문학이 ‘ 하나의 범죄에 대하여 사건의 전말을 전개하는 것’이라면, 추리소설은 ‘ 하나의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Alewyn in Vogt 1971 : 375쪽).
범죄문학이 국제적인 현상이라면 추리문학은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특징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사실 앵글로색슨적인 근원을 지니고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로부터 호프만의 『스쿠데리의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추리문학의 다양한 선구자들을 알아보았으나, 추리문학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시기는 1840년경으로 보야야 한다. 이 시기에 포우는 오귀스트 뒤팽에 관한 세 개의 단편소설을 출판한 바 있다. 그의 첫번째 단편소설 『모르그가(街)의 살인 The murder in the Rue Morgue』(1841)에서 추리문학의 구조 양식이 이미 원형 그대로 발견되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살인 사건이라는 형태로 질서 정연한 시민 사회의 일상 세계에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터지고, 천재적인 탐정이 살인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결국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이성이 승리를 한다는 내용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코난 도일 Conan Doyle은 포우의 뒤팽을 모범으로 삼아서 셜록 홈즈 Sherlock Homes라는 인물을 창조해 냈을 뿐만 아니라 추리문학의 구조 양식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는 자신의 장편(예를 들면, 『스카렛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 수많은 단편소설을 통하여 고유한 상품과도 같은 성격을 가진 대중문학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영국 작가들과 연이어 등장하는 미국 작가들은 추리문학의 구조 양식에 따라서 천재적인 탐정에 관하여 새로운 인물을 변형하여 만들어 냈고(예컨대,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뀔 포와로 Hercule Poirot와 미스 마플 Miss Marple, 세이어 D. Sayer의 피터 윔시경 Lord Peter Wimsey, 체스터톤 Chesterton의 브라운 신부 Father Brown), 수수께끼와 같은 미궁에 빠지는 새로운 유형의 살인 사건을 만들어 냈다. 그들의 단편소설과 연극 작품들(특히 성공을 한 작품 『쥐덫 The Mousetrap』(1952)은 동일한 구조 모델이 그 기본 토대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물론 교양인들에게 제한은 되지만 순식간에 폭넓은 국제적인 독자층을 갖게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여러 나라에서 이들의 작품을 모방하는 작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추리문학은 판에 박힌 유희 규칙 안에서 항상 새로운 변화를 주는 능력, 세밀한 부분까지 염두에 둔 틀과 지적 요소가 그 특징을 이루고 있다. 크게 인기를 얻었던 월리스 E. Wallace는 이와 같은 유희 규칙을 부분적으로만 따르고 있기 때문에 모험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형적인 추리문학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실제의 범죄와 실제의 경찰 수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여러 가지 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서, 과거의 건전한 세계 속에서 그와 같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문학적 기교 혁신과 현대문학의 실험적인 요소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자우어바움은 『쇠사슬에 묶인 추리소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Suerbaum in Vogt :1971 ; 437-56쪽). 그렇지만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쇠사슬과 같은 규칙을 파괴하려고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미국에서 소위 ‘ 비정파’에 속하는 작가들인 해매트와 챈들러는 세계대전 사이의 금주령과 갱단을 그와 같은 추리소설의 배경으로 택하였다. 물리적인 외적 사건과 우연은 그 소설에서는 의미를 가지며 그들의 문체는 그 당시 상류 문학의 미국 소설, 특히 헤밍웨이에 가깝다. 예컨대 스필렌과 같은 작가의 경우 이와 같은 형식도 곧바로 사라지게 되었다.
기타 다른 작가들은 포우로부터 해매트와 챈들러에 이르기까지 전형적인 주인공이었던 사설 탐정의 자리에 경찰관을 등장케 하고, 전통적인 수수께끼와 같은 살인 사건 -추적-해결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추리소설이 지니고 있는 심리적으로 심화하는 일과 사회적인 현장감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모험소설에 성공을 거둔 작가들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벨기에 출신의 심농은 많은 추리소설을 썼으며, 스웨덴의 부부 작가 스조발과 바루는 사회 비판적인 추리소설을 내놓았다.
또한 기타 작가들은 추리소설의 결정적 전제인 중심인물이 되는 탐정을 무시하고 그 대신에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희생자의 입장(예컨대 프랑스의 작가팀 브왈로와 나르스작), 또는 경찰관에 추격을 당하고 있는 범행자의 관점에서 그 추리소설을 이끌어 나갔다. 이러함으로써 추리소설은 긴장감이 날로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19세기에 분리되어 나왔던 범죄소설에 다시금 근접하게 되었다(Symons, 1972).
범죄 행위가 중심적인 사건이 되는 문학 작품은 오래 전부터 통속문학에서는 물론 상류 문학에도 존재해 왔으며, 이러한 영역들이 서로 혼합되는 경우도 있었다. 디포우, 필딩, 디킨즈 같은 작가들은 그 당시의 통속적 범죄문학에 자극을 받았던 반면에 영국의 공포소설(고딕소설 )은 곧바로 통속소설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추리문학과 상류 문학 사이의 침투 현상은 매우 드물게 일어났기 때문에 추리문학은 오랫동안 문학적으로 격리 수용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에 접어들면서 크게 변화했다. 추리문학과 포스트모던 문학이 상호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두 영역은 본질 면에서 유사성이 있으며, 현실적인 세계를 묘사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하나의 세계를 창안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추리문학은 현실 세계가 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 기초를 두고 있고, 따라서 이 세계는 인간의 이성, 다시 말하면 탐정의 연역적인 추정에 의하여 규명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의 출발점은 현실의 세계는 인식하기가 불가능하고 언어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50년대 이후로 많은 작가들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택하여 이것을 해체시킴으로써 추리문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인식 요구를 부조리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해체는 여러 가지 급격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교적 평범한 양상의 변형을 고찰해 보면 탐정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이성의 원칙에 따라서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내지만 우연한 사건이 개입되거나 외부의 폭력에 의해서 범인을 체포하여 손상된 질서를 다시 회복하지는 못한다(예컨대 뒤렌마트의 『약속』, 1958 ; 에코의 『장미의 이름』, 1980). 추리문학을 더욱 급격한 방식으로 해체시킨 택스트에서는 수수께끼 같은 범죄가 더 이상 해결될 수 없고, 현실은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되며, 탐정의 입장에서도 그 어떤 해결의 실마리가 한 번도 주어지지 않게 된다(예컨대, 로브-그리에의 『지우개』, 1953 ; 뷔토르 Butor의 『일과표』, 1956 ; 핀천의 『추첨번호 49의 통곡』, 1966). 종국에 가서 범죄 사건은 택스트의 미궁적인 구조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 되고 독자는 이의 해결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예컨대, 나보코프의 『희미한 불』, 1962 ; 한드케의 『행상인』, 1967 ; Tani 1984). 포스트모던적인 추리문학의 해체는 전통적인 게임 규칙에서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통속적 추리문학도 실험적이며 전통을 파괴하는 경향을 점차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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